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71화 (171/200)

171. 이벤트: 괴수의 무덤-3

꿀렁. 꿀렁.

순식간에 크기를 키운 알이 핵 밖으로 빠져나왔다.

“크에에에!”

그리고 알에서 부화한 괴수가 하늘을 보며 힘껏 울부짖었다.

갑각류를 연상하게 하는 등 껍질과 겉에 촘촘하게 박힌 가시들.

그리고 탱크와 비슷한 수준의 덩치.

“저거, 우리를 공격하는 건 아니겠지?”

신혜진은 서서히 앞으로 이동하는 괴수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편이야. 빨리 따라붙자.”

“으으… 여기는 징그러운 것들밖에 없는 거야?”

“껄껄, 신기하게 생긴 벌레구나. 우리도 따라가자꾸나.”

* * *

같은 시각.

“망할! 벌써 인간 쪽은 괴수를 소환했잖아! 빨리 막으러 가야 한다고!”

제파르는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핵 근처에 누워 있는 악마에게 다가갔다.

서열 10위의 악마, 부에르.

놈은 뚱뚱한 체격과 함께, 뭐든지 귀찮아하고 태평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악마 녀석이 말이다.

“인간들인데 뭐, 어때. 조금 있다가 움직여도 될 거야.”

“그러다가 진다고! 여기는 이벤트 맵이라니까? 저쪽은 곧 있으면 레벨이 6이 된다고!”

“너는 걱정이 너무 많단 말이야.”

제파르의 닦달에, 부에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저 인간은 뭐길래 우리보고 피를 달래?”

부에르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남성을 가리켰다.

“아, 듣기로는 악마를 불러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데. 우리의 피가 필요하다나 뭐라나.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어.”

“우리가 저놈을 죽이고 힘을 얻는 게 낫지 않아?”

“같은 편은 못 건드리게 되어있더라고.”

부에르의 말은 들은 플레이어, 이연우가 몸을 흠칫 떨었다.

‘큭! 악마들이 있는 곳에 오게 될 줄이야.’

이벤트가 시작되자마자, 악마들이 자신을 죽이려 달려 들었다.

같은 팀은 공격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미 저놈들한테 먹혔겠지.’

하지만 이것은 기회다.

악마 술사인 자신에게 있어, 이만큼 환경이 좋은 곳은 있을 수 없었다.

‘김진원. 놈의 직업 스킬이 봉인된 2일, 무조건 그 사이에 결판을 내야 한다!’

그의 괴물 같은 힘.

이곳의 악마들에게 김진원은 상당히 위험한 인간이라고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김진원은 특히나 위험한 존재입니다! 당신들의 피가 있다면 강력한 악마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이연우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기지를 빠져나가는 악마들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인간인 네놈한테 피를 준다라? 하!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여겨라!”

당연히 악마들이 손쉽게 자신들의 피를 내어줄 리가 없었다.

악마들은 이연우에게 경험치나 챙기라고 말하고, 괴수를 막기 위해 기지 밖으로 나갔다.

‘병신들. 대가리가 빈 놈들밖에 없군.’

이연우는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밑쪽의 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키에에에!”

“은식아! 최대한 괴수를 보호해!”

“네! 맡겨주세요!”

“스승님은 저랑 앞으로 나가죠.”

“알겠다.”

괴수가 중앙 라인을 일직선으로 기어가던 중, 악마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네 놈이라. 나머지 한 놈은 어디 있지?’

어쨌든 이것으로 위쪽과 밑쪽의 라인은 비었다.

이대로 중앙에서 시간만 끌어도 우리 쪽이 이득일 터.

“야! 너는 최대한 나한테 붙어 있어. 얘가 겁도 없이 뭐 하는 거야?”

신혜진이 앞으로 걸어가려는 이서훈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뒤에서 스킬이나 사용해야겠어요.”

이서훈이 시야를 확보하던 사이.

빠악! 파학!

진원과 파티원들은 악마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흡!”

진원이 와인드업해 화속성의 마구를 날리던 사이, 고재원이 날렵하게 부에르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오? 조그만 인간 치고는 꽤나… 꾸엑!”

