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장비강화권
“후, 완전 자기 멋대로네. 망할 새끼.”
마이룸으로 튕겨 나온 진원은 짜증이 나는지 투덜거렸다.
바알이 처음 자신을 불렀을 때에 비하면, 많은 정보를 가르쳐 주긴 했다.
그것들이 너무 생소한 게 문제였지만.
“천사니 뭐니, 중요한 건 저놈도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지.”
자신을 도와주었다고는 하나, 아직 바알을 신뢰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놈은 악마다.
그런 놈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것이 뭔가 꺼림칙했다.
거기다 바알은 표면적인 것들만 알려주었을 뿐, 정작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말해주지 않았다.
띠링.
[히든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거인 테로타를 처치하여,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일단 천사든 악마든, 좀 더 기다려봐야겠어.”
진원은 놈이 다음번에 알려주는 말을 듣고 결정하기로 하고, 메시지에 눈길을 돌렸다.
[추가 보상: 차원포탈 생성기]
“생각보다… 괜찮은데?”
자신의 눈앞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총을 잡아챈 진원은, 의외로 쓸만한 효과에 눈을 빛냈다.
SF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디자인의 총.
방아쇠를 당기면, 왠지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템: 차원포탈 생성기]
단 하나밖에 없는, 차원의 수호자인 당신에게만 주어지는 특전!
종류: 기타
등급: 레전더리
효과: 해당 플레이어가 차원 퀘스트를 완료했던 지역을 연결해주는 포탈을 만듭니다. (지속 시간: 2시간) (재사용 대기시간: 10일)
제한: 플레이어 김진원 사용 가능
“내가 가지고 있는 칠지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는데?”
문명호에게 받은 레전더리 아이템, 칠지도.
그것에 비하면 지속 시간과 재사용 대기시간 전부 월등하게 좋았다.
“한 달에 한 번 하고, 10일에 한 번은 차이가 크지.”
역시 이번 차원 퀘스트는, 거인을 처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듯했다.
그렇게 오르지 않던 레벨이, 테로타를 죽였을 때 3레벨이나 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시간을 맞춰서 다행이다. 아슬아슬했네.”
마이룸에서 빠져나오면 이벤트 개시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1일하고 반나절 정도.
스킬 포인트를 최대한 아껴두길 잘했다.
“어차피 시간도 남았으니, 여기서 전부 확인하고 나가자.”
마이룸의 이용시간은 아직 30분도 넘게 남았다.
이번에 레벨 71을 달성하면서 올라간 상점 스킬.
그리고 차원 퀘스트의 보상.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내심 기대되었다.
“상점 스킬부터 볼까?”
상점 레벨이 올라갔다는 메시지는 정말 오랜만에 봤다.
괜히 들뜬 기분이 들었다.
60레벨부터는 레벨 업이 그만큼 힘들었으니까.
“딱히 기능이 추가된 것은 없는데…….”
추가 아이템의 개수가 많아졌다.
지금까지 동네 마트 수준이었다면, 바뀐 것은 명품 백화점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상점 특제 포션이라. 이건 좋네.”
안 그래도 피통과 마나통이 컸던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아이템: 상점 특제 HP포션]
통이 큰 사람이 마시는 것이 이득이다.
종류: 비약
등급: 레전더리
효과: HP를 2,000 회복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30초)
가격: 500골드
“이거 1개에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혜자네.”
효과를 확인한 진원은 곧바로 두 종류의 포션을 5개씩 구매했다.
이걸로 지금까지 모은 골드는 상당히 사용해 버렸지만, 이벤트를 앞두고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1골드짜리 칭호도 사고… 응?”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쇼핑을 이어나가던 진원은, 특전이라는 글자가 붙은 아이템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와, 이건 진짜 미쳤네… 이런 아이템은 살면서 처음 본다.”
8레벨의 상점 스킬.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한정판 아이템, 장비 강화권.
“일단 사놓고 생각하자.”
원래 가격은 절대 구매할 수 없는, 10만 골드였다.
