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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134화 (134/200)

134. 전조-2

진원은 고깃집에서 술기운에 취해 곯아떨어진 최은식을 집에 데려다주었고.

다음날, 대천사 길드의 보라색 용액에 관한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손태욱의 연락에 협회를 찾았다.

“크이!”

“들어가서 얌전히 있어야 한다.”

“크이이!”

진원의 다리 옆에는 콩콩이가 붙어 있었는데, 녀석은 최근 들어 심심했는지 그가 밖으로 나갈 낌새가 보이자 다리에 달라붙고 자기도 따라가겠다며 울어댔다.

“안녕하십니까, 김진원 씨.”

“이리로 앉으시죠.”

“네.”

협회장실 안에는 손태욱과 문명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문명호가 콩콩이를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잠시.

“죄송합니다, 김진원 씨. 최대한 대비를 한다고는 했는데. 플레이어들이 이 정도로 많이 들어올 줄은······.”

진원이 자리에 앉자, 동시에 문명호가 일어나 그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문명호 역시 그 나름대로 할 만한 조치를 전부 취했다고 생각했지만, 해외의 플레이어들은 보란 듯이 무기를 반입해 전시회장을 습격했다.

‘듣자 하니, 부상까지 입으셨다고 하는데… 내가 너무 쉽게 봤다.’

거기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분을 철저하게 은폐하고 들어왔으며, 생포한 플레이어들은 몸 안에 독극물을 숨겨놓았는지 정보를 캐내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정말 미친놈들이군. 아이템 하나에 그렇게까지 매달리다니.’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냈던 아이디어라고는 하지만,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고 자칫했으면 그의 여동생까지 큰일 날 뻔했었다.

‘만약 김진원 씨의 가족이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문명호는 혹시라도 진원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나 싶어, 고개를 들어 긴장한 눈으로 그의 표정을 살폈다.

“예상했던 것이니까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놈도 섞여 있기는 했지만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니까 괜찮아요.”

진원은 자리에서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인 문명호를 향해 괜찮다며 손을 내저은 뒤, 손태욱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단 해외의 플레이어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놈들이 보유한 아이템이나 스킬의 효과 때문에 너무나 쉽게 한국으로 넘어와 버리니 이점에 대해서는···….”

손태욱은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자료를 읽어가며 아쉽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어쩔 수 없다는 건가요.”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소유한 아이템이나 스킬을 알아내는 방법은 감정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그에 관련된 스킬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일회성이고 가격도 비싸 공항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말이었다.

“플레이어들, 특히 그중에서도 A급이나 B급은 각 나라에서도 귀할 겁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 놈들도 함부로 보내지는 못할 겁니다.”

손태욱의 말 뒤로, 군인이나 경찰의 인력을 최대한 충원하겠다는 문명호의 말이 뒤따랐다.

“네. 일단 알겠습니다. 그렇게 죄지은 표정은 짓지 마시고요. 제 탓도 아예 없지는 않으니.”

진원은 한없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그들을 보며 미미하게 웃었다.

애초에 모든 플레이어에게 떠오른 메시지가 원인이었는데.

“크이! 크이!”

“응? 더 달라고?”

“크이!”

“자! 맘껏 먹어도 된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던 사이.

테이블 위에 놓인 과자들을 혼자서 전부 먹어치운 콩콩이는, 손태욱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아작아작.

손태욱이 리필해준 과자를 거침없이 먹기 시작하는 녀석에게 시선이 쏠리길 잠시.

“크흠! 진원 씨. 이걸 한번 보시죠.”

헛기침을 한 손태욱은 진원에게 서류봉투를 하나 건네주었다.

“국과수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대천사 길드가 연구하던 보라색 용액에 관한 것입니다.”

말없이 종이들을 꺼내 찬찬히 살펴보던 진원은 어려운 영어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하고, 손태욱에게 설명해달라는 듯이 눈짓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이 용액이 토양에 닿게 되면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보라색 용액이 동물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지만, 흙에 몇 방울 떨어트리니 안쪽부터 새까맣게 변했다고 한다.

“변한 흙이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는··· 좀 더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만, 해로운 것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놈들의 목적이 뭐지?’

대천사 길드.

한때는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던 대형 길드였다.

‘악마를 소환한 것도 그렇고, 괴상한 용액도 그렇고. 도대체 뭐야?’

엄청난 신도 수를 자랑하던 것과는 달리, 이연우의 스킬로 인해 세뇌된 듯한 일반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가 현재 중국으로 피신해있는 것만 제외하면 지금은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

‘아직은 나도 힘이 부족하다. 먼저 건드릴 수는 없겠네.’

진원 역시 얼마 전 겪은 전투로 인해, 자신의 힘이 여전히 부족함을 깨닫고 더욱 레벨 업에 힘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이름만 들어도 아무도 못 건드리는, 그런 수준까지 가면 찝쩍대는 놈들도 줄어들겠지.’

아무래도 자신이 에픽 아이템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이상, 어떻게든 플레이어들은 자신을 포함해 주위 사람들을 노려올 것이다.

‘일단은 은지희가 지원이한테 붙어있긴 하는데, 언제까지고 부탁할 수는 없으니.’

다음날 바로 던전에 들어가 레벨을 올리려고 생각하던 그에게 문명호가 말을 꺼내왔다.

“진원 씨, 혹시 나중에 국과수가 표적이 되거나 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요?”

군인들과 소수의 플레이어가 특수시설에서 용액을 지키고 있지만, 언제 습격받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용액은 아직까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았고 놈들이 다시 이것들을 되찾으려 무슨 짓을 해올지···….”

