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부유섬-4
‘마, 맙소사!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관리자는 고추참치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는 타노아를 보고 경악했다.
‘연옥 3층에서 나타나는 녀석인 만큼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상대도 안 될 텐데. 물론 저 인간이 특출나게 강한 건 맞지만.’
거기다가 타노아는 자존심이 강한 몬스터라고 알고 있는데.
도대체 뭐지?
음식으로 타노아를 길들이다니.
‘저게 그렇게 맛있는 건가?’
스윽.
타노아는 관리자의 시선을 느꼈는지 참치캔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뭘 봐? 절대 안 줄 거야. 쳐다보지도 말아. 어휴, 닳겠네.”
“···옙.”
녀석은 관리자를 노려보면서 손으로 캔의 표면을 쓰다듬었다.
저 싸가지 없는 성격.
분명히 타노아가 맞다.
‘에휴, 이젠 나도 모르겠다.’
관리자는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로 했다.
김진원, 저 인간이랑 같이 있으면 이상한 일만 연달아 일어나는 기분이었다.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드디어 생겨났네.”
시간이 지나자 메시지와 함께 다리가 생성되었다.
진원은 길게 하품을 한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본래대로라면 관리자 녀석을 들고 곧바로 건너가야 한다.
“이대로 잠깐만 대기해주세요.”
“그래.”
그러나 타노아가 다리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일단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그어어어!”
“크와아악!”
망령들이 다리에 들러붙어 괴성을 지르길 잠시,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부유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사라졌고 곧바로 다른 방향으로 다리가 생성되었다.
“여기는 괜찮아요. 망령들이 안 달라붙을 거예요.”
타노아의 말대로, 여섯 번째 섬과 이어진 다리에는 망령들이 하나도 달라붙지 않았다.
“좋아. 앞장서라.”
“네! 맡겨주세요, 김진원 님!”
[조금 더 천천히.]
“네!”
타노아가 앞서 날아가면, 메시아가 녀석의 목에 묶인 줄을 적당히 당기며 속도 조절을 했다.
마치 개를 산책시키는 주인과 같은 구도.
그러나 녀석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다음 고추참치는 언제 주시려나?’
타노아의 이미 머릿속은 먹을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껏 다른 몬스터들을 먹어봤지만, 인간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있다니!
‘아니, 분명히 귀한 음식이라고 했지. 분명 인간들도 못 구해서 안달인 것이 분명해.’
타노아는 진원에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고추참치를 하나 더 얻겠다고 다짐했다.
‘밥이라도 같이 주는 순간 난리 나겠는데?’
진원은 생각보다 빨리 먹이에 길들여진 녀석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부유섬6의 요구]
조건: 낚싯대 회수
보상: 3분간 다리생성
6번째 부유섬에 도착하자마자, 메시지가 떠오르며 사각형 물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위이잉.
각자 다양한 색깔을 띠는 물체들은, 공중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뭐냐, 저건?”
“세 번째 부유섬을 통해 이쪽으로 넘어오면 생기는 현상이에요.”
진원의 물음에 타노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저기 움직이는 것들 보이시죠? 흰색, 검은색, 노란색, 파란색 순으로 적당히 데미지를 주면 돼요!”
순서를 맞춰 움직이는 물체들을 타격하면 낚싯대가 나타나는데.
그것을 이용해 히든 피스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저한테 맡겨주시겠어요?”
타노아는 진원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며 팔을 걷어 올리는 시늉을 했다.
“아니, 내가 한다. 넌 가만히 있어.”
“…네.”
진원은 녀석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와인드 업 했다.
‘저 정도 움직임이면 충분히 할 만하지.’
그리고 마구를 사용해 타노아가 말했던 순서대로 물체들을 하나씩 맞춰나갔다.
위잉!
그가 순식간에 세 개의 물체를 쓰러트리자, 남은 파란색 물체는 온 힘을 다해 날렵하게 움직였다.
“흡!”
하지만 진원의 민첩 스텟은 100.
의미 없는 몸부림을 하던 파란색 물체가 마구에 맞았고, 동시에 낚싯대가 나타났다.
