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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184화 (184/200)

184. 리벤지-4

“크흐흐, 나도 알아. 그냥 한번 예의상 화내야 할 것 같아서. 사실 저놈들은 그냥 시간 끌기 용이거든.”

왕 레이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슥 훑어보며, 실실 웃어댔다.

“그리고 너네들도 시간끌기용이고?”

“재밌네.”

서로의 시선이 오가는 도중, 메이 링이 빨리 끝내자며 손을 위로 치켜 올렸다.

“야, 야! 미쳤냐? 이곳을 다 박살 내려고?”

“응? 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왕 레이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낚아채 제지했다.

“당연히 안 되지! 형님 길드라고! 안에 비싼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럼 어쩔 수 없네. 오빠, 밖으로 나가자.”

말을 마친 메이 링이 먼저 진원을 지나치며 밖으로 향했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네.’

진원은 일단 놈들의 말을 따라주기로 했다.

무슨 스킬을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킹 길드가 무너지는 것은 곤란했다.

‘증거 확보만 됐어도 이놈들 바로 보내버리는 건데.’

이번에는 어리다고 봐주지 않기로 결심하며, 왕 레이의 뒤를 따라갔다.

“이쯤이면 되겠다. 여기서 해.”

길드 건물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지점.

메이 링은 말을 마치고, 진원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뭐냐?”

“오빠, 그냥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냥 내 거 할래?”

메이 링은 아쉬운 듯한 말투로 입맛을 다셨다.

“지랄을 해라, 지랄을.”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어리다고 봐줄 생각 없다. 잘 생각해라. 지금이라면 도망쳐도 그냥 봐줄게.”

“크으! 박력 봐!”

“메이 링! 이제 진지하게 스킬 준비해!”

“알았어.”

왕 레이가 과장된 몸짓을 하는 메이 링에게 주의를 주자, 녀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이건가.’

진원은 그사이, 인벤토리에서 백과사전을 꺼내 놈들에게 사용했다.

[메이 링]

- 설명: 직업을 포기한 대신, 강력한 단일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 하늘에서 폭격을 퍼붓는 스킬을 사용한다.

- 공략 포인트: 시전자가 지정한 지점에 폭격을 퍼붓는다. 준비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전에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레벨: 61

[왕 레이]

- 설명: 유니크 직업, 무브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전투능력도 있으며, 유틸 능력이 높다.

- 공략 포인트: 대상을 강제적으로 이동시키는 스킬을 사용한다. 되도록 멀리서 응전하는 것이 좋다.

- 레벨: 62

“뭐야. 저 오빠 우릴 훔쳐보는데? 왕 레이! 저거 봐! 레전더리 아이템이다!”

“죽이고 다 가져가면 되니까 스킬에만 집중해.”

놈들은 자신들이 가진 수를 들켰음에도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상관없다. 어차피 알아도 못 피해.’

그리고 김진원, 네놈은 여기서 죽을 테니까.

왕 레이가 이렇게 강한 확신을 가진 이유는, 메이 링에게 있다.

그녀는 스킬이 하나밖에 없는 특이 케이스의 플레이어다.

‘그리고 그 스킬이 매우 강력하지. 무려 고정 대미지니까.’

메이 링이 가진 스킬, 워 제네시스.

지정한 위치에 붉은 빛을 띠는 레이저를 쏘는데, 상대의 레벨과 장비한 아이템에 상관없이 고정 대미지 700의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메이 링은 당연히 스킬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워 제네시스의 레벨만 엄청나게 올렸다.

‘이 스킬 연계를 당하고 살아남은 놈은 없었지. 솔직히 김진원, 네놈은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만 본다면 워 제네시스가 말도 안 되는 사기 스킬인 것 같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메이 링이 스킬을 준비하는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는 점.

그리고 눈으로 보고 충분히 피할 수준의 레이저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스킬이라도 맞추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주는 게 나다.’

왕 레이가 진원에게 스킬을 사용하려 팔을 내뻗었지만, 당연히 그대로 당해줄 리가 없었다.

