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넌 강해졌다!
“크이!”
“그래, 잘 갔다 왔다. 동생은 학교 갔나 보네. 스승님도 따라갔나?”
진원이 집에 돌아오자, 거실에 있던 콩콩이가 달려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그의 너덜너덜해진 옷과 상처들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크, 크이!”
띠링.
[골드 캥거루가 패스트 힐을 사용합니다.]
“괜찮아, 힐 안 해줘도 된다.”
진원은 급하게 스킬을 사용하는 녀석을 보며, 괜찮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이 정도로 버거웠던 던전은 최근에 없긴 했다.
“깔끔하게 이긴 게 아니라서 찝찝하긴 하네.”
자신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부유섬의 제왕.
놈은 일부러 소환수의 스킬에 달려들어 죽음을 택했다.
고독감에 죽고 싶다는 것은 정말인 듯했다.
“아, 맞다. 콩콩아. 너 이거 먹어라.”
“크이?”
그는 인벤토리에서 만찐두우빵을 꺼내 녀석에게 내밀었다.
여전히 온기를 머금고 있는 만두 하나.
킁킁!
“크이?”
콩콩이는 이게 대체 뭐냐는 듯이 진원을 쳐다보았다.
“몸에 좋은 거야. 이거 되게 귀한 거다.”
타노아의 말에 따르면, 이것을 몬스터에게 먹이면 엄청 강해진다고 한다.
콩콩이는 전설종 몬스터인 골드 캥거루.
당연히 이 녀석이 먹어야 했다.
“자.”
“크이!”
녀석은 만찐두우빵을 보고 코를 킁킁대다가, 진원이 가까이 들이밀자 한 입 베어 물었다.
“크, 크이!”
맛을 본 콩콩이는 충격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겁지겁 만두를 먹어나갔다.
“되게 맛있나 보네.”
순식간에 만두를 해치운 녀석은,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 눈을 크게 떴다.
“크, 크이!”
“왜 그래?”
“크이이이이!”
화아아아!
띠링.
[만찐두우빵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몬스터가 섭취해 힘이 강화됩니다!]
[골드 캥거루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콩콩이의 몸이 환하게 빛나더니, 덩치가 조금씩 커졌다.
“오, 듬직하게 컸네.”
“크이!”
진원의 허벅지까지 오던 녀석의 키는, 순식간에 커져 그의 허리춤까지 자랐다.
[…콩콩이 귀여웠는데.]
녀석의 변한 모습을 본 메시아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한번 볼까.’
진원은 커진 덩치로도 자신에게 안겨대는 녀석의 상태 창을 열람했다.
[골드 캥거루]
C랭크
[능력]
근력 - D
체력 - D
민첩 - C
신성력 - C
[스킬]
섬광 - C
패스트 힐 - C
홀리 팡 - C
#플레이어 김진원에게 완전히 귀속되어 있습니다.
“모든 랭크가 한 단계씩 올라가 있네.”
부유섬에서 얻은 히든 피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효과를 자랑했다.
“크이!”
진원은 콩콩이의 머리를 기특하다는 듯이 쓰다듬어 주었다.
이 정도면 확실히 많은 발전을 했지만, 아직 던전에 데리고 다니기에는 애매했다.
‘일단 외출할 때는 나랑만 나가야겠어. 아직은 이르다.’
가끔씩 심심해하는 녀석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녀석은 굉장히 희귀한 전설종 몬스터.
밖에서 잠깐 한눈을 팔았다가 납치될 수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다음은 내 차례네.”
진원은 소파에 앉아 카리나의 심장을 구매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피곤하지만 이건 바로 사야지.”
두근. 두근.
도저히 비약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외양.
그리고 세차게 뛰는 심장을 보며,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이 정도 크기면··· 아, 젠장. 그냥 씹어서 삼켜야겠네.”
“크, 크이!”
진원의 표정을 본 콩콩이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왔다.
“괜찮아, 먹어도 되는 거니까.”
