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37화 (137/200)

137. 침식-3

“키에에에!”

“우워어!”

협회 소속의 플레이어들.

그들은 고블린들과 오크를 비롯해 하급 던전에서 주로 출몰하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크으··· 무슨 고블린 새끼들이 이렇게 세냐!”

“쉬지 말고 계속 쏴!”

“힐러들은 지속적으로 탱커진들한테 버프를 걸어주고!”

그러나 생각보다 놈들의 힘이 강한지 애를 먹고 있었다.

탱커진이 고블린들의 공격을 버티고 있는 동안, 딜러들은 멀리서 다가오는 오크들을 향해 스킬을 퍼부었다.

“장은결 님! 캐스팅은 아직입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A급 플레이어이며 동시에 파티장의 역할을 하고 있던 그는, 나무로 만든 듯한 갈색의 스태프를 들고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병수 이 새끼,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이러다 진짜 죽겠다!’

장은결은 S급 플레이어 김진원이 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손병수에게 최대한 빨리 그를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스킬 연계를 한다면 어떻게든 쓰러트릴 수 있는 수준이긴 하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란 것이 있다고!’

보통 생성된 포탈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게 되면, 몬스터들이 한 번 쏟아져 나온 뒤로는 잠잠해졌다.

포탈은 잠시 후 알아서 소멸하곤 했고.

‘그런데 X발 도대체 저건 뭐냐!’

자신을 포함한 다른 파티원들은 두 차례나 포탈에서 출현하는 놈들을 쓰러트렸다.

그런데 몬스터들은 그들이 숨을 돌릴 새도 없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다들 내 뒤쪽으로 물러나! 빨리!”

“후퇴해라! 장은결 님의 스킬 준비가 끝났다!”

“빨리 빠져!”

캐스팅이 끝난 장은결은 앞에 있던 파티원들을 자신의 뒤로 물린 뒤, 스킬: 아이스 필드를 사용했다.

“바로 포션 준비해놔! 그리고 오크를 상대할 준비도 바로 하고!”

“예! 알겠습니다!”

장은결의 스킬은 캐스팅 시간만 20초 가까이 걸린다.

그 대신 전방에 있는 B급 몬스터들 다수를 전투 불능에 빠지게 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사아아.

잠시 후.

그를 중심으로 해서, 땅 표면이 전방으로 얼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점차 가속이 붙은 스킬은, 달려들던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몬스터들을 발밑에서부터 얼려 나갔다.

“크워어어어!”

덩치가 큰 오크 같은 경우에는 발목까지만 얼어붙어 성난 듯이 괴성을 질러댔다.

“곱게 좀 뒤져라!”

“이놈이 마지막이니까 최대한 스킬 아끼지 말고 퍼부어!”

장은결의 신호에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은 검은 피부를 가진 오크를 향해 연속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크워어!”

놈이 그것마저도 계속 버텨대자, 가만히 지켜보던 진원이 오크의 머리를 향해 묠니르를 힘껏 던졌다.

“다들 몸 최대한 숙여요!”

“예? 허억!”

“엎드려!”

장은결과 그의 파티원들은 진원의 묠니르를 보고 기겁하며 땅에 바짝 엎드렸다.

파삭!

띠링.

[침식된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묠니르는 오크의 머리를 가볍게 부숴버렸다.

[침식된 고블린]

설명: 알 수 없는 영향에 의해 변이가 일어난 고블린. 공격력과 내구력이 다른 고블린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 공략 포인트: A급 몬스터라고 생각하고 상대할 필요가 있다.

‘이놈들 생각보다 단단하네.’

백과사전으로 몬스터들의 정보를 확인한 뒤, 그들이 싸우는 광경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진원은 묠니르를 손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손병수의 안내를 받아, 정신없이 포션을 들이켜고 있는 남성에게 걸어갔다.

“김진원 님! 도와주시러 오셔서 다행입니다. 이 파티를 책임지고 있는 장은결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훔치던 그는 진원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야, 손병수! 너 여기로 올 때 몇 밟고 왔냐?”

기껏해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깔끔한 외모를 가진 남성은, 진원의 옆에 서 있는 손병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최, 최대한 밟았습니다. 120 이상으로요.”

“야, 이 새끼야! 무슨 고속도로에서 안전운전하냐? 최대한 빨리 오라고 했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김진원 님이 불편함을 느끼실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손병수는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에게 성을 내던 장은결은 진원의 옆에 있던 여성을 보며 순간 멈칫했다.

“어··· 그런데 이분은 누구십니까?”

김진원의 길드원인 최은식이야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금발을 길게 기른 외국인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었다.

“나, 블라즈코비츠다. 러시아에서 왔다. 그리고 오늘부터 엘리트 길드 소속이다.”

“그렇게 됐습니다. 오늘 계약서 작성했거든요.”

“그, 그렇군요. 도와줄 사람이야 많으면 저희야 안심입니다.”

장은결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주위의 시선을 느끼고 무안한지 고개를 돌렸다.

“후우, 한동안은 괜찮을 것 같으니 지금 상황에 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포탈을 슥 쳐다본 장은결.

그는 포탈에서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진원과 일행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 것으로 저희는 세 번의 던전 브레이크를 막았습니다. 보셨다시피, 놈들을 하급 몬스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더 강하고, 튼튼하거든요.”

“네? 세 번이나요? 보통 한 번이면 끝나지 않나요?”

그의 말에 최은식은 깜짝 놀라며 생성되어있는 포탈을 응시했다.

“보통은··· 그렇죠. 그런데 저건 아무리 봐도 이상합니다. 측정된 마력 수치는 A급인데 하급 몬스터들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고요.”

그들은 진원이 이곳으로 오기 전, 방금 것으로 세 차례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몬스터들이 생각보다 너무 튼튼해 가져온 포션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했다.

