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65화 (165/200)

165. 테로토스-6

3일이 지나고, 크루가 지정한 장소.

쿵! 쿠웅!

“좋아, 네가 말한 대로 오고 있네.”

“당연하다! 난 이래 보여도 치밀한 성격이라고!”

녀석이 예상했던 대로, 테로타는 일직선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후우, 미안하다. 최대한 노력해봤지만, 5개째는 확실하게 완성하지 못했어.”

진원의 옆에 놓인 4개의 말뚝.

크루가 그것보다는 확실히 작은 마지막 말뚝을 낑낑대며 옮겨왔다.

“그래. 녀석의 근처에 있으면 위험하니까, 빨리 은신처로 돌아가라. 쿠란, 너도.”

“조, 조심하셔야 해요!”

“콩콩아, 얘들 따라가서 잘 숨어 있어.”

“크이!”

걱정하듯이 대답하는 쿠란에게, 콩콩이가 괜찮다며 등을 떠밀었다.

“이대로면 많이 힘들 줄 알았는데 마누스에게 스킬이 생겨서 다행이다.”

진원은 천천히 다가오는 테로타를 보며, 스킬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잠식]

심연의 마누스 특수행동.

일정 HP 이하의 대상을 심연의 나락으로 끌어들입니다.

대상은 즉사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HP: 1000) (MP: 1000) (마누스 소환 시마다 1번 사용 가능.)

“스킬 포인트를 최대한 아껴두길 잘했네.”

마누스의 최대 레벨 10 달성으로 생긴 새로운 스킬, 잠식.

60 이후로 레벨 업 속도가 확실히 느려져서,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려고 포인트를 모아두고 있었다.

“이곳에서 열심히 몬스터들을 때려잡은 성과가 있긴 있었네.”

이곳에서 레벨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퀘스트 완료는 둘째치고 거인을 처치하는 것은 어려웠을지도 몰랐다.

쿵! 쿠웅!

“후우, 생각대로 잘 되면 좋겠는데.”

진원은 가까워져 오는 녀석을 보고, 꼬마 디멘션 워커를 꺼냈다.

여분의 스텟은 마누스의 강화를 위해 지배력에 전부 투자했다.

“준비해.”

끄덕.

잠시 후, 테로타는 크루가 지정한 위치에 귀신같이 멈췄다.

스으으으. 후우우.

녀석은 상반신을 들썩거리며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뱉었다.

녹색을 띠는 진한 숨결이 눈에 들어왔다.

“망할 새끼. 지금 당장 스킬을 사용해!”

진원은 HP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포션을 꺼내 마셨다.

역병을 퍼트린다는 퀘스트 설명을 보고, 대강 짐작은 했었다.

‘놈이 이곳에 멈추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만.’

초마다 순식간에 깎여나가는 HP.

자신이 쉬지 않고 포션을 계속 들이켜야,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소환수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진원은 소환수에게 스킬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꼬마 디멘션 워커가 뒤틀린 차원: 메가모프를 사용합니다. MP를 600 소모합니다.]

“바로 달려들어서 다리부터 노려라!”

끄덕.

소환수는 진원의 지시에, 거대한 말뚝을 양손으로 들어 올려 달리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테로타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미동도 없었다.

푸확!

녀석에게 비하면 거대화한 디멘션 워커도 개미 수준이었지만, 공격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크오오오!”

테로나이트로 만든 말뚝은 녀석의 맨살을 그대로 꿰뚫고 깊게 박혔다.

녀석의 발에서 녹색을 띤 피가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곧바로 2개째를 쑤셔 넣어!”

테로타는 확실히 거대한 몸집을 가진 만큼, 행동도 느렸다.

푸확!

소환수가 2개째를 테로타의 같은 다리에 박아넣은 순간,

“크와아아!”

녀석의 몸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30미터는 가뿐하게 넘을 듯한 몸집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아무래도 둔한 움직임 때문에 크기를 줄인 듯 했다.

“후우, 됐어. 이 정도면 나도 움직일 수 있겠다.”

녀석은 내뱉던 숨을 멈추고, 진원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가소롭다는 눈빛.

“아직 세 발 더 남았어, 새끼야.”

진원은 녀석을 보며, 묠니르를 꺼내 와인드업했다.

“흡!”

