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56화 (156/200)

156. 갱신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실.

진원은 그 뒤, 곧바로 손태욱에게 찾아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했다.

“저도 어렴풋이 예상만 하고 있었습니다만, 중국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니콜라이 씨는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진원의 설명을 들은 손태욱은, 골치 아픈 듯이 한쪽 이마를 짚었다.

‘알면서도 건드릴 수 없는 게 정말 짜증 나는군. 하지만 우리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플레이어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5년 정도만 지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나올 것이다.

‘김진원 씨는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S급 플레이어가 되었다. S급은 아니더라도 A급은 충분히 나올 만해.’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에서도 정상급이다.

플레이어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체계화된다면, 인재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질 것이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와작!

“맛있어. 고마워.”

혼자서 생각에 잠겨 있던 손태욱은, 처음 듣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응? 방금 목소리가 들렸는데?”

소파에는 자신과 김진원, 그리고 메시아밖에 없는데… 설마?

“맛있어.”

손태욱이 고개를 돌려 메시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허어? 분명히 말을 못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순간 놀라, 하마터면 들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트릴 뻔했다.

“아. 퀘스트로 우연히 얻은 아이템이 있었는데, 그걸 마시니까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허허… 퀘스트라. 어쨌든 다행이군요.”

그는 메시아를 볼 때마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 간식거리라도 많이 챙겨주려고 했었다.

목 주위에 있던 커다란 흉터.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겉모습은 10대의 여자아이와 다름없었기 때문.

“허허, 앞으로 자주 놀러 오거라. 과자들이 너무 많아서 먹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응.”

손태욱은 메시아를 보며 잠시 흐뭇하게 웃다가, 진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세계 랭크 갱신 건 말입니다만. 다른 나라의 협회장들 5명에게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정식으로 접수를 하기 전에, 플레이어 정보를 갱신해 주셨으면 합니다.”

“네, 그럼 온 김에 하고 가죠.”

그러고 보니, S급 플레이어가 된 이후로는 한 번도 정보를 갱신하지 않았었지.

‘딱히 그럴 필요가 없어서 안 한 거다만.’

국가에서는, 1년마다 한 번씩 꾸준하게 정보를 갱신하는 플레이어에게 세금혜택을 주곤 했었다.

그런데 진원은 이미 세금면제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

굳이 갱신할 필요성을 느끼질 못했었다.

“그럼 저와 같이 가시죠. 허허! 측정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는군요.”

“메시아, 가자.”

“응.”

진원은 과자를 오물거리는 메시아를 데리고 측정실로 향했다.

“준비 끝났습니다, 진원 씨.”

“네.”

측정실에는 손태욱과 진원 외에, 긴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직원 두 명이 추가로 들어와 있다.

‘아, 이번엔 측정기 폭발하거나 그러는 거 아냐? 하필이면 오늘 갱신을 하시네…….’

‘저번에 측정하셨을 때도 되게 불안했었는데… 제발 아무 일 없게 해주세요! 제발!’

직원 두 명은 과거의 일이 생각났는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우우웅.

잠시 후.

측정이 시작되고, 측정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덜덜덜덜!

“이거 괜찮은 거 맞죠?”

마치 세탁기의 탈수기능을 이용할 때 나는 소음을 듣는 듯했다.

“예전보다 더 튼튼한 놈이라, 아마 괜찮을 겁니다. 허허!”

한동안 터질 듯이 세차게 떨던 측정기가 잠잠해지고, 모니터에 결과가 표시되었다.

“저, 저게 뭐야! 협회장님! 설마 또 측정기가 고장 난 것은…….”

“말도 안 돼! 김진원 씨는 등급 측정한 지 6개월도 안 지났는데?”

수치화된 진원의 스텟을 확인한 직원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스텟이 3자리 수라니, 말도 안 됩니다!”

레벨 66의 플레이어가 저렇게 엄청난 스텟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높은 등급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수치였다.

“아니, 이게 맞다. 제대로 나왔군.”

