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80화 (180/200)

180. 새 길드원-2

“튼튼아! 그냥 버티기만 해!”

힘을 되찾은 메시아의 스킬은 당연히 한층 더 강력해져 있었다.

튼튼이의 몸체에 구멍이 뚫렸지만, 손하윤은 이미 그럴 것을 예상하고 추가적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메시아, 스킬은 이제 사용하지 마. 안 봐줘도 되니까.’

‘그렇게 할게.’

진원의 지시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메시아가 지면을 박차고 튼튼이와의 거리를 좁혔다.

덜덜덜.

“튼튼아, 한 번만 더 막아줘!”

손상을 수리하는 자가복구 스킬로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하지만, 워낙 피해가 컸다.

타앙! 파앙!

메시아가 단순하게 휘두른 주먹질 두 번에, 튼튼이는 기능을 잃고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

‘됐어! 이 정도면 시간을 꽤 끌었어!’

방금 이것으로 30초 가까이 버텼다.

나머지 30초는 회피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뾰족아! 부스트! 최대한 도망치기만 해!’

그녀의 지시에,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RC카가 강렬한 엔진음을 내뿜으며 수련실 안을 넓게 돌기 시작했다.

‘이제 20초만 더 버텨!’

그동안 레벨을 올린 성과는 확실히 있었다.

메시아가 빠르게 따라붙었지만, 그때마다 RC카는 재빠르게 방향을 바꿔가며 그녀를 떼어놓으려고 했다.

“…성가셔.”

안 그래도 기동성이 주된 능력인 뾰족이는, 손하윤이 추가로 사용한 스킬 덕분에 공격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15초도 안 남았어!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된다!’

스킬을 연달아 쓴 반동 때문인지, 이제 자신도 MP가 얼마 남지 않았다.

기껏 해봐야 스킬 한 번을 사용할 정도.

“…이걸 쓸래.”

메시아는 생각보다 민첩한 뾰족이를 슥 쳐다보고,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훈련 용품들은 집어 들었다.

훈련용 인형에게서 떨어져 나간 파편들이나, 그 외 자잘한 것들.

‘…쟤가 저런 것도 할 수 있었나? 나를 따라 하는 건가?’

조용히 손하윤과 메시아를 지켜보던 진원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손하윤이 이전에 비해 확실히 능력이 좋아졌다는 것과 메시아가 자신을 따라 와인드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자세가 꽤… 그럴 듯한데.’

자신이 투구하는 자세를 그대로 따라 한 듯한 움직임.

메시아는 그대로 파편들을 움직이는 뾰족이에게 하나씩 던졌다.

휘익!

안 그래도 완력이 강한 그녀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힘을 되찾았으니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뾰족아!”

손하윤이 아이언 바디를 사용하기 전에, 작은 파편은 RC카의 몸체를 뚫고 지나갔다.

기이이이익!

괴상한 소음을 내던 RC카가 힘을 잃었는지 본래의 크기로 돌아갔다.

“아… 1초, 1초 남았는데!”

타이머를 쳐다본 손하윤이, 아깝다는 듯이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동안 엄청 노력했는데…….”

1분도 제대로 못 버텨내다니.

“흐윽…….”

“어… 혀, 형?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진지한 표정으로 손하윤을 지켜보던 최은식이, 갑자기 소리 내어 우는 그녀를 보고 당황했다.

‘형이 그렇게 봐주지도 않은 것 같은데.’

솔직히 자신보고 저렇게 버티라고 해도, 1분을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메시아의 공격이 거셌다.

‘근데 저 정도면 타이거 길드나 피닉스 길드에서는 서로 모셔가려고 할 텐데?’

왜 굳이 우리 길드에 오려고 하는 거지?

그거야 형이 대단하기는 한데, 길드 인원수 자체가 적기도 하고.

형은 요즘 혼자서 던전을 다니니까 같이 공략할 일도 없을 텐데.

