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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174화 (174/200)

174. 이벤트: 괴수의 무덤-6

“키에에에!”

두 번째로 소환한 괴수.

소모하는 정수가 많아진 만큼, 녀석의 덩치도 확실히 커진 느낌이 들었다.

“이놈이 움직이기 전에 바로 간다!”

“그래! 이걸로 끝내자!”

“네, 형!”

띠링.

[공용스킬, 차원문을 사용합니다.]

진원은 괴수가 움직일 기미가 보이자, 곧바로 스킬을 사용해 장소를 지정했다.

밑쪽 라인의 마지막 탑.

그곳만 밀면, 그대로 핵까지 일직선이다.

‘너희들도 바로 내가 있는 위치로 와.’

‘분부대로.’

‘알았어.’

라인에서 경험치를 먹고 있는 붉은 늑대와 메시아에게 미리 지시를 보내던 사이.

스스스.

발밑에서 타원형의 차원문이 나타나 진원과 일행들을 집어삼켰다.

* * *

“뭐, 뭐야?”

“키에에에!”

한순간에 탑 앞에서 인간들과 괴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제파르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이봐! 빨리 불러내, 빨리!”

그리고는 지체 없이 몸을 마는 괴수를 보며, 기지 쪽으로 시선을 돌려 재촉했다.

“너희들 갑자기 왜 그래? 여기 탑의 공성 능력을 잊었어?”

제파르는 박쥐 같은 날개를 크게 파닥이며 괴수가 있는 지점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시에 탑에서 발사된 붉은 레이저가 괴수를 노렸다.

“일할 시간이군.”

그때, 싸움꾼이 재빠르게 붕대를 풀며 앞으로 나섰다.

녀석이 만든 방패 형태의 붕대는 겉보기에는 상당히 초라해 보였지만, 레이저를 확실하게 흡수하고 있었다.

“역시 이놈이 정답이었네. 그대로 들이받아 버려!”

“키에에에!”

진원의 명령을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괴수가 사납게 울부짖으며 포탑을 향해 뛰어올랐다.

“뭐, 뭐 저런 게 다 있어? 너희들은 안 도와주고 뭐 하는 거야! 이러다 우리 다 죽는다고!”

제파르가 허무하게 부서진 마지막 탑을 보며, 뒤편에 빠져있던 악마들에게 닦달했다.

“이제 곧 나오신다. 예를 차려야 한다.”

“이 기운은… 확실하다. 바싸고 님이다.”

그럼에도 악마들은 붉은 마법진 앞에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췄다.

‘인간 주제에 바싸고를 불러냈다고? 그 서열 3위의 미친놈을?’

다른 악마라면 모르겠지만, 바싸고라면 다르다.

제파르 역시 다른 악마들의 말에 재빠르게 핵 근처로 날아갔다.

‘후우. 복종하고, 굴복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누구든지 바로 죽여대는 녀석이 걸리다니.’

괴수와 인간 측이 핵을 부수러 다가와도, 어쩔 수 없었다.

뒤늦게 도착한 제파르는 아예 넙죽 엎드렸다.

“조금만 더, 크아악!”

이연우는 당장이라도 머리가 터질 정도의 고통이 찾아와도, 이를 악물며 어떻게든 버텼다.

“정말로 인간이 바싸고를 불러내는가…….”

“인간, 네놈의 능력은 인정해주지.”

그를 벌레처럼 여겼던 악마들이 이연우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악마의 세계에서는 힘이 전부고, 서열이 전부다.

특히나 1위부터 3위까지의 악마들은 태생부터가 다르다.

그들만이 다룰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대로 끝낸다! 메시아!”

“맡겨줘!”

진원은 이연우를 발견하고 순간 멈칫했지만, 핵의 파괴가 우선이었다.

‘그 다음에 네놈 대가리를 깨주지.’

띠링.

[메시아가 다크 붐을 사용합니다.]

“이대로 끝내버려!”

진원과 일행들이 무방비하게 있는 악마들을 향해 스킬을 퍼붓던 사이, 메시아가 허공을 응시하며 스킬을 준비했다.

