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40화 (140/200)

140. 침식-6

신월동에 있는 서울과학 수사연구소.

“하암, 심심해 죽겠네. 퇴원하자마자 받은 의뢰가 경비라니.”

신혜진은 연구소 입구에서 지루하다는 듯 입을 가리며 하품했다.

그녀는 현재, 대천사 길드가 연구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라색 용액을 지키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길드장님, 괜찮을까요?”

“응? 뭐가.”

같이 경비를 서던 길드원 한 명이 그녀에게 넌지시 질문했다.

“뉴스 보셨죠? 제주도 엄청 큰일 났다던데요. 김진원 씨가 가셨다고는 들었는데…….”

“걔만 보내면 걱정 없을 거야. 거기다 협회 소속 플레이어들까지 보냈으니까 괜찮겠지.”

신혜진은 기자들이 일부러 자극적인 기사만 뽑아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대답했다.

“진짜 큰일이었어 봐. 플레이어들 되는 데로 다 제주도로 보냈을걸?”

“확실히 그럴듯하네요.”

“야! 그럴듯한 게 아니고 내 말이 맞다니까?”

“어? 길드장님! 저기!”

그들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길드원이 정문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남성을 가리켰다.

“···미친놈. 왕 첸이잖아?”

이전, 우면산의 포탈 근처에서 다수의 군인에게 중상을 입힌 중국인.

진원의 말에 따르면, 놈은 이상한 스킬을 사용해 도망쳤는데 그조차 잡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저 미친 새끼!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뻔뻔하게 한국으로 기어들어 와?”

“길드장님! 어떡할까요?”

“협회장님한테 보고하고 바로 스킬 준비해! 봐줄 생각 절대 하지 마!”

“예, 예!”

신혜진은 실실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리는 왕 첸을 향해 스킬: 다크 쓰로우를 사용했다.

우우웅.

창날에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는 창을 들어, 힘껏 던졌다.

“합!”

그리고 그녀의 뒤로, 보고를 받고 나타난 타이거 길드원들이 스킬을 사용했다.

“최대한 강한 걸로 일단 날려!”

“예!”

매섭게 날아가는 신혜진의 창과 갖가지 중급 스킬들.

“이게 뭐야? 한국식 인사야?”

왕 첸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스킬들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 뒤, 스킬: 다크볼을 사용했다.

챙!

그녀가 던진 창은, 왕 첸의 눈앞으로 생성된 검은색 공에 의해 튕겨 나갔다.

길드원들의 다른 스킬들도 마찬가지.

“잠깐 말할 시간 좀 줄래? 나 싸우러 온 거 아니거든?”

“X까 짱깨 새끼야!”

“···워우. 김진원이랑 어떻게 성격이 판박이냐? 너희 둘 사귀니?”

“미친 소리 하지 마!”

“우와, 그거 신기하네.”

신혜진은 재빠르게 창을 되돌리고, 다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무섭네, 무서워. 이대로 있다가는 다크볼이 깨져버리겠는데?”

왕 첸은 죽일 기세로 스킬을 캐스팅하는 플레이어들을 보며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난 너희들이 좋아. 내 생각대로 잘 움직여주거든. 이번에는 건드릴 생각 없으니까, 걱정 말고! 짜이찌엔!”

“···뭐라고?”

신혜진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대답하길 잠시, 왕 첸의 신형이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생각대로 잘 움직여준다고? 아!”

잠시 자리에 서 있던 그녀는, 뭔가 떠올랐는지 용액이 보관되어있는 특수보관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너희들! 두 명은 거기 남고 나머지는 전부 나를 따라와!”

왕 첸.

놈은 분명히 용액을 노리고 온 것이다.

일부러 시선을 끌며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일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진짜 뭔 개 같은 스킬을 다 가지고 있는 거야! 짜증 나 죽겠네! 보관소에 길드원 몇 명이나 세워놨어?”

“바, 방금 이쪽으로 다 몰려서 최소인원인 네 명 말고는 없을 겁니다.”

“개 같은 놈!”

그녀는 입술을 굳게 깨물며 더욱 속도를 올렸다.

