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76화 (176/200)

176. 진실-1

“짜짠! 사실 내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보상이나 내놔.”

“쳇. 이럴 때는 억지로라도 웃어 줘야 되는 거야.”

진원의 냉정한 반응에, 천사 인형이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팔을 한번 휘적거렸다.

띠링.

[스페셜 레벨 상승권을 3개 획득하였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이 새끼, 진짜 나중에 죽일 거다.”

“우와, 너무너무 무섭다.”

그리고 메시지와 동시에, 포탈은 진원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흐음, 생각보다 김진원의 성장이 빠른데? 역시 세라핌 님은 저 인간을 선택하려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잠시 중얼거리던 인형의 모습도 잠시 후, 사라졌다.

* * *

“형!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잖아요!”

“야, 너 괜찮아? 너만 계속 안 돌아오길래 괜히 찜찜했어.”

“제자야!”

진원이 엘리트 길드의 사무실로 돌아오자, 심각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던 일행들이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아, 그냥 추가 보상 받느라 그랬다.”

“뭐? 너만 또? 뭘 받았는데?”

“스킬 1개.”

“뭐야? 또 뭔데?”

보상이라는 말에, 내용물이 궁금한 신혜진이 집요하게 달라 붙어왔다.

기여도 4위인 자신에게는 고작 레벨 상승권 2개를 줬다.

과연 1위를 한 저놈에게는, 어떤 대단한 아이템을 줬을지 흥미가 솟아났다.

띠링.

“아, 잠깐만. 어디 갈 데가 생겨서. 갔다 와서 말해줄게.”

진원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허공으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형? 갑자기 사라졌는데요?”

“…얘 또 어디 갔냐? 설마 또 퀘스트하러 간 거 아니야?”

신혜진이 진원이 서 있던 장소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진짜로 퀘스트를 하러 갔다면, 김진원.

저놈은 그냥 미친놈으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의 인간이다.

“에, 에이. 설마요. 형이 제일 고생했는데, 그래도 좀 쉬셔야 하지 않을까요?”

이서훈이 그럴 리가 없다며 대답해왔지만, 다른 일행들은 진원이 또 레벨을 올리러 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단 다들 보상 뭐 받았는지 같이 확인해요.”

신혜진이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는 순간.

“그, 그것보다 사장님이 이벤트에 참가하시던 사이, 이쪽에서도 이상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것 좀 보십쇼!”

한동안 멍한 듯이 대화를 듣던 이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혜진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었다.

“…이게 뭐예요?”

“어? 이거 플레이어 이벤트 아니에요? 이걸 어떻게 구하신 거예요?”

화면을 확인한 그녀와 일행들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졌다.

실시간 검색어, 유투브, 그리고 SNS 등에는 플레이어 이벤트의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후우, 사장님은 제가 말씀드리기도 전에 또 어딘가로 가 버리셔서… 이벤트가 시작되자마자, 허공에 영상이 출력되더군요.”

이시현은 그동안 이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 * *

[생각보다 빨리 보게 되는구나, 인간.]

“그래. 그리고 방금 전에, 천사 인형을 만나고 왔다. 이것도 관계가 있는 거겠지?”

[그렇다.]

진원은 바알의 몸에 꽂혀 있는 주삿바늘의 개수가 확연히 많아진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녀석의 눈을 보면… 마치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지금이 너에게 모든 것을 알려줄 최적의 순간이다. 가까이 와라.]

바알은 왕좌에 앉은 채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진원이 그에게 다가가는 사이.

“허튼짓하면 베겠다.”

“진원을 건드리지 마.”

붉은 늑대와 메시아, 그리고 소환수들까지 나타나 바알을 경계했다.

[좋은 수하들을 두었군. 더 가까이 오거라, 인간.]

“후, 이게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제대로 안 알려주면 죽여버릴지도 몰라.”

[괴팍한 성격이군. 말보다는 보여주는 것이 빠르겠지.]

바알은 굵은 주삿바늘이 꽂힌 손을 들어 올려, 천천히 진원의 머리에 얹었다.

[걱정 말거라. 해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그리고 극도로 경계하는 진원의 소환수들을 슥 쳐다보고, 다시 그의 머리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부터 너에게 보여주는 것은, 모두 진실이다.]

스스스스.

그의 손으로 짙은 마기가 피어올라, 순식간에 진원을 감쌌다.

“진원!”

“허튼짓을 하면 베겠다고 했을 텐데!”

메시아와 붉은 늑대의 위협에도, 바알은 흔들리지 않고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 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작업은 섬세하고 복잡하다. 나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네놈들의 주군이 위험해진다. 뒤로 물러나라.]

바알의 말에 딱 한 발자국씩 물러난 소환수들.

그는 다시 남은 힘을 배분해, 진원의 머리로 자신이 겪었던 장면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 * *

“이건 또 뭐냐?”

순식간에 자신의 주위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그리고 몸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무중력 상태에 있는 느낌?

바알이 또 헛짓거리를 하나 싶어 묠니르를 꺼내려 한 순간.

촤악!

진원의 눈앞에서 거대한 화면이 나타났다.

- 내 소멸이 얼마나 남았지?

- 앞으로 80년 정도 남으셨습니다, 세라핌 님.

아무것도 없는 백색의 공간.

그곳에는 거대한 네 쌍의 가진 천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흔히 소설에서나 나오는 엘프와 흡사한 외모와 중성적인 목소리.

- 더는 기다려 드릴 수 없습니다. 다음 세라핌을 지정해 주십시오.

- 소멸을 피할 방법은 정말로 없는 건가?