“내가 그걸 그냥 보고만 있을 것 같냐?”

진원은 소환수들을 내보내, 메이 링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저놈 두 명이 스킬 연계를 하면 귀찮아지니까, 최대한 빨리 끝낸다!’

소환의 방에서 나온 꼬마 마도사와 디멘션 워커가 메이 링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드르르르륵!

“죽어라!”

“…….”

지배력 200의 영향 때문인지, 훨씬 크기가 커진 마력탄이 메이 링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그 뒤에서 함께 원거리 공격을 날리는 디멘션 워커.

“왕 레이! 막아줘!”

“걱정마라, 헙!”

왕 레이는 강제 이동 스킬을 사용해, 메이 링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전부 다른 방향으로 바꿨다.

“주, 주인님? 공격이 전혀 안 통합니다!”

“괜찮으니까 그냥 계속 갈겨!”

“예! 알겠습니다!”

“디멘션 워커! 스킬 사용해!”

끄덕.

[꼬마 디멘션 워커가 뒤틀린 차원: 메가모프를 사용합니다. MP를 600 소모합니다.]

진원의 지시에, 거대화한 소환수가 메이 링을 향해 돌진했다.

‘이것도 한번 막아봐라.’

그리고 자신은 왕 레이를 향해 마구:칼날 폭풍을 사용했다.

전방으로 달려드는 진원의 소환수.

그리고 빗발치는 마력탄과 단검들.

“큭!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메이 링!”

왕 레이는 양손을 이용해 그 많은 공격을 다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그러나 그것이 부담이 되는지, 이를 악물며 메이 링을 닦달했다.

“거의 다 됐어! 너도 준비해!”

됐다.

준비하라는 말이 나오면, 저 녀석은 5초 이내로 스킬을 사용한다.

‘후.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김진원.

눈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그 힘을 느껴보니 말도 안 되게 강했다.

‘괜히 입을 놀렸다. 도대체 저놈은 레벨이 몇이지?’

놈이 에픽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까지 예상해, 자신들도 미리 영약들은 복용해 둔 상태다.

그것도 왕 첸 형님이 상당히 아끼는 비싼 영약들을 세 개씩이나 먹었다.

평소보다 세 배는 강할 것인데… 왜 이렇게 버겁지?

‘일단 메이 링의 스킬을 보고, 그래도 놈이 멀쩡하면 도망친다.’

그렇게 판단한 뒤, 왕 레이는 진원을 대상으로 지정해 스킬: 무브 포인트를 사용했다.

100미터 범위 안에 있는 대상을 강제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스킬.

“큭!”

진원은 자신을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발생하자, 저항하려고 몸에 힘을 넣어보았지만 대항할 수가 없었다.

“이건 안 되겠네. 마누스! 나와서 막아!”

진원은 하늘에서 쏘아져내리는 레이저를 보고, 곧바로 마누스를 소환했다.

스스스.

“그걸 막겠다고? 고정 대미지거든?”

메이 링은 마누스를 보며 몸을 살짝 떨었지만,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진원을 쳐다보았다.

스스스스.

마누스는 메이 링의 말을 신경 쓰지도 않고, 검은 기운을 끌어올려 원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래 봤자 안 되거든?”

콰아아아!

메이 링의 말이 끝나자마자, 붉은 레이저가 진원을 향해 쏟아졌다.

“!”

마누스는 힘이 통하지 않자,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아 진원의 앞에서 공격을 대신 맞았다.

“어? …쟤 뭐야…….”

2초 간격으로 쏟아진 세 줄기의 레이저.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즉사하고도 남았을 대미지였다.

아무리 못해도 2100의 HP는 깎였을 테니까.

그리고 당연히 플레이어가 소환한 소환수는 그보다 약하다.

그런데 저 기분 나쁜 소환수는, 공격을 버텨내고, 지긋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 도대체 뭐야! 이익!”

“안 돼! 메이 링! 그냥 도망쳐야 한다고! 큭!”

