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57화 (157/200)

157. 랭크 1위-1

미국 워싱턴 D.C의 한 고층빌딩.

사무실 용도로 쓰일 법한 넓은 공간을 혼자서 사용하고 있는 남성, 앤디 브랜든.

“망할!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내 랭크가 2위로 밀려났다고?”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그는, 성난 듯 씩씩거리며 비서를 호출했다.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던 플레이어 세계 랭크 순위.

오후에 일어나보니 웬 한국인 한 명이 그 자리를 차치해 버렸다.

“부르셨나요? 브랜든.”

잠시 후.

금발을 위로 올려 묶은 정장 차림의 여성이 가볍게 노크 후 들어왔다.

“한국으로 가야겠어. 당장 티켓을 예매해줘.”

“한국에는 갑자기 왜요? 내일 S급 던전 공략하기로 되어 있을 텐데요?”

그녀는 브랜든의 화난 듯한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유를 물었다.

“이걸 봐! 내 순위가 2위로 밀려났다고! 젠장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 이번에 새롭게 1위 자리를 차치한 한국의 플레이어 말인가요.”

브랜든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인터넷 기사를 몇 번이고 읽었다.

“제가 볼 때는 정당하게 올라갔어요. 그런데 한국에 가서 어쩌시려구요?”

비서는 그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넌 여전히 싸가지가 없구나, 카밀라.”

“유능하다고 해주세요.”

브랜든의 성격은 까칠하고 나쁜 편이었다.

하지만 카밀라는 비서로서의 수행능력이 탁월했고, 브랜든 역시 그 점을 인정했기에 별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거 봐! 갑자기 90위 근처에 있던 녀석이 1위가 된다고? 그것도 한순간에?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잖아!”

“브랜든 님, 알고 계시죠? 김진원, 그가 갱신을 안 했을 뿐이지 그만한 경력을 쌓고 있었다는 걸요.”

카밀라는 그가 내미는 스마트폰을 받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래도 너무 빠르다고! 분명히 더러운 수작을 부렸겠지. 어쨌든 난 이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바로 한국으로 간다.”

“하아… 잘못 건드렸다가 어쩌시려구요? 죽어도 전 몰라요?”

저 남자가 저렇게 된 이상, 말로 설득은 불가능했다.

지금은 2위로 밀려났지만 브랜든과 한국의 플레이어 김진원.

그들이 싸우게 되면 국제문제로 번질 것이 뻔했다.

주위의 피해도 엄청날 것이고.

그녀는 결국 브랜든의 설득을 포기했다.

‘사회적인 평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니까 더 문제네.’

그는 마음에 안 들면 어디서든 깽판을 부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국가는 그저 쉬쉬하기에 바빴다.

“레전더리 아이템을 그 정도나 독점해서 돈 많이 벌었으면 됐잖아요? 제 월급이나 더 올려주지 그래요?”

“뭐? 네 월급은 세 번이나 올려줬잖아! 거기서 더 올려달라고?”

“그 정도로 제가 일을 열심히 하니까요.”

“시끄럽고 빨리 비행기나 예약해놔.”

브랜든은 소파에 팔을 걸치고 누운 채로 손을 까딱거렸다.

“이제 진짜 몰라요. 그러다가 죽으면 어떡하시려고요?”

“죽어? 내가?”

브랜든은 그녀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김진원, 그놈이 안 죽으면 다행이지.”

* * *

다음날.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크이이…….”

콩콩이가 바닥에 누워 정신없이 자고 있다.

녀석은 어제 에버랜드에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살은 또 안 찌네.”

캥거루가 놀이동산 안에 뛰어다니는 신기한 광경. 거기다 콩콩이의 황금빛 털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람들은 녀석에게 먹을 것을 건네주곤 했다.

“솜사탕이 맛있었어.”

메시아 또한 이국적인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었다.

‘거기서 김수환 씨를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김수환은 딸을 데리고 에버랜드를 찾았었는데, 귀신같이 진원과 솜사탕 기계 앞에서 마주쳤다.

- 오빠! 아픈 걸 낫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그의 딸, 수진이는 자신을 보자마자 가까이 다가와, 고맙다며 배꼽 인사를 했다.

‘그때 포션을 준 것은 잘한 선택이었어.’

과거에 있었던 플레이어 이벤트.

그때 쓰러져 있던 남성, 김수환을 죽이지 않은 것은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제대로 된 외출은 오랜만이라고 했지.’

김수환이 고개를 숙이며 포션에 대한 비용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해왔을 때, 진원은 솜사탕 두 개로 퉁치자며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 제 능력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십시오. 당신은 제 은인이십니다.

그는 그 말에 감동했는지 자신에게 억지로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김수환 씨의 이동 스킬은 꽤 쓸만하니, 나중에 한번 부르지 뭐.’

준비를 마친 진원이 미리 예약한 던전으로 향하려던 순간.

띠리리.

이시현에게서 연락이 왔다.

- 사장님! 지금 우리 길드에 앤디 브랜든이 와 있습니다! 사장님께 볼일이 있다며 꼭 와 달라고……. 아악!

“이시현 씨?”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 순간, 전화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 이번에 세계 랭크 1위를 갱신한 김진원. 너에게 용무가 있다. 되도록 빨리 네 길드로 왔으면 좋겠군.

“넌 뭐야? 또 중국에서 왔냐? 직원들 건드리지 마라. 일반인들이다.”

진원은 어눌한 한국어를 들으니, 설마 또 중국인들이 찾아왔나 싶어 험한 말을 뱉으려 했다.

- 미국에서 온 브랜든이다. 얌전히 기다릴 테니 빨리 와라.

간단히 용건을 남기고 끊긴 남성의 목소리.

