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85화 (185/200)

185. 리벤지-5

“그냥 뒤져. 시간이 아깝다.”

진원은 실성한 듯 웃는 왕 레이의 머리를 힘껏 후려쳤다.

놈의 몸이 축 늘어진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소환수들을 향해 말했다.

“방금 도망간 여자애 찾아.”

“예!”

진원의 지시에 꼬마 마도사가 하늘 위로 올라갔다.

‘방금 스킬. 저건 위험하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거대한 레이저.

소환수 중 가장 강력한 심연의 마누스조차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지배력 스텟이 무려 200이었는데 말이다.

‘일단 저 여자애는 소환수들에게 맡겨놓고, 킹 길드 쪽으로 간다.’

생각보다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진원은 곧바로 킹 길드를 향해 내달렸다.

* * *

킹 길드의 고층건물.

조용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왕 첸의 눈앞에, 은발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망할. 벌써 들켰나?’

진원의 곁에 붙어 있던 소환수.

이렇게 빨리 자신을 찾아낼 줄이야.

“김진원 도와주러 안 가도 되겠어? 방금 엄청나던데.”

“…….”

메시아는 왕 첸의 말에 아무 대꾸 없이 달려들었다.

휘익!

“큭!”

왕 첸이 곧바로 다크볼을 꺼내 방어해가며, 왕 레이에게 연락했다.

- 왕 레이! 김진원은 잡아놓고 있는 거 맞아? 대답해!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당했나.’

분명히 메이 링의 스킬이 발동되는 것을 확인했었는데.

‘망할. 메이 링한테도 무전기를 넘겼어야 했다.’

왕 첸은 일이 점점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녀석이 자신만만하게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했을 때, 억지로라도 손에 쥐여 줬어야 했는데.

‘후, 둘 중에 하나라도 살아있으면 좋겠는데.’

비상시에 몸을 숨길 곳을 가르쳐 줬기야 하지만, 상대가 김진원이라면 금세 발각될 위치였다.

“큭! 귀찮아 죽겠네!”

왕 첸은 다크볼에 상당한 균열이 생긴 것을 확인하며, 스킬: 보이드 워킹을 사용했다.

스스스.

그러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뭐지?”

메시아가 감각을 끌어올려 기척을 잡아내려 했지만, 왕 첸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진원에게 혼날 거야.”

그녀는 곧바로 계단을 통해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쯧. 아까워 죽겠네.’

왕 첸은 스킬로 모습을 감춘 뒤, 구석진 곳으로 빠져 있었다.

보이드 워킹은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스킬이 곧바로 풀린다.

하지만 반대로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최대 30분 동안 은신 상태와 함께 무적효과를 주는 자신의 주력 스킬이었다.

‘앞으로 3번밖에 안 남았어.’

상당히 강력한 스킬인 만큼, 레벨 업을 할 때마다 단 1회만 사용 가능한 스킬이었다.

‘스킬 지속시간 동안 용액을 들고 날라야 한다.’

그리고 일단 은신처 쪽으로 들러서 메이 링이나 왕 레이가 살아있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타이밍이 너무 거지 같잖아!’

3일, 아니.

2일만 더 있었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아이템들이야 최대한 빼돌렸다고 했으니 괜찮고, 자금 쪽도 괜찮아. 용액만 잘 빼돌리면 그나마 괜찮을 거다.’

왕 첸은 순간 분노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애써 진정시키며 용액이 위치한 지하로 향했다.

* * *

“진원 씨! 오셨군요. 여기입니다.”

진원은 중간에 붉은 늑대의 보고를 받아, 바로 김수환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지하 3층.

무장한 병력들이 피를 쏟으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놈들은 도망갈 생각을 안 하네. 아니면 도망가고 남은 놈들이 이 정돈가?”

대충 눈으로 훑어도 200명은 넘을 것 같은 숫자.

“주군, 말씀하신 아이템을 찾은 것 같습니다.”

붉은 늑대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그래, 수고했다. 김수환 씨는 좀 쉬세요.”

“예… 그럼 5분만 쉬겠습니다.”

벽에 등을 기대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김수환은, 진원의 말에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여기는 뭐 전시장이야 뭐야?”

지하의 넓은 공간.

박물관처럼, 수많은 아이템이 유리 장식장 안에 들어있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비어 있는 것을 보면, 쓸만한 것들은 이미 빼돌린 것 같았다.

“이 새끼들 되게 빠르네. 남아 있는 것들이라도 전부 챙겨야지.”

간간이 유니크 아이템이 섞여 있었으니, 나름 괜찮은 수확일 것이다.

“김수환 씨, 여기서 아이템 전부 챙기고 나와주세요. 전 증거 확보 좀 하러 가겠습니다.”

“증거… 말입니까? 아, 말씀하신 그거 말이군요.”

진원은 김수환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최상층을 향해 움직였다.

메시아나 임프의 보고가 아직 없지만, 이연우가 알려준 정보가 있다.

당연히 놈을 믿지 않았기에, 임프나 메시아에게는 지하 쪽을 집중해서 수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상층이라. 일단 한번 속아는 줄게.’

솔직히 그런 물건을 대놓고 관리한다는 것 자체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한번 확인은 해 보기로 했다.

* * *

킹 길드의 최상층인 103층.

“진원… 미안해.”

이연우가 알려준 위치로 향하는 동안, 메시아가 왕 첸을 놓쳤다고 알렸다.

“괜찮아. 그놈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까.”

그녀는 갑자기 왕 첸의 모습이 사라졌는데, 기척조차 잡을 수 없었다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네가 못 잡아낼 정도면 나도 마찬가지야.”

“화 안 났어?”

“그래.”

