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41화 (141/200)

141. 수여식

제주도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던 날.

당일에 연구소에 보관하고 있던 용액이 중국의 플레이어, 왕 첸에게 탈취당했다.

국민은 안 그래도 중국에 대해 적대심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중국인들은 아예 입국 자체를 막아야 한다며 입을 모아 강력하게 말했다.

[중국의 플레이어 왕 첸. 한국을 집 드나들 듯이. 이번이 두 번째.]

[한국의 플레이어들. 속수무책으로 중요한 자료 탈취당해.]

[S급 플레이어 김진원. 거의 단신으로 제주도의 이상 사태를 막아. 그의 영웅적인 면모, 어디까지인가.]

“하아,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군.”

협회장실에 앉아 있던 대통령 문명호.

그는 안 좋은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수습하는 데 애를 먹는 중이었다.

“기자들이 헬기까지 띄워서 영상을 찍어댔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분명히 이걸 노렸겠죠.”

손태욱은 골치 아픈 듯이 한숨을 내뱉는 그의 앞으로 커피를 한 잔 가져다 두었다.

문명호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줄 알고, 미리 언론사를 통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XBS, 그놈들이 헬기까지 동원해 영상을 찍어버릴 줄이야.

“하아, 미치겠군. 총선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당연히 이런 일들을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던전 브레이크.

거기다 유출된 용액으로 인해 한층 더 강력해진 몬스터들과 마법진에서 나타나는 폭발하는 임프까지.

“김진원 씨의 말로는 이연우가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

왕 첸과 이연우라.

분명히 공항의 CCTV에서는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서울과 제주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또 무슨 괴상한 스킬인지 아이템인지 사용했겠군. 망할. 안 그래도 예산이 남아나질 않는데.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확정된 4조 8,200억가량의 추경예산은 이미 눈 녹듯이 사라지는 중이다.

‘안 그래도 들어가는 곳이 많은데, 플레이어들 때문에 미쳐버리겠군.’

그들이 내는 세금이야 확실히 과거에 비하면 많아지기야 했다.

하지만 그만큼 예상치 못하는 상황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고 거기에 세금이 추가로 들어가다 보니, 재정 상황은 오히려 더 빡빡해졌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인명피해가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군.”

이어지는 손태욱의 보고.

김진원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무조건 사망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수준의 던전 브레이크라고 했다.

“그 폭발하는 임픈가 뭔가. 그게 공항으로 가서 터졌더라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이미 몇 마리가 공항에서 불과 2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폭발했지 않은가.

그들의 대처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나라가 뒤집혔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김진원에게 큰 도움을 연이어 받았으니, 아무래도 훈장을 수여해야 할 것 같은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던 문명호가 손태욱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물론 이것만이 아니라, 다른 보상도 준비해야겠지요.”

훈장을 받아서 따로 국가에서 얻는 혜택은, 국가 유공자 외에 딱히 없다.

다만, 훈장을 받는다는 그 자체만으로 명예로운 일.

김진원이 제주도를 지킨 일은, 향후 교과서에 등재되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리라.

“20대 초반의 나이에 훈장이라. 허허허, 그 동영상을 봤으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겠죠.”

“나도 동의하네. 정말… 끔찍하더군.”

문명호는 얼마 전.

불꽃남자 김진원 유투브에 업로드 된 영상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기자가 그에게 영상파일을 건네준 듯했다.

“흐음, 기자들이 순순히 영상을 넘길 줄이야.”

“허허! 김진원에게 점수를 딸 속셈일 겁니다. 함부로 업로드했다가 그가 화나기라도 하면 감당하기 힘들 테니까요.”

“어쨌든 이후에 공식적으로 일정을 잡아, 그에게 보국훈장을 수여할 생각이네.”

“보국훈장… 괜찮은 선택이군요.”

문명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고정된 틀을 깨트리면서까지 진원에게 수여하려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지지율 때문.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이 지지율을 끌어올릴 시기다!’

어차피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던전이 나타나고.

그에 맞춰 법도 제정되고 있다.

이 정도는 충분히 괜찮을 것이다.

‘흠,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닐 테지.’

그의 결심한 듯한 표정을 살피던 손태욱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김진원 씨에게 있어 나쁜 일도 절대 아니다.’

* * *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오빠, 넥타이 비뚤어졌어. 에휴! 옷 좀 깔끔하게 입어! 오늘 훈장 수여 날이잖아!”

“응? 그래? 내가 볼 때는 멀쩡한데.”

“에휴, 이리 와 봐.”

김지원은 오빠의 옷매무새를 단정히 해주며, 정장 재킷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 주었다.

[진원, 멋있어.]

“크이! 크이!”

“잘 어울리십니다, 주군.”

현재 그의 주위로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단정한 복장을 하고 모습을 드러내 있었다.

- 김진원 씨, 개인적인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 전, 문명호가 진원에게 연락해왔다.

무공 수여대상에 자신이 확정되었음을 알리며, 꼭 수여일에 참여해 달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환수들도 수여일에 모습을 드러내 달라는 부탁을 간곡하게 했다.

“흠, 굳이 얘들까지 이래야 하나 싶은데…….”

“퍼포먼스지 뭐. 딱 보면 나오잖아? 뭐 어때? 의상도 공짜로 받았는데.”

김지원은 깔끔한 양복을 입은 붉은 늑대와 새하얀 미니 드레스를 입은 메시아를 보며 잘 어울린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마음에 들어.]

