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60화 (160/200)

160. 테로토스 -1

“난 이거 가져가야지. 잘 쓸게!”

“흠, 그럼 난 저것으로 해야겠구나.”

“전 체력을 늘려주는 팔찌를 가져가겠습니다.”

대부분이 장신구 종류다 보니, 레벨 제한 말고는 딱히 착용에 제한은 없었다.

신혜진과 고재원은 이 뒤에 볼일이 있다며, 아이템을 챙기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이서훈, 다시 한번 말하는데, 절대 강요하는 거 아니다. 플레이어 이벤트야. 너도 가봐서 알겠지만, 진짜 죽을 수도 있어.”

진원은 아이템을 조심스럽게 집어든 이서훈을 경고했다.

지난번 이벤트 참가로 인해 제공 받은 힌트, 시야 선점.

그렇다면 그쪽으로 특화된 직업인 이서훈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너는 내가 책임지고 최대한 지켜줄 생각이지만, 확실하지가 않아서 그래.”

“형!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저번 이벤트 때에도, 형을 만나지 못했다면 죽었을 거예요!”

이서훈은 진원의 말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거기다 저 같은 사람한테도 레전더리 아이템을 만질 기회가 왔기도 하고, 형이 지켜주신다고 했으니 괜찮아요!”

고가의 아이템도 물론 기뻤다.

하지만 진원이 자신의 힘을 필요로 해준다는 것이 의욕을 더욱 충전시켜주었다.

“그래. 그럼 일단 은식아, 네가 쟤 좀 당분간 잘 데리고 다녀.”

“맡겨주세요, 형! 그리고 아이템 잘 쓰겠습니다!”

최은식은 이서훈을 데리고 곧바로 던전에 가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괜찮겠지. 쟤도 나름 레벨이 높으니까.”

아직 중학생인 이서훈을 이벤트에 참가시키는 것이 약간 마음에 걸렸다.

‘언제 또 이런 엿 같은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어.’

던전 브레이크나, 플레이어 이벤트.

시간이 지나면 다른 현상들도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적어도 녀석이 혼자서 살아남을 힘은 가지는 것이 좋겠지.

“일단 나도 가야지. 이번에는 콩콩이도 데리고 가 볼까.”

진원은 텅 빈 길드 사무실 안을 한번 훑어보고, 집으로 향했다.

* * *

“이제 두 번째라서 그런지, 적응이 안 되네.”

“크이!”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길 잠시.

[공간을 구현화합니다.]

[구현화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0분입니다.]

[다음 이용까지 남은 시간:7일]

메시지들이 떠오르며, 검은색으로 물든 공간들이 나타났다.

콩콩이는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며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바알이라고 했나. 이번엔 없나?”

진원은 지난번 일을 떠올리며, 마이룸 안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일단 퀘스트부터 끝내고 생각하자.”

이벤트까지 남은 시간은 10일.

그동안 최대한 힘을 길러야 한다.

띠링.

[마이룸을 통해 차원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수행 가능한 차원 퀘스트: 1개]

진원은 알림이 오자마자, 메시지 내용을 확인했다.

[차원 퀘스트 - 멸망하는 세계]

테로토스는 현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변화된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은 태어나지 못합니다. 남은 주민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완료 조건: 역병을 퍼트리는 거인, 테로크의 힘을 무력화시키거나, 처치해야 합니다.

#테로토스의 주민을 위협하거나 해칠 시, 퀘스트는 실패합니다.

제한시간: 300일

보상: ??

실패 시: 테로토스가 멸망합니다.

[지구와 차원 간의 시간 비율 - 1:5]

“…이번 건 확실히 장난 아니겠네.”

이전에 수행했던 차원 퀘스트보다 규모가 확실히 컸다.

“역병을 퍼트리는 거인이라. 망할, 괜히 불안해지네.”

지난번, 위장 포탈에서 자신을 애먹게 했던 보스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려 거인을 처치해야 한다는 것.

