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90화 (190/200)

190. 승급 퀘스트-3

[530]

진원은 남은 몬스터들을 오직 묠니르만으로 처리해나갔다.

지칠 만도 했지만, 놈들의 단조로운 움직임 덕인지 숨조차 차지 않았다.

‘쿨타임 돌았다. 이걸로 끝이다!’

진원은 마구:블랙홀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재빠르게 뒤로 빠졌다.

“다 뒤져라!”

“크에에엑!”

스킬을 사용해 한곳에 뭉친 검은 그림자들을 향해 묠니르를 힘껏 던지길 세 차례.

띠링.

[전직 퀘스트, 제 2단계를 클리어했습니다. 도미네이터는 적의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압도적인 힘을 보유해야 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타이머가 나타났다.

10분.

그동안 휴식을 취하라는 건가?

“알아, 인마.”

진원은 포션을 연속으로 들이켜며 대답했다.

아는데, 10만은 좀 너무하지 않냐?

아무리 느리고 약한 놈들이라도 10만은 버거웠다.

에이션트 붐을 4번이나 쓰고 나서야 처리할 수 있었으니.

“후, 일단 그동안 포션 좀 마셔두자.”

1단계에 비해 2단계는 확실히 난이도가 높아졌다.

3단계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몇 단계까지 있는 거냐? 이쯤 했으면 된 거 아니야?”

진원은 남은 타이머의 시간을 확인하며 몸을 일으켰다.

직업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불편할 줄이야.

“키기이이익!”

“뭐야?”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소환수인 꼬마 임프가 눈앞에 서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덩치가 커진 상태로.

녀석은 한동안 포효하다가, 진원의 시선을 느끼고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키…키긱!”

“뭐냐. 난 또, 너랑 싸우라는 줄 알았네.”

“키긱!”

임프는 진원의 말에 재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그런 것이 아니라고 대답해왔다.

“주인님!”

그리고 잠시 후.

키가 커진 소환수, 마도사와 디멘션 워커까지 나타났다.

“뭔가 신기합니다. 여기서는 힘이 넘칩니다!”

작은 덩치를 가졌던 녀석들은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게 힘을 완전히 되찾은 소환수들이라는 건가.’

일단 이 녀석들과 싸우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녀석들과 함께 싸워라, 이 말인가?

띠링.

진원이 소환수들을 슥 훑어보며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직 퀘스트, 최종 단계를 시작합니다. 힘을 되찾은 소환수들과 함께 제노사이더를 처치하십시오.]

그리고 500미터 이상 떨어진 부근에서, 화염 기둥이 치솟더니 붉은 갑옷을 입은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친… 검은색이라고?”

놈의 이름 색을 확인한 진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환수들이 있다고 해도,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없다.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망할. 역시 안 되나.”

거기다 심연의 마누스까지 소환할 수 없다.

결국엔 자신을 포함해 임프와 마도사, 그리고 디멘션 워커만으로 녀석을 이겨야 한다는 말이다.

“나를 지배하고 싶다면, 어디 한번 증명해 봐라!”

제노사이더는 거대한 검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진원을 향해 포효했다.

그리고 지면에 검을 끌며 천천히 자신을 향해 걸어왔다.

화르륵!

진원은 녀석의 몸이 불길에 휩싸인 것을 보며, 소환수들에게 지시했다.

“얘들아, 포지션 잡아!”

“키긱!”

“예!”

“…….”

저놈은 확실히 위험하다.

자신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한 대라도 제대로 맞으면 끝이다.’

진원은 일부러 천천히 걸어오는 놈에게, 마구를 사용했다.

“이게 네놈의 공격인가?”

“아직 안 끝났어, 새끼야.”

이어서 칼날 폭풍까지 사용했지만,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별 효과가 없었다.

제노사이더는 실망했다는 말투로 말을 뱉으며, 몸을 낮췄다.

“얘들아! 준비해! 온다!”

놈에게 원거리 스킬은 통하지 않으니, 믿을 건 묠니르와 소환수들밖에 없다.