스스스.

하늘에는 검은 알맹이들이 조금씩 모이며, 크기를 키워 나갔다.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대신,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스킬.

“막아라!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조금만!”

“키헤헤! 바싸고 님이 나오신다!”

다른 악마들은 어떻게든 마법진을 사수하려고 온몸을 다해 공격을 방어했다.

“아오! 이놈들 왜 이렇게 끈질겨!”

“제자야, 내가 악마 놈들을 끌고 가면 끝내도록 하거라. 연속해서 두 번은 상당히 무리가 가지만, 어쩔 수 없지.”

고재원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패왕의 영역을 사용하려 했을 때.

쿠우우웅!

갑작스럽게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했다.

“키에에에!”

“미안해, 진원! 지금은 무리야!”

HP가 순식간에 깎여나갈 수준의 강력한 충격에, 괴수의 몸이 터져버렸다.

스킬을 준비하던 메시아도 다크 붐을 취소하고 진원의 옆으로 붙었다.

“이연우 이 새끼! 헛짓하지 말고 곱게 뒤져!”

“야! 일단 뒤로 빠지자! 괴수도 없고 HP가 많이 깎였어!”

신혜진이 앞으로 전진하려는 진원을 말리며, 일단 정비하자고 말했다.

“큭!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전부 제 안으로 들어와요!”

선두에서 방패를 들고 버티던 최은식은 스킬: 보호구역을 사용했다.

일정 범위 안의 아군들이 피해 면역이 되는 대신, 자신에게는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 스킬이었다.

“은식아! 무리하지 마라!”

“형! 저도 강해졌습니다! 한번 믿어주세요!”

최은식은 이를 악물며, 하체에 최대한 힘을 실어 충격의 여파를 견뎌냈다.

“끄으윽!”

[보호 구역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30초 동안 피해 면역 효과가 적용됩니다.]

‘이게 이놈 스킬인가? 대단한데.’

진원은 녀석의 의외로 터프한 모습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와. 피해 면역이래요, 형.”

“꽤 쓸만하네.”

다른 일행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는지, 작은 감탄사를 뱉었다.

‘이연우, 이 새끼가 왜 저쪽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잘됐네.’

네가 악마를 소환해 봤자지, 라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킨 순간.

콰득! 콰드득!

“끄아아아!”

어느새 마법진에서 나타난 악마가, 다른 악마 하나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뭐냐?”

“뒤로 최대한 빠져! 아니, 그냥 기지로 가 있어!”

진원은 놈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에, 일행들을 빠르게 뒤로 물렸다.

“너 혼자서 괜찮겠어?”

“걱정 말고 빨리 가!”

“제자야, 그럼 맡기겠다.”

일행들도 그 강대한 마력과 위압감을 느꼈는지, 순순히 기지로 귀환했다.

“흐음, 여기는 신기한 곳이다. 이놈들을 전부 먹고 힘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놈은 이벤트 맵의 영향으로 다른 악마들을 건드릴 수 없게 되자, 입가를 스윽 닦으며 진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다른 인간들은 딱히 관심이 없어서 살려줬다. 나는 미식가거든.”

놈은 자신이 서열 3위의 악마, 바싸고라고 소개를 한 뒤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3미터가 넘는 신장에 온몸이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는 놈의 몸.

오직 눈동자만 검게 물들어 있었다.

“뭐하자는 거냐?”

“음식에 대한 예의다. 네놈은 내가 지금껏 만나온 인간들 중, 최상급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바싸고는 말을 마치고, 전투를 준비하는 진원을 보며 진하게 웃었다.

진원이 도대체 뭐 하는 놈인가 싶어 탐색전을 해보려고 한 순간.

“끝났군.”

바싸고가 손을 털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동자에 빛이 서서히 없어져 가는 진원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주지, 인간.’

자신이 서열 3위가 될 수 있게 한 능력, 죽음의 손아귀.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특수한 마기를 대상의 내부에 주입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능력.

이곳에서는 기껏해야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본인이 죽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죽지.’

그리고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해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잠깐. 이건… 인간! 네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냐!”

