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22화 (122/200)

122. 차원 퀘스트-1

띠링.

[마이룸 기능이 개방되었습니다.]

“이건 또 뭐야?”

진원은 메시지를 보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10일이 지나고 이용할 수 있다고 한 마이룸 때문이 아니다.

[악마들의 왕, 바알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바로 밑에 함께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마이룸이랑 악마랑 무슨 상관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관계.

그가 미간을 좁히며 상점을 열자 작은집형태의 아이콘이 추가되어 있었고, 마치 눌러보라는 듯이 노란빛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일단 눌러봐야 하나.’

마이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따로 없었기에 결국에는 기능을 직접 사용해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진원은 자리에서 아이콘을 눌렀고.

띠링.

[마이룸에 입장합니다.]

“큭!”

그 순간, 자신의 시야가 차단되며 어딘가로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용도로 쓰는 거야?’

진원은 빛 한 줄기 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 암흑 속에서 미미하게 빛나는 메시지를 보며 뭐 이딴 기능이 다 있나 싶어 주먹을 움켜쥐었다.

[공간을 구현화합니다.]

그러길 잠시.

추가로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공간이 점점 새하얗게 물들어갔다.

“이번엔 너무 눈부시잖아. 적당히 조절 좀 못하나?”

[구현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윽고 5평 남짓 되는 공간을 갖춘 마이룸에는, 푸른색의 포탈과 검은색을 띠는 포탈이 진원의 코앞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뿜었다.

띠링.

[마이룸을 통해 차원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수행 가능한 차원 퀘스트: 1개]

“차원 퀘스트라고?”

포탈을 살피러 천천히 다가가던 진원은, 처음 보는 메시지에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인간, 너를 만나고 싶다.]

검은 포탈 너머에서 음산한 말이 들려왔다.

“바알이라고 했나.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내가 순순히 갈 것 같냐?”

놈이 서열 몇 위의 악마이며,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에픽 아이템인 묠니르를 얻었고, 얼마 전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저쪽 너머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악마는 진원이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을 알아챘는지, 추가로 말을 보내왔다.

[인간, 난 너를 적대할 생각이 없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진원이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자, 악마는 단어 하나를 꺼냈고.

‘그걸 저놈이 어떻게 아는 거지?’

그 단어를 들은 진원은 검은 포탈로 향했다.

* * *

[환영한다, 인간.]

진원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무스름한 뼈를 모아 만든 왕좌에 앉아 있는 악마, 바알.

놈이 일어선다면 10미터는 우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앉은키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놈의 상태가 뭔가 이상한데.’

바알을 훑어보던 진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놈은 분명히 악마들의 왕이라고 했다.’

그런데 바알의 주위로는 놈을 보좌하는 다른 악마들이 하나도 없었으며, 특히 놈의 온몸에는 수많은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그렇게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인간이여.]

바알은 음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왜 진원을 이곳으로 부른 건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래 보여도 나는 악마들의 왕이며, 서열 1위의 악마다. 이대로 놈들의 계략에 넘어가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아서 말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너무나도 간략한 설명에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진 진원은, 얼굴 표정을 찡그리며 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네놈의 몸속에 스며 들어간 기괴한 시계. 그것은 본래 나의 물건이다.]

“···뭐라고?”

저놈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분명히 플레이어 이벤트에서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인데?

그리고 그게 저놈의 것이라고?

바알은 그런 진원을 보며 걱정 말라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뺏어갈 생각은 없으니.]

놈은 그 말과 함께 팔을 천천히 들었고, 진원에게 검지를 향했다.

스스스.

놈의 손가락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오자 심상치 않음을 느낀 진원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그의 소환수들이 나타나 전투를 준비했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너를 도와주려는 것뿐이니.]

“미친놈인가.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당연히 그 말을 들을 리가 없는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묠니르를 꺼내 놈을 향해 겨냥했다.

[성깔이 나쁘구나, 인간. 기어이 내 힘을 쓰게 만들다니.]

바알은 그런 진원을 지긋이 쳐다보다가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쳤다.

“커억! 뭐냐!”

“크윽! 주군!”

[모, 몸이 안 움직여, 진원!]

“키기이익!”

“모, 몸이 안 움직입니다, 주인님!”

그러자 진원의 발치에서 검은 기운들이 솟아 나왔고 순식간에 그와 소환수들을 옭아맸다.

[인간. 내가 아무리 약해졌어도, 지금의 너는 이 정도 수준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으스러뜨릴 수 있다.]

“큭! 망할 새끼가!”

진원은 놈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이를 악물고 온몸에 힘을 넣어보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라, 인간. 너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니. 기괴한 시계는 아직 네놈이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놈은 다른 한쪽 팔을 들어 검은 기운을 구체 모양으로 응축시켰고, 그것을 그대로 진원을 향해 날렸다.

“주군!”

[진원!]

“키기익!”

“주인님!”

“······!”

붉은 늑대와 메시아를 비롯한 소환수들은, 그 구체가 진원의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크윽!”

검은 구체는 진원의 심장 부근으로 들어갔고 얼굴 표정을 구기던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황당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뭐야?”

[나는 분명히 너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인간. 그리고 잊지 말아라. 네 목숨을 구해줬다는 것을.]

놈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긴 뒤 팔을 크게 한번 휘저었고, 진원의 뒤로 검은 포탈이 생성되어 그를 강하게 끌어들였다.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너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너 이 새끼! 다음에 보면 가만 안 놔둔다!”

진원이 험한 말을 뱉기도 잠시, 검은 포탈이 그를 완전히 집어삼켰고 자리에는 바알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놈을 이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인간, 현재로서는 네놈뿐이다.]

고개를 돌려 링거를 지긋이 쳐다보던 바알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 * *

진원은 다시 마이룸으로 돌아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포탈은 사라져 있었고.

띠링.

[기괴한 시계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봉인되었습니다.]

그의 눈앞으로 알림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차피 무슨 아이템인지도 모르는데, 후.”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자신을 부른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니, 자신을 도와주려고 불렀다니 괴상한 말만 지껄여대고.

“서열 1위의 악마는 저 정도란 말이지.”

비쩍 말라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악마, 바알.

놈은 분명히 힘의 일부분만 사용했을 텐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레벨 80은, 아니. 90은 찍어야 해볼 만하겠는데.”

그동안 나른 강해졌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방금 서열 1위의 악마와 대면해 보니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저놈이 소환되거나 하면 그땐······.”

엄청난 인명피해가 날 것이 뻔했다.

‘일단 차원 퀘스트부터 확인해보자.’

괜히 조급만 마음이 들어, 퀘스트를 확인해본다.

[차원 퀘스트 - 오염된 차원의 조각 정화]

차원의 조각은 온 세상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중에 오염을 일으키는 조각이 낮은 확률로 섞여 있으며 주로 인간에게 기생해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완료 조건: 다른 차원, 알데바란에서 오염된 차원의 조각을 품고 있는 인물을 처리해 정화하세요.

# 다른 인물을 죽이게 되면, 퀘스트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제한시간: 20일

보상: 붉은 늑대 전용 차원의 조각 1개

실패 시: 마이룸 이용제한 30일

#차원 퀘스트를 시행 시 시간 비율이 조정됩니다.

[지구와 차원 간의 시간 비율 - 1:10]

“붉은 늑대 전용이라고?”

이전에 심연의 돋보기를 사용해 녀석의 정보를 열람했을 때, 차원이 조각이 4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었다.

‘차원의 조각도 종류가 있는 건가?’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얻는 조각은 붉은 늑대에게는 별 쓸모가 없다는 뜻이 되고 메시아에게도 해당할 확률