192. 노가다-1
[플레이어 김진원이 레전더리 직업으로 전직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플레이어 중 최초로 8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또냐?”
이전 묠니르를 얻었을 때도 그렇고.
시스템은 악의적으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모든 플레이어에게 퍼트렸다.
“이쯤 오면 상관이야 없긴 한데.”
이 정도 스펙이라면, 솔직히 모든 플레이어를 상대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기분은 더러웠다.
자신에게만 이런 페널티를 부여하다니.
‘마의 근원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몸 안에 있는 마의 근원의 동화율은 이제 11퍼센트를 넘겼다.
동화율이 높아질수록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설명에서는 분명히 공격에 마기가 담긴다고 한 것 같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니.
‘좀 더 올려보면 알겠지.’
순식간에 S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온 진원은 곧바로 다음 포탈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뭘 본 거지.”
“S급 던전을 10분 만에 클리어하고 나왔다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감시관들은 직접 그 현상을 보았음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진짜로 중국에 있는 포탈이란 포탈은 김진원에게 싸그리 먹히겠는데?”
S급 던전을 10분 만에 클리어했다면, 그 밑의 등급은 말할 것도 없었다.
“왕 첸, 그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냐…….”
그들의 분노는 서서히 왕 첸에게 향하고 있었다.
도대체 저 한국인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 작정하고 달려드는 건지.
“이봐! 빨리 시젠타오 님이 있는 곳으로 가자! 상황을 최대한 설명해야 한다!”
“아, 알았다.”
잠시 시선을 교환한 감시관들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근처에 세워둔 차로 향했다.
* * *
진원은 곧바로 A급 던전으로 들어가 제노사이더를 소환했다.
녀석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다.
“부르셨습니까, 지배자님.”
“그래.”
레전더리 직업, 도미네이터가 되고 소환에 필요한 소모 값은 완전히 없어졌다.
세차게 타오르는 화염을 몸에 두르고 나타난 소환수는, 진원을 보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야, 뜨거우니까 좀 낮춰봐.”
“예?”
“불. 세기 조절 좀 하라고. 맞고 싶냐?”
“죄, 죄송합니다!”
진원이 짐짓 화난 듯이 말하자 제노사이더는 곧바로 몸에 두른 화염을 거뒀다.
전에 보여준 거칠고 위엄있는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와라.”
“예! 저에겐 아주 쉬운 일입니다!”
녀석은 붉은 안광을 껌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헬 윈드.”
그리고 거대한 검을 들어 올리며 자세를 잡더니,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저게 헬 윈드인가?’
화염으로 이루어진 엄청난 크기의 회오리.
제노사이더는 그 상태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인님의 양식이 되거라! 버러지 같은 놈들!”
녀석은 몸에 힘이 넘친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크, 크아아악!”
몬스터들은 불길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중2병 같은 대사를 뱉는 것만 아니면 정말 좋을 텐데.
‘저 상태에서도 움직이는 속도가 장난 아닌데.’
분명히 퀘스트 때의 제노사이더는 저것보다 훨씬 약했다.
아무래도 지배력 스텟의 영향을 받으니, 그만큼 강력해진 듯했다.
‘스킬 레벨1이 저 정도 수준이면, 말 다 했지.’
진원은 고작 3분 만에 던전을 깔끔하게 쓸어버리고 온 소환수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과연 레전더리 직업의 소환수.
‘저 녀석이 있으면 확실히 500만 골드를 모을 수 있겠는데.’
“왜, 왜 그러십니까? 지배자님.”
제노사이더는 진원의 탐욕스러운 시선을 느끼자 몸을 흠칫 떨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무, 물론입니다! 제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배자님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제노사이더는 재빠르게 대답하고 소환의 방으로 들어갔다.
“바로 다음 던전으로 가볼까.”
“이번엔 나한테 맡겨줘.”
“주군, 저는 저것보다 더 빠르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제노사이더에게 경쟁심을 느꼈는지, 메시아와 붉은늑대가 자신에게 맡겨달라며 부탁해왔다.
“그래.”
진원은 피식 웃으며, 3일 안으로 중국의 모든 던전을 클리어하기로 했다.
* * *
진원이 레전더리 직업으로 전직했다는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루머로만 떠도는 그 말이 진짜인 것을 알게 된 플레이어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 익명1: 야. 내가 김진원 5년 안에 레전더리 직업으로 전직한다고 했냐 안 했냐?
- 익명2: 레전더리 직업 같은 건 없다면서 확신하던 놈은 빤스런 했네. 손모가지 건다며. 어디 감?
- 익명3: ㅅㅂ 이게 말이 되냐? 확실함? 구라 아님?
- 익명4: 응 확실해.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메시지갔어.
사람이 없다시피 한 플레이어 커뮤니티에서는 실시간으로 엄청난 수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그를 부러워했다.
“허, 허허…….”
“이 새끼 결국에 저질렀네. 진짜 사람 새끼 맞아? 응?”
그리고 플레이어 협회의 손태욱과 타이거 길드에서 던전 공략에 대해 회의를 나누고 있던 신혜진 역시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최, 최은식 씨. 사장님이…….”
“예, 저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엘리트 길드의 사무실.
이시현과 최은식은 진원이 레전더리 직업으로 전직한 것에 대해, 본인 일인 것 마냥 기뻐했다.
소형길드치고 영향력이 상당히 높은 길드.
그건 전부 사장님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데 그 사장님이 레전더리 등급이 되셨으니.’
그 말은, 소형길드이지만 대형길드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
거기다 사장님은 임금에 대해서 상당히 관대하신 편이었다.