“한번 받아내 봐라!”

녀석은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검을 높게 치켜 올렸다.

“저놈의 공격은 최대한 피해라! 받아줄 생각하지 마!”

제노사이더는 대놓고 자신을 노려왔다.

“큭!”

역시 예상한 대로 놈의 힘은 엄청났다.

놈이 내려친 지면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움푹 파였다.

“망할 놈이.”

거기다 검과 몸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 때문인지, 빈틈이 보여도 섣불리 다가갈 수가 없었다.

쉬익! 쉭!

이어지는 제노사이더의 연격.

놈은 묵직한 검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큭! 마도사! 빙결계열 스킬 사용할 수 있냐!”

“맡겨주십시오, 주인님!”

“최대한 강한 걸로 갈겨!”

진원은 회피에만 집중하며 소환수의 스킬을 기다렸다.

그 사이, 다른 소환수들도 스킬을 준비하는지 뒤로 빠져 있었다.

‘여기선 이 녀석들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해.’

마지막 단계에서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낸 이유.

제노사이더를 이기기 위해서는, 녀석들의 힘이 필요했다.

“피하지만 말고 맞서 싸워라! 인간! 지배자가 될 녀석이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거냐!”

“네 말대로 해준다. 그러니까 소리 좀 작작 질러!”

더 이상 회피만 하기에는 버거움을 느낀 진원은, 묠니르를 고쳐 쥐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티잉! 팅!

“크하하하! 그래! 이거다! 이거라고!”

제노사이더는 진원의 공격을 막아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가 우습다 이거지.’

녀석은 분명히 방심하고 있다.

일부러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대로 계속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제노사이더가 두르고 있는 화염 때문에, HP가 실시간으로 계속 깎여나가고 있었다.

길어봐야 10분.

그 안에, 소환수들이 어떻게든 해줘야 할 텐데.

“이대로 시간을 끌려는 속셈인 것 같은데, 어림도 없다!”

한동안 공격을 주고받던 제노사이더가 지면을 박차며 거리를 벌렸다.

‘갑자기 뭐 하는 거야?’

겉보기에는 우직한 전사형 몬스터 같은데.

왜 굳이 멀리 떨어지는 거지?

진원의 그런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노사이드 커터.”

작게 중얼거린 제노사이더가 검을 든 양팔을 마구 휘저었다.

그러자 놈이 쥔 검에서 이글거리는 반월형의 검기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냐!”

엄청난 수에 경악한 진원은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키기이익!”

“임프! 야! 너 그러다 뒤져!”

갑작스럽게 자신의 앞을 막아선 임프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양팔을 넓게 벌렸다.

티잉! 팅!

“키긱! 킥!”

“아직 멀었다!”

제노사이더는 잠시의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검기를 날려댔다.

“마도사! 얼마나 남았냐!”

“준비… 됐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뒤편에서 스킬을 준비하던 소환수가 팔을 위로 들어 올렸다.

“블리자드 헤이즈!”

스스스.

녀석의 중얼거림과 함께, 푸른 빛을 띠는 안개가 제노사이더의 주변에 생성되기 시작했다.

“내가 멈출 것 같으냐!”

제노사이더는 그 현상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검기를 날려댔다.

“키긱!”

“힘들면 비켜! 나머지는 내가 버틴다!”

“키기긱!”

임프는 끝까지 자신에게 맡겨달라며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음? 이건…….”

화염이 감돌던 갑옷이 점점 얼어붙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제노사이더는 그제서야 공격을 멈췄다.

“크으윽! 내 힘이!”

마도사의 스킬이 제대로 먹혔는지, 놈은 지면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주인님!”

“그래!”

진원은 놈이 그로기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앞으로 내달렸다.

“크아아아!”

그 뒤로 스킬을 준비하고 있던 디멘션 워커가 거대화 한 채로 그의 뒤를 따랐다.

“봐주지 마라! 힘껏 갈겨!”

쿵! 쿵! 쿵!