* * *

같은 시각.

콰아앙!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지점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두 번 울렸다.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음에도 이 정도의 굉음.

충격이 작지는 않을 것이다.

“뭐야? 분명히 상황은 끝났는데!”

“어딘가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추가적으로 일어난 거 아니에요?”

“미친! 그럴 리가 있겠냐! 제주도가 무슨 저주받은 땅도 아니고!”

장은결은 혼란스러워하는 길드원들에게 정신 차리라며 다그쳤다.

“형! 어떻게 해야 하죠? 정확한 지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최은식이 다급하게 진원에게 다가왔다.

“사람이 몰려있는 공항이면 정말 큰일이에요!”

“그래,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무슨 일인지 빠르게 알아내야 해.”

그는 곧바로 소환의 방에서 소환수를 불러냈다.

“마도사! 위로 올라가서 상황을 살펴봐! 그리고 저기 헬기에도 내 말을 전해라!”

“예! 맡겨주십시오!”

진원은 당황해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차에서 내리라고 말 한 뒤, 소환수를 하늘 위로 올려보냈다.

“와, 오늘 진짜 미쳤는데요? 지금까지 분량 엄청나게 뽑았는데, 방금 또 뭔가 터졌나 봅니다.”

“역시 국장님, 감이 좋으신 건 여전하다니까. 야! 되도록 김진원 쪽에 초점을 맞춰서 찍어라!”

“물론이죠, 선배님! 처음부터 도착했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됐다. 인센티브 미친 듯이 받겠어!”

헬기에서는 기자 두 명이 서로 열띤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제주도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긴급파견된 남성들이었다.

아마 특종을 감지한 XBS에서 미리 헬기를 띄운 듯했다.

“거기! 인간들! 주인님께서 이 일대를 샅샅이 뒤져보라고 하신다! 몬스터들 같은 거 나오는지 찾아봐!”

“···예?”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려던 기자들 얼굴 앞으로, 꼬마 마도사가 불쑥 나타났다.

“귀가 잘 안 들리나? 인간? 이 일대를 샅샅이 뒤지라고 말했다. 협조하도록 해라.”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여라!”

“예!”

녀석은 앙증맞은 크기에 비해 입이 너무나도 험했다.

“와, 그거 맞는 것 같은데요?”

“뭐가?”

“그 왜, 있잖습니까. 개는 주인의 성격을 따라간다고. 김진원의 소환수도 그런 거 아닐까요?”

“하긴, 겉으로 볼 때 성격이 좋아 보이진 않더라고.”

남성의 말에, 선배 쪽은 일리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길 잠시.

“지금 누구 앞에서 주인님 험담을 하는 거지?”

“히익!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농담입니다! 하하하하!”

“···그럼 잔말 말고 빨리 움직여라.”

“예!”

죽일 듯이 말을 내뱉는 진원의 소환수를 보고, 재빠르게 헬기의 방향을 바꿨다.

* * *

진원의 소환수와 헬기가 제주도 일대를 훑어보길 30여 분.

“주인님! 찾았습니다!”

꼬마 마도사가 진원에게 특정 지역에서 몬스터들이 두 마리씩 튀어나온다고 알려왔다.

“위치가 어디야!”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진원의 소환수는 곧장 헬기에게 날아간 뒤, 열심히 눈으로 일대를 훑던 기자들에게 입을 열었다.

“인간들! 저기 저쪽! 정확한 위치가 어디냐!”

“예! 저기 말입니까? 분명히······.”

“한라산 국립공원입니다.”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기자들은 필요한 대답을 듣고 빠르게 날아가는 진원의 소환수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싸가지가 더럽게 없다고.

“후, 이건 분명히 플레이어의 스킬이네. 다들 건들지 마세요!”

진원은 소환수의 안내를 받아 한라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풀들로 교묘하게 가려져 있어, 언뜻 보면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키기익!”

“키익!”

그가 백과사전을 사용하려던 순간, 마법진에서 붉은 피부를 가진 임프가 튀어나왔다.