한동안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손태욱.

그는 곧바로 세계 랭크 갱신 신청을 해놓겠다고 말하고, 측정실을 나갔다.

“하아, 진이 다 빠지네.”

“다음날 연차라도 써야겠네요.”

직원들은 유유히 문을 열고 나가는 진원의 뒷모습을 보며, 지친 기색으로 대화를 나눴다.

* * *

다음 날 아침.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크, 크이!”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던 콩콩이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화려한 조명들과 함께 터지는 불꽃들.

그리고 커다란 솜 막대기를 맛있다는 듯이 베어 무는 아이 한 명.

- 행복이 가득한 꿈의 나라로 오세요!

어느새 콩콩이의 입가에 침이 가득 고였다.

녀석은 입가를 한번 닦고, 진원에게 다가가 졸라댔다.

“크이! 크, 크이!”

“왜.”

“크이!”

콩콩이가 가리키는 곳에는 에버랜드의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곳에 데려가 달라는 듯했다.

“진원, 나도 저기 가고 싶어.”

평소 의사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메시아도, 이번에는 강력하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콩콩이랑 메시아 데리고 갔다 오지그래? 얘네들도 놀 때는 놀아야지. 그리고 메시아 목소리 예쁘네. 다행이다.”

“응.”

등교를 위해 책을 챙기던 동생은, 진원의 미묘한 표정을 알아차리고 거들어주었다.

‘하루 정도야 괜찮겠지.’

플레이어 이벤트를 대비해 레벨 업을 하려던 그는, 콩콩이와 메시아를 보고 졌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 준비해라. 바로 가자.”

“크이이이!”

“응!”

콩콩이와 메시아는 서로 손을 잡고, 신난 듯이 거실을 뛰어다녔다.

‘후우. 내가 너무 급하게 생각했네. 얘네들도 답답했겠지.’

생각해보면, 그동안 휴식 없이 계속 달려오기만 했다.

거기에 혼자가 아닌, 붉은 늑대와 메시아. 그리고 소환수들과 함께 싸워왔다.

얘네들이 숨을 돌릴 틈은 줘야겠지.

띠리리.

진원이 차 키를 챙기는 와중, 신혜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 야, 너 이계 던전 갔다 오고 나서 바로 중국 갔었다며? 뭐 하러 간 거야?

“그냥 길드원 도와주러 갔다 왔어. 나머지는 말 못 한다.”

- 뭐야, 싱겁게.

중국에서 블라즈코비츠의 아버지를 빼내온 것은 최대한 비밀로 하는 것이 좋았다.

‘맛없는 포션으로 겉모습도 바꾸고, 신분까지 위장해서 다녀왔으니 끝까지 철저해야겠지.’

아무리 신혜진이라도 해도, 정보가 어떻게 새어나갈지 몰랐으니까.

“진원, 나 준비 다 했어.”

“크이!”

그녀와 통화 중, 메시아와 콩콩이가 진원에게 다가왔다.

기대감에 부푼듯한 모습.

- 어? 방금 여자애 목소리 들렸는데? 누구야?

“메시아야.”

- 뭐? 정말로? 목 나은 거야?

“그래. 운이 좋았지.”

신혜진은 낯선 목소리의 정체가 메시아인 것을 알자, 귀엽다며 소리를 질러댔다.

- 야, 잠깐만. 나도 가도 되지? 메시아 보고 싶어. 태우 오빠, 나 오늘 휴가 낼게. 괜찮지?

- 길드장님. 오늘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정이 꽉 찼습니다.

- 그럼 반차라도 쓰게 해줘! 제발!

- 절대 안 됩니다.

그녀의 애원하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끝났다.

“그럼 가자.”

“얘들아, 잘 놀다 와.”

“응.”

“크이!”

* * *

같은 시각.

아침부터 C급 던전을 열심히 공략하고 있는 파티원들.

“형! 50미터쯤 앞에서 고블린 5마리요!”