메시아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옆에 붙었다.

‘어차피 왕 첸까지 처리해버리면 좋긴 한데. 잡기 힘들다는 것은 예상했으니까.’

무슨 직업과 스킬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치는 데는 탁월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감각을 가진 메시아의 감지를 피해갔으니까.

“이연우가 말한 곳이 여기네.”

두꺼운 철문으로 봉쇄된 장소.

진원은 중국어로 나오는 음성을 무시한 채, 묠니르를 사용해 문을 뚫었다.

“허, 뭐냐. 진짜야?”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유리병.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보라색 용액.

이연우가 말한 대로, 최상층에 있었을 줄이야.

“하나는 빼돌렸나? 이 새끼들이.”

벌써 들고 날랐다 이건가?

놈들의 대처가 생각보다 빨랐다.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좋은데.’

진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과 사진을 확보하던 사이.

‘키긱! 킥!’

임프에게서 보고가 왔다.

‘찾았냐?’

‘키긱! 킥!’

정확히는 자신이 말한 용액을 들고 나르는 인물을 발견했다는 보고였다.

‘잘했다. 그대로 안 들키게 끝까지 따라붙어.’

‘키기긱!’

뜻밖의 수확이었다.

중간에 놈을 붙잡는 것보다 이대로 끝까지 추적해 뿌리째로 뽑아버리는 것이 베스트였다.

“일단 샘플은 최대한 챙겨뒀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임프가 알아서 놈들의 은신처를 찾아내 줄 것이다.

“그럼 남은 건 보물찾기지.”

건물을 완전히 날려버리기 전에, 쓸만한 아이템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하야 어느 정도 찾았지만, 지상은 아니었으니까.

“메시아, 부탁할게.”

“응.”

그녀는 자신의 말에, 지하로 흩어진 피조물들을 다시 위쪽으로 돌렸다.

“왕 첸, 도망만 다니다가는 망한다.”

그동안 한국이 당한 만큼, 몇십 배로 불려서 돌려줄게.

* * *

킹 길드의 사장실.

그리고 그곳의 구석에 있는 거대한 금고 하나.

강제적으로 금고를 여니, 레전더리 아이템이 하나 튀어나왔다.

“크. 여기가 노다지였네.”

[아이템: 마사무네]

가품이 아닌, 진품이다.

종류: 무기

등급: 레전더리

공격력 +68

특수 효과 - 해방: 10분 동안 공격력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특수 효과.

그리고 레전더리 등급의 도.

붉은 늑대에게 주기로 하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찾을 만큼 찾았으니까 이제 가자.”

“응.”

메시아와 건물 밖으로 나가니, 김수환과 붉은 늑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원 씨, 다 끝나셨습니까?”

“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됩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김수환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무래도 현재 강대국인 중국을 건드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킹 길드의 건물까지 통째로 날려버리려니 긴장한 듯했다.

“괜찮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시치미 떼면 그만이니까요.”

이전, 한국의 군인들이 중상을 입었을 때, 중국 역시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흘려넘겼으니까.

“그럼 바로 스킬 사용하겠습니다.”

“예.”

진원은 김수환에게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했지만, 그 역시 킹 길드가 무너지는 것을 꼭 눈앞에서 보고 싶다고 말해왔다.

에이션트 붐을 사용해 생성된 작은 조약돌 하나.

진원을 그것을 손에 쥐고, 킹 길드를 향해 힘껏 던졌다.

그리고 잠시 후.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 발생했다.

킹 길드를 포함해 주위에 있던 고층 빌딩들이 단 한 순간에 전부 날아갔다.

“…정말 엄청나군요.”

눈을 제대로 못 뜰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지면을 뒤흔들었다.

김수환은 실눈을 뜨며 스킬의 엄청난 위력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마도사, 여자는 찾았냐?’

‘죄송합니다, 주인님! 도저히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일단 그만하고 돌아와.’

‘예!’

감지가 불가능한 은신이라.

이 이상 찾아도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해, 메이 링을 수색 중인 소환수를 다시 소환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키긱! 키긱!’

‘그래? 너도 일단 돌아와.’

때마침 임프도 놈들의 은신처를 찾아냈다고 보고해왔다.

증거 확보도 했겠다, 남은 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다.

“진원 씨, 스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럼 바로 가죠.”

진원은 김수환을 그림자 이동을 이용해 곧바로 한국으로 넘어갔다.

그날, 중국의 킹 길드는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지도상에서 없어지게 되었다.

* * *

[중국은 킹 길드 소속의 플레이어, 왕 첸의 만행을 눈감아준 것에 대해 깊은 사죄를 표합니다. 한국의 군인들을 포함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금전적으로나마 보상을 하고자 합니다.]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중국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정직하게 사과를 해왔다.

그럴 것이, 얼굴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한국의 플레이어, 김진원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원 씨, 제 속이 다 시원합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폭발 역시 김진원의 스킬인 것을 알아차린 손태욱이 껄껄 웃으며 커피를 쭉 들이켰다.

- 제가 했다고 말하세요. 괜찮습니다.

처음 진원 씨의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킹 길드와 주위의 건물을 날려버린 장본인이 바로 김진원 씨였다니.

그런데 그가 확보해온 증거 샘플과 영상, 그리고 사진들 덕분에 중국 정부는 진원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가 없었다.

‘뭐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김진원은 킹 길드를 혼자서 무너뜨린 플레이어다.

아무리 중국이라도 그를 건드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속으로 이를 빠득빠득 갈고 있겠지. 꼴 좋군.’

솔직히 진원 씨가 중국을 박살 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 필사적으로 뜯어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은 큰 피해를 입었고, 한국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남은 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

손태욱은 각 나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진원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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