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28화 (128/200)

128. 대비책

아돌프의 말로는, 그녀가 대륙에서 몇 없는 미인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평범한 서양인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

“별것 아닙니다. 겸사겸사 구해준 거라서요.”

“그래도 오빠와 저를 도와준 것은 사실이니까요.”

진원의 무심한 말에도, 아르민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인사했다.

“김진원! 아무리 그래도 내 여동생은 안 된다!”

“아돌프 님! 진정하세요! 그러다가 또 쓰러지십니다!”

막사를 나오며 그 모습을 본 아돌프는 눈에 불을 켜고 진원에게 다가갔고, 하나둘씩 밖으로 모이던 병사들은 그를 보며 뜯어말렸다.

“너 그러다 또 쓰러진다.”

그의 반응을 보고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진원은, 아르민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려놓았고.

“으아아아! 이놈들! 막지 마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냥 넘어뜨려!”

“끄아아악!”

그것을 본 아돌프가 기겁하며 부하들을 뿌리쳤지만, 연달아 달려드는 그들을 막을 순 없었는지 그대로 넘어졌다.

“저걸 보면 오빠가 기사단장을 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럴 만하겠네요.”

아르민은 그런 오빠를 보며 쿡쿡 웃어댔다.

진원은 이제 그를 놀리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고, 마이 룸으로 돌아가기 위해 등을 돌렸다.

“전원! 대열을 맞춰라! 김진원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간다!”

그것을 본 아돌프는 빠르게 몸을 털고 일어나 병사들을 정렬시켰다.

“예를 갖추어 김진원에게 경례!”

척! 척!

그와 병사들은 통일된 움직임으로 착용하고 있던 가죽 투구를 벗으며, 오른손을 들어 눈가에 가져갔다.

“김진원. 너를 절대로 잊지 않겠다! 그리고 너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어디에 있든 너를 도울 것이다!”

“말만이라도 고맙다. 그리고 너! 드레이크!”

“쿠아아?”

진원의 말에 뒤에서 커다란 머리를 갸웃거리던 레드 드레이크가 다가왔다.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살아. 이놈들 다신 건드리지 말고. 알겠냐?”

“쿠, 쿠아아아!”

그러자 녀석은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바로 은신처를 벗어났다.

‘내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레드 드레이크는 진원이 강제적으로 길들인 녀석이다.

그가 사라진 것을 알아채고, 다시 흉포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돌려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안 해주는데. 그냥 가기에는 뭔가 찜찜하니까.’

진원은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자세를 유지하는 그들을 보며 피식 웃은 뒤 마이 룸으로 향했고, 아돌프와 병사들은 그가 자리에서 사라진 후에도 10분여간 경례 자세를 유지했다.

* * *

눈 깜짝할 사이 마이 룸으로 돌아온 진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뭐지? 퀘스트를 완료해서 변한 건가?”

이전의 백색 벽면과 바닥,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은 검은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띠링.

[차원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마이 룸의 이용시간이 2배로 늘어납니다.]

[현재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0분입니다.]

[다음 이용까지 남은 시간: 7일]

“20분이라… 그런데 여기에 있어서 좋은 점이 뭐지?”

진원은 눈앞으로 출력된 메시지를 보며 의문감을 느꼈다.

현재 마이 룸의 용도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

“퀘스트를 완료할 때마다 뭔가 조금씩 바뀌는 건가?”

벽과 바닥의 색이 바뀐 것을 보면, 분명히 숨겨진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차원의 조각을 꺼냈다.

“붉은 늑대.”

“예, 주군.”

진원은 실체화한 붉은 늑대에게 새하얀 차원의 조각을 건네주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정중하게 조각을 받았다.

우우웅.

그것은 붉은 늑대의 손에 닿자마자, 공명음을 내며 피부 안으로 스며들었고.

띠링.

[붉은 늑대 전용 차원의 조각 효과가 적용됩니다.]

[누적된 경험치에 따라 붉은 늑대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붉은 늑대에게 귀신검: 나락이 추가됩니다.]

[붉은 늑대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뭐야. 조각 하나를 흡수했는데 이 정도나?”

진원은 연달아 나타나는 메시지를 보며, 생각보다 강력한 효과에 감탄했다.

‘거기다, 이제 녀석의 상태 창을 열람할 수 있다. 백과사전으로도 제대로 알 수 없었는데.’

심연의 돋보기를 사용한 이후로는, 녀석의 능력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는데.

‘작은 조각 하나가 이 정도의 효력을 가졌을 줄이야.’

진원은 앞으로 마이 룸의 퀘스트는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감사합니다, 주군. 앞으로 더욱 도움이 돼 보이겠습니다.”

겉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붉은 늑대는, 담담한 표정으로 진원에게 예를 표했다.

“그래, 잘 부탁한다.”

진원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녀석의 상태 창을 열람했다.

[붉은 늑대]

레벨: 52

특성: 상처 받은 무사 (원혼)

스킬: [발도-추격: Lv3] [귀신 태우기: Lv.3] [귀신검-나락: Lv.1]

능력: [감각 Lv.6]

차원의 조각: 1/4

#차원의 조각을 모아 붉은 늑대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레벨이… 확실히 많이 올랐다. 스킬 레벨도 조금씩 올라갔고.’

자세한 기억은 안 나지만 녀석의 레벨은 대략 40대 정도라고 알고 있었는데, 한 번에 이 정도로 널뛰기할 줄이야.

[귀신검: 나락 Lv.1]

액티브 스킬.

원한이 담긴 혼령을 불러내는 공간을 만듭니다.