묠니르가 테로타의 머리로 날아가는 사이, 그의 소환수가 세 개째의 말뚝을 집어 들고 내달렸다.

녀석의 크기가 줄어들어, 머리에 꽂아 넣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한 순간.

“크아아아!”

테로타가 괴성을 지르며 오히려 앞으로 내달렸다.

묠니르가 정확히 녀석의 미간에 적중했지만, 눈만 살짝 찡그릴 뿐이었다.

“나를 노리겠다 이거야? 머리는 좀 쓰네. 너는 이제 빠져!”

소환수의 거대화가 언제 풀려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

아쉽지만 녀석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좋았다.

끄덕.

진원이 묠니르의 전격을 테로타에게 방출하는 사이, 디멘션 워커는 소환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마누스, 나와!”

녀석이 속도를 줄일 기미가 없자, 옆으로 물러나며 심연의 마누스를 소환했다.

‘시간을 길게 끌수록 내 쪽이 불리해진다. 그냥 빠르게 끝내야겠어.’

테로타에게 모든 말뚝을 박아넣고 마누스를 소환하려고 했지만, 몸집을 줄인 녀석이 상당히 포악해졌다.

“얘들아, 너희들도 나와!”

진원은 포션을 마시며, 붉은 늑대와 메시아를 불러냈다.

“내가 놈의 균형을 무너트려 볼 테니까, 그때 같이 달려들어.”

“분부대로.”

“알았어.”

확실히 녀석들까지 불러내니, MP의 소모속도가 빨라졌다.

“흡!”

진원은 곧바로 테로타에게 마구:블랙홀을 사용한 뒤, 희석된 엘릭서를 꺼내 들이켰다.

“크아아아!”

“…….”

그 사이 마누스는 달려드는 테로타를 혼자서 막아내고 있었다.

이전보다 더욱 뚜렷해진 검은 오라.

“으아아아아… 으아?”

테로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자, 주먹을 치켜 올려 마누스를 가격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사이 진원이 사용한 스킬에, 몸의 균형을 잃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붉은 늑대! 스킬 사용해! 그리고 메시아! 저 말뚝을 들 수 있으면 녀석의 머리에 꽂아버려!”

“분부대로.”

“알았어.”

[붉은 늑대가 귀신검: 나락을 사용합니다. MP를 600 소모합니다.]

“크아아아!”

붉은 늑대의 스킬이 일어나려던 테로타를 다시 한번 옮아 멨다.

그 사이 마누스는 검은 기운으로 녀석의 전신을 마구 헤집었다.

“후, 확실히 튼튼하긴 하네.”

마누스가 저렇게 공격해도 몸에는 긁힌 자국들이 생길 정도라니.

역시 테로나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듯했다.

“크아아!”

녀석은 순간 위기감을 느꼈는지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메시아! 녀석의 다리를 뚫어버려!”

“맡겨줘.”

그렇다면, 다시 빈 곳을 노리면 된다.

그것도 말뚝이 2개 박혀있는 발 쪽으로!

푸학!

“크아아아악!”

세 번째 말뚝은 확실히 효과가 있는 듯했다.

테로타가 발을 감싸 쥐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마누스! 부패의 균열을 사용해! 메시아는 방금처럼 한 번 더 해줘!”

“알았어!”

도대체 놈이 언제 쓰러지는지 모르겠다.

포션을 쉴 새 없이 마셔서, 속이 상당히 메스꺼운 상황.

“끄윽…….”

진원은 입가를 닦으며, 인벤토리에서 희석된 엘릭서를 하나 더 꺼냈다.

스윽.

메시아가 말뚝을 가지러 되돌아온 사이, 마누스가 검은 기운을 거두고 팔을 들어 올렸다.

[심연의 마누스가 부패의 균열을 사용합니다. HP와 MP를 500 소모합니다.]

촤라락!

“으아아아아!”

녀석은 지면에서 갑작스럽게 솟아 나온 가시들을 보고, 빠르게 반응해 잡아냈다.

부패의 효과를 가진 가시였지만, 녀석은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

“으아아!”

마누스와 녀석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표정 하나 내비치지 않던 마누스도, 이번에는 버거운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주군.”

“괜찮아. 어차피 테로나이트가 아니면 공격도 잘 안 통해. 들어가 있어.”

“분부대로.”

