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58화 (158/200)

158. 랭크 1위-2

진원과 브랜든의 결투 당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직장에서는 누가 이길지, 얼마나 배팅할지로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익명1: 와, 이걸 합법 또또로 홍보를 한다고? 머리 좋은데?

익명2: 거기다 지금 하루에 10만 원하던 호텔 50만 원으로 오름 엌ㅋㅋㅋ.

익명3: 한국인이면 무조건 김진원한테 거는 거 알제?

최상급 마정석으로 내부를 도배한 서울 대학교의 플레이어 전용 수련실.

시합 장소로 지정되었음에도, 내부에는 협회장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하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불안한지 관람객들의 입장을 금지했던 것.

‘저게 한국의 김진원인가.’

‘단숨에 1위를 갱신하다니. 어떻게 해서라도 데려오고 싶군.’

‘그의 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위험해도 놓칠 수 없지.’

해외의 협회장 3명.

그리고 한국의 협회장 손태욱이 결투에 참관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더니. 후, 보고 싶다는 걸 막을 수도 없고.’

그는 승패보다 진원이 해외로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일단은 지켜봐야겠군. 빨리 카메라부터 설치해야겠다.’

손태욱은 진원이 서 있는 방향을 쓱 쳐다보고, 카메라 설치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흥이 안 나네.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안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있던 브랜든이 김빠진 표정을 지었다.

수많은 관객 앞에서, 김진원이 자신에게 무릎 꿇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김진원, 지금이라도 졌다고 말하는 게 어떠냐? 안 그래도 한국에서 S급 플레이어가 별로 없던데.”

브랜든은 가만히 서 있던 진원을 도발했다.

“말이 많다. 멍청하게 생긴 게.”

“뭐? 이 새끼. 눈에 뵈는 게 없구나.”

그러니까 네가 멍청하다는 거다.

도발 같지도 않은 말에 성질내는 꼬라지하고는.

“자, 준비는 끝났습니다. 미리 설명해드렸듯이, 먼저 항복 선언을 하거나 의식을 잃은 쪽이 패배입니다.”

잠시 후, 손태욱이 다가와 간단히 설명을 하고 멀리 물러났다.

‘강해져도 이런 점은 귀찮네.’

본래 같으면 상대를 적당히 패준 다음, 아이템을 뺏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세계 랭크 2위 플레이어, 브랜든.

무작정 싸우게 되면 주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이 뻔했다.

“빨리 끝내줄게.”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토르의 망치를 꺼내며, 자세를 잡았다.

“너, 자신감 하나는 대단한 놈이네. 나중에 질질 짜지나 마라.”

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 있던 브랜든은, 굳은 표정과 함께 손을 꺼냈다.

‘나는 너의 힘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는 모르겠지. 내가 가진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브랜든은 딱히 무기를 준비하지 않았다.

방어구도 부실했다.

그냥 평범한 복장에, 화려한 악세사리 몇 개를 걸친 수준.

그것은 그가 무기와 방어구 전부 착용이 불가능하다는 패널티 때문이었다.

‘당해본 놈들만 이게 얼마나 무서운 힘인지 알거든. 물론 그놈들은 전부 죽었지만.’

브랜든은 유니크 직업, 사이코키네시스를 보유한 플레이어였다.

스킬을 사용해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그대로 돌려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대다수의 몬스터나 플레이어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일단 조심할 건 놈이 가진 에픽 무기. 저것만 조심하면 되겠지.’

김진원이 유일하게 보유한 에픽 등급의 망치.

저것 말고는 딱히 위협적이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띠잉!

“흡!”

1분 뒤, 신호와 함께 진원이 묠니르를 던졌다.

그리고 뒤이어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브랜든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엔 탐색을 하겠다 이거냐?”

브랜든은 자신의 머리에 날아오는 망치를 가볍게 피했다.

쉬익! 쉭!

뒤이어 달려드는 검과 손톱에도,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회피했다.

“스킬을 쓸 필요도 없네.”

그리고 손을 들어 스킬: 포스를 사용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적을 밀쳐내는 효과를 가진 스킬.

“큭!”

“윽!”