- 그렇습니다. 그동안 역할을 다 하셨으니, 다음 세라핌이 당신의 힘을 이어받을 것입니다.

- 알았다. 조만간 정하지. 이곳에서 나가.

- 알겠습니다.

화면에서 나오는 세라핌이라는 천사는,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른 천사들은 그것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었다.

그런데 세라핌은 명백히, 몸을 조금씩 떨며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

“저게 세라핌이라고?”

진원은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들에게 몰입하기 시작했다.

- 무슨…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저건 또 뭐야?”

잠시 후, 장면이 전환되고 나타난 것은 대학살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 당신은 지금, 세라핌이라는 위치에 있으면서 심각한 규율을…….

파삭! 파사삭!

- 나를 용서해라.

마치 스파크가 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천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세라핌은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천사들의 힘을 흡수했다.

- 내가 다른 천사들의 힘을 아무리 흡수해도, 소멸을 완전히 피할 순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강인한 생명체를 키워내겠다. 내 힘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생명체를.

스스스스.

다시 한번 장면이 전환되고, 거대하게 자란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세라핌이 나타났다.

- 생명체가 사는 행성에 괴수들을 떨어트린다. 그리고 그들에게 힘을 줘라. 그 이후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꿀럭. 꿀럭.

기괴하게 뒤틀린 형태로, 꿈틀거리는 것은 세라핌이 대부분의 힘을 소진해 만든 위그드라실이었다.

본래의 위그드라실은 아름답고 성스러운 분위기까지 느껴지는 나무의 형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천사로서 하지 말아야 될 일을 모두 저지른 세라핌의 위그드라실은, 마치 SF영화에 나오는 괴생명체를 보는 듯했다.

“저게 진짜냐? 그럼 모든 원인이 저 새끼라는 말이야? 겨우 저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는 거냐?”

진원이 깊은 분노를 느끼며 몸에 힘을 넣는 사이, 어둠이 걷히고 원래의 장소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이상은 내 힘이 과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말로 전해주지. 방금 내가 네놈에게 보여준 것은 모두 사실이다. 내 이름을 걸고 말할 수 있다.]

바알은 차갑게 가라앉은 진원의 눈을 응시하며, 그 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라핌의 제안에, 상당 수의 악마들이 놈에게 넘어갔다. 아마 어딘가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겠지.]

“비축? 뭐 하려고?”

[자신이 선택한 생명체를 제외하고, 모든 생명체를 지울 생각이기 때문이다.]

“미친 새끼가!”

콰앙!

진원은 묠니르를 지면에 힘껏 후려쳤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바알이 앉아 있던 왕좌까지 흔들렸다.

“모든 생명체를 다 죽여?”

거기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상 현상.

포탈과 몬스터.

그리고 직업, 아이템, 상태 창.

이 모든 것이 저 세라핌이라는 놈이 주도한 일이었다니.

“그렇다면 내가 저놈을 죽이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냐?”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씨앗은 뿌려졌고, 뿌리를 깊이 박았기 때문이다.]

“또라이 새끼…….”

그동안 개처럼 구르고, 미친 듯이 고생하며 레벨을 올리고 강해진 것들.

그 모두가 저놈의 의도대로였다는 건가?

“저놈이 저렇게 만들었다면… 대항할 방법은 있는 거냐?”

[정확히는, 위그드라실이 그렇게 만들었지. 그리고 나에게는 시간이 없지만, 너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바알은 세라핌이 이 계획을 실행하기까지 최소 1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대답해왔다.

[하지만 놈을 처치하기 가장 쉬운 것은 앞으로 100일 뒤다. 그 날이 놈이 가장 취약할 것이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거냐?”

[나는 과거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바알은 대답과 함께 허공에서 손을 휘휘 저었다.

[한 가지가 아니다. 원한다면, 수천, 수만 가지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지.]

바알의 능력은 서열 1위의 악마답게 말도 안 되게 강력했다.

과거를 포함해, 앞으로 미리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

놈의 능력을 듣고 나니, 뭔가 퍼즐 조각이 하나둘씩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궁금한 것도 많고, 잘 믿기지도 않은데 넌 왜 나를 도와주는 거냐?”

여전히 놈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신뢰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놈은 서열 1위의 악마.

어떤 꿍꿍이를 품고 있을지 몰랐다.

[내 동생이 죽었다. 세라핌의 제안을 거절하니 그렇게 되더군. 그리고 세라핌은 나에게 보란 듯이 내 동생의 심장으로 아이템을 만들었다.]

이어지는 바알의 말을 듣자, 진원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카리나의 심장…….”

[그래.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네놈에게 줘야 했다. 그래야 세라핌을 소멸시킬 수 있으니까.]

이어지는 바알의 설명.

소름 돋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조각들.

이것이 전부 저놈이 의도한 것들이었다니.

“그런데 왜 나야? 다른 강한 놈들도 많을 텐데, 왜 나지?”

자신은 어쩌다 운이 좋아서 상점 스킬을 얻게 되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출발점이 한참 뒤에 있는 나를 선택한 이유가 도대체 뭐지?

[단 하나였다.]

진원의 물음에, 바알이 손가락 한 개를 들어 보였다.

[내가 본 8만 9천 개의 미래에서 세라핌이 소멸하는 미래는 단 하나다. 그리고 네가 그 열쇠다. 이 능력을 남발하는 바람에, 지금의 몸이 되었지.]

말을 마친 바알은 왕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를 죽이고, 레벨을 올리고, 마의 근원을 얻어 네놈의 몸에 넣어라. 나머지는 인간, 네가 하기에 달려 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운명이 말이다.]

그리고 몸에 꽂혀 있는 주삿바늘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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