붉은 늑대는 그사이 녀석에게 스킬과 검기를 날려댔지만, 데미지를 거의 입히지 못했다.

붉은 늑대가 모습을 감춘 사이.

“메시아!”

“맡겨줘!”

메시아가 거대한 말뚝을 들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녀석이 힘을 마누스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

“크으… 2개짼 데도 안 쓰러졌어. 끈질긴 새끼.”

진원은 희석된 엘릭서의 빈 병을 내던지며, 곧바로 새로운 병을 꺼냈다.

‘그런데 잠식은 도대체 언제 사용할 수 있는 거냐.’

3일 전.

소환수에게 잠식 스킬이 생기고 나서, 도망 다니는 몬스터들을 찾아내 시험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몬스터의 테두리가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분명 그것이 스킬 발동의 조건이겠지.’

[사용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없어서인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연속으로 떠올랐다.

푸학!

네 개째의 말뚝이 녀석의 두개골에 박혔다.

테로타는 이전보다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뒤로 물러났다.

“크아아악!”

세차게 위로 솟구치는 녀석의 피.

그리고 동시에, 녀석의 머리 주변이 빨간색으로 뒤덮였다.

“잘했어! 지금이다! 녀석의 머리에 잠식을 사용해!”

잠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표식!

진원은 희석된 엘릭서를 세 개째 마시며 소환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끄덕.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마누스가 곧바로 두 손을 모았다.

[심연의 마누스가 잠식을 사용합니다. HP와 MP를 1000 소모합니다.]

스스스스.

메시지와 함께, 녀석의 발밑에서 검은 연기들이 피어올랐다.

연기들은 테로타의 머리를 향해 나아갔는데,

“으아? 으아아!”

녀석이 팔을 휘두르며 뒤로 물러나도, 천천히 감싸 안았다.

푸화악!

그리고 잠시 후.

테로타의 머리가 한순간에 사라졌고, 힘을 잃은 녀석의 몸은 서서히 앞으로 무너졌다.

“메시아! 물러나!”

“알았어!”

마지막 말뚝을 들고 테로타에게 달려가던 메시아는, 진원의 지시에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이 새끼 피가… 크윽!”

진원은 급속도로 감소하는 HP를 확인하고, 네 개째의 희석된 엘릭서를 급하게 마셨다.

녀석의 피가 다량으로 쏟아진 영향인지, 1초마다 200 이상의 HP가 빠져나갔다.

“바로 벗어나야 한다!”

이대로 있으면 1분도 지나지 않아 사망하게 된다.

진원은 순간 가속을 사용해 최대한 멀어졌다.

**

띠링.

[거인: 테로타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차원 퀘스트 - 멸망하는 세계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점 레벨이 올랐습니다!]

“질긴 놈. 이제야 죽은 거야?”

테로타가 있던 장소에서 멀어지고 20분.

그제서야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진원, 괜찮아?”

메시아는 구역질하는 진원의 등을 가볍게 어루만져주었다.

“크으… 고맙다. 포션을 이 정도로 마시게 될 줄은 몰랐어.”

진원은 눈을 찡그리며 자리에 잠시 주저앉았다.

희석된 엘릭서와 상점에서 미친 듯이 구입한 포션들을 대부분 사용하고 나서야, 놈을 처치할 수 있었다.

“진짜 난이도 장난 아니네.”

300일간의 기간과 까다로운 퀘스트 완료 조건.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테로타를 처치한 것만으로도 레벨이 3이나 올랐다.

“크루가 없었으면 놈을 죽이지 못했을 거다.”

테로나이트에 대한 정보를 모른 채로 녀석과 싸웠다면, 분명 후퇴했을 것이다.

“후, 피통과 마나통이 너무 커도 문제네.”

테로타의 근처에 있으면 웬만한 상급 포션을 사용해도, 상쇄할 수 없을 만큼 HP의 감소가 빨랐다.

때문에 진원은 HP와 MP 회복만을 위해, 귀한 포션을 최대한 사용했던 것이었다.

‘다행인 건, 그것 말고는 그냥 힘센 덩치였어.’

진원은 한동안 앉아서 숨을 고른 뒤, 크루의 은신처로 내달렸다.

퀘스트 보상이나, 상점 레벨이 올라간 것은 일단 몸 좀 추스르고 확인해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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