그는 눈을 딱 감고 카리나의 심장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와삭!
마치 사과를 먹는듯한 식감.
그리고··· 정말 더럽게 맛없었다.
“어우! 미친! 이걸 다 먹어야 한다고?”
순간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구토감을 겨우 삼켰다.
썩은 과일을 먹는 것이 100배는 나은 수준.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뭐라도 같이 먹어야겠다.”
[진원, 여기 있어. 힘내!]
그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눈치 빠른 메시아가 재빠르게 냉장고에서 초코우유를 꺼내 주었다.
“고맙다.”
와삭! 푸직!
카리나의 심장을 한 입씩 먹을 때마다 시꺼먼 액체들이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크, 크이!”
그 장면을 본 콩콩이는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메시아는 진원이 포기하지 않도록 심장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크억! 우유!”
[방금 그게 마지막이야, 진원.]
“끄아아아아!”
“힘내십시오, 주군!”
어느새 붉은 늑대까지 실체화해 그를 응원했다.
진원은 소리를 지르며 딱 한 입 남은 심장을 삼켰다.
“쓰읍, 후우.”
그리고 소파에 축 늘어진 모습을 보니, 마치 고문당하고 기운이 빠진듯한 모습이었다.
띠링.
[카리나의 심장을 복용하였습니다!]
[모든 스텟이 10 상승합니다!]
[정신계열스킬에 면역을 가집니다!]
“망할. 면역 효과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포기했다.”
그는 메시아가 가져온 생수를 들이켜며 입을 닦았다.
항마력 100으로 모든 스텟 10.
거기다 방금 카리나의 심장으로 모든 스텟이 10 상승했다.
거기다 제왕을 잡고 2레벨 업까지.
‘스텟이 어떻게 되어 있을라나.’
진원은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상태 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이름: 김진원
레벨: 66
직업: 계약 소환사
등급: 유니크
업적: 군락의 지배자
칭호: 차원의 견습 수호자
HP: 3400
MP: 4450
항마력: 100
[스텟]
근력: 120 민첩: 120 체력: 90 마력: 155 지배력: 160
미분배 포인트: 10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뱀파이어 군주 메시아와 피의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모든 정신계열 스킬에 면역상태입니다.
[스킬]
마구: 블랙홀 Lv.7
마구: 칼날 폭풍 Lv.20 (Max)
마구 Lv.10 (Max)
불굴 Lv.1
순간 가속 Lv.10 (Max)
미분배 포인트: 4
[직업스킬]
소환의 방 Lv.3
계약 소환: 꼬마 임프 Lv.10 (Max)
인핸스 본드 Lv.10 (Max)
계약 소환: 꼬마 마도사 Lv.10 (Max)
계약 소환: 심연의 마누스 Lv.3
계약 소환: 꼬마 디멘션 워커 Lv.10 (Max)
[상점]
Lv.7
“이 정도면··· 확실히 강한 축에 속하지 않을까?”
66레벨에 주요 스텟은 150이 넘었다.
거기다 다른 스텟들도 모두 골고루 올라간 상태.
‘일단 체력은 100으로 만들자.’
이로써 모든 스텟이 3자리 숫자가 되었다.
레벨에 비하면 확실히 괴물 같은 수치.
“그러고 보니, 랭커들 스텟은 얼마나 높을려나?”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다.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플레이어 세계 랭크를 검색해본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랭커는… 3위네.”
미국 출신의 플레이어 앤더슨.
인터넷에는 그의 스텟과 직업, 그리고 스킬까지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겠네.”
진원은 그의 스텟과 스킬들을 천천히 읽어나가며, 자신의 스텟과 비교했다.
“…….”
그리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앤더슨이 너무 강해서? 아니다.
“세계 랭크 3위 플레이어가 이렇게 약하다고?”
앤더슨의 주요 스텟은 100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다른 스텟들은 기껏해야 70~80 수준.
거기다 보유한 스킬도 겨우 6개밖에 없었다.