천천히 진원과 거리를 좁히던 바싸고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난 동시에,

띠링.

[기괴한 시계의 효과가 사용됩니다.]

진원이 몸 안에 품고 있던 아이템이 발동했다.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 주는 시계는, 진원의 내부를 장악하고 있던 마기를 깔끔하게 빨아들였다.

“내, 내 마기가 전부 흡수당한다고? 이건 말도 안 된다!”

바싸고가 재빠르게 다른 악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목을 잡아 뜯으려 했다.

하지만 나타나는 메시지에 행동이 제한되자, 다급한 표정으로 진원에게 돌진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머리통을 뽑아야겠다.”

“미친놈이. 누가 뽑혀준대?”

그 사이 정신을 차린 진원이 묠니르로 바싸고의 머리통을 세게 갈겼다.

빠악!

“크아악!”

“메시아!”

“알았어!”

놈이 고통에 잠시 주춤한 사이, 다른 악마들을 상대하고 있던 메시아에게 다크 바인드를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스스스스.

그녀의 발밑에서 검은 그림자가 줄기처럼 뻗어 나와, 바싸고의 몸을 강하게 옭아맸다.

“이건 또 뭐냐!”

스킬의 지속 시간은 10초.

놈이 다크 바인드에 완전히 적중당한 이상, 그 시간 동안은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

“그대로 강한 스킬 갈겨버려!”

“알았어!”

바싸고는 이를 악물며 검은 줄기들을 잡아 뜯으려 시도했지만, 별 효과가 없자 성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으아아아아아!”

“시끄러워, 미친놈아!”

진원은 그런 놈에게 다가가, 묠니르로 머리를 연속해서 내려찍기 시작했다.

빠악! 빡! 빠악!

“크아아아! 이 내가! 서열 3위의 악마가 이런 추태를 용납할 것 같으냐!”

“닥치고 그냥 뒤져!”

“으아아아!”

머리에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

저 인간이 가진 힘은 자신의 상상을 초월했다.

‘마기! 내 마기만 흡수당하지 않았어도!’

본래 저 인간의 몸 내부를 파괴하고,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와야 할 마기가 깔끔하게 사라지다니!

‘무슨… 무슨 방법이 없는 건가. 내가 이대로 죽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자신은 확실히 죽게 된다.

특히나 저 허공에 생성된 거대한 검.

저것을 맞으면 확실하게 죽는다.

“네놈들! 빨리 막아! 나를 도와서 막아라! 죽고 싶지 않으면 나를 도우란 말이다!”

“쿠헤헤헤! 내가? 당신을? 왜?”

부에르는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지, 태평하게 지면에 누운 채로 바싸고를 응시했다.

“이미 네놈은 끝났어. 그대로 죽어라. 그리고 내가 네놈의 힘을 흡수하는 거지! 쿠헤헤!”

“이봐! 저 칼을 찬 인간 놈 좀 어떻게 해 봐!”

붉은 늑대를 상대하던 다른 악마들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부에르는 가볍게 코웃음 치며 무시했다.

“진원! 준비 끝났어!”

“그대로 이놈한테 꽂아버려!”

“알았어!”

잠시 후 완성된 메시아의 스킬, 다크 소드.

허공에 떠 있던 거대한 크기의 검이 그녀의 손짓과 함께 수직으로 하강했다.

빠악! 퍼억!

“끄아아아!”

“진원! 뒤로 빠져!”

“그래.”

그 순간까지도 진원에게 두들겨 맞던 바싸고는, 다크 소드에 몸이 꿰뚫려 죽음을 맞이했다.

서열 3위의 악마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이벤트 맵의 팀 레벨의 영향과 함께, 소환된 악마 자체의 불완전성 때문이었다.

‘후, 기괴한 시계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진원은 바싸고의 시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초감각을 가진 메시아조차 놈의 마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알이 설명했던 대로의 효과인 것 같네.’

진원은 아이템의 사기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붉은 늑대와 교전 중인 악마들을 향해 와인드업했다.

이제 이벤트를 끝내야 할 때다.

“니들은 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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