“네 녀석은 악마 주제에 움직임이 둔하구나.”

복부를 가격당한 부에르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배를 움켜쥐었다.

“부에르 님! 으윽!”

악마들 역시 이벤트 맵의 영향으로 스텟이 상당히 내려가 있는지, 기본 스킬인 마구에도 허우적댔다.

퍼억! 퍼!

“뒤로 물러나! 일단 라인으로 가야 해! 팀 레벨을 따라잡아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

한쪽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지자, 불리함을 깨달은 제파르가 물러나자고 다급하게 외쳤다.

“저기 괴수는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물러나면 저놈이…….”

“그건 나한테 맡겨둬.”

서열이 낮은 한 마리의 악마가 우물쭈물대던 사이, 부에르가 입을 크게 오므리며 앞으로 나섰다.

“다들 뒤로 빠져!”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진원이 일행들과 함께 뒤로 물러나던 찰나.

푸우우!

놈의 입에서 누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키에에에!”

그 연기를 뒤집어쓴 괴수의 몸이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꾸르륵!

괴수는 부에르가 뿜어내는 연기에 신경 쓰지 않고, 탑 앞에서 둥글게 몸을 말았다.

“응? 뭐야. 멀쩡하잖아?”

부에르는 자신이 사용한 부식의 숨결에도 멀쩡한 괴수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팀 레벨이 낮아서 그런 거야! 그냥 뒤로 빠져!”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악마들이 재빠르게 기지 쪽으로 물러났다.

쿠웅!

그때 몸을 만 괴수가 공중으로 튀어 올라 탑을 가격했는데,

“와, 한 방 만에 두 번째 포탑이 부서지는데요?”

녀석의 몸통박치기 단 한 번에 튼튼함을 자랑하던 포탑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키에에!”

부에르의 스킬때문인지, 그 직후 몸이 갈라지며 사라졌지만.

“이걸로 레벨 차이를 확 벌렸다. 이번엔 위쪽으로 가자.”

방금 부순 두 번째의 탑으로 인해, 진원 팀의 공용레벨은 9레벨이 되었다.

악마 쪽은 이제야 6레벨.

“상태 창을 확인해 보니까, 레벨 차이가 상당히 큰 것 같다.”

“그런 것 같네. 팀 레벨이 올라갈수록 레벨이랑 스텟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어.”

낮아졌던 스텟이, 공용레벨이 올라갈수록 점차 돌아오고 있었다.

기본 50으로 시작했던 진원의 스텟은 어느새 90을 훌쩍 넘었고, 다른 일행들도 절반 가까이의 스텟이 돌아왔다.

“이대로 계속 차이를 벌려야 해. 악마 놈들 중에, 강한 놈은 나만큼 강한 놈들도 있으니까.”

“뭐라고? 그게 말이 되냐?”

“예? 형만큼 강하다고요?”

진원의 말에, 신혜진과 최은식이 충격받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실제로 만난 바알 같은 경우가 그랬지.’

서열 1위의 악마.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처음 만났던 당시.

놈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분명히 그 장소에서 죽었을 것이다.

“형! 찾았어요!”

탑 라인으로 이동하던 중, 이서훈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뭘 찾았어?”

“어… 제 생각에는 아마 싸움꾼이 나오는 지역이 아닐까요?”

이제는 다섯 번으로 늘어난 이서훈의 탐색 스킬.

숙련도가 오르게 되니, 이제는 움직이면서도 어느 정도 맵을 훑어볼 수 있게 되었다.

정확도는 앉아 있을 때 보다 떨어지지만,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할 때는 나름 쓸만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죠? 이쪽으로 쭉 살펴보니까 빈 공간이랑 타이머가 하나 나왔어요.”

“규칙에 함정 같은 건 없다고 했으니까, 싸움꾼 맞겠네. 잘 찾았다.”

중립 몬스터, 싸움꾼.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무조건 처치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다.

저번 이벤트에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언제 나온대?”

“20시간 정도 남았네요.”