“장비들은 대부분 레전더리라. 레벨은 나보다 높다 이거지.”
진원은 72레벨로 표기된 앤더슨의 프로필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생각해 보면, 진원이 레벨에 비해서 상당히 강한 것이었다.
상점 스킬과 함께 특수한 아이템이나 퀘스트, 던전을 통해 혼자서 성장해왔으니.
“이 정도면 혼자 중국에 쳐들어가도 되겠는데?”
물론 농담 삼아 뱉은 말이다.
언젠가 보복은 하겠지만, 완벽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을 공격해와도, 이길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세계 랭크를 갱신한다면 웬만하면 1위겠지.’
3위가 이 정도 스펙이면, 1위도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몇 위쯤 하고 있으려나.”
스크롤을 내리길 몇 번.
현재 진원의 세계 랭크는 90위대로 최하위권이었다.
‘굳이 갱신을 안 해도 되긴 한데······.’
그러기엔 1위에게 주는 권한이 너무 탐났다.
레전더리급 아이템을 일정 기간 독점할 수 있는 권한.
거래소에서 레전더리 아이템을 독점하겠다고 전하면, 물품이 등록되는 순간 해당 플레이어에게 연락이 간다.
그것도 전 세계의 모든 거래소에서 말이다.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을 구하기 힘든 원인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조만간 갱신해야겠어. 되도록 블라즈코비츠를 도와주기 전에.’
띠리리.
진원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사이, 서울대학교 총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벌써 시험 기간이 되었나 싶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 안녕하십니까, 김진원 씨. 연옥 2층···이라고 했나요. 클리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감사합니다. 다친 곳은 없으니까 괜찮습니다.”
최준석은 느긋한 목소리로 간단히 안부 인사를 하고, 실기 강화 훈련에 참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아무래도 이렇게 하면 학부모들도 더욱 안심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미지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 이벤트가 언제 또 시작될지 모르니까요.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러나 조만간 블라즈코비츠를 도우러 중국에 가야 한다.
그렇게 판단하고 거절하려던 순간, 최준석이 말을 이어나갔다.
- 아, 그리고 이번 실습에 참가해 주신다면, 이전에 보여드렸던 레전더리 아이템을 드리겠습니다. 이대로 계속 썩혀봐야 별 도움도 안 되니까요.
“정말인가요?”
- 허허! 서울대학교 총장이 거짓말을 하면 쓰겠습니까! 1박2일. 훈련이 끝나는 대로 지급하겠습니다.
예전에 그가 보여주었던 레전더리 아이템.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본래 대학교를 졸업할 때 받기로 했었다.
‘졸업까지 3년이 넘게 남았다.’
그렇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네, 그럼 참가하겠습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김진원 씨! 일정은 제가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허허허! 그냥 알려드리는 날짜에 편하게 오시면 됩니다.
시원스럽게 웃던 최준석과 통화를 끝낸 진원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피곤하지만 할 일은 해야겠지.”
그리고 협회장에게 연락했다.
* * *
서울 과학 수사 연구소.
넓은 연구실은 금발의 러시아인, 블라즈코비츠가 혼자 사용하고 있었다.
협회장과 진원의 배려로 개인연구실을 단기간 사용할 수 있게 된 그녀는.
“도대체 이걸 어디서 구한 거냐? 김진원.”
진지한 표정으로 그가 맡긴 고대의 피를 관찰했다.
아이템의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연금술사의 전용 스킬인 상급 연금술과 상급 해독술이 필요했다.
“다행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이다. 그런데 한 개는 아직 기다려야 한다.”
상급 연금술은 제주도에 갈 때 연달아 사용해, 2일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고대의 피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한국의 연구원들도, 버거워하는 건가?”
마지막으로 이곳의 연구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며 미안하다는 말만 남겼다.
“에이, 뜨끈한 국밥이나 든든하게 먹고 생각하자.”
아이템을 한참 쳐다보던 블라즈코비츠는 허기를 느끼고 연구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