순식간에 제노사이더에게 도달한 진원과 디멘션 워커는, 놈의 머리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죽어라! 죽어! 벌레 같은 놈아!”

뒤에서 마도사까지 마력탄을 발사하며 공격에 가담했다.

“으아아아아! 이대로 끝날 것 같으냐!”

한동안 공격을 허용한 제노사이더는, 괴성을 지르며 쥐고 있던 검을 지면에 힘껏 꽂았다.

“뒤로 빠져!”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진원은 소환수들과 뒤로 물러났다.

화르륵!

그와 동시에 놈의 몸 주위에서 화염으로 이루어진 충격파가 강하게 방출되었다.

“주, 주인님!”

“키…킥!”

“큭!”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에, 충격파의 데미지를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

띠링.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메시지와 함께 상태 이상에 빠졌다.

‘마비? 뭔 놈의 불꽃에 마비 효과가 있어?’

전사 같은 우직한 놈이 검기를 날려대다가, 갑자기 마비 효과가 있는 불을 뿜어내다니.

‘후, 조금씩 움직인다.’

다행히 레벨이 높은 탓인지, 손과 발 정도는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된다.’

제노사이더도 받은 피해가 큰지, 한동안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크으으… 귀찮은 짓을 하는구나.”

놈은 몸을 서서히 일으키며,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네놈이 지배자라면, 증명해 봐라.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 것이냐.”

귀찮은 소환수들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그리고 저 눈앞에 있는 인간도 마찬가지.

‘생각보다 강한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이 제노사이더를 지배하겠다고?

그것도 고작 인간이?

“조금만 기다려… 봐라. 넌 이제 나한테 뒤질 테니까.”

“…그 상태에서도 말을 할 수 있다니. 조금 놀랍군.”

제노사이더는 강력한 마비 상태임에도 조금씩 움찔거리는 진원을 보며, 걷는 속도를 올렸다.

‘저 인간은 뭔가 이상하다. 더 이상 시간을 주면 안 되겠어.’

현재 자신도 입은 피해가 크다.

이 이상 대미지가 누적된다면 패배하게 되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많이… 급한 것 같다?”

진원은 그런 놈의 상태를 보며, 덜덜 떨리는 손을 인벤토리로 천천히 가져갔다.

‘됐다, 꺼냈다.’

이제 마시기만 하면 된다.

“내가 그걸 가만히 놔둘 것 같으냐!”

진원이 희석된 엘릭서를 마시려 하자, 제노사이더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크악! 이건 또 뭐냐! 놔라!”

“주, 주인니임!”

그러자 뒤에 뻗어 있던 마도사가 놈의 발을 얼려, 움직임을 잠시 막았다.

“잘했다.”

진원은 덕분에 희석된 엘릭서를 조금씩 마실 수 있었고, 순식간에 마비 상태에서 빠져나왔다.

“넌 이제 뒤졌다.”

입가를 스윽 닦은 진원이 묠니르를 강하게 움켜쥐고, 놈을 향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티잉! 팅!

“크아아악!”

놈은 집중적으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아직 멀었다.”

이 정도로는 택도 없지.

생각보다 맷집이 좋은 것 같으니, 1시간 이상 두들겨 주마.

그렇게 생각한 진원이 다시 한번 묠니르를 치켜들었다.

“내, 내가 인간 따위에게 지다니!”

띠링.

[제노사이더가 플레이어 김진원에게 굴복하였습니다.]

한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던 제노사이더는, 메시지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쯧,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진원은 놈이 쓰러져 있던 자리를 보고 짧게 혀를 찼다.

‘아까 분명 저놈이 자신을 지배하려면 이겨보라고 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레전더리 직업으로 전직한다면, 저놈이 내 새로운 소환수라는 건가?

‘제노사이더라고 했지. 제대로 교육해야겠는데.’

어쨌든 놈은 상당히 강했다.

자신에게 페널티가 있었다고는 하나, 소환수들의 도움 없이는 이기기 어려웠던 상대였다.

띠링.

포션을 마시며 한숨 돌리던 사이, 퀘스트의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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