‘어… 일단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 볼까.’

그래도 양심이 있지.

저 정도 능력에 유니크 직업이면, 우리 길드로 들어오기에는 충분하다.

안 그래도 1명을 추가로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그렇게 판단을 내린 최은식이 진원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형, 제 생각에는 손하윤을 길드에 들이는 게…….”

툭툭.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진원이 최은식의 어깨를 가볍게 쳐주고 손하윤에게로 향했다.

“얌마, 왜 그렇게 서럽게 우냐. 괜히 메시아가 이상하게 쳐다보잖아.”

“그래도요! 5초라도 남기고 안 됐으면 몰라, 하필이면 1초를 못 버텨서! 너무 분해요!”

진원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우리 길드 들어와도, 돈 많이 못 줘. 그래도 괜찮아?”

“…네?”

그 말에, 눈물을 닦던 손하윤이 멈칫하며 진원을 쳐다보았다.

“메시아한테 59초나 버텼으면 충분히 잘했다. 난 솔직히 10초도 못 버틸 줄 알았거든.”

“그럼 진짜 저 받아주시는 거예요?”

“그래.”

“거짓말 아니죠?”

“아니라니까.”

재차 몇 번씩 물어가며 확답을 받아낸 손하윤이 고맙다고 대답하며, 진원을 껴안으려는 듯이 달려들었다.

“안 돼!”

그가 피하기도 전에, 메시아가 중간에 끼어들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뭐 어때서! 이제 같은 길드원인데!”

“방금 진원을 껴안으려고 했어!”

“그냥 가볍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괜찮아.

이젠 나도 길드원이니까,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그녀는 아쉽다는 듯이 물러나며 탱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엘리트 길드에 가입하게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저는 부사장을 맡고 있는 최은식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혹시 협회장님이 여기 길드에 와도 괜찮다고 하셨나요?”

“아… 할아버지요? 말은 안 했는데, 괜찮을 거예요. 오빠를 워낙 마음에 들어 하셔서.”

최은식의 걱정스러운 말에, 손하윤이 신경 쓰지 말라며 웃었다.

‘좋아, 빨리 계약서를 써야겠어!’

최은식은 머릿속으로 엘리트 길드가 대형길드로 성장하는 상상을 하며, 계약서를 쓰자며 손하윤을 길드 건물로 데리고 갔다.

“그럼 나도 바로 준비해 볼까.”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마의 근원의 동화율을 올리고 싶었지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김수환 씨한테 도움을 좀 받아야겠네.’

* * *

미국의 플레이어 협회.

“…발렌타인 님을 데리고 갔는데도 실패했다고?”

보고서를 받아 내용을 확인한 미국의 대통령, 미놀드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발렌타인은 세계적으로 단 한 명밖에 없는 타입의 플레이어다.

레전더리 직업을 가진 것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직업 등급을 올려주는 스킬.

‘솔직히 그녀 역량으로 김진원을 데려오고도 남을 줄 알았다.’

클래스 어퍼와 함께, 그녀의 미래를 읽는 스킬로 김진원에게 조금씩 미끼를 던지면 반드시 물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발렌타인을 한국으로 보낸 거였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중간부터 발렌타인 님이 나가시라고 하셔서…….”

“대화는?”

“그, 그것이. 듣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셔서…….”

“후우…….”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두드리던 미놀드는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설명이나 해보라고 말했다.

“그… 발렌타인 님께서, 자신의 스킬로는 김진원의 등급을 올릴 수 없다고 말하셨습니다.”

“뭐라고? 그럼 잠재력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미놀드의 말에, 경호원은 고개를 한번 저었다.

“오히려 너무 넘쳐서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그게… 정말이냐?”

“확실합니다. 제가 분위기를 틈타 질문해 보았습니다.”

감당이 안 된다라.