“제한시간부터가 300일이다. 플레이어 이벤트까지는 10일. 그리고 비율은…….”

테로토스에서의 5일이 지구에서의 1일.

그렇다면 적어도 50일 안에 퀘스트를 마쳐야 한다는 뜻이 된다.

“퀘스트 포기는 안 해봐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

“크이! 크이!”

진원이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치자, 콩콩이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가슴을 땅땅쳤다.

“그래, 너만 믿는다.”

“크이!”

그는 그런 녀석의 머리를 기운차게 쓰다듬어 주었다.

‘역병이라. 일단 콩콩이를 데려온 것은 정답이었어.’

녀석이 가진 스킬은 이번 퀘스트에 있어서 작게라도 도움이 될 듯했다.

‘이 정도면 해볼 만은 해. 지난번에 비하면 꽤 스펙업을 했으니까. 한번 가보자.’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은 있었다.

테로토스가 무엇인지.

왜 위기에 처해 있는지.

하지만 그것은 안으로 들어가 직접 눈으로 보는 편이 빠를 듯했다.

“퀘스트가 어려울수록 보상도 크겠지. 가자, 콩콩아.”

“크이!”

띠링.

[테로토스로 이동합니다.]

* * *

지난번과 같이, 진원은 눈 깜짝할 사이 테로토스로 이동했다.

“…여기 일단 숨은 쉴 수 있나?”

“크, 크이!”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과, 땅.

그리고 언제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괴상한 모양의 건축물들.

띠링.

[지상에 오래 머물 경우, HP가 서서히 감소합니다.]

“망할, 시작부터 장난 없네.”

“크, 크이이!”

마이룸에서 자신감을 뽐내던 콩콩이도, 갑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이 당황스러운지 진원의 바지를 붙잡았다.

“콩콩아, 힘들면 말해. 포션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크이!”

일단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

HP가 떨어지게 되더라도, 지상을 둘러볼 필요성이 있었다.

“망할. 단서를 너무 안 주네. 거인을 처치하라고만 하고.”

대략 1시간.

진원은 앞으로 이동하며 주위를 탐색했다.

‘일단 이곳에 있으면 HP가 줄어든다고 하니, 소환수들은 꺼내지 말자.’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찾기 힘들었다.

가끔씩 강하게 부는 바람이 그를 귀찮게 했다.

띠링.

[HP가 10초마다 1씩 감소합니다!]

“이 정도 패널티면 아무 문제 없지.”

“크이!”

[골드 캥거루가 패스트힐을 사용합니다.]

콩콩이도 별것 아니라는 듯이 알아서 자신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성이라도 제시해 주지. 뭐 이딴 퀘스트가 다 있냐?”

진원이 툴툴거리며 포션을 마시던 사이.

쉬익!

“…뭐야?”

그의 목덜미로 작은 침이 날아들었다.

재빠르게 몸을 돌려 회피한 진원은, 침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 어떻게 피한 거지?”

그곳에는 회색빛 가죽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던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몸집을 보면, 기껏해야 6살이나 7살 정도.

“건드리지 마라.”

“분부대로.”

빠르게 실체화해 검을 뽑아 든 붉은 늑대는, 진원의 지시에 다시 모습을 감췄다.

“아악!”

진원은 도망치려는 아이에게 빠르게 접근해 팔을 잡았다.

흑발에 푸른 눈동자, 그리고 새하얀 피부.

겉보기에는 평범한 어린아이였다.

“널 해치려는 의도는 없으니까 진정해라.”

“거짓말!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전부 죽여야 한댔어!”

남자아이는 팔을 버둥거리며 도망치려고 기를 썼다.

“케윽! 켁!”

그러다 갑작스럽게, 입에서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레벨과 스텟이 높은 자신은 영향을 적게 받는다 쳐도, 눈앞에 있는 아이는 아닌 듯했다.

“콩콩아! 치료해줘.”

“크이!”