“그나마 놈들이 강한 만큼 경험치는 더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레벨이 오른 일행들도 꽤 있습니다.”

“으응? 이것은······.”

진원과 장은결이 대화를 나누던 사이, 검게 물든 흙을 발로 툭툭 건드리던 블라즈코비츠.

그녀는 자리에 쪼그려 앉아 흥미롭다는 듯이 지면을 관찰했다.

“러시아의 플레이어라,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장은결이 미간을 좁히며 그녀를 쳐다보길 잠시,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던 일행 한 명이 눈을 크게 치켜떴다.

“어? 저, 저 사람! 러시아의 연금술사예요!”

“진짜다! S급 플레이어들도 고개 숙여 가며 부탁한다는 그분!”

“뭐? 연금술사라고? 이놈들아, 그분은 애초에 러시아에서 움직이지 않기로 유명하잖아.”

장은결은 호들갑 떠는 일행들을 향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여기 한번 보십쇼.”

다른 일행들이 스마트폰에 그녀의 사진을 띄운 뒤, 그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미친. 진짜냐?”

“예, 확실합니다. 거기다 저 정도의 외모를 가진 외국인도 흔치 않고요.”

사진과 그녀를 번갈아 보던 장은결.

그는 못 믿겠다는 듯이 두 눈을 비빈 뒤, 다시 그녀를 응시했다.

“왜? 나한테 관심, 있냐? 그런데 어쩌지? 나는 김진원보다 강하지 않으면, 흥미가 안 생긴다.”

블라즈코비츠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고, 장난스럽게 쿡쿡 웃었다.

“야, 장난은 적당히 하고. 그래서 저거에 대해서 뭔가 알아냈어?”

진원은 아까부터 흙을 관찰하던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 보는 현상이라 잘 모르겠다. 성분은 조사해 봐야 알 것 같다. 여기 정화 스킬을 가진 프리스트는 있나?”

그녀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 뒤, 협회의 플레이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프리스트는 있습니다만··· 정화 스킬을 가진 녀석은 없습니다. 협회에 지원 요청을 보내놓았으니, 곧 올 겁니다.”

“나도 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기분 나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색도 점점 진해지는 것 같다. 이걸 봐라.”

그녀는 자그마한 나이프를 꺼내 포탈에서 가까이 위치한 흙을 조금 퍼왔다.

“그리고 이거. 색이 다르다.”

그리고 진원이 서 있는 자리에 있는 흙을 퍼서 보여주었다.

“확실히 포탈 가까이에 있는 흙이 훨씬 새까마네. 일단 1시간 안으로 연구원들이 도착한다고 하니까 그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여차하면 자신이 열려있는 포탈로 들어가도 될 일이다.

하지만 그가 부탁받은 일은 이 일대를 지키는 것.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여러분들! 이리 오셔서 포션들 받아가세요!”

진원과 장은결이 대화를 나누던 사이.

최은식은 몬스터를 막아내느라 지쳐있는 플레이어들에게, 미리 챙겨온 포션들을 건네주었다.

‘김진원. 영상으로는 자주 봤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강할지.’

가만히 포탈을 바라보던 블라즈코비츠.

그녀는 진원이 가진 힘이 자신의 기대에 충족할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했다.

* * *

중국의 베이징 국제공항.

사람들이 바쁘게 건물 안을 지나다니는 와중, 구석진 자리로 걸어간 두 명의 남성이 비행기 시간을 확인했다.

“오! 저걸로 타면 되겠는걸? 곧 탑승하겠는데? 비즈니스석으로 가자고. 네 최면 스킬이 이럴 때라도 도움이 되는구나!”

“예······.”

그 남성들은 플레이어 왕 첸과 이연우.

왕 첸은 제주도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난 소식을 듣게 되었고, 생각보다 큰 사태인 것 같아 한국으로 가길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음! 타이밍이 아주 좋아. 안 그래도 수천억을 들여 연구한 결과물을 놔두고 와서 기분이 나빴는데. 너, 운이 정말 좋구나?”

왕 첸은 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연우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댔다.

“네, 다행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꼭 회수하겠습니다.”

“그럼! 내가 같이 가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되찾기만 한다면야, 딱히 너에게 뭐라 할 생각은 없어.”

이연우는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망할. 왕 첸이 이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절대 지원을 받지 않았을 텐데.’

왕 첸.

그가 자신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도와준 것은 좋았지만, 보유한 힘과 세력이 너무나도 거대했다.

‘좀 더 의심했어야 했다.’

그때는 대천사 길드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여서, 깊게 생각도 하지 않고 받아들였는데, 그것이 자신의 목줄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그래서, 너의 그 돈이 많이 들어가는 스킬은 준비되었겠지?”

“예,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그걸 제주도로 가서 사용하고 와.”

“맡겨주십시오.”

왕 첸은 고개를 숙이는 이연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고 일회성 아이템인 은신의 반지를 넘겨주었다.

“나는 곧바로 연구소로 가볼게. 혹시 모르니까 반지는 세 개 정도 더 가지고 있어.”

“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너에게는 우리한테 없는 특별한 스킬이 있으니까.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

왕 첸은 실실 웃으면서 말을 마친 뒤, 반지를 착용하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착용자가 숨을 참는 동안 완전한 은신 상태가 유지되는 이 반지.

한 번 사용하면 효력을 잃어버리지만, 최소 10억대가 넘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김진원. 너 때문에 계획이 상당히 틀어졌지만, 결국 나를 막을 순 없을 거다.’

이연우는 속으로 이를 갈며 반지를 착용했다.

“지금 가자.”

“예.”

스읍.

잠시 후.

왕 첸의 신호에, 이연우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둘은 은신 상태를 유지한 채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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