일한 만큼 가져가고, 보너스도 항상 두둑하게 챙겨주셨으니까.
‘키운다! 제가 꼭! 피닉스 길드나 타이거 길드는 우스울 정도로 엘리트 길드를 키우겠습니다!’
이시현은 오늘부터 당분간 야근하기로 결심하고, 냉장고로 가 에너지 드링크를 잔뜩 꺼냈다.
‘조, 조졌다.’
‘야근이다.’
‘아, 연차 좀 쓰려고 했더니…….’
이시현이 워커홀릭 수준으로 일에 미친 남성인 것을 진작에 알아차린 직원들.
그들은 이시현이 드링크를 하나씩 나눠주는 것을 받으면서, 오늘은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은 글렀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기회다, 얘들아. 그리고 너희들이 열심히 한 만큼, 보너스가 빵빵하게 떨어질 거다. 사장님은 이런 면에선 화끈하신 거 알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난 보너스가 나올 거라는 말에, 직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는데.’
최은식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이시현을 보며 의욕을 다졌다.
* * *
진원은 중국에서 3일 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던전을 돌았다.
정확히는 자신은 아이템과 골드를 주울 뿐이었고, 몬스터들은 소환수들이 알아서 처리했지만.
“체력 스텟 230이 미쳤긴 하네.”
HP가 늘어난 건 둘째치고, 잠을 한순간도 안 잤는데 이렇게 쌩쌩할 수가 있다니.
[보유 골드 : 208만 골드]
“역시 이걸로는 부족한데.”
거의 기계와 마찬가지로 단시간에 던전이란 던전은 전부 클리어했지만, 에픽 등급의 장비를 구입하는 데 300만 골드 가까이 부족했다.
“중국은 이제 포탈이 없는데.”
그 많던 던전들은 자신이 전부 클리어해, C급이나 D급 같은 던전만 몇 개 남아 있는 상태.
중간에 시젠타오가 제발 이쯤하고 돌아가 줬으면 한다고 정중하게 연락해 왔지만, 그 말을 들을 리가 없는 진원이었다.
“확실히 골드는 S등급이 엄청나게 줬었지.”
그중에서도 마력 수치가 높은 곳은, 몬스터 한 마리만 잡아도 5천 골드 이상은 줬으니까.
“중국은 이쯤 하면 됐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야겠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2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얼마 전에 불렀는데, 이번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다.
앞으로 2일 뒤면 사라지는 에픽 등급의 아이템.
[아이템: 심연의 추종자]
심연으로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종류: 방어구
등급: 에픽
효과: 모든 공격력 5퍼센트 증가.
제한: 레벨 80이상, 모든 스텟 200이상.
[아이템: 나락의 여행자]
세상 모든 곳을 여행해본 그는 모르는 곳이 없다.
종류: 방어구
등급: 에픽
효과: 모든 스텟 +40
제한: 레벨 80이상, 모든 스텟 200이상.
[아이템: 어둠의 탐구자]
위험하지만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종류: 장신구
등급: 에픽
효과: 마법 공격력 10퍼센트 증가.
제한: 레벨 80이상, 모든 스텟 200이상.
저 세 개의 옵션만 대강 확인해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만큼 아이템의 제한도 강한 편이었지만,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일.
어떻게 해서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부려먹는 것 같아 미안하네.”
진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김수환에게 연락했다.
- 안녕하십니까, 진원 씨. 방금 확인했습니다. 레전더리 직업으로 전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따로 부탁이 있는데, 시간 좀 낼 수 있으신가요?”
- 물론입니다.
김수환은 진원의 설명을 듣자마자, 곧바로 통화를 끊었고.
“진원 씨.”
바로 자신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수환이 거절할 것도 생각해, 어떻게든 이유를 갖다 붙이려고 했었는데.
“바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던전을 클리어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그림자 이동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당연히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수환은 씨익 웃으며 어디든지 말만 하면 데려가 주겠다고 대답했다.
이전, 그는 중국에서 받은 보상으로 더욱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수진이는 평생 걱정 안 해도 된다.’
자신이 한 일은 그저 진원을 특정 장소로 옮겨 준 것뿐.
말도 안 되게 과한 보상을 받아,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 김수환 씨 말고는 이런 스킬 가진 플레이어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진원 씨는 정확히 챙겨온 아이템의 절반을 자신에게 넘겨주었다.
그 덕분에 평소 수진이를 돌봐주던 할머니에게도 집을 한 채 사드릴 수 있었다.
‘이번에는 보수를 준다 해도 거절해야겠어.’
김수환은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며, 진원이 지정하는 나라로 스킬,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다.
* * *
진원이 다음으로 이동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오사카 쪽에 S급 포탈이 무려 2개나 있었고, 도쿄 쪽에도 A급 포탈이 상당수 있었다.
‘여기서 김수환 씨의 스킬 쿨타임이 돌 때까지 최대한 털어먹고, 다른 나라로 가자.’
중국이야 그렇다 쳐도, 일본에 대해 악감정은 딱히 없었다.
그래도 어쩌랴.
에픽 아이템이 눈앞에 있는데.
진원과 김수환은 토끼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포탈로 향했다.
“뭐야! 어떻게 저 안으로 들어간 거야! 멈추세요! 일반인은 접근하면 안 됩니다!”
“그곳은 이미 예약된 포탈입니다! 들어가면 안 됩니다!”
당연히 그 포탈은 몇 달 전부터 예약되어 있었고, 참가자 명단에는 피닉스 길드의 성기사, 송현성도 용병으로 참가하기로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