그것이 현재 특전으로 1회에 한해, 1골드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이템: 장비 강화권]
인생은 뭐다? 한 방이다~ 이 말이야.
종류: 기타
등급: 에픽
효과: 해당 장비를 강화합니다. 강화 수치는 숫자로 표기되며, 5~10 사이로 설정됩니다. 실패 시 해당 장비는 파괴됩니다.
“실패하면 또 파괴라…….”
엄청난 효과인 만큼, 실패하면 곧바로 파괴되는 리스크가 있었다.
그리고 따로 나타나는 성공확률도 적혀 있지 않았다.
“진원, 이번에도 내가 해도 돼?”
메시아가 은근슬쩍 모습을 드러내, 기대되는 눈빛으로 강화권을 바라보았다.
“잠깐만 기다려줘.”
“응.”
진원은 묠니르를 꺼내고, 마이룸에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채 주위를 걸어 다녔다.
‘실패하면 파괴… 에픽무기는 이거 하나밖에 없는데…….’
강화권의 본래 가격은 10만 골드.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싼 만큼, 성공했을 때 그 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이벤트를 앞두고 묠니르가 깨지는 그것도 문젠데…….’
정확한 확률이라도 나와 있으면, 이렇게 길게 고민도 안 할 텐데.
“크이! 크이이!”
“걱정 마, 진원! 잘 될 거야!”
콩콩이와 메시아가 그런 진원을 다독이며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래, 고맙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만약 바알과 싸우게 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천사라고 했지. 그놈들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다. 최대한 강해져야 해.’
거기다 바알이 말했던 천사.
확실하게 믿지는 않지만, 리스크를 짊어지고서라도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좋아! 메시아, 부탁한다!”
“응!”
진원은 결심했는지, 묠니르를 바닥에 내려두고 강화권 메시아에게 건네주었다.
“저, 정말 잘 안 돼도 화 안 낼 거지?”
“그래, 약속할게. 그리고 성공하면 솜사탕 마음껏 먹게 해 줄게.”
“꼭 성공할게!”
메시아가 살짝 불안한 눈빛을 보내왔지만, 진원의 대답에 주먹을 불끈 쥐며 의욕적으로 변했다.
“크이!”
콩콩이도 힘내라는 듯이 응원을 보내왔다.
“그럼… 사용할게.”
“그래.”
꿀꺽.
긴장되는 순간.
진원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메시아가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는 눈까지 감았다.
띠링.
잠시 후,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진원…….”
“어떻게 됐어?”
천천히 눈을 뜬 진원은,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기겁했다.
[장비 강화권 사용에 성공하였습니다! 묠니르의 강화 수치가 +10이 되었습니다!]
[성공확률: 9퍼센트]
아이템을 사용하고 난 뒤 확률이 나타났는데, 그 확률이 정말 낮은 9퍼센트였기 때문이었다.
100번 중에 겨우 9번 성공할 확률.
“어우… 진짜 망할 뻔했네.”
미리 이 수치를 알려주었다면, 솔직히 묠니르에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 돼서 다행이야, 진원.”
메시아는 진원의 안심하는 표정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메시아, 넌 완전 복덩어리다. 정말 고맙다.”
진원은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마음껏 쓰다듬어 주었다.
“거기다 가장 높은 수치로 성공했네. 대단해.”
“응, 그럼 에버랜드 또 데리고 가줄 수 있어?”
“그래, 나중에 몇 번이든 데리고 가 줄게.”
“응!”
메시아는 진원의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일단 나머지는 나중에 확인하고, 먼저 길드 사무실로 돌아가자.”
“…응.”
메시아는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더 조르지는 않았다.
‘아이템 목록이나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려면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을지 몰라.’
일단 돌아가서, 플레이어 이벤트에 대비를 하는 것이 먼저다.
진원은 은색으로 빛나는 묠니르를 집어 들고, 마이룸을 나갔다.
* * *
엘리트 길드의 사무실.