[골드 캥거루가 패스트 힐을 사용합니다.]

화아아!

콩콩이는 진원의 지시에 아이에게 다가가 스킬을 사용했다.

“켁! 어, 어?”

자리에 주저앉아 피를 토해내던 아이는 놀랐는지, 콩콩이와 진원을 번갈아 보았다.

“너, 이곳에 대해서 알지? 네가 사는 곳으로 가자. 도와줄게.”

“…알았어.”

남자아이는 진원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남자아이는 진원을 데리고 은신처라는 곳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테로토스인들은 지하에 거처를 마련해 살고 있다고 했다.

“여기는 왜 이렇게 변한 거냐? 그리고 넌 땅 위로 올라온 이유가 뭐야?”

진원은 앞장서서 걷고 있는 아이를 향해 질문했다.

“일단 자세한 건 어른들이 설명해 주실 거야. 너는 거인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니까, 괜찮을 것 같아.”

“그러냐.”

잠시 후.

은신처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모인 남성들이 남자아이를 보고 성을 냈다.

“너! 또 지상에 올라갔다 왔냐! 그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아직 어린 것이 자꾸 위험한 짓 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그런데… 잠깐!”

정신없이 남자아이를 향해 잔소리를 늘어놓던 남성들은, 뒤에 서 있는 진원을 보고 잔뜩 경계했다.

“지상에서 데려온 거냐? 너! 뭐하는 놈이냐!”

“망할! 거인과 관계가 있는 놈이지?”

“일단 끌어들여서 심문부터 하자고!”

남자아이는 남성들이 험악한 말을 뱉자, 빠르게 제지했다.

“잠깐만요! 저 녀석은 저를 도와줬어요! 그리고 저기 있는 동물이요!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구요!”

“그러고 보니, 저건 또 뭐냐?”

“동물이라고? 신기하게 생겼군.”

남성들은 피를 토해내던 자신을 치료해주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저마다 무기를 집어 들었다.

“그럼 우리가 가져야지. 네놈! 저 동물을 놓고 당장 여기서 꺼져라! 그럼 살려서 보내주겠다.”

녹슨 과도와 찌그러진 둔기들.

무기라도 말하기에는 너무 빈약했다.

그마저도 두 명만이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는 맨손이었다.

“얘들… 잠깐만.”

진원은 소환수들을 불러내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혹시 이놈들, 테로토스 인들인가?

‘분명히 위협하거나, 해치면 안 된다고 했지.’

눈앞에 있는 남성들이 테로토스인들이라면, 최대한 조심해야 했다.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나와.’

‘분부대로.’

‘알았어.’

스스스.

진원의 지시에, 붉은 늑대와 메시아를 시작으로 소환수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왔다.

녀석들의 전의를 잃게 하기 위해서였다.

“허, 헉!”

“저건 또 뭐냐!”

“역시 거인! 거인과 관계가 있는 놈이잖아!”

비릿하게 웃으며 진원에게 다가오던 남성들은, 서로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너희들, 테로토스인이냐? 참고로 말하지만, 난 거인을 처치하러 왔다.”

“우리들을 아십니까?”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도대체 당신은 정체가 무엇입니까!”

남성들은 어느새 자신에게 존대하며 조심스럽게 질문해왔다.

‘음… 어떻게 말해야 하지.’

진원은 잔뜩 긴장한 채로 숨을 죽이고 있는 남성들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거인을 처치하기 이전에, 이곳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거인에 대한 정보도 물론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억지로 캐물을 수는 없었다.

주민들을 위협하게 되면, 퀘스트는 실패로 끝나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게 있었지. 콩콩아, 섬광.”

“크이? 크이!”

주먹을 치켜세우고 경계하고 있던 녀석은, 진원의 지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골드 캥거루가 섬광을 사용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어둡던 공간에 환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얘들아, 부탁한다.’

그리고 진원의 지시에, 소환수들이 일제히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저, 저건…….”

꿀꺽.

남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멍하니 진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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