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82화 (182/200)

182. 리벤지-2

“진원 씨.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중국으로 향한 뒤 24시간 동안은 그림자 이동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네, 그래서 일단 이걸 쓰세요.”

진원은 상점 창을 열어 아이템을 구매한 뒤, 김수환에게 넘겨주었다.

[아이템: 버니버니 가면]

힘을 숨기고 싶은 플레이어들의 필수 아이템.

종류: 장신구

등급: 유니크

효과: 마력을 위장합니다. 인식저해 효과가 추가로 발생합니다.

가격: 150골드

남은 대여 기간: 3일

“이것은… 신기하게 생긴 아이템이군요.”

흰색 바탕의 우스꽝스러운 토끼 가면.

이것을 착용하고 거리를 다닐 생각을 하니 살짝 거부감이 올라왔지만, 진원을 위해서 감내하기로 했다.

“그런데… 진원 씨. 대여 기간이라니, 아이템에 이런 옵션도 있는 겁니까?”

“아, 그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좀 특별한 아이템이라서요.”

“그렇군요.”

김수환은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면을 착용했다.

‘상점에 검색기능이라도 좀 넣어 놓지. 일일이 찾으려니 시간이 너무 걸리네.’

상점 레벨이 올라가 아이템들의 질과 양이 많아진 만큼, 가격도 비싸졌다.

그 와중에 특정 아이템들은 ‘대여’라는 기능으로 훨씬 싸게 빌릴 수 있었다.

그 기능도 얼마 전에 알게 된 거였지만.

‘미리 봐둔 게 몇 개 더 있긴 한데. 좀 아슬아슬하네.’

남은 골드는 기껏해야 500골드 남짓.

이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한동안 던전만 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르르.

잠시 후, 토끼 가면을 쓴 진원과 김수환이 그림자 밑으로 사라졌다.

* * *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실.

“사하라 사막? 거기는 또 어떻게 가신 거지? 그리고 지금은 중국이라고? 도대체 뭐지?”

손태욱은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왕 첸의 킹 길드. 그 주변 400미터 내에 있는 것들은 전부 날릴 거니까 일반인들의 대피유도를 부탁한다니.’

너무나도 갑작스럽다.

그리고 갑자기 킹 길드를 없애버리겠다니, 이 무슨…….

아무리 진원 씨가 강해도 그렇지, 그 거대한 길드를 하루아침에?

“후우,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해온 부탁.

솔직히 협회장의 권한으로, 그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김진원의 목표였다.

‘보복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는 하는데…….’

그거야 그의 말대로 킹 길드를 깔끔하게 없애버린다면야 상관없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사하라 사막에서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

[현재 조사 중… 폭발 반경은 최소 400미터 이상.]

“…흠, 설마 아니겠지?”

손태욱은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인 다음 중국의 플레이어 협회로 연락을 취했다.

* * *

중국의 호화로운 호텔 근처.

지면 위로 토끼 가면을 쓴 남성 두 명이 나타났다.

진원은 킹 길드의 건물에서 약 10킬로 떨어진 위치에 자리를 잡을 생각이었다.

“이 근처에서 잠시 대기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진원은 곧바로 붉은 늑대와 메시아를 킹 길드의 주변으로 보냈다.

‘진원, 이 근처에는 괜찮은 것 같아.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아.’

20분 뒤.

자신이 미리 부탁한 대로, 메시아와 붉은 늑대가 근처를 정찰하고 돌아왔다.

그녀가 말하길, 자신이 지목한 건물의 주변은 상당한 인원수의 플레이어가 배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놈이 실제로 대비하고 있는지, 아니면 원래 경비가 빡센 건지는 모르겠네. 어쨌든 수고했다.’

‘응, 그리고 강해 보이는 애들이 몇 명 있어. 조심해야 해.’

진원은 일단 이대로 근처에 방을 잡아 계획을 세워보기로 하고,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

움찔.

