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89화 (189/200)

189. 승급 퀘스트-2

“…눈이 아플 정도로 새하얗네.”

아무것도 없는 백색 공간.

‘제대로 된 퀘스트가 맞긴 한 건가?’

진원은 눈을 찡그리며 가만히 메시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전직 퀘스트 - 도미네이터]

지배자가 되고 싶다면, 그 자질을 증명하라.

완료 조건: ???

제한시간: 10일

보상: 도미네이터로 전직(레전더리)

실패 시: ???

“도미네이터? 지배자?”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한 진원은 인상을 구겼다.

이번에는 상당히 불친절한 내용뿐이었다.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보상 옆에 레전더리라고 적혀 있으니, 계약 소환사의 상위 직업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띠링.

[직업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타이머의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그럴 줄 알았다.”

어느 정도의 페널티는 예상하고 있었다.

“붉은 늑대, 메시아.”

진원의 부름에도 두 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역시 이것도 페널티라 이건가.’

상점 스킬과 인벤토리가 멀쩡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전, 계약 소환사의 전직 퀘스트를 수행했을 때는 상점 기능이 잠겨 꽤 고생했었으니까.

‘아니면 그만큼 더럽게 어렵다는 건가?’

어찌 되었든 최대한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현재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진원은 묠니르를 손에 쥔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앞으로 계속 가보자.’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이 하얀 공간.

타이머의 시간을 확인하며, 걸어가길 1시간째.

스스스.

“후, 이제야 나왔네.”

눈앞에서 나타난 검은 연기가 한곳으로 뭉치더니, 몬스터의 형태로 변했다.

‘몬스터… 맞나?’

몬스터라기보단 인간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어어어어!”

순식간에 불어난 몬스터들.

놈들은 괴성을 지르며 진원에게 달려들었다.

“이놈들 되게 느리네.”

놈들이 다리를 질질 끌며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좀비와도 같았다.

진원은 와인드 업 한 뒤, 마구:블랙홀을 사용해 놈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흡!”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묠니르를 힘껏 던졌다.

푸쉬익!

[검은 그림자를 처치하였습니다!]

‘일단 MP는 아끼자.’

방금 한 방으로 절반 이상의 몬스터들이 사라졌다.

‘역시, 이놈들은 약해.’

한 마디로 말하자면 놈들은 잡몹이었다.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것만 빼면, 고블린보다도 약해 보였다.

놈들의 공격력이야 잘 모르겠지만, 워낙 이동 속도가 느렸다.

“빨리 끝내자. 그냥 내가 가줄게.”

진원은 묠니르를 쥔 채로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파워 키즈 태권도장.

고재원은 당분간 다른 사람에게 도장을 맡기기로 하고, 관장실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역시 뭔가 있다. 나도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되겠다.’

고재원은 지난번, 진원의 몸속에 들어 있는 ‘마의 근원’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고민에 빠졌었다.

‘제자 녀석이 나쁜 뜻을 품을 리가 없어. 내가 사람 보는 눈만큼은 확실하니까.’

그때 확인한 진원의 표정.

뭔가 충격적인 것을 확인했는지, 상당히 놀라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참가한 플레이어 이벤트.

스킬을 사용해 악마와 싸우게 되면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악마 놈은 확실히 강했지.’

뜻하지 않게 사람을 죽이게 된 이후로, 절대 던전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이해해 줬으면 한다. 조만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

그는 과거, 플레이어로 각성한 뒤 자신의 힘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유니크 직업을 얻게 되어 특수 효과로 젊음을 되찾았고, 웬만한 몬스터는 적수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 한 방이나 두 방이면 나가떨어졌으니까.

- 와, 할배 대박!

- 그냥 우리 이대로 길드나 만들어버려요!

- 껄껄, 길드는 무슨. 그렇게 돈에 욕심이 많아서야 쓰겠느냐.

그 힘에 반한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주위로 모여들었고, 1년 이상 고정파티를 맺어 함께 던전을 클리어해 나갔다.

- 크아아악!

- 할배! 이대로면 할배까지 당해! 그냥 우릴 죽여!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그러나 고재원은 그때 당시, 정신계열의 공격이 뭔지도 몰랐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거기다 무려 A급 던전의 보스에게 당한 스킬.

프리스트 계열 직업군을 데려가지 않았으며, 던전의 기본 공략법을 숙지하지 않은 자신의 실책이었다.

- 정말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거냐!

- 빨…리! 이러다가 할배까지 당하겠다고! 할배 정신계열에 저항할 수 있는 스킬 없잖아! 어서 죽여!

결국 그 날.

자신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은 모두 사망하게 되었고, 던전에는 두 번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내가 죽어서 지옥에 가면 마음껏 두들겨 패도 된다. 나도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인연을 끊고 살기 위해 아일랜드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김진원이라는 녀석에게 이끌리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녀석은 혼자서 뭔가를 짊어지고 있다.

스승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

“플레이어 카드는… 다시 발급받아야 하겠구나.”

잠시 감상에 잠긴 고재원은 머리를 몇 번 흔들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 * *

“허억! 이놈들 도대체 언제까지 나타나는 거냐!”

“그어어!”

진원은 2시간째 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몬스터들은 점점 빠른 속도로 생성되었다.

“경험치라도 주면 몰라.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냐고!”

던전처럼 몬스터를 처치하면 나오는 메시지가 출력되었지만, 경험치를 전혀 주지 않았다.

“다 뒤져!”

진원은 숨을 몰아쉬며 놈들을 향해 마구:칼날 폭풍을 사용했다.