붉은 늑대와 메시아는, 일순간 브랜든의 몸을 휘감은 오라에 뒤로 밀려났다.

노란색을 띠는 오라는 잠시 후 서서히 사라졌다.

‘저게 염동력이라고? 특이하긴 하네.’

그 사이, 진원은 백과사전을 사용해 브랜든의 정보를 확인했다.

[브랜든]

- 설명: 염동력계열의 스킬을 사용한다. 강력한 힘으로 무식하게 뚫는 수밖에 없다. 딱히 약점은 없다.

- 공략 포인트: 머리가 나쁜 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저놈은 얼마나 멍청하면 백과사전에서 공략 포인트로 나오는 거냐?

“김진원, 그렇게 뒤에 빠져 있지 말고, 덤벼라. 남자답게 일대일로 붙자고.”

브랜든은 진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붉은 늑대에게 빠르게 접근해 포스를 사용했다.

“아니면, 한 놈씩 처리해줄까?”

“크윽!”

붉은 늑대는 빠르게 검을 들어 방어했지만, 스킬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멍청하고 자시고. 나도 제대로 해 줄게.”

진원은 소환수들을 불러내며, 자리에서 와인드 업해 마구: 블랙홀을 사용했다.

스스스.

크기를 키운 마구가 브랜든을 강하게 끌어당겼지만, 그는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겨우 이걸로 되겠냐?”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염동력이 만능인 것 같지?”

브랜든은 염동력이라는 말에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알아낸 거냐? 무슨 짓을 한 거지?”

진원은 그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대놓고 앞에서 백과사전을 펼쳤는데 그걸 못 봤다고?

“그냥 항복하든지 죽든지, 알아서 해라.”

순식간에 자리를 잡은 진원의 소환수들.

특히 붉은 늑대는 브랜든을 죽여 버릴 듯이 노려보았다.

[꼬마 디멘션 워커가 뒤틀린 차원: 메가모프를 사용합니다. MP를 600 소모합니다.]

[붉은 늑대가 귀신검: 나락을 사용합니다. MP를 600 소모합니다.]

[꼬마 마도사가 버스트를 사용합니다. MP를 100 소모합니다.]

“봐주지 말고 밀어버려.”

진원의 말에, 순식간에 덩치를 키운 디멘션 워커가 브랜든에게 돌진했다.

‘드디어 제대로 나오는군.’

브랜든은 얕게 웃으며 스킬: 얼티메이트 그랩을 사용했다.

대상의 무게에 상관하지 않고 염동력을 행할 수 있는 스킬.

대상과의 차이가 나는 만큼 MP를 많이 갉아먹지만, 그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날아가라.”

쿠아앙!

진원의 소환수는, 브랜든의 손짓 한 번에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바닥이 움푹 파이며 건물이 크게 진동했다.

“겨우 이 정도냐?”

뒤이어 달려드는 괴상한 물체와 마력탄까지 여유롭게 막아내던 브랜든.

‘아, 아니?’

그의 표정에 당혹감이 나타났다.

‘망할. MP가 겨우 이것밖에 안 남았다고?’

고작 소환수들의 공격을 몇 번 막아냈을 뿐인데?

MP: 320/3100

진원은 당연히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고.

“흐읍!”

그대로 쉬지 않고 몰아치기로 했다.

드르르륵! 드드드.

매섭게 빗발치는 소환수의 마력탄과 진원의 마구: 칼날 폭풍.

‘망할. 내가 이런 스킬까지 사용해야 한다고?’

포션류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이대로 가면 자신의 패배는 확실했다.

브랜든은 결국 자신이 아껴두던 스킬, 끌어 쓰기를 사용했다.

“으아아아!”

순식간에 MP가 회복된 브랜든이 공격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끌어 쓰기는 상태 이상과 함께 모든 HP와 MP가 회복된다.

그러나 24시간 뒤, 하루 동안 행동불능이 되는 스킬이었다.

‘이걸 이렇게 빨리 사용하게 될 줄이야. 망할 놈들. 나한테 구라를 쳐?’

브랜든 역시 유투브에 업로드 된 진원의 전투 영상을 몇 번이고 봤었다.