직원들이 토끼 가면을 쓴 남성들을 보고 순간 흠칫했지만, 본래 가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하자 별말 없이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편한 대로 쉬셔도 됩니다. 그런데 킹 길드 근처에 플레이어들이 많다고 하니, 되도록 외출은 자제해 주세요.”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수환은 방 안에 들어와 가면을 벗어놓자마자,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고 말하며 침대에 누워 뻗었다.

‘스킬을 연속으로 쓰는 것이 버겁나 보네. 일단 여유시간은 꽤 남았으니까, 그동안 상점 아이템 목록 좀 정리하자.’

진원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손태욱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 * *

킹 길드의 응접실.

30명 이상은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방 안에서, 메이 링이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 심심해. 왕 레이, 심심한데 나가서 놀면 안 될까?”

“참아, 왕 첸 형님이 오랜만에 부탁해 오셨잖아. 끝나고 실컷 놀면 되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그 김진원이라는 한국인이 여기 올지 안 올지 어떻게 알아!”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차분하게 독서를 즐기고 있던 왕 레이.

그는 바닥에 누워 어린애처럼 떼쓰는 메이 링을 보며, 읽던 책을 덮었다.

“형님이 저렇게 경계하시는 건 나도 처음 봐. 그리고 생각보다 감이란 게 날카로우시거든.”

김진원이 비행기를 타고 넘어온 흔적은 아직까지는 없다.

한국에서 배를 타고 여기까지?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형님이 공항이란 공항에 전부 병력들을 배치해 놓는 거로도 모자라, 근처 항구에까지 플레이어들을 보내다니.

‘흠, 김진원이 그렇게 강한 놈인가? 놈의 직업은 소환사 계열이니 이동 스킬은 당연히 없겠고.’

왕 레이가 혼자서 생각에 잠기려는 사이, 여전히 시끄럽게 빽빽대는 메이 링을 보며 인상을 썼다.

‘정신이 없어, 정신이.’

그리고 뭔가 없나 싶어 주위를 살피는 도중.

‘빙고.’

벽걸이 TV 근처에 놓여 있는 게임기를 하나 발견했다.

“이거라도 하면서 시간 때우고 있어.”

능숙하게 N텐도W를 설치해 전원을 넣자, 경쾌한 음악과 함께 게임화면이 나타났다.

“…….”

메이 링은 화면을 보며 잠시 관심을 가지는가 싶더니.

“이미 했던 거야! 여기 있는 건 예전에 다 했다고!”

다시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댔다.

‘하… 저 녀석이 나랑 스킬 상성이 잘 맞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진작에 대판 싸우고 갈라졌을 거다.

왕 레이는 조금만 참으라며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독서에 집중했다.

* * *

그 뒤로 10시간이 지난 중국의 호텔 안.

- 진원 씨. 해당 내용을 중국 측에 전했지만 제 말을 안 들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아마 킹 길드 쪽에서 가볍게 무시하라고 할 것 같군요.

‘역시 안 되나.’

메시지를 확인한 진원은 곧바로 상점 창을 열어, 아이템을 구매했다.

‘5개까지 살 수 있네. 지금 나한테 필요한 아이템이다.’

[아이템: 거짓말쟁이 경보기]

상상 이상으로 소리가 크다. 그리고 날렵하다.

종류: 기타

등급: 유니크

효과: 지정한 말을 뱉으며 시끄럽게 돌아다닙니다. 파괴될 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가격: 100골드

솔직히 중국에게 당한 것들을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피해에 휩쓸릴 것을 생각하니, 뭔가 찜찜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고, 많게는 수천 명이 휘말릴 수 있었으니까.

투툭.

“응? 진원 씨, 그건 뭡니까?”

잠에서 깨어난 김수환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아이템 보며, 궁금한지 질문해왔다.

소방서에서 볼 법한 경보기 형태에, 다리가 두 개 달린… 로봇인가?

