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64화 (164/200)

164. 테로토스-5

‘주군, 괴물들이 이곳에 들이닥친 것 같습니다.’

‘놈들은 전부 처리해라! 나도 바로 그쪽으로 간다.’

‘분부대로.’

뭐지? 분명히 그곳은 안전하다고 안 했나?

“메시아, 너는 크루한테 가서 붙어있어.”

“알았어.”

괴물들이 은신처에 습격했다면, 가장 최우선 보호 대상이 크루다.

녀석이 가공한 무기가 있어야, 거인을 조금이라도 쉽게 처치할 수 있었으니까.

진원은 곧바로 파쿨이 있는 은신처로 내달렸다.

* * *

“무슨 일이냐?”

“기, 김진원 님!”

테로토스인들은 진원이 도착하자, 거친 숨을 내쉬며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망할 놈이 괴물들을 끌고 왔습니다. 식량을 훔쳐서 달아나려고 하다가요!”

파쿨이 상반신이 뜯겨나간 시체를 가리키며, 성난 듯이 말했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열 마리를 넘게 데리고 왔습니다. 이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전부 죽었을 겁니다.”

파쿨은 검에 묻은 피를 조용히 털어내는 붉은 늑대를 가리켰다.

‘허, 내가 준 식량이 문제가 될 줄은.’

이곳에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보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녀석들에게 상당한 양의 식량과 물을 건네주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는데, 이놈들도 별다를 건 없나 보네.’

진원은 피식 웃으며, 한곳에 쌓여 있는 식량에 천천히 걸어갔다.

테로토스인들은 순간 그가 화난 줄 알고, 몸을 흠칫 떨었다.

“이것이 원인이라면, 없애야겠지.”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과 식량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

“식량이이!”

“크으윽!”

녀석들이 절망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군대식 처리방법이라고 했나. 이런 상황에는 이게 가장 확실해.’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알아서들 하겠지.

녀석들을 이대로 가만히 놔두어도 되지만, 진행 중인 퀘스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최대한 위험요소를 없애는 편이 나았다.

“너희들이 이렇게 된 것은 내 책임도 있으니까,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다음은 없어.”

“명심하겠습니다!”

“네!”

진원의 마지막 말에, 테로토스인들은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대답했다.

“김진원 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밖을 나서는 진원에게 쿠란이 졸졸 따라왔다.

자신도 방금 테로토스인들처럼 방치될까 봐, 불안한 눈치였다.

“파쿨이 무기를 완성할 때까지, 최대한 레벨을 올려야지.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을 되는대로 죽이려고.”

“그, 그럼 저도 데려가 주세요! 꼭 도움이 되어 보이겠습니다!”

“괜찮겠냐? 대부분 시간을 지상에서 보낼 건데.”

“진원 님과 콩콩이가 있잖아요! 저도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은 싫습니다!”

쿠란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의욕 있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래,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나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크이!”

콩콩이가 자신까지 세 명으로 치라며 손을 번쩍 들었다.

“좋아. 크루는 딱히 문제없는 듯하니까 바로 출발한다.”

“네!”

메시아가 크루의 은신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몬스터의 시체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고 알렸다.

생각보다 터프한 녀석이었다.

* * *

청와대의 대통령실.

“좋아, 생각보다 만족스럽군.”

방금 중국과 통화를 끝낸 문명호는 기분이 좋은지 실실 웃었다.

“이제 중국도 우리나라를 섣불리 못 건드리겠지.”

얼마 전, S급 플레이어의 김진원이 세계 랭크를 갱신했다.

그의 힘이 최하위권에 머물러있을 급이 아닌 것은 자신도 깨닫고 있었지만.

‘설마 했더니 1위가 될 줄이야.’

갱신 단 한 번.

그는 보란 듯이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세계 각국의 플레이어 거래소에 등록된 레전더리 아이템.

이제 김진원이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최대한 아이템들을 확보해야 해. 그에게 돈이 부족하면, 어떻게든 보충시켜서 도와야 한다!”