“그어어억!”

“미치겠네.”

이제는 놈들이 없어지는 속도와 생겨나는 속도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이상 놈들을 상대해 주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끼이익.

그때, 어디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에 묻혔지만, 확실하다.

진원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고, 그곳에는 나무로 만든 듯한 문이 생성되어 있었다.

“비켜, 이 새끼들아!”

저 문이 언제까지 나타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진원은 순간 가속을 사용해, 문을 향해 내달렸다.

띠링.

[전직 퀘스트 제 1단계를 클리어했습니다.]

문을 닫고 다른 장소로 넘어오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1단계?”

그렇다는 말은, 아직 한참 남았다는 건가.

“그래도 이걸로 대강 알겠네.”

이곳에서 나타나는 놈들을 적당히 상대하면서, 조건을 충족시키면 된다는 말이잖아?

아직 골드도 많이 남았고, 포션 수백 개는 거뜬히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2단계는 뭐냐?”

진원은 풍경이 바뀐 주위를 살피며,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아까보다는 이게 확실히 낫네.’

눈부신 백색의 공간보다는, 차라리 어두운 편이 나았다.

[100,000]

“갑자기 뭐야?”

타이머 옆에 나타난 10만이라는 숫자.

드드드드.

그리고, 자신이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지면이 울렸다.

저 멀리서 보이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

이전, 1단계에서 자신이 상대했던 녀석들과 모습이 흡사했다.

‘10만이라, 저놈들을 그만큼 처리하라는 말이겠네.’

1단계에 팔만 휘적거리는 놈들과 비교한다면, 2단계의 몬스터들은 저마다 무기를 갖추고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말을 타고 있었다.

“10만이면… 여기서는 스킬을 아끼지 말아야겠는데.”

진원은 에이션트 붐을 사용해 자세를 취했다.

‘징글징글하네. 이거 한 번으로 반 정도는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적당히 대열의 중간에다가 던져 넣어버리고 싶었지만, 그전에 놈들이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이 훨씬 빨랐다.

“흡!”

전방을 향해 스킬을 사용하자,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좋아, 효과가 있다.”

현재 자신이 보유한 스킬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에이션트 붐.

저게 통하지 않으면,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크오아아아아!”

놈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두꺼운 갑옷들은 진원의 스킬을 막아낼 수 없었다.

[79,300]

진원은 급격하게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곧바로 와인드 업 했다.

‘스킬들을 최대한 퍼부어야 한다!’

자신의 레벨은 77인 상태이지만, 그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상당한 스텟을 투자한 지배력이 쓸모없어진 상태였기 때문.

“이럴 줄 알았으면 마력 먼저 올려둘걸!”

놈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갑옷은 마구를 맞아도 끄떡없이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61,230]

몬스터들이 자신에게 도달하기 전,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를 줄였다.

그러나 말이 절반이었지, 여전히 엄청난 수였다.

“마구는 안 통하고, 그렇다고 저놈들한테 들어가기는 너무 위험하고.”

그나마 묠니르는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는데, 저 많은 수를 처리하는 것은 무리였다.

철그럭. 철그럭.

“크오오!”

“우오오오!”

놈들은 붉은 안광을 빛내며 자신에게 다가왔다.

‘잠깐만. 이놈들…….’

생각보다 많이 느리잖아?

말을 타고 있던 놈들은 에이션트 붐에 다 쓸려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스킬의 쿨타임은 1시간…….’

이제 대략 58분 정도 남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의 공간.

딱히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답은 이거다!’

진원이 택한 행동은, 스킬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놈들에게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어?”

몬스터들은 진원이 도망칠 줄은 몰랐는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진원은 남은 스킬의 대기시간 동안 철저하게 도망만 다녔다.

놈들이 중간에 갑옷을 벗는다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후우, 늬들도 진짜 끈질기네. 이걸로 제발 다 뒤져라!”

한참 검은 그림자들에게서 도망치던 진원이 등을 돌려, 에이션트 붐을 사용했다.

[31,230]

이전에 비해 절반이 줄었지만, 여전히 3만이라는 숫자가 남았다.

“후, 안 된다. 한 번 더 줄여야 한다.”

진원은 표정을 구기며 다시 놈들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클리어 해야 되는 게임이 있다고 한다면, 만든 제작자의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1시간, 1시간만 지나면 늬들은 다 뒤졌다.”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마시며 순간 가속을 사용했다.

* * *

[5,030]

“5천.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크아아악!”

10만이었던 대군이 고작 스킬 네 번 만에 거의 사라졌다.

놈들도 자신에게 끌려다니기만 한 것이 분했는지, 화난 듯이 괴성을 질러댔다.

플레이어 이벤트로 얻은 스킬이 없었다면, 얼마나 고생했을지.

“한번 해보자, 이 새끼들아!”

진원이 묠니르를 힘껏 움켜쥐고, 검은 그림자들을 향해 돌진했다.

티잉! 팅!

놈들이 마구 스킬에 거의 영향이 없었던 대신, 물리 피해에 취약한지 한 번 휘두르면 수십 마리가 떨어져 나갔다.

‘느리다. 확실히 할 만해!’

검은 그림자들은 자신을 둘러싸려고 했지만, 그것을 가만히 기다려 줄 진원이 아니었다.

“흐읍!”

자신에게 뻗어오는 수많은 손길을 피해가며, 망치를 휘둘렀다.

휘익!

“눈 감고도 피하겠네.”

놈들은 검이나 모닝스타 같은 둔기로 자신의 머리를 노려왔지만, 느릿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성공시킬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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