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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123화 (123/200)

123. 차원 퀘스트-2

“망할! 앞으로 조금이었단 말이다!”

부하들의 팔에 휘감겨 끌려가던 아돌프는, 이성을 되찾았는지 팔을 뿌리치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아돌프 님, 궁병들을 꽤 처리했습니다. 정비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확실합니다.”

“후우··· 그래. 냉정함을 잃으면 안 되는데, 항상 저 성벽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아돌프는 심호흡하며 부하들이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눈으로 체크 했다.

‘망할. 성벽 위의 궁병 열 놈을 처리하는데 부하들 사십은 죽었군.’

전투는 길어야 두 번.

그 안에 결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부하 한 명이 살며시 다가왔다.

“아돌프 님, 추격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추격자라고?”

부하의 보고를 듣던 아돌프는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추격자가 따라붙는 거야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다.

“갑옷이 아닌, 특이한 옷을 입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고급스러운 가죽을 걸친 것 같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옷입니다.”

일단 철제 갑옷이 아니라는 말에, 아돌프는 부하들을 멈춰 세웠다.

현재 그들은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으며 이대로 뒤쫓아오는 인간을 내버려 두면, 은신처가 적발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주군, 놈들이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그래, 먼저 공격해오지 않는 이상, 건드리지 마라.”

“분부대로.”

진원은 놈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일정 거리를 벌리며 천천히 뒤따라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감이 좋은 인간이 있는 듯했다.

“대열을 맞춰라! 부상자는 뒤로 빠져!”

병사들이 일제히 이동을 멈추고 대열을 정비하자, 진원은 놈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들이랑 싸울 생각 없다.”

“네놈. 어느 소속이냐?”

“그런 거 없는데.”

“건방진 놈이! 감히 아돌프 님 앞에서!”

진원이 무심하게 대답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는지, 병사 하나가 허리춤에서 숏소드를 꺼내 들고 달려들었다.

“상처 입히진 마라.”

“분부대로.”

진원은 미동도 안 하고 오히려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었다.

“으아아아!”

그 행동이 오히려 병사에게 자극이 되었는지, 놈은 눈을 치켜뜨고 검을 높게 들어 올렸다.

치잉!

“크악!”

“그 이상 다가오면 베겠다.”

“뭐, 뭐냐!”

“허공에서 인간이 나타났다!”

그러나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놈의 숏소드를 가볍게 쳐내버렸고, 그 장면을 본 아돌프와 부하들은 눈을 크게 뜨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니까 너희들이랑 싸울 생각 없다니까.”

“으으······.”

진원은 저린 손을 움켜쥐고 있는 병사 한 명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내 스타일은 아니다만. 일단 중요한 건 정보니까.’

그의 행동을 본 남성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진원의 손을 슥 훑다가, 곧 마주 잡고 몸을 일으켰다.

“너는 도대체 정체가··· 아니지.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 거점에서 하도록 하지.”

“아돌프 님!”

“처음 보는 인간을 은신처에 들이는 것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돌프는 진원을 향해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고, 부하들은 그의 행동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반문했다.

“저기 칼을 차고 있는 남성. 우리가 죽자고 달려들어도 절대로 이기지 못할 거다.”

“그, 그것은······.”

아돌프가 턱짓으로 붉은 늑대를 가리키자, 그의 부하들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붉은 늑대의 공격이, 그들의 눈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기 때문.

“나는 아돌프라고 한다. 부하들의 무례는 눈감아줬으면 좋겠군.”

턱수염이 멋있게 자라난, 서양인의 이목구비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남성이 진원에게 다가와 악수를 요청했다.

붉은 늑대가 그를 지긋이 바라보며,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김진원이다.”

“김···진원이라. 특이한 이름이군.”

잠시 손을 턱에다 가져댄 아돌프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원을 은신처로 안내했다.

* * *

험한 산길을 타길 1시간.

그들은 은신처는 땅이 갈라지며 메말라가는 평야에 있었다.

“대접할 게 없어서 미안하다.”

“딱히 대접을 바라고 온 건 아니니까, 괜찮아.”

세찬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듯한 막사로 안내받은 진원은, 나무로 어설프게 만든 듯한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

그의 부하 네 명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고, 진원을 마주 보고 앉은 아돌프는 그들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받으시죠.”

부하 한 명이 탁자 위에 목재로 된 컵을 조심스럽게 올려두고 뒤로 물러났다.

‘역시 물이 귀한가 보네.’

물 반 모금가량이 들어있는 컵.

진원은 침을 꼴깍 삼키는 그들의 표정을 보며, 이곳의 병사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 대화를 시작해볼까. 나는 800의··· 아니지. 이젠 100도 안 남은 병사들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너는 우리와 같은 인간인가?”

아돌프는 그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눈앞에 있는 남성은 이곳, 알데바란의 사람들과는 생김새부터 옷차림, 억양까지 모든 것이 달랐기 때문.

‘우리가 모르는 몬스터인가? 아니면 드래곤?’

아니, 드래곤은 아니겠지.

만약 김진원이 인간 형태를 한 드래곤이었다면 우린 진작에 죽었을 테니까.

“너희들과 같은 인간이다. 혹시 플레이어라고 알아?”

“플레이어 말인가?”