그렇게 아이템들을 되는대로 사들인 뒤, 더욱 비싼 값에 되판다.

그렇게 되면 발생하는 경제이익이 얼마나 될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물론 그가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에 한해서지만, 레전더리는 매물이 워낙 적으니 쏠쏠할 거다.”

김진원.

왜 자신은 이런 플레이어를 진작에 몰랐던 걸까.

미리 알았다면, 사전에 엄청난 지원을 해 줬을 텐데.

“후우, 어쨌든 앞으로 할 일이 산더미겠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향했다.

방금 자신이 생각했던 일을 다른 보좌관들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 * *

진원이 테로토스에 온 지 40일이 지났다.

“크레에엑!”

“이놈들 찾는 것이 어려워졌어.”

띠링.

[오염된 테로토스인을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40일 동안 쉬지 않고 잡았는데도 나오긴 나오는구나. 이놈들 어디에서 솟아나는 거야?”

그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던 사이,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가볍게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지능이 낮다고 생각했던 녀석들도, 이쯤 되니 진원을 발견하면 빠르게 도망쳤다.

‘후. 그동안 몇백, 아니, 솔직히 천 마리는 넘게 잡은 것 같은데 겨우 레벨 1이 오르다니.’

놈들이 한 방 감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험치가 너무 짰다.

“허억! 김진원 님! 조금만 쉬면 안 될까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던 쿠란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지친 듯 자세를 낮추었다.

사실 쿠란이 한 것이라고는 몬스터 몇 마리 찾아낸 것뿐.

대부분 진원이나, 그의 소환수들이 알아서 몬스터들을 발견했다.

“크이!”

[골드 캥거루가 패스트힐을 사용합니다.]

“고마워, 콩콩아.”

“크이!”

콩콩이는 쿠란의 인사에 자신만 믿으라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동안 콩콩이는 쿠란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알아서 녀석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체력이야?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어.’

김진원.

겉으로 보면 테로토스인과 별다를 바 없었는데, 그가 지닌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움직이는 것만 보면 무작정 달려들던 지상의 괴물들.

‘놈들이 도망치는 것은 처음 봤어.’

이쯤 되니 괴물들의 씨가 말랐는지, 아니면 숨어버렸는지 더 이상 찾기가 힘들었다.

“일단 크루가 있는 곳으로 가자.”

“네!”

“크이!”

진원은 퀘스트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녀석의 은신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슬슬 테로타를 처리해야겠지.’

진원이 열심히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동안, 거인은 여전히 자고 있는지 조용했다.

“몇 개나 만들었으려나.”

남은 여유시간은 약 10일.

크루가 그동안 무기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 * *

땅! 땅!

크루의 은신처.

엄청난 열기에 땀을 흘려가며 무기를 만드는 그는, 피로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놈을 쓰러트릴 기회가 왔는데, 한순간도 쉴 수는 없다!”

오히려 쌩쌩했다.

진원이 자신에게 건네준 대량의 물.

이것 덕분에 열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후우, 이것까지 하면 5개인가. 나도 기술이 많이 녹슬었군.”

구석에는 그가 테로나이트를 가공해 만든 거대한 말뚝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예전 자신의 실력이었다면, 이미 5개째를 만들고 쉬고 있어야 했다.

“에이씨! 40일 동안 쪽잠만 자고 망치를 두드렸어! 그런데도 5개째를 완성 시키지 못하다니!”

역시 기술은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해.

그렇게 자신을 반성하며 작업에 임하는 도중, 진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네가 말한 그 무기냐? 그런데 몬스터 시체는 좀 치우지그래.”

뜨거운 열기와 이곳을 습격했던 몬스터 시체의 악취가 섞이니, 눈이 절로 찡그려졌다.

“그 시간조차도 아까워서 그랬다. 예전만큼의 실력이 안 나와서 말이지.”

크루는 테로나이트에 시선을 고정 한 채로 대답했다.

“이 정도 크기면 딱 맞겠네.”