물론 세계 랭크 2위의 브랜든을 가볍게 제압한 것으로 봐선, 실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그런데 레전더리 직업을 가진 발렌타인도 김진원을 감당할 수가 없다니.

“후우, 계획이 틀어지게 생겼군. 아직 시간은 10년이나 남아 있다. 서서히 접촉하는 방식으로 방법을 바꿔야겠다.”

미놀드는 경호원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한 뒤, 혼자서 생각에 잠겼다.

‘큭! 가능하면 그녀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당사자는 돌아오자마자 피곤하다며 틀어박혀 버렸으니.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이대로 기다려야 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발렌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으니까.

“흠, 쓸만한 레전더리 아이템부터 구해봐야겠어.”

* * *

서울의 한 아파트.

“아빠! 나 학교 쉬어야 해? 나 이제 안 아픈데…….”

몸이 완전히 나아, 토요일까지 학교를 가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는 김수환의 딸 김수진.

“아빠가 급하게 도와줄 사람이 생겨서 그래.”

“진원 오빠야?”

“그래.”

“알았어. 그럼 집에 있을래. 대신 산책은 가도 되지?”

한동안 김수환의 품에 매달려, 떼를 쓰던 수진이는 진원 오빠라는 말이 나오자 순순히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우리 딸 말 잘 듣네.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으면, 아빠가 올 때 선물 사 올게.”

김수환은 그런 딸이 기특한지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 아픈 거 낫게 해준 오빠니까, 그 오빠도 아프면 꼭 도와줘야 해. 나도 도와줄까?”

진원이 아픈 줄 착각한 수진이가 방으로 달려가더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왔다.

김수환은 그 모습이 재밌는지, 오랜만에 소리 내며 웃었다.

“역시 우리 딸밖에 없네. 진원 오빠는 아픈 게 아니니까 괜찮아. 곧 할머니 오실 거니까 조금만 참아. 알았지? 그리고 아빠 없을 때 뭐라고 했지?”

“어… 식당 할머니 말고 낯선 사람들은 절대 문 열어주지 말라고 했어!”

“똑똑하네, 우리 딸. 그럼 아빠 빨리 갔다 올게.”

김수환이 현관에서 손을 흔들며 딸에게 인사를 한 후, 간단한 짐을 챙겨 문을 나섰다.

‘김진원 씨가 도와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몇 번이든 도와줄 수 있다.’

빚에 허덕이며 허름한 원룸에서 생활하던 자신의 삶은 바뀌었다.

이렇게 아파트를 구해 건강해진 딸과 살게 된 것도, 전부 김진원 씨 덕분이다.

거기다 애초에 위험하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얼마 전 갱신한 그의 랭크가 1위라니.’

그것도 놀라웠지만, 김진원은 3번째로 강제참가한 이벤트에서도 엄청난 힘을 보여주었다.

이쯤 되니, 그가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난 그림자이동만 사용해주면 된다고 했으니, 문제없겠지.’

김수환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진원이 지정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인적이 드문 한 공사장.

진원은 스마트폰의 지도 어플을 이용해 사막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냥 사람이 아예 없는 곳으로 하는 게 낫겠지.”

그가 사막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사막의 정보를 찾은 이유는 바로, 에이션트 붐의 스킬 범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고정 피해량이 1퍼센트씩 늘잖아. 뭐 이딴 스킬이 다 있냐?”

남은 스킬 포인트를 전부 투자한 에이션트 붐의 레벨은 7.

소모 값도 없는 스킬인데, 대상의 HP를 절반 가까이 깎아버리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강한 놈이라도 이거 제대로 맞히고, 피를 조금만 더 깎아서 마누스의 잠식을 먹이면…….”

바로 즉사.

거의 개사기 콤보 수준 아닌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던 사이 김수환이 멀리서 걸어왔다.

“김진원 씨, 먼저 와 계셨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별로 안 기다렸습니다.”

진원이 김수환을 부른 이유는 바로, 그가 가진 스킬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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