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42화 (142/200)

142. 특수 물약

훈장 수여식이 끝나고, 다음 날 아침.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띠링.

[명예 포인트가 30 올랐습니다!]

진원은 소파에 앉아,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명예 포인트가 오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참을 만하네. 거기다 생각지도 못한 레전더리 아이템까지 받았고.’

진원은 그 뒤로도 혹시나 포인트를 더 얻을 수 있나 싶어, 최대한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자인이 좀 구리긴 한데, 확실히 옵션은 미친 수준이다.’

그는 오른팔에 착용하고 있는 흙색의 팔찌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력: 100 민첩: 90 체력: 70 마력: 130 지배력: 140

미분배 포인트: 15

그저 레전더리 장신구 하나를 더 추가했을 뿐인데 이 정도다.

‘이래서 템빨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네. 팔찌 착용으로 올라간 스텟이 총 40. 레벨이 8 높아진 거랑 같다.’

그가 남은 포인트를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 진원의 여동생 김지원이 불만스러운 기색으로 다가왔다.

“오빠, 나 학원가야 하는데, 오늘도 쉬어야 해?”

“오늘 하루만 쉬고 내일부터 가. 조금 있다가 심리치료사 오실 거니까 상담만 받아보자.”

“···심리치료?”

상담이라는 말에 그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괜···찮아. 그 뒤로 시간도 꽤 지났고. 내년쯤이면 다 잊어버릴 거야.”

동생은 예전에 겪었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어깨를 조금 떨었다.

“이번 한 번만 받아봐. 다음부터는 절대 얘기 안 꺼낼게. 해외에서 유명하신 선생님이야.”

그 모습을 본 진원은 동생을 보며 살살 달래듯이 말했다.

“···알았어.”

20분 뒤, 벨이 울리며 안으로 들어온 여성은 블라즈코비츠.

김지원은 그녀를 보며 감탄사를 뱉었다.

“와··· 진짜 선생님 맞아? 모델 아니야? 되게 예쁘시다.”

“네가 김진원, 동생이지? 만나서 반갑다. 다행히 오빠는 안 닮았구나.”

“뭐라고?”

그녀는 진원의 말을 적당히 흘려넘긴 뒤, 김지원을 방으로 들여보냈다.

“잠시 오빠와 얘기 좀 나누고 들어가겠다. 조금만 기다려줘.”

“네, 알았어요. 오빠! 마실 거라도 내드려!”

진원은 동생의 말에 짧게 한숨을 내쉬며, 부엌으로 가 마실 거리를 뒤적였다.

“뭐 줄까? 홍차랑 녹차랑 커피 있네.”

“커피면 충분하다.”

그가 식탁 위에 커피 두 잔을 올려두며 입을 열었다.

“와줘서 고맙다. 그래서 네가 말한 부탁이라는 게 뭐야?”

진원은 이전, 블라즈코비츠가 의뢰를 받고 제작했다는 포션을 받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포션을 건네주겠다고 대답해왔다.

“우리 아빠.”

“아빠?”

“응, 아빠가 중국에 붙잡혀 있다. 그래서 구출해줬으면 한다.”

진원은 그녀의 부탁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느꼈지만, 중국이 튀어나올 줄이야.

“자세히 설명해줘. 듣고 나서 결정해도 될까?”

“물론이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숨을 몇 번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아빠는 러시아의 대단한 연구원이다. 학구열이 엄청났다. 1년 전, 중국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연구시설을 옮겼다.”

중국의 뛰어난 연구시설과 설비.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솔직히 돈은 부족하지 않다. 아빠의 열정이 너무나도 거대했을 뿐이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끝나도 돌아올 기미가 없어, 매일 연구나 하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연락을 받고 뭔가 문제가 생긴 것 느꼈다.”

블라즈코비츠는 주머니에서 편지를 하나 꺼냈다.

너덜너덜한 종이 하나.

그녀는 그 편지를 조심스럽게 펴서 진원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 러시아어 못 읽는구나. 이 내용 자체는 평범하다.”

그녀는 눈을 찌푸리는 진원을 보고 편지에 적힌 내용을 말해주었다.

“평범하네.”

“그렇다. 하지만 난 아빠의 성격을 잘 안다. 그 사람은 편지 같은 걸 쓸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품에서 플라스크를 꺼낸 뒤, 붉은 액체를 조심스럽게 몇 방울 떨어트렸다.

그러자 잠시 후, 편지에 적혀있던 글자들이 다른 모양으로 변했다.

“이건··· 암호문인가 뭐 그런 거야?”

“비슷하다. 나만 알아볼 수 있게 아버지가 손을 써둔 것 같다.”

본래 편지의 내용은 ‘자신은 이번 연구는 오래 걸릴 것 같다. 매일 바쁘다. 가정에 신경을 못 써서 미안하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바뀐 내용은 ‘현재 자신은 중국에 붙잡혀 있다. 이놈들은 비밀리에 무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조심해야 한다. 나를 구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내용.

“이놈들이 또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진원은 그녀의 설명을 듣고 골치 아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

중국에 대해서야 겪은 일도 꽤 있고, 협회장과 대통령에게 전달받은 내용도 있다.

‘이놈들을 계속 설치게 놔둘 순 없긴 하지.’

당연히 진원도 중국이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놈들의 규모가 너무 크다.’

역대 최고의 플레이어들을 보유한 중국은, S급 플레이어만 해도 10명이 넘는다.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그들 모두를 당해낼 수가 없다고 판단해, 보복하지 않고 있는 것.

“김진원··· 역시 어려운가?”

블라즈코비츠는 진원의 표정을 보며 어깨를 축 늘어놓았다.

“안 된다는 게 아니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그래.”