“중국인들의 어그로를 끌 물건이죠. 꽤 비싸요. 이거.”

진원은 5개의 경보기를 인벤토리에 넣고, 김수환에게 부탁할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말했듯이, 위험해지면 스킬 아끼지 말고 써서 도망가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에게 부탁한 일.

붉은 늑대와 함께 킹 길드 내부에 잠입해, 돈이 될 만한 아이템들을 모조리 쓸어오는 것.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길드인 만큼, 놈들이 숨겨둔 아이템들은 분명히 많을 것이다.

“맡겨주십시오, 진원 씨. 꼭 도움이 되겠습니다.”

방금 부탁은 아무리 진원이 세계 랭크 1위라 하더라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탁이었다.

하지만 김수환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저 긴장 하나 없는 얼굴. 그리고 단순히 대상을 박살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수면을 취하는 동안, 나름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실제로 킹 길드를 진원 씨가 없애버린다 하더라도, 그 누가 항의를 할 수 있을까?’

단신으로 길드를 무너뜨려 버린 진원 씨에게?

그리고 중국은 그동안 주위에 적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은 확실하다.

“그럼 가볼까요. 아, 그리고 가져오신 아이템의 절반은 김수환 씨에게 드릴게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수진이 대학까지 보내려면 돈 많이 모아두셔야죠.”

그동안 진원에게 받은 것들이 많아, 이번 일은 딱히 보수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절반이나 자신에게 준다니!

“최대한 많이 긁어오겠습니다.”

“네, 부탁할게요.”

진원은 김수환의 열정적인 표정을 보며, 피식 웃었다.

* * *

새벽 2시경.

진원과 김수환은 버니버니가면을 다시 얼굴에 쓰고, 킹 길드의 근처까지 이동했다.

중간에 택시기사가 수상하다는 눈으로 힐끔 쳐다보았지만, 역시나 돈의 힘으로 간단하게 무마시켰다.

‘역시나 경비가 엄청나네.’

새벽이 되니 건물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들의 수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나 있었다.

‘일단 목표는 이 근처에 남은 사람들을 내보내는 것.’

그리고 자신이 앞에서 주의를 최대한 끄는 사이, 김수환과 붉은 늑대, 그리고 소환수들이 길드 안으로 잠입하는 것.

“여기서 붉은 늑대의 신호에 맞춰서 같이 움직여주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원은 경보기를 5개 꺼내, 발밑에 두고 한꺼번에 사용했다.

- 왜에에에엥!

- 포탈이 열렸다! 거대한 포탈이 열렸다!

-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 다들 멀리 도망쳐라!

- 죽기 싫으면 당장 건물 밖으로 나가라!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기계음들.

경보기들은 날렵하게 거리를 뛰어다니며, 진원이 설정한 문구를 내뱉었다.

“저건 또 뭐야?”

“던전 브레이크라고?”

“혹시 모르니까 나가자! 야! 진짜로 던전 브레이크면 어떡하려고! 뒤지기 싫으면 나가!”

건물 안에서 야근을 하고 있던 중국인들이 하나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대피했다.

‘오케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네.’

바가지를 긁는 듯한 기계음.

확실히 어그로 끄는 것에는 쓸모가 많을 듯한 아이템이네.

진원은 킹 길드 근처의 건물들에서 중국인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앞으로 나섰다.

“어이, 너! 뭐야!”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

“그 상태로 움직이지 마라!”

“밖에 저것들은 네놈이 한 짓이냐!”

킹 길드 입구로 다가가자, 경비를 서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다.

새벽 시간대에 토끼 가면을 쓴 인간이 길드 앞을 서성이면, 당연히 의심받기 좋았다.

‘아이템인가? 아니면 진짜 총인가?’

당연히 중국어를 알아들을 리가 없던 진원은, 대충 분위기를 읽고 두 손을 높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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