“이제 이틀도 안 남았는데, 도대체 형은 어딜 간 거죠, 이시현 씨?”
불안한 듯이 소파에 앉아 다리를 떨던 최은식은, 가만히 업무를 보고 있던 이시현에게 다가갔다.
“저, 저도 최대한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전혀 모르겠군요.”
“서, 설마 우리를 버린 건 아니겠죠?”
“그건 너무 큰 걱정이십니다.”
벌써 3일째 최은식에게 시달린 이시현은, 제발 오늘이라도 좋으니 사장님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기도했다.
‘안 그래도 밀린 업무가 많아 죽겠는데, 최은식 씨까지 나를 볶아대면 어떡하자는 건지.’
뭐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는 엘리트 길드의 부사장.
일개 행정팀장인 자신이 뭐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 설마! 형이 무슨 일이라고 당한 건 아니겠죠! 어디 크게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고 계신 건……!”
“사장님이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차분하게 기다려봅시다. 이런 약속을 어길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런데… 시간이 얼마 안 남으니, 괜히 안달이 나네요.”
최은식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 다른 멤버들에게 연락을 하던 도중,
스스스.
검은 포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 최은식 씨! 뒤에!”
“네? 어, 어어! 던전 브레이크!”
최은식이 호들갑 떨며 방패를 챙기기 무섭게, 그곳에서 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니네 뭐하냐?”
진원은 방패를 들고 달려들려는 최은식이나, 책상 밑에 숨어 있는 직원들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크이!”
콩콩이는 기운차게 그들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혀, 혀엉! 그동안 어디 가셨던 거예요! 플레이어 이벤트까지 얼마 안 남았다고요!”
상황파악이 끝낸 최은식은 진원에게 달려들었고.
“징그럽다, 자식아.”
진원은 가볍게 녀석을 뒤로 밀쳐냈다.
“레벨 좀 올리고 왔지. 꽤 만족스러운 결과였어.”
“어? 근데 형. 묠니르… 그거 이상한데요?”
최은식은 반짝이는 망치를 보며 서서히 몸을 일으키다가, 뒤에 붙은 숫자를 보고 헛바람을 들이켰다.
“…설마, 형. 그거 게임에서나 나오는 강화나 뭐 그런 건가요?”
“잘 아네? 맞아. 10강이다. 운 좋게 얻고, 메시아 덕분에 성공했지.”
“도대체 형은 그런 아이템을 어디서 구하는 거예요? 강화 아이템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 텐데요?”
도대체 이 형은 어디를 다녀왔길래, 저런 말도 안 되는 것을 얻어 온 거지?
이젠 존경심을 넘어, 형이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무기의 공격력을 더 올릴 수 있다니, 전 처음 알았습니다.”
“나도 방금 알았어, 임마. 빨리 멤버들 좀 불러줘.”
“넵!”
최은식이 통화를 위해 곧바로 자리를 비웠고, 이시현이나 사무실의 직원들은 자신의 무기를 힐끔 쳐다보았다.
* * *
“야, 야! 너 그거 뭔데! 어떻게 한 거야?”
사무실에 들어온 신혜진이 처음 뱉은 말이었다.
그녀는 진원을 보면, 그동안 어디서 뭘 했길래 연락이 안 되냐고 쏘아붙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 반짝이는 묠니르를 보니, 그런 생각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냥 퀘스트를 수행했지.”
“무, 무슨 퀘스트?”
“그냥 특별 퀘스트?”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나도 할 수 있어?”
적당히 넘기려고 둘러대려 했으나, 그녀는 끈질기게 달라 붙어왔다.
“그냥 나만 할 수 있는 거라던데? 너도 레벨 열심히 올리다 보면 뜰 거야.”
“…치사하게. 지 혼자 좋은 거 다 처먹네.”
자신의 대답에, 그녀는 입술을 비쭉 내밀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레벨 71 찍으니까 떴다. 거짓말 아니다.”
“뭐? 잠깐만, 너 원래 몇 레벨이었는데?”
신혜진은 진원의 대답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