왕 레이는 이를 악물며 스킬을 연속해서 사용하려는 메이링을 보며,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크으… 내 MP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저 녀석이 아무리 많이 발사해봐야 8발이 한계다.’

왕 첸 형님의 당부.

김진원에게 공격이 먹히지 않으면, 그 즉시 아이템을 사용해 도주할 것.

저 세 발의 스킬을 견뎌낸 시점에서, 자신들은 이미 도망치고 있어야 했다.

“메이 링!”

“죽어어어!”

왕 레이가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메이 링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연달아 스킬을 퍼부었다.

‘이래서 어린애는 안 된다! 망할!’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왕 레이는 진원을 고정시키고 있는 스킬을 해제하고, 재빠르게 메이 링을 향해 뛰었다.

“아, 왜! 앞으로 세 발이면 확실히 끝낼 수 있어!”

“세 발이고 뭐고, 안 된다. 절대로 못 이겨. 너 여기서 죽고 싶어?”

왕 레이는 품에서 왕 첸이 넘겨준 아이템, 도깨비 감투를 꺼냈다.

50분 동안 완전한 은신 상태의 효과를 주는 아이템.

그리고 감지 스킬에 면역이라는 사기적인 추가옵션까지.

‘후. 하나밖에 없지만, 이건 저 녀석한테 씌워야겠지.’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지는 일회성 아이템.

형님도 이건 정말 위험할 때만 사용하라고 했을 정도로 비싼 레전더리 아이템이었다.

“지금부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도망쳐! 둘다 뒤지기 싫으면!”

“…….”

메이 링은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자, 그제서야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도망치게 놔둘 것 같아? 마누스!”

끄덕.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마누스가, 팔을 위로 치켜올렸다.

띠링.

[심연의 마누스가 부패의 균열을 사용합니다. HP와 MP를 500 소모합니다.]

마누스는 신체에 손상을 입었는지, 몸의 이곳저곳이 갈라져 있었다.

“…….”

녀석의 얼굴을 보니, 웬지 모르게 화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은신이냐? 그런 게 통할 것 같아?”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메이 링.

진원은 녀석들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마구:블랙홀을 사용했다.

촤악! 촥!

“크아악! 망할!”

지면을 뚫고 사납게 전진하는 가시들.

그 속도는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진원이 뒤로 던진 블랙홀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크으… 너라도 살아라!”

왕 레이는 남은 모든 MP를 사용해 은신 상태의 메이 링을 마구:블랙홀에서 빼냈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최대한 멀리 도망쳐라!”

끄덕.

메이 링은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인 뒤, 해당 장소에서 멀어졌다.

‘흐윽… 죽기 싫어…….’

지금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왕 레이와의 스킬 연계가 통하지 않은 상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세계 랭크 8위를 처리할 때도, 아주 손쉽게 처리했었다.

‘이번에도 쉬울 줄 알았는데…….’

잘못 건드려도 단단히 잘못 건드렸다.

‘그 두 명이 없는데 이렇게 강해? 진짜 소환사 맞아? 스킬이 도대체 몇 개야?’

김진원의 주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은발의 여자아이와 사무라이.

당연히 그 두 명이 없으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일, 일단 왕 첸 오빠가 지정한 장소로 도망쳐야 해.’

메이 링은 왕 레이가 있는 방향을 한번 바라보고, 이를 악물고 내달렸다.

“끄아아아아악!”

“여자애 어디 갔냐?”

그 사이 왕 레이는 부패의 균열에 당해, 다리를 잃게 되었다.

진원은 놈이 고통스럽게 소리 지르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같이 있던 메이 링을 찾으려 했다.

“크, 크하하! 절대로 못 찾을 거다. 감지 스킬에도 안 잡히는 은신이거든.”

“그걸 네가 사는 데 안 쓴 것은 칭찬해준다.”

빠악!

“끄아아악!”

“방금 도망간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불어.”

“내가 가르쳐 줄 것 같아?”

놈은 묠니르에 팔 하나가 아작 났지만, 그게 대수냐는 듯 웃으며 대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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