“제가 가져올게요!”
타노아는 허공에서 떨어지는 낚싯대를 잡아 진원에게 가져왔다.
“이게 낚싯대라고?”
그냥 대나무에다가 실 하나 매단 것 같은데.
그는 빈약한 디자인을 보며, 이건 도대체 어디에 사용하는 건지 의문감을 느꼈다.
“네! 이걸로 밑에 있는 망령 중에 한 마리를 낚아서 7번째 부유섬으로 넘어가야 해요! 여기가 좀 어렵거든요. 저기 보세요.”
타노아가 가리킨 곳.
이제 막 생성된 다리에는 이미 망령들이 빠르게 달라붙고 있었다.
“3분 안에 한 마리 낚아야 한다는 거네.”
“그렇죠! 제 말만 잘 따라오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좋아. 다음 부유섬까지 잘 넘어가면 고추참치 하나 더 준다.”
“정말요?”
진원의 말에 타노아는 그의 머리 옆으로 가, 열정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가 딱 좋네요. 여기서 낚싯대를 살살 흔들어 보세요.”
“그런데 이걸 어디에다가 쓰는 거야?”
그는 밑에서 팔을 휘적거리는 망령들을 보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히든 피스를 얻으려면 꼭 해야 돼요!”
“일단 알았다.”
대나무 낚싯대에 연결된 하얀 실.
조금이라도 세게 잡아당기면 끊어질 듯한 모습.
“그어어!”
“우워어!”
그러나 수많은 망령들이 달라붙어도 실은 팽팽함을 유지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지금! 당겨요!”
“흡!”
가만히 타이밍을 재고 있던 타노아.
진원은 녀석의 신호에 망설임 없이 낚싯대를 당겼다.
“크어어어!”
그러자 귀신같이 딱 한 마리의 망령이 실에 묶여 올라왔다.
“아직 1분 넘게 남았어요! 바로 넘어가면 돼요!”
“그래. 관리자! 바로 달린다!”
“이, 이번엔 살살 좀… 쿠엑!”
진원은 한 손으로 관리자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순간 가속을 사용해 일곱 번째 부유섬으로 넘어갔다.
“후우, 그런데 히든 피스가 얼마나 대단한 거길래 이렇게 까다로워? 진짜 너 믿어도 되는 거냐?”
“물론이에요! 전 당신의 주인··· 아니, 부하라구요!”
타노아는 메시아의 시선을 느끼고 재빠르게 말을 바꿨다.
어느새 개처럼 변해버린 녀석은 진원을 바라보며, 언제 음식을 줄지 기대하고 있었다.
“자.”
“감사합니다, 김진원 님! 최대한 아껴먹어야지. 1년에 한 번? 아니, 너무 자주 먹어. 10년에 하나씩만···….”
진원은 혼자서 중얼거리는 타노아를 뒤로 한 채, 낚싯대를 허공에서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조건은 신경 쓰지 말고 이렇게 하라고 했지.’
본래라면 작은 섬마다 나타나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다리가 생성된다.
그러나 타노아는 이곳에서 히든 피스를 얻고, 바로 심장부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스.
진원이 슬슬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 때, 허공에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오네.”
잠시 후, 갈라진 균열에서 상어 외형을 가진 몬스터가 나타났다.
[메가트론]
“쿠워어어!”
무거운 울음소리를 내뱉은 녀석의 덩치는 상당히 컸다.
녀석의 몸집에 부유섬 상당수가 어두워지는 정도의 덩치.
“이 녀석은 망령들을 상당히 좋아해요. 하지만 밑으로 내려갈 수가 없죠. 항상 일정한 높이에서 떠다니거든요.”
타노아는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본래라면 낚싯대에 걸린 망령을 유도해서 저기 있는 중앙섬까지 날아가면 돼요! 그런데 컨트롤이 상당히 까다롭··· 응?”
“쿠워어!”
타노아는 옆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며 눈을 비볐다.
진원이 묠니르를 들고 가까이 다가가자, 메가트론이 알아서 머리를 숙이며 굴복의 목소리를 냈던 것.