진원의 대답에 골똘히 생각하던 아돌프는 고개를 돌려 부하들을 쳐다보았지만, 그들 역시 모른다는 듯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처음 듣는 말이군. 그래서 네가 그 플레이어라는 것인가? 무슨 말인지 알려주겠나?”

“설명하기엔 좀 어렵고, 직접 보여줄게.”

그는 눈썹을 찌푸리는 아돌프를 향해 상점을 열고, 현재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생수를 구매했다.

투웅, 퉁!

2리터짜리 생수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탁자 밑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던 아돌프와 병사들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 아돌프 님! 이거! 물입니다!”

“물이라고?”

곧 그것이 물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호들갑스럽게 말을 뱉었다.

“마셔도 된다.”

진원은 생수병과 자신을 번갈아 보는 병사들을 향해 시원스럽게 말했고.

“이렇게 따면 된다.”

그중 하나를 들어 그들에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무, 물이 이런 신기한 재질의 병 안에 들어있다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돌프 님 먼저다! 예의를 지켜라!”

그 장면을 본 병사들은 저마다 막사가 떠나갈 듯이 환호했지만, 눈치가 빠른 아돌프는 의자를 옆으로 치운 뒤 자리에서 엎드렸다.

“미천한 인간이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너 지금 뭐 하냐?”

“지금껏 몰라봐서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아돌프는 진원의 황당한 기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마를 땅바닥에 붙였다.

‘저건 분명히 창조 마법이다. 확실하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저런 괴상한 물품들을 쉴 새 없이 만들 수 있는 존재는, 드래곤 말고는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

“물 그만 마시고 엎드려!”

“커헙!”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있던 병사들은, 아돌프의 돌발행동을 보고 그를 따라서 재빠르게 넙죽 엎드렸다.

“···너희들 지금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자신을 신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오해할 만이야 하겠네.’

상점 기능을 이용해서 물품을 건네준 것에 불과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진귀한 광경인 듯했으니.

“말했잖냐. 나는 플레이어라고.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그만 일어나라.”

진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서로 눈치를 보던 아돌프와 병사들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정말로 인간···이십니까?”

“그래.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지만, 너희들이랑 같은 사람이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라.”

“크, 크흠! 방금 했던 행동을 잊어주게.”

아돌프는 민망한지 괜히 헛기침하다가, 진원이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자, 잠깐. 그게 말이 사실인가?”

“그래.”

“지금껏 말로만 들었지만, 실제로 다른 세상에서 넘어오는 인간이 있었다니!”

“오염된 차원의 조각을 회수하러 왔다. 이것에 대해서 정보가 좀 필요한데.”

진원의 아돌프의 흥분된 말투에 신경 쓰지 않고 용건을 말했다.

“차원의 조각이라니? 그게 대체 뭐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분명히 오염된 조각은 인간에 기생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생 당한 사람에게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 터.

“여기 세계의 인간 중에, 갑작스럽게 변화가 일어난 사람은 없냐?”

“그게 무슨 말이지?”

“성격이 포악해졌다거나 외양이 변했다든가 하는, 그런 거.”

아돌프는 그의 말을 듣자, 머릿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설마 그 망할 놈이?’

그놈은 본래부터 본성을 숨기고 있던 놈이다.

미리 노린 듯이 자신을 배신했으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놈은 아니다.’

한동안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던 아돌프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음, 생각나는 사람이 없군. 그 조각이란 걸 가진 자를 명확히 알 수 있는 표식은 없는 건가?”

“없어. 그래서 문제야. 마음 같아서는 적당히 쓸어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해서는 퀘스트가 실패해 버리니까.”

“허억!”

병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섬뜩한 말을 내뱉는 진원을 보며 자기들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음, 그 퀘스트라는 것은 정해진 기간이 있는 건가?”

“20일. 그 안에만 완료하면 상관없다.”

아돌프는 불친절한 진원과의 대화 안에서도, 요점을 찾아 이해했다.

‘20일이라. 어떻게든 그를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이미 그는 눈앞에 있는 진원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일단 물을 만들어 내는 것. 그 능력 하나만으로도 잡아둘 가치가 있지만, 그의 곁을 지키던 검사. 그가 있다면.’

잡혀간 여동생을 더욱 수월하게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에게 남은 기회는 기껏해야 한두 번. 그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던 아돌프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 지금 네가 가장 필요한 것은 이곳에 대한 정보인 것 같군. 나와 협력하지 않겠나?”

“협력?”

“아니, 내가 말을 잘못했군.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원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이 몸뚱이밖에 없다. 여동생만 구할 수 있다면. 나를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

“여동생이라······.”

아돌프에게서 대뜸 협력하자는 말이 나오자, 기분이 나빠졌던 진원이었지만, 가족이라는 말에 그의 굳은듯한 표정이 풀렸다.

“일단 이곳에 대한 정보는 적당히만 알려줘도 된다. 그런데 아까 성벽에서의 전투. 놈들이랑은 무슨 관계인지 자세히 설명해줘.”

진원은 아돌프의 눈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철제 갑옷을 입은 놈들이랑 너희들 중에, 어느 쪽이 나쁜 놈들이냐?”

만약 자신이 놈들을 도와준다고 해도, 악한 녀석들을 도울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좀 걸릴 텐데, 괜찮겠나?”

아돌프는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며 대답했고, 진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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