혼령들은 적들을 속박하며, 3초 동안 공포상태 이상에 빠뜨립니다.

( MP: 600 ) (재사용 대기시간: 30분)

“확실히 괜찮네.”

새롭게 추가된 붉은 늑대의 스킬 효과를 확인한 진원은 녀석을 보며 미미하게 웃었다.

“여전히 부족할 뿐입니다.”

[진원, 나도 빨리 조각을 가지고 싶어.]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나타난 메시아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기회가 온다면 꼭 구해줄게.”

[응.]

진원은 그녀를 보며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

“이제 돌아가자.”

* * *

엘리트 길드의 사무실.

이시현은 소파에 등을 기댄 채로 축 늘어져 있다.

“나 이러다 진짜 죽겠는데······.”

그는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점안액을 꺼내 눈에 몇 방울씩 떨어트렸다.

그동안 가중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어 이제야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사장님이 획득한 에픽 아이템 때문에 또 시끄러워질 줄이야.

“도대체 사장님은 어디로 가신 거야? 전원을 꺼놓지도 못하겠네.”

거기다 최은식 씨는 하필 이럴 때 던전 공략을 하러 가겠다고 자리를 비우다니.

우우웅.

이시현은 탁자 위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스마트폰에 나타난 ‘기자3’이라는 이름을 보고 성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X바알! 내 몸뚱이는 하나밖에 없다고! 제발 나 좀 그만 괴롭혀라, 망할 새끼들아! 사장님도 직원 좀 더 뽑아주시지 왜 나만 생고생을 시키는 건지······.”

“그래요? 그럼 원하시는 만큼 더 뽑으세요.”

“어··· 사장님?”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던 그는 갑자기 눈앞에 김진원이 나타나자, 헛것을 보았나 싶어 한쪽 눈을 비벼 보았지만.

“피곤해 보이시네요.”

“헙! 사, 사장님!”

진짜 김진원인 것을 확인하고 헛바람을 삼켰다.

“한 5명 정도 더 뽑으면 충분하겠죠?”

“무, 물론입니다!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그럼 그 건에 대해서는 이시현 씨한테 맡길게요.”

“넵! 알겠습니다!”

어느새 소파에서 일어난 이시현은, 빠르게 대답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6시간밖에 안 지났네.’

마이 룸에서 돌아와 시간을 확인한 진원은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다른 차원에서 레벨 업, 하다못해 아이템이라도 얻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 사장님. 그러고 보니, 보고할 것이 좀 있습니다.”

엘리트 길드의 구인공고의 내용을 작성하던 이시현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사장님이 획득하신 묠니르 말입니다.”

“네. 아, 보고 싶어요? 저번에 보여드린다고 하긴 했는데.”

“그것도 물론 궁금합니다만, 현재 그것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서요. 여기 한번 보시겠습니까?”

진원은 이시현이 가리키는 모니터로 향했고.

“허. 장난 아니긴 하네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기사와 SNS의 게시글들에 혀를 내둘렀다.

익명1: 한국행 비행기 좌석 한 달 뒤까지 싸그리 매진이다. 난 망했다.

익명2: 난 성공함. 어떻게든 에픽 아이템 구경이라도 하고 간다.

익명3: 혹시라도 훔칠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러다 너네 다 죽는다.

익명4: 한국행 티켓 3배에 산다. 팔 사람?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묠니르를 구경이라도 하겠답시고 한국행 비행기를 미친 듯이 예매한 것.

덕분에 항공사는 좋아 죽을 지경일 것이다.

“이 내용을 확인한 자영업자들이야 좋아 죽겠죠. 돈을 바짝 땡길 기회라나 뭐라나.”

이시현은 쓴웃음을 짓다가, 진지한 표정을 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만큼 진원 씨와 근처의 지인분들이 위험에 노출될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의 말을 듣던 진원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망할 인형 새끼. 주려면 그냥 좀 곱게 주지.’

최악의 경우.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한국으로 와 문제를 일으킬 것을 생각한다면, 혼자서는 감당해 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나야 그렇다 쳐도, 동생이나 영호가 문제겠네.’

거기다, 국내의 플레이어들까지 생각한다면 확실한 대비책이 필요했다.

“이건 아무래도 도움을 받아야겠는데요.”

진원은 곧바로 협회장 손태욱에게 연락을 취했다.

* * *

자정이 넘은 시간.

플레이어 협회 내부에는 직원들이 분주한 듯 돌아다니고 있었다.

특히 협회장실에는 김진원을 포함해 손태욱과 문명호, 신혜진, 은지희, 그리고 수많은 협회 소속의 플레이어가 빼곡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럼 한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진원 씨.”

“그러시죠.”

손태욱의 정중한 말에 진원은 흔쾌히 인벤토리를 열었고, 에픽 아이템인 묠니르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만지시면 안 됩니다. 저한테 귀속되어 있거든요.”

“우와··· 길드장님! 옵션 봐요! 진짜 미쳤··· 읍!”

“얘가 미쳤나 진짜! 협회장님이랑 대통령님 계시는데! 쫓겨나고 싶어?”

은지희가 언성을 높이자, 신혜진은 기겁하며 그녀의 입을 막았지만, 묠니르의 옵션을 확인하던 다른 사람들 역시 반응을 감출 수 없었는지 저마다 감탄사를 뱉었다.

“엄청난 효과들밖에 없군요.”

“거기에 기본 공격력만 100입니다. 확실히 이 정도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무슨 짓을 해와도 이상하지 않겠지요.”

사람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묠니르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우리가 모인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에픽 아이템으로 인해서 진원 씨와 주위의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될 겁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모은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잠시 후, 망치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손태욱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