“그거 다행이네.”

진원은 자리에서 한 바퀴 도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붉은 늑대는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너, 오늘 일찍 들어와.”

“왜?”

진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생에게 줄 것이 있다며 말한 뒤 현관을 나섰다.

“뭐야, 도대체? 사람 기대하게 만드네.”

잠시 후, 그녀도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했다.

그녀의 뒤에 고재원과 은지희가 호위를 위해 따라붙고 있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 * *

현재 청와대의 내부에는 수여식으로 인해 열기가 달아올라 있었다.

수많은 기자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 싸움을 벌였다.

“플레이어들까지 엄청 바글거리는데, 원래 이렇게 개방을 해주던가?”

기자 하나가 내부에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의문 감을 느끼길 잠시, 옆에 있던 동기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어깨를 툭 쳤다.

“얌마, 딱 보면 몰라? 이 기회에 지지율 끌어올리겠다는 거 아니야. 정치인들은 생각이 다 똑같단 말이지.”

“하긴. 그런데 20대 나이에 보국훈장이 말이나 돼?”

“너 임마, 제주도 영상 안 봤지? 그거 보면 말이 쏙 들어갈걸.”

그들이 열띤 대화를 나누던 사이, 기자 한 명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갔다.

“야! 빨리 뛰어!”

“김진원하고 양옆으로 그의 소환수들까지 나와 있다고! 거기다 전설종인지 뭔지 캥거루도 같이 붙어있어!”

그 장면을 본 다른 기자들도 덩달아 앞으로 내달렸다.

아무래도 이곳이 청와대 건물 안인 것도 잊어버린 듯했다.

잠시 후.

문명호 대통령과 김진원이 나란히 입장했다.

그의 옆으로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이게 상당히 구도가 좋은지 기자들은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러댔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진원 씨. 제 부탁도 들어주셨군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사실 약간의 고민이 들긴 했다.

뭔가 자신을 이용하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

하지만 수여식과 함께, 협회장과 문명호가 공동으로 준비한 아이템까지 건네준다고 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 플레이어 김진원 님의 훈장 수여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문명호의 말 한마디에, 시끌시끌하던 분위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려나 모르겠네.’

진원은 익숙지 못한 분위기에 괜히 한숨이 나왔다.

그냥 적당하게 강한 몬스터를 패 잡고, 이연우가 설치한 마법진을 부순 것뿐이었는데.

‘듣기로는 보국훈장이 보통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군인분들에게 주는 거 아니었나?’

진원은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지 별 감흥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없었으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생겼을 것이 뻔했다.

거기다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에 특화된 S급 플레이어인 송현성.

그가 최근 들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도움 요청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진원이 알 리 없었다.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진원 씨.”

진원이 혼자서 생각에 빠져있던 사이, 어느새 앞으로 다가온 문명호가 그의 왼쪽 가슴에 훈장을 직접 달아주었다.

“그것도 가져오게.”

“예.”

그의 말에 뒤에 빠져있던 장관 한 명이 자그마한 상자를 가져와, 모두 구경하라는 듯이 열었다.

딸깍.

[아이템: 거대한 기운을 담은 팔찌]

진흙으로 빚은 것 같이 보이지만, 상당히 강력한 힘을 품고 있다.

종류: 장신구

등급: 레전더리

효과: 근력+20 민첩+10 체력+10

제한: 레벨 60 이상

“…레전더리 장신구?”

진원은 레전더리 등급의 팔찌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유니크 등급의 장신구 아이템조차 매물이 없어 못사는 물건이다.

그런데 그의 눈 앞에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

그것은 플레이어들이 당장 달려들어도 이상할 것 없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와… 씨. 미쳤네. 골동품 상점에서나 팔 듯한 팔찌가 레전더리라고?”

“도대체 대통령님은 저걸 어디서 구한 거야? 악세는 유니크도 구하기 힘든데.”

“내가 장담하는데 김진원 아니었으면 1시간 안으로 뺏겼다. 내 x알 두 쪽 걸 수 있다.”

“그걸 왜 걸어, 미친놈아!”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레전더리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하고, 서로 열띤 토론을 나누기 시작했다.

“김진원 씨,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제가 있는 한 대한민국은 안전할 겁니다.”

문명호가 그의 팔목에 직접 팔찌를 채워주었고,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정말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었다. 어떻게든 안건이 통과되어서 다행이군.’

사실 그의 아이템은 국가의 세금으로 구매했다.

당연히 국민은 그 사실을 모른다.

아무리 그가 제주도를 구한 영웅이어도 용납이 안 되는 일.

때문에 이전부터 상당히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나라에 그를 빼앗기지 않을 테니까.’

현재 대한민국의 S급 플레이어는 단 두 명밖에 없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진 김진원.

각 나라는 그를 넘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오오오!

찰칵! 찰칵!

한편.

진원과 문명호가 서로 악수를 하던 장면을 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뱉어냈다.

기자들은 최고의 구도를 담아내기 위해 잠시도 손을 쉬지 않았다.

“야! 사진 다 찍었으면 빨리 돌아가! 너희들 오늘 집에 갈 생각하지 말아라! 대신 초과수당은 빵빵하게 준다!”

“아, 비켜요!”

짧은 시간에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대던 기자들.

그들은 엄청난 기삿거리에 빠른 걸음으로 청와대를 나갔다.

‘문명호가 이렇게 말해달라고 했지.’

진원은 문명호와 함께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은 후, 자리에서 적당히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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