“얘들아, 처리해라. 폭발의 원인이 이놈들일 수 있으니까. 피해 안 가게 처리해.”

“분부대로.”

[맡겨줘.]

모습을 드러낸 메시아가 놈들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하늘 위로 높게 던지면, 붉은 늑대가 놈들을 향해 검기를 날려댔다.

“키기익!”

콰앙!

놈들은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서 폭발했다.

[임프 소환진]

- 설명: 악마 술사에 의해 소환된 마법진. 일정 시간마다 끊임없이 폭발하는 특성을 가진 임프들이 두 마리씩 생성된다. 시전자가 따로 대상을 지정하지 않아, 무작위 장소에서 폭발한다.

- 공략 포인트: 성수나 정화 스킬로 마법진의 색이 옅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거할 수 있다.

“이연우··· 이 새끼. 여긴 또 어떻게 온 거냐.”

백과사전에서 나온 설명에는 분명히 악마 술사라고 적혀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인물은 이연우밖에 없다.

“붉은 늑대, 메시아! 지금 당장 공항으로 가서 이연우를 찾아!”

“맡겨주십시오.”

[알았어!]

이미 놓쳤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니 붉은 늑대와 메시아를 공항으로 보냈다.

“오오, 김진원. 그 아이템은 뭐냐? 아까부터 봤는데 신기하다. 몬스터 도감이냐?”

그의 옆에 붙어있던 블라즈코비츠가 흥미롭다는 듯이 눈길을 보내왔다.

“비슷한 거다.”

“이연우라면 한국의 S급 플레이어, 맞지? 지명 수배되어있다고 알고 있다. 놈과 무슨 관계가 있나?”

“있지, 만나면 바로 죽여버릴 만큼의 관계가.”

“오오··· 나중에 얘기를 듣고 싶다.”

진원은 그녀의 반응을 가볍게 흘려넘기고 프리스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에 제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정화 스킬을 사용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짐짓 화난듯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그였기에, 프리스트들은 재빠르게 마법진을 둘러싸고 정화 스킬을 사용했다.

* * *

서울과학 수사연구소의 특수보관소.

대천사 길드가 연구하던 용액을 보관하기 위해, 국가에서 엄청난 세금을 들여 만든 장소였다.

최상급 마정석으로 만든 튼튼한 문과 함께 엄청난 보안시설이 자리 잡은 보관소.

벌레 한 마리도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스스스.

잠시 후, 보관소 안으로 왕 첸의 신형이 나타났다.

“어? 야! 저거 뭐야!”

“빨리 막아라!”

안 그래도 신혜진의 연락을 받아 잔뜩 경계를 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빠르게 문을 열려고 비밀번호를 두드렸다.

“쯧쯧. 그렇게 느려서야 쓰겠니, 친구들아.”

그러나 오히려 까다로운 인증을 자랑하는 시스템 때문에, 왕 첸이 용액을 빼돌리기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음, 이거 혼자 들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데? 생각보다 더 크네.”

왕 첸은 여유롭게 용액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커다란 용기 하나에 손을 올렸다.

‘하나 정도면 충분하겠지 뭐. 그래도 이연우가 생각보다 시선을 잘 끌어줬네. 당분간 더 써먹어야겠는걸?’

그는 그 상태 그래도 스킬: 차원 도약을 사용했다.

거리 제한 없이 장소를 왕복할 수 있는 그의 대표적인 유틸성 스킬.

엄청난 성능을 자랑함에도, 스킬을 즉시 시전할 수 있었기에 더욱 강력함을 자랑했다.

‘이걸로 당분간 차원 도약은 못 사용하지만, 이연우를 한번 밀어줘 봐야겠어.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아.’

왕 첸은 재밌다는 듯이 실실 웃으며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망할!”

“뭐 저딴 스킬이 다 있냐고!”

신혜진의 길드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이미 왕 첸은 용액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일단 길드장님한테 연락하고 주위를 살펴보는 게······.”

“야, 설명 못 들었어? 한번 놓치면 끝이라고 하셨잖아!”

“X발. 망했다…···.”

그들은 힘 빠진 표정으로 보관소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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