“그렇게 오래 걸려?”

이서훈이 타이머의 시간을 말해주자, 옆에서 듣고 있던 신혜진이 질린 듯이 대답했다.

“아,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진짜 전설의 연합 하고 싶네.”

“저도요. 저 야쓰오 장인인데.”

“나 얼마 전에 붸인으로 펜타킬 했다.”

브론즈들의 일상적인 대화가 잠시 이어지던 사이, 정수를 모으고 있던 붉은 늑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긴 우리한테 맡기고, 중앙 라인으로 내려가서 경험치 챙겨줘.”

“분부대로.”

붉은 늑대는 진원에게 공손히 정수를 건넨 뒤, 중앙으로 내려갔다.

“야, 그런데 이거 솔직히 사기 아니냐?”

“뭐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신혜진이 문득 입을 열었다.

플레이어 이벤트의 규칙 설명을 보면, 이 맵을 만든 놈은 분명히 5대 5의 구도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진원 저 인간은 직업 스킬이 잠겨져 있다고는 하나, 붉은 늑대와 메시아로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5대5 게임에 버그 써서 두 명 더 추가한 느낌 아니야? 그런데 저쪽은 네 명이던데?”

“내 능력이 좀 좋긴 하지.”

“니 잘났다.”

가볍게 혀를 한번 찬 신혜진이 창을 휘두르며 미니몬스터들을 정리해 나갔다.

“이놈들 겁 먹었나? 막으러 안 와?”

악마들은 탑 하나를 부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띠링.

[팀 레벨 10 달성으로 공용스킬, 차원문이 개방됩니다.]

세 개째의 포탑을 부수자, 메시지와 함께 새로운 스킬이 생겨났다.

일정 범위 안의 모든 아군들을, 지정한 장소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스킬.

상황에 따라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이거 공용 스킬이니까 아무나 누르면 안 된다.”

“네, 형!”

“제자야, 이건 네가 사용하거라.”

누구든지 한 번 누르면 시전되는 공용스킬.

재사용시간이 5시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형, 다음 괴수를 부르려면 정수가 상당히 많이 드는데요?”

스킬을 살펴보던 최은식이 200개로 늘어난 정수를 가리켰다.

“그러네. 괴수도 막 불러내면 안 되겠는데.”

그렇다면 세 번째 괴수를 불러낼 때도 요구하는 정수가 늘어날 터.

‘다음에 불러낼 때는 신중해야겠네.’

악마, 부에르의 숨결에 피해를 입은 괴수가 제대로 힘을 못 써보고 사라졌다.

최소한 그놈은 제압해두고 불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형, 이대로 두 번째 탑까지 밀어버릴까요?”

“아니, 여기서는 한번 빠져서 정비하자. 놈들의 기지랑 위치가 너무 가깝다.”

진원의 손짓에 일행들이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귀환을 사용했다.

‘악마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까 신중하게 가자.’

이전에 잠시 놈들과 전투를 했을 때, 백과사전을 살짝 꺼내 사용해보았지만,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이 맵에서는 안 통한다는 얘긴가.’

다행히 자신의 상점 기능은 멀쩡하다.

일단 돌아가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최대한 구비하기로 했다.

* * *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실.

손태욱과 문명호, 그리고 다른 고위직 간부들까지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후우, 벌써 세 번째 이벤트입니다. 그리고 김진원 씨도 강제참가 대상이군요.”

“이렇게 짧은 기간에 연달아 이벤트라니,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지…….”

문명호는 손태욱의 말에 이마를 감싸며 눈을 감았다.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조용하더니, 왜 이제 와서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건가?”

그것도 어떻게 된 것이 한국에서만 이벤트가 열리고, 한국의 플레이어들만 끌려가는 건지 모르겠다.

“후우, 강제로 잡혀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한다니, 이런 망할 이벤트가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가 죽어 나갈 것인가.

“대, 대통령님! 저기를 보십시오!”

문명호가 뭔가 방법이 없나 고민을 하는 도중, 간부 한 명이 급하게 창밖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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