“이 새끼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진원은 곧바로 엘리트 길드로 향했다.

* * *

엘리트 길드의 사무실.

“이, 이 정도면 될까요?”

“음, 좋아.”

브랜든은 한쪽 볼이 부은 채로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다.

이시현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에게 얼음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에이 씨. 한국에 오자마자 이게 뭐야? 한국의 꼬맹이들은 다들 강한 거야?”

“예? 그게 무슨 말인지…….”

브랜든은 얼음주머니를 볼에 갖다 대며 표정을 찡그렸다.

‘젠장, 도대체 그 꼬맹이는 뭐였지?’

브랜드는 한국에 도착해 길을 가던 도중, 고재원을 마주쳤다.

주위를 살피지 않고 빠르게 달리던 터라, 미처 확인하지 못해 부딪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고재원이 들고 있던 고가의 술이 깨져버렸다.

- 꼬맹아, 미안하다. 내가 급해서. 그거 비싼 술인 것 같으니, 돈을 줄게.

- 네 이놈이! 이 술이 얼마나 귀한 술인데!

- 그러니까 돈 줬잖아. 나 바쁘다.

적당히 돈을 던져주고 갈 길을 가려 했는데, 자신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길래 스킬까지 사용해 떨쳐냈다.

‘한 대 얻어맞은 채로 김진원을 보게 될 줄이야.’

10분 뒤.

사납게 문이 열리고 진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사장니임!”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이시현과 직원들은 그제서야 안심한 듯 입을 열었다.

“김진원, 네가 이번에 새로운…….”

“일단 닥치고 한 대 맞아.”

뻐억!

“크억!”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칼자루로 브랜든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비하지 못했는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크흐, 재밌네. 일단 넘어가 주지.”

그는 입가를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직원들은 안 건드린 것 같으니 봐준다. 그래서 넌 뭐냐?”

진원의 물음에, 브랜든은 씨익 웃으며 스마트폰을 건넸다.

“세계 랭크 순위, 이번에 1위가 되었다며?”

“랭크?”

그러고 보니, 어제 손태욱 씨한테서 연락을 받았었지.

그때는 에버랜드에 있느라 적당히 넘겼었는데.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내가 그전까지 1위였던 사람이다. 네 순위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렇게 찾아왔지.”

브랜든은 스마트폰에 화면을 띄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세계 랭크 1위와 2위의 부분이 확대되어 있었다.

“정식으로 신청해서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 왜 나한테 따져?”

생각해보면, 순위가 이해 가지 않는다고 한다면, 본인이 협회에 직접 따져야 할 문제다.

그런데 굳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은, 싸움을 걸러 왔다는 것일까.

“나랑 한판 붙자고. 나한테 이기면 정식으로 사과한 뒤, 한국을 바로 떠나겠다.”

“내가 너랑 왜 싸워 줘야 하냐? 나 던전 가야 된다. 빨리 나가라.”

“풉, 겁먹었냐?”

브랜든은 진원의 대답에 조소를 지었다.

이 새끼.

생각하는 수준이 딱 초등학생이다.

‘잠깐만. 이놈 전까지 1위였다고 했지?’

그렇다면 오랜 기간 레전더리 아이템을 독점했겠고… 플레이어 중 레전더리 아이템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

‘진짜로 뚝배기 깨버리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지금부터 레전더리 아이템은 자신이 독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왕이면 하나라도 더 긁어모으는 것이 좋았다.

‘저건 보물 고블린이다. 놓칠 순 없지.’

진원은 브랜든을 향해, 자신이 이기면 가진 레전더리 아이템을 모두 뱉고 꺼지라고 대답했다.

“풉. 네가? 나를 이긴다고? 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순위에서 이름을 영원히 빼라.”

“그러지 뭐.”

그렇게 세계 플레이어 랭크 1위와 2위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기사화되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 * *

[플레이어 랭크 1위와 2위의 격돌! 과연 승자는?]

[브랜든, 김진원에게 도발. 자신이 진다면 모든 레전더리 아이템들을 내놓을 것.]

[미국, 자신들은 모르는 일. 그의 독단적인 행동에 매우 유감.]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화제.

당연히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싶어 했다.

덕분에 한국행 비행기 표는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김진원 VS 브랜든]

승2.4 패2.2

정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또를 오픈했다.

어떻게든 한몫을 챙겨보려는 의도인 듯했다.

“허허, 레전더리 아이템이 모조리 들어오겠군. 거기다 경제까지 발전하니 얼마나 좋아!”

문명호는 협회장실에서 시원스럽게 웃으며 커피를 들이켰다.

그는 이미 진원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대통령님, 그래도 말려야 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진원 씨가 강해도 상대가…….”

“물론 상대도 강하겠지.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김진원과 브랜든.

그들은 이미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이상, 이 기회를 이용해 최대한의 이득을 취한다.

그것이 문명호가 내린 결정이었다.

“외화를 잔뜩 벌어들일 기회에, 아이템들까지 독점할 기회다. 이번 일로 한국이 강대국이 될 발판이 마련되면 좋겠네.”

그는 최근 들어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중국. 망할 놈들. 언제까지고 한국이 당해줄 것 같나?’

특히 우리나라를 대놓고 습격한 중국의 플레이어들.

또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힘을 길러야 했다.

“대통령님 뜻이 정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협회의 플레이어들을 동원해,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는 건 협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손태욱은 제발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자네는 얼마나 배팅했는가?”

“예? 아… 또또 말입니까? 설마 대통령님도 하셨습니까?”

손태욱이 의아한 듯이 묻자, 문명호는 ‘김진원 승’에 최대금액을 투자한 화면을 보여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