문명호가 제발 중국은 건드리지 말고 참아달라고 몇 번이고 연락해왔다.

분명히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는 거겠지.

“잠깐만 기다려봐.”

진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문명호에게 연락했다.

띠리리.

통화연결음이 한 번도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은 문명호.

- 안녕하십니까, 김진원 씨! 먼저 연락을 주시다니 정말 기쁘군요! 허허허! 곧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같이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안녕하세요. 중국에 가도 괜찮을까요? 물론 여행목적은 아닙니다.”

- 예? 갑자기 중국은 왜······.

진원의 말에 기분 좋은 듯이 말을 뱉던 문명호가 불안한 기색으로 되물었다.

얼마 전, 전시회에서 중국의 플레이어들이 진원을 대놓고 건드렸다.

- 김진원 씨, 당연히 그 기분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문명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김진원이 보복을 목적으로 중국으로 간다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한다.

어떻게든 그를 말려야 했다.

-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이가 많이 틀어졌습니다. 혹시라도 김진원 씨가······.

“싸우러 가는 게 아니고, 사람 찾으러 가려고요.”

- 으음, 그렇더라도 김진원 씨는 중국 측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인물입니다. 굳이 가시겠다고 하시면··· 최대한 신분을 숨겨야 합니다.

“그럼 그 부분만 해결하면 되는 거죠?”

- 예··· 그렇습니다.

그의 통화가 점점 길어지자, 블라즈코비츠는 초조한 눈빛으로 진원을 바라보았다.

‘중국을 제외하고, 내가 알고 있는 S급 플레이어 중에서는 아마 그가 가장 강하다. 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그녀는 진원이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도, 자신이 제작한 특수 물약과 수호 구슬은 건네줄 생각이었다.

“김진원, 부담된다면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녀는 진원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여, 품에서 아이템들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네 여동생, 어려 보인다. 그런 아픈 과거는 떠올리지 않는 게 좋다. 이건 그냥 내 호의라고 생각하고 받아주면 좋겠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녀를 본 진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 그래? 아직 대답도 안 했는데. 지금 당장은 무리야. 준비할 시간을 줘.”

“저, 정말 내 부탁을 들어주는 건가?”

진원의 말을 들은 블라즈코비츠는 황급히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래, 늦어도 일주일 안으로 준비할게. 그러니까 동생한테 가 있어.”

그는 그게 부담스러운지 얼굴을 뒤로 빼며 대답했다.

“알았다! 나한테만 맡겨라! 그리고 그거, 생각보다 쓰니까 음료에 섞는 것이 좋다.”

스스스.

[너무 가까워.]

메시아는 진원과 블라즈코비츠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불편했는지, 모습을 드러내 그에게 가까이 붙었다.

“이 여자애, 메시아라고 했나?”

“그래, 네가 마음에 안 드나 보네.”

“그럼 마음에 들도록 노력해야겠다. 3분 뒤에 약을 가지고 오면 된다.”

그녀는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메시아를 보며, 귀엽다는 듯이 웃어 주고 김지원의 방으로 들어갔다.

[저 여자랑은 절대 친하게 안 지낼 거야!]

그녀의 뒷모습을 째려보던 메시아는 저도 모르게 진원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팔이 좀 아픈데.”

[미안해.]

메시아는 무안한지 거실로 가 콩콩이를 찾았다.

“단 거라, 여기 있네.”

진원은 냉장고에서 초코 우유를 꺼내고 컵에 따른 뒤, 블라즈코비츠가 건네준 특수 물약을 부었다.

“생각보다 너무 늦었어.”

자신이 송현성에게 제시한 6개월의 기간.

그보다 훨씬 빠르게 구하긴 했지만, 아까 전 동생의 표정을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구해서 다행이다.’

똑똑.

“마실 거 가져왔다. 들어갈게.”

“응, 들어와.”

동생의 방에 노크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간다.

블라즈코비츠가 진원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우유를 받는다.

“이거 한 잔 마시고 마저 이야기하자.”

“아, 네. 근데 오빠가 웬일이야? 이걸 컵에다가 담아주고.”

“얌마, 선생님 오셨는데 나도 그런 눈치는 있어. 빈 컵 들고 나가게 한 번에 마셔.”

“풉, 그래.”

김지원은 진원이 건넨 초코 우유를 한 번에 들이켰다.

“어? 오빠. 나 갑자기 졸······.”

동생은 우유를 마시자마자 책상 위로 엎어졌다.

“됐어, 여기서는 나한테 맡겨라. 저기 침대에 눕혀야 한다. 보고 있어도 상관없다.”

“그래.”

진원은 블라즈코비츠의 지시에 따라 동생을 침대에 조심스레 눕혔다.

“특정 날짜의 기억. 대략 15시간까지 애매한 수준으로 지워줄 수 있다. 정확한 날과 시간을 말해줘야 한다.”

“그래.”

진원이 날짜와 시간대를 말해주자, 그녀가 동생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끝났다. 약의 반동으로 내일 아침까지는 계속 잠들어 있을 거다.”

“후우, 고맙다.”

그는 동생의 안색을 살피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다냐?”

“그러니까 너의 아버지 건은 시간을 좀 줘.”

“아니, 그거 말고 다른 건이다.”

“뭔데.”

블라즈코비츠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절대 안 돼!]

그러자 거실에 있던 메시아가 후다닥 달려와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툭.

“장난은 적당히만 하고. 어쨌든 고생했다.”

진원은 손으로 블라즈코비츠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었다.

“음, 아쉽지만 일단은 참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다시 연락한다. 그리고 너, 장비 좋은 거 몇 개 없지?”

그녀가 손을 들어 어제 문명호에게 받은 팔찌를 가리켰다.

뭔가 엄청 의욕적인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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