진원은 크루가 만든 말뚝 형태의 무기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거인이 얼마나 커질지는 직접 봐야 알겠지만, 거대화한 소환수가 들기에 알맞은 크기였다.

“당연하지! 난 한때 잘나가던 기술자였으니까!”

크루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망치질을 이어나가던 찰나.

쿵! 쿠웅!

갑작스럽게 발생한 거대한 충격.

테로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듯했다.

“헛! 이런 망할! 하마터면 무기를 박살 낼 뻔했잖아!”

크루는 휘청거리면서도, 몸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김진원 님! 거인이 움직이나 봐요!”

“그래, 안 그래도 놈이 얼마나 큰지 봐두고 싶었어.”

진원은 쿠란에게 이번에는 따라오지 말라고 말한 뒤, 은신처를 나섰다.

“이봐, 김진원! 섣불리 놈을 자극하면 안 돼! 관찰만 하고 와야 한다!”

“그래, 걱정하지 마라. 작업 계속해. 콩콩아, 너도 여기 있어.”

“크, 크이!”

크루에게 듣기로는, 녀석은 항상 일정한 경로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리고 지상에서 움직이는 생명체들만 잡아먹는다고 했으니, 놈의 지능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일단 거인이 된 녀석에게 아이템을 사용해보면, 뭐라도 알 수 있겠지.’

* * *

진원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한참 동안 달렸다.

쿵! 쿠웅!

고막이 터져나갈 정도의 굉음.

“네가 테로타냐.”

거인 형태의 몬스터를 확인한 진원은, 이번 퀘스트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고 직감했다.

“키가 30미터는 가뿐하게 넘겠네.”

그동안 이 정도의 크기의 거인이 땅을 밟으며 지나다녔다는 건가.

지하에 있는 테로토스인들이 그동안 살아남은 것이 용할 정도였다.

띠링.

[HP가 감소합니다.]

녀석의 주위에 다가가니, 메시지가 겹쳐서 떠올랐다.

HP가 평소보다 3배는 빠르게 감소했다.

“망할. 이러면 녀석들을 전부 못 꺼내는데.”

진원은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소환수들을 지상에 전부 꺼내놓으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실험한 적이 있었다.

“붉은 늑대와 메시아까지 다 해서 10분. 그게 한계였어.”

그것도 적당히 포션을 마셔가면서 한 경우였다.

“희석된 엘릭서를 최대한 써서 몰아치면 5분 이상은 싸울 수 있겠네. 그 안에 놈을 죽일 수 있는지가 문제다.”

그는 놈에 대한 정보만 확인하고 빠지기로 하고, 곧바로 백과사전을 사용했다.

[거인: 테로타]

- 설명: 거대화한 거인.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거의 앞으로만 나아간다.

- 공략 포인트: 놈은 거대한 몸체를 가진 만큼, 움직임이 느리다. 중심을 무너뜨려 움직임을 봉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테로나이트에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 레벨: 90

“이놈의 레벨이 90이라고?”

백과사전은 간만에 대상의 레벨까지 알려줬다.

‘내 레벨은… 68.’

놈과 상당한 차이다.

‘일단 뒤로 물러나자.’

확실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진원은 크루의 은신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2시간이 흐른 은신처 안.

“김진원, 일단 거인의 행동 패턴은 이전과 똑같아.”

“그게 무슨 말이냐?”

“이게… 여기 있군.”

잠시 작업을 멈춘 크루는 품을 뒤적거려 지도를 하나 꺼냈다.

그는 그동안 진원과 함께 거인을 어떤 방법으로 상대할 것인지 의견을 나눴다.

“여기 보이지? 내가 진하게 표시해둔 부분.”

크루는 붉은색으로 크게 체크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래, 여기에 뭔가 있다는 거야?”

“놈은 항상 여기에서 일정 시간 멈춘다. 그리고 가만히 숨만 쉬지. 내가 그걸 세 번이나 목격했다!”

녀석의 말에 따르면, 거인은 항상 일정한 지점에서 멈춘 뒤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내 계산으로는 3일이다. 그때가 놈을 공격할 최고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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