“뭐야? 어떻게 하셨어요?”
“그냥 뚝배기 한 대 쳐줄 생각으로 다가가니까 이렇게 되던데?”
“와···….”
타노아가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인간이 메가트론을 기세만으로 굴복시키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자신조차 녀석과의 정면승부는 피하는 편이다.
일단 저 질긴 가죽을 뚫기도 어려웠고.
‘메가트론은 엄청 화가 나면 그대로 폭발해 버리거든.’
거기다가 녀석을 극도로 자극해 버리면 몸을 힘껏 부풀리고 폭발해 버리는데, 이게 파괴력이 엄청났다.
‘역시 저 인간, 지금껏 만난 인간들과는 확실히 달라.’
타노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얘를 타고 심장부로 가면 된다 이거지? 그래서 히든 피스는 어떻게 얻냐?”
진원이 어느새 온순해진 메가트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얘를 타고 가는 경로에 숨겨져 있어요. 그건 저한테 맡겨주세요!”
“좋아, 그럼 바로 가자.”
진원이 먼저 메가트론 위에 올라탔다.
이어서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올라올 때까지 온순하던 녀석은, 관리자를 보자 낮게 으르렁거렸다.
“크르!”
“너보고 맛있겠다고 하네.”
“뭐, 뭐라구요?”
“장난이다. 그냥 올라와. 괜찮을 테니까.”
“옙…….”
진원의 말에 화들짝 놀라던 관리자까지 올라타자, 메가트론은 서서히 몸을 돌려 부유섬의 중앙, 심장부로 움직였다.
“이 속도로 가면 금방 도착하겠네요. 히든 피스는 저기쯤에 있어요.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지만요.”
“그래.”
진원은 낚싯대를 붉은 늑대에게 넘겨주고, 타노아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마구를 던졌다.
휘익!
대략 5개쯤을 던졌을 때,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물체가 떨어졌다.
“제가 가져올게요!”
타노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가 물체를 회수해왔다.
“여기 있어요! 히든 피스!”
“···이게 히든 피스라고?”
“네!”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타노아.
진원은 아이템의 이름을 확인하고,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버릴 뻔했다.
[아이템:만찐두우빵]
전설로만 존재한다는 그 만두.
종류: 비약
등급: 레전더리
효과: HP와 MP를 포함해 피로감까지 완벽하게 회복시켜 줍니다.
#때로는 엄청난 효과가 일어납니다!
“장난해? 이게 뭐가 엄청난 히든 피스냐! 대가리 딱 대!”
타노아가 자신에게 가져다준 것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 하나.
겨우 만두 하나를 얻기 위해서 이런 귀찮은 일을 했다고?
“네, 네에? 잠깐만요! 이거 엄청 좋은 거라구요! 물론 그냥 인간이 먹으면 별 효과가 없겠지만, 몬스터들이 먹으면 엄청 강해져요!”
진원이 묠니르를 위로 치켜 올렸다.
그러자 녀석은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필사적으로 아이템에 대해 설명했다.
“몬스터들이라 이거지.”
한동안 손바닥에 올려진 만두를 바라보던 진원.
그는 집에 있는 콩콩이를 떠올리고,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적당히 넣었다.
“구라면 알지?”
“저, 정말이에요!”
타노아는 몬스터들이 서로 못 먹어서 안달인 아이템을 보며, 인간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고생했다.”
시간이 지나 심장부 중앙에 도착했다.
진원은 녀석의 입 안으로 낚싯대에 매달려있는 망령을 넣어주었다.
“쿠워어!”
그러자 메가트론은 고맙다는 듯이 짧게 울고, 균열을 통해 사라졌다.
“히든 피스라, 확실히 얻는 절차가 복잡하긴 하네.”
아이템 이름이 저따위인 것만 빼면.
띠링.
[명예 포인트가 2 올랐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포인트가 왜 이렇게 빨리 올라?”
주위를 살펴보던 진원은 출력되는 메시지를 보며, 은식이가 이번엔 또 어떤 헛짓거리를 했을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앞으로 5포인트만 더 모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