그는 진원의 안색을 살피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가 해외의 플레이어들에게 습격받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런 부탁을 한다면,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죠.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하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의 우려와는 다르게, 진원은 별 고민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문명호는 이 뒤에 일정이 있다고 짧게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칠지도를 받았는데, 어느 정도는 도와줘야겠지.’

그가 자신에게 건네준 칠지도는 점령전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이 정도 부탁이야 안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허허, 이 녀석 보기보다 엄청 먹보구나.”

“크이이!”

콩콩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손태욱은, 다시 과자를 리필해 주려고 몸을 일으켰다.

“얌마! 이제 그만 먹어! 여기 거덜 낼 거야?”

“크이? 크이···….”

녀석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손태욱은 진원에게 괜찮다고 말 한 뒤, 다시 과자를 가득 채워주었다.

“이거까지만 먹어.”

“크이!”

그들은 힘차게 끄덕이는 콩콩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 * *

서울의 한 국밥집.

“이모! 여기 돼지국밥 곱빼기로 하나요!”

“네. 조금만 기다려요. 한국말 잘하시네.”

메뉴판을 보며 능숙하게 주문을 마친 뒤, 컵에 물을 따라 마시는 여성은 블라즈코비츠.

새빨간 재킷과 함께 핏이 사는 스키니 진을 입은 그녀의 외모는, 지나가던 남성들이 한 번씩은 돌아볼 정도였다.

“야야. 저 사람 진짜 예쁘다. 몸매랑 키도 봐라. 대충 봐도 170은 넘겠는데?”

“와··· 모델인가? 그런데 혼자서 국밥집을 왔어? 맛잘알인데?”

“야,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번호 따오기 할래?”

“지X을 해라, 진짜. 될 거 같냐? 말 걸고 오기로 바꿔.”

“오키. 진다고 빼지 마라.”

그녀를 홀린 듯이 바라보던 남성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귀여운 호구 새끼들이다. 저놈들로 할까.’

그녀는 당연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가위바위보를 하던 남성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나랑 술 한잔하고 싶어?”

“예, 예?”

“진짜요?”

그녀 쪽에서 먼저 다가올 줄은 몰랐던 남성들은,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더듬었다.

“대신 너희들이 사. 그래서, 싫어?”

“아니요! 좋습니다!”

“2차, 아니 3차까지 저희가 전부 쏘겠습니다!”

그녀의 미소를 본 남성들은 들뜬 기색으로 몸을 일으키려다가, 그녀의 제지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 돼지국밥. 주문했다. 일단 저거 먹어야 한다. 기다려라.”

“옙!”

“넵!”

말을 마친 블라즈코비츠는 다시 자리로 가 어느새 나온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호구 놈들, 둘 잡았다. 오늘은 이놈들이다.’

그녀의 취미는 남성들에게 접근해 지갑을 털어 먹은 뒤, 너처럼 못생긴 남자랑은 다신 못 놀겠다는 식으로 말해 상대방의 멘탈을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실로 악랄한 취미가 아닐 수 없다.

‘조금만 더 즐기다가 김진원을 만나야겠다.’

블라즈코비츠는 S급 플레이어인 송현성의 부탁으로 한국에 왔다.

그녀는 아무리 S급 플레이어가 거금을 들이대며 부탁해 온다고 해도,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로 의뢰를 받아주지 않기로 유명했다.

‘김진원은 언제 한번 만나 보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 그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흔쾌히 송현성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아, 이놈들 우리말 안 믿네.”

“이따가 사진 찍어 보내주면 난리 난다.”

남성들은 블라즈코비츠의 희생양이 되었는지도 모른 채, 신이 난 듯이 카톡방에 엄청 예쁜 외국인이랑 술 마시게 됐다고 자랑하기 바빴다.

* * *

같은 시각, 제주도.

서귀포 쪽에서 감귤을 재배하던 중년 농부가 땅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순간 멈칫했다.

구구구궁.

“응? 뭐야? 에이 씨, 또 이래?”

일주일 전부터 유독 이 근처에서만 땅이 진동하고는 했는데, 남성은 길어야 10분이면 그치는 현상에 신고도 안 한 채로 다시 일을 재개했다.

“확실히 지진은 아닐 테고. 도대체 뭐지?”

제주도의 서귀포 지역에서만 울리는 지진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

구구궁.

농부는 오늘따라 유난히 길게 울리는 땅을 보고, 신고를 해야 하나 싶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히 땅이라도 파헤치면 어떻게 하냐? 별일 없겠지, 뭐.”

잠시 후.

멀찍이서 작업하던 그의 아내가 남성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여보, 이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부터 이상한데···….”

“에이! 지금 중요한 시기잖아. 귤 농사하느라고 엄청 힘들었는데. 괜히 귤값이라도 내려가 봐. 우리 애들 어떻게 먹여 살릴래?”

사실 불안한 것은 남성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곧 아들이 대학교에 들어가고, 딸도 내후년이면 대학교에 들어간다.

자식들의 최대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농작물이 시세 왔다 갔다 하는 거 당신도 잘 알잖아. 비쌀 때 후딱 팔아야지.”

“그거야 그렇긴 한데··· 하도 땅이 울려대니까 불안해서 그러죠.”

“괜찮아. 나중에 되면 잠잠해지겠지.”

남성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일이나 하자며 다시 귤을 수확하는 데 집중했고, 여전히 조금씩 울려대는 땅을 바라보던 그의 아내는 한숨을 내쉬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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