그리고 그것은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과장된 연출이라고 생각했었다.

‘젠장할! 인터넷에선 조작된 장면이라고 말이 많았는데, 아니었잖아! 윽!’

브랜든이 숨을 고르기도 전에 자신을 향해 묠니르가 날아왔다.

쉴 새 없이 달려드는 소환수들과 거리를 두고 원거리 공격을 해대는 진원.

‘끌어 쓰기를 한 번 더 사용하고, 가장 강한 걸 날려야 한다. MP가 말도 안 되게 빨리 빠져나간다!’

끌어 쓰기는 S급 던전에서 솔로 플레이를 할 때 한번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실수로 보스의 스킬에 당해 상태이상에 걸렸을 때, 딱 한 번.

‘이대로 레전더리 아이템을 뺏길 순 없지. 역전을 노리겠다!’

끌어 쓰기를 한 번 더 사용하게 되면 뒤에 오는 후폭풍이 엄청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진 아이템들을 뺏기는 것은 그만큼 싫었다.

“이걸 막아내면 그냥 네가 이긴 걸로 해라. 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하다.”

“그걸 우쭐대면서 말하냐? 한번 죽어볼래?”

진원은 심연의 마누스를 소환해, 부패의 균열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정말로 그를 죽일 셈이었다.

“으아아아아!”

어느새 스킬을 준비한 브랜든이 얼굴에 핏대를 세웠다.

“헉! 저, 저건!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말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런 스킬을 이런 장소에서 사용하다니! 너무 무식하다!”

해외의 협회장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격렬한 전투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끝까지 지켜봐야지요. 그러려고 들어오지 않으셨습니까?”

“이, 이러다가 건물은커녕 이 일대가 날아가겠소!”

협회장들은 몸을 들썩이며 요란을 떨었다.

오직 손태욱만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가만히 진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받아봐라! 네가 1위인 것을 증명해봐라!”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운 거대한 바위.

마치 소행성을 압축시켜 놓은 듯한 느낌.

그것은 브랜든이 가진 스킬 임팩트 크래쉬였다.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S급 던전의 보스도, 이 스킬 한방이면 그대로 즉사하는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진작에 그냥 좀 던지지. 마누스! 사용해!”

진원은 천천히 낙하하는 바위를 향해 소리쳤다.

끄덕.

그러자 마누스가 손을 들어 부패의 균열을 사용했다.

촤라락.

지면을 솟아 나아가던 가시들은, 브랜든의 스킬을 가볍게 뚫어낸 것으로도 모자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저, 저, 저건 또 뭐냐!”

순식간에 바스러져 형태를 잃은 브랜든의 스킬.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가시들을 보며, 빠르게 몸을 날렸다.

“후, 후욱! 망할. 진짜로 죽일 셈이었잖아. 크하하!”

그는 힘이 다했는지, 바닥에 대자로 누워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항복이다! 내가 졌다! 나대서 미안하다.”

“원래 졌다고 말해도 실수인 척 죽이려고 했는데, 아이템 받아야 해서 살려준 거다.”

“…….”

재밌다는 듯이 웃던 브랜든은, 진원의 소름 끼치는 말을 듣고 입을 싹 닫았다.

“두, 두 분 다 엄청난 힘이군요…….”

“괜히 세계 랭크 1위, 2위가 아니란 말이겠지요. 후우, 괜한 걸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잔뜩 몸을 사리던 해외의 협회장들은, 그제서야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다.’

그들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진원과 계약을 맺을 셈이었다.

그러나 저런 장면을 본다면, 계약하자고 말을 꺼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역시, 괜한 걱정이었군.’

손태욱은 그런 그들을 보며, 어림도 없다는 듯이 조소를 머금었다.

“야, 그래서 레전더리 아이템은 어디 있냐? 지금까지 독점했으니까 좀 있겠네?”

“내가 안 쓰는 것들은 전부 팔았다. 남은 것들은 5개 정도다.”

브랜든은 어느새 고분고분해져 있었다.

그는 진원에게 패배했기 때문에, 보유한 아이템들을 뱉어야 했다.

‘망할…….’

그리고 그는, 이어지는 진원의 말에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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