“그래!”

“키에에엑!”

이서훈이 스킬을 사용해 맵을 전반적으로 탐색하면, 최은식이 앞에 나서서 고블린들을 상대했다.

“지금! 딜 넣어요!”

“네!”

그 사이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딜러들이 스킬을 사용했다.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급조한 파티임에도 깔끔한 연계였다.

“최은식 씨는 굳이 C급 던전에 안 와도 되는 수준이시네요.”

원딜러 한 명이 가볍게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최은식을 보며 감탄했다.

아무리 C급 던전이라도 탱커 2명은 필요한데, 혼자서 어그로를 끌다니.

“아, 얘 레벨 업 좀 도와주려고 왔죠. 그리고 제가 생각보다 레벨이 높습니다.”

그는 이서훈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대답했다.

녀석은 최근, 엘리트 길드에 연락해 던전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당연히 진원과 약속한 기간이 지나지 않아서, 단칼에 거절했었다.

- 플레이어 이벤트가 언제 또 열릴지 몰라요! 이 상태로 제가 끌려가면 바로 죽을걸요? 그리고 저번 이벤트에는 진원 형이 강제 참가였잖아요? 제 생각에는 다음에도 형이 끌려갈걸요?

그러나 녀석은 끈질기게 연락해대며,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최은식에게 매달렸다.

그는 결국 진원에게는 비밀로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서훈과 함께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어때. 레벨은 좀 올랐어?”

“네. 저는 옵저버라 그런지, 사냥을 안 해도 경험치를 주나 봐요.”

이서훈은 다른 직업군과는 다르게, 던전에 들어와 스킬만 사용해도 레벨 업이 가능했다.

물론 직접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것보다는 레벨이 느리게 올랐다.

“중학생이라고 했죠? 대단하네. 벌써부터 던전에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빨리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서요.”

다른 파티원들은 그런 이서훈을 보며 대견하다는 듯 웃었다.

“오늘 이거 클리어하고 한 군데 더 가야 하니까 바로바로 가죠.”

“네!”

김진원에게 묻혀 유명해지지 않은 최은식이었지만, 그는 진원 다음으로 단기간에 레벨을 많이 올린 플레이어였다.

* * *

에버랜드의 매표소 앞.

손님들의 안내를 도와주던 여직원은, 콩콩이를 쳐다보고 당황했다.

‘저건 뭐지? 캥거루야?’

이곳에 일하면서 저런 동물을 데려오는 남성은 처음이었다.

“죄송합니다. 반려… 동물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시면 직원들이 퇴장 시까지 맡아드릴 수 있습니다.”

여직원은 진원을 보며 원칙대로 설명했다.

“크, 크이? 크이!”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콩콩이가 절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얘는 똑똑해서 괜찮아.”

“죄송합니다. 원칙이라서 안 됩니다.”

메시아까지 나서서 한 마디 해줬지만, 여직원의 태도는 단호했다.

띠리리.

진원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도중.

“죄송합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여직원이 긴급전화에 빠르게 연락을 받았다.

“네, 네! 그럼 바로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긴장한 기색으로 짧은 통화를 끝낸 직원은 콩콩이까지 포함해, 3명의 티켓을 발급해주었다.

‘뭐지? 어쨌든 잘됐네.’

진원은 별생각 없이, 신나게 자리에서 뛰어대는 콩콩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운이 좋았어.’

본래 애완동물의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에버랜드.

콩콩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에버랜드의 대표이사 덕분이었다.

‘뉴스 때문에 잠시 촬영하러 왔었는데, 예정보다 빨리 오길 잘했군.’

그는 입구 근처에서 황금빛 털을 가진 캥거루를 보자마자 직원에게 연락했다.

저 캥거루는 S급 플레이어 김진원이 길들인 전설종 몬스터였으니까.

‘최대한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그리고 잘만 하면 홍보도 될 수 있다.’

그는 다른 직원에게 연락해, 콩콩이의 사진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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