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38화 (138/200)

138. 침식-4

장은결과 그의 일행들이 포션을 마셔가며 휴식을 취하기도 잠시.

“크워어어!”

“키에에엑!”

포탈에서 몬스터들이 다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망할··· 방금 거 막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번으로 벌써 6번째.

그 광경을 본 장은결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이상 현상에 기겁하는 듯했다.

“그대로 쭉 쉬세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진원은 그들에게 손을 들어 쉬라는 제스처를 보내며 앞으로 나섰다.

“그, 그래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진원의 말에도 장은결이 애써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괜찮아요. 그냥 준비운동이나 하려고요.”

“아, 예······.”

가볍게 몸을 풀며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떨떠름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은식아, 이분들 잘 지켜줘라.”

“맡겨주세요, 형! 모두 제 근처로 모여주세요!”

최은식은 플레이어들을 최대한 자신의 주변으로 모으며 스킬을 준비했다.

“얘들아, 처리해라.”

“분부대로.”

[맡겨줘.]

진원의 양옆으로 실체화한 붉은 늑대와 메시아를 시작으로, 소환의 방에서 나온 소환수들까지 합세해, 포탈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흡!”

그가 마구: 블랙홀로 놈들을 한군데에 끌어모았다.

소환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스킬 안에서 허우적대는 놈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키에엑!”

“크워억!”

강화된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그래 봐야 A급 던전의 수준.

마력 수치가 낮은 S급 던전도 혼자서 클리어하는 진원에게 있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우워어어!”

놈들은 진원의 압도적인 힘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깃을 진원의 뒤쪽에 있는 플레이어들로 바꿔, 들고 있는 무기를 던져댔다.

“하압!”

그러나 미리 대비하고 있던 최은식의 방어 스킬로 인해, 몬스터들의 최후의 발악은 허무하게 막히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최은식 씨.”

“뭘요. 이 정도는 가뿐합니다.”

레벨이 올라 훨씬 단단하고 지속시간이 길어진 원구 형태의 배리어.

이제 10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커져 있었다.

“이 새끼들이 되지도 않는 대가리 굴리네? 그냥 뒤져!”

“키엑!”

장은결과 그의 일행들이 최은식의 거대한 배리어에 감탄하던 동안.

띠링.

[침식된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침식된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40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한 진원은 가볍게 몸을 털며 아이템들을 탐색했다.

“솔직히 유투브 영상은 어느 정도 과장된 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군.”

“미친… 그냥 하급 던전에서 몰이 사냥하시는 느낌인데요?”

“저 몬스터 끌어들이는 스킬. 유틸성 아니에요? 쩐다…….”

그가 싸우는 장면을 실제로 처음 본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기가 막힌 듯 입을 벌리며 감탄하기 바빴다.

“김진원, 실제로 보니까 더 멋있다.”

자연스럽게 최은식의 배리어로 걸어 들어와 진원의 전투를 구경하던 블라즈코비츠.

그녀는 그의 등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그쪽은 안 도와줘요?”

“굳이 도와줄 필요를 못 느끼겠다. 그래도 걱정 마라. 위험할 때는 나도 꼭 움직인다.”

최은식이 못마땅한 듯 그녀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그녀는 그게 어땠다는 듯이 대답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나오는 놈들을 처리해도 없어지지 않는군요.”

장은결이 초조한 눈으로 포탈을 응시했다.

방금 것으로 6번째 브레이크였지만, 포탈은 여전히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 일단 연구원들이 와서 조사할 때까지는 기다려 보죠. 오히려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저한테 있어서는 좋아요.”

“예?”

최은식이 배리어를 거두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진원은 장은결에게 걱정 말라는 듯이 말해주었다.

그는 순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경험치가 계속 들어오니까요.”

“그, 그렇군요…….”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진원의 추가설명에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S급 플레이어들은 저렇게 전투를 즐기는 건가?’

일정 레벨이 되고, 권력과 부를 손에 넣은 플레이어들.

그들은 위험하다 싶은 던전이나 의뢰들을 전부 쳐내버린다.

‘우리야 계약할 때 명시된 내용이 있으니까. 물론 그만큼 위험수당이 따라붙기도 하고.’

그 반증으로 진원과 그의 일행을 제외하고, 이곳에는 협회 소속의 플레이어들밖에 없었다.

‘아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자. 괜히 불안해서 별생각이 다 드네.’

장은결은 한 손을 들어 볼을 세게 두드린 후, 근처에 있던 손병수를 불렀다.

“병수야! 애들 몇 명 데리고 연구원분들 데려올 준비해. 이번엔 알지?”

“예! 미친 듯이 밟고 오겠습니다!”

**

제주도의 한라산 국립공원.

‘망할, 공항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어두운 의상을 입은 남성은 이연우.

그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적이 가장 없을 만한 장소인 한라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후우, 이쯤이면 되겠지.’

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주위를 찬찬히 살폈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과 던전 브레이크.

생각보다 큰 사태였는지 공항과 그 주변을 제외하고 차조차 지나다니지 않았다.

‘분명히 대천사 길드의 용액을 사용했겠지.’

땅의 표면이 검게 물드는 것을 뉴스로 본 이연우는 단번에 그 이상 현상이 자신의 길드에서 만들었던 용액의 효과와 같다는 것을 눈치챘다.

‘의외의 수확이다. 분명히 소량을 땅에 부었겠지만.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테니까.’

그가 거금을 들여 만든 특수한 용액.

그것은 몬스터들에게 변이를 일으켜 놈들의 신체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망할. 대규모 정화까지 금방이었는데!’

거기다 대량의 용액을 투여한 대지는, 서 있기만 해도 플레이어들의 HP가 감소한다는 데이터까지 손에 넣었는데.

‘그놈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런 처지가 될 일은 없었다!’

이연우는 과거, 김진원에게 당한 일이 떠올랐는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왕 첸의 엄청난 자금지원과 함께,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플레이어들을 세뇌했다.

그들을 희생하면서까지 얻은 결과물을 허무하게 빼앗겼을 때의 그 박탈감.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신의 선택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분명히 나에게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도움을 받아 되돌릴 찬스를 얻었다.

‘대피용 마법진도 설치해놓았다. 이대로 진행하면 되겠어.’

주위의 탐색을 끝낸 이연우는, 이번에는 어떻게든 성공하겠다며 스킬: 임프 소환진을 준비했다.

스스스스.

그가 지면에 두 손을 붙이자,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며 원 형태의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스킬을 사용해보는 건 처음이다.’

그가 보유한 스킬 중 하나인 임프 소환진.

추가적인 MP소모와 제한시간 없이, 일정 시간마다 임프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무한동력인 셈이다.

‘망할. 한 번 사용하는데 최상급 마정석과 몬스터들의 재료가 필요하다니. 그만한 수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임프 소환진은 한 번 발동하는데 최상급 마정석 1개와 A급 던전에서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악마의 피가 5개 필요했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결과를 못 낸다면…….’

그는 왕 첸을 떠올리며 어깨를 흠칫 떨었다.

‘아니, 이번에는 성공한다.’

띠링.

[임프 소환진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연우는 스킬 발동시간을 1시간으로 설정한 뒤, 주위의 풀을 이용해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소환진을 위장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빠르게 산길을 내려가는 와중.

쉬익!

“헉!”

검은 그림자가 그의 목으로 쇄도했다.

**

“장은결 님! 모셔왔습니다!”

약 30분 후.

손병수가 데려온 연구원들과 프리스트들이 장비를 가지고 서귀포에 도착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플레이어님. 바로 조사 들어가겠습니다.”

“프리스트분들은 분석이 끝날 때까지 잠시만 대기해주십시오.”

5명의 연구원은 컴퓨터 본체보다 3배는 커 보이는 특수 분석기를 지면에 내려놓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 진원. 저 신기한 것은 뭐냐? 나, 저거 처음 본다.”

“나도 몰라. 토양 성분 분석하는 거 아니겠냐?”

블라즈코비츠는 커다란 상자처럼 생긴 분석기에 흥미가 있는지, 연구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포탈에서 몬스터가 나와도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 진행해 주세요. 제가 알아서 막겠습니다.”

“예, 예!”

그들은 몬스터라는 말에 긴장한 듯이 대답했다.

“이 정도 양이면 될 것 같습니다.”

연구원들은 삽을 이용해 흙을 깊게 퍼 올려 특수 분석기에 넣었다.

우우웅.

분석기는 큰 소음을 내며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마정석을 이용해 개발한 특수 분석기.

미국에서 얼마 전, 상용화에 성공한 물건이다.

개발 목적은 몬스터를 더욱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서였으며, 그 수는 20대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냐? 소리만 크다.”

블라즈코비츠는 제주도의 이상 현상에 대한 원인이 몹시 궁금한지, 연구원에게 같은 질문만 세 번째 하는 중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겁니다.”

우우우웅!

잠시 후.

세차게 진동하던 특수 분석기의 움직임이 멈추었고, 표면 위로 글자가 떠올랐다.

분석 대상: 토양

분석 결과

1. 토양의 오염을 일으키는 유해한 물질이 주입되어 있습니다.

2. 이 물질은 몬스터들의 신체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대신. 수명을 짧게 만듭니다.

3. 흙 100그램당 1그램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4. 이 물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토양을 타고 확산합니다.

“이런 X발…….”

“그럼 조금 전까지 나오던 몬스터들이 저 땅의 영향이라고?”

장은결은 결과를 확인하고 거친 말을 내뱉었다.

그의 일행들도 충격받은 듯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발생시켰다는 말이죠?”

“네,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몬스터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연구원은 진원의 질문에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시간만 충분하다면, 정확히 분석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다른 땅으로 퍼진다고 하니, 정화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인 듯합니다.”

“플레이어분들,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은식의 걱정스러운 말에 대답한 연구원들은, 정화 스킬을 가진 프리스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정화라, 정화. 이건 나도 도와줄 수 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블라즈코비츠는, 품을 뒤적이며 자그마한 플라스크를 꺼냈다.

“거기!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각자 자리를 잡은 프리스트들은 그녀를 보며 다그쳤다.

“그래? 그럼 안 한다. 너희들끼리 잘 해봐라.”

“프리스트분들! 뭐 하시는 겁니까! 이분 연금술사 블라즈코비츠 님이라고요!”

그녀는 삐진 듯이 입술을 내밀며 뒤로 빠졌다.

장은결은 그 광경을 보자 기겁하며 플레이어들에게 소리쳤다.

“예?”

“됐고 빨리 사과하세요!”

“나, 이래 보여도 쉬운 여자 아니다.”

“러시아의 연금술사?”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몰라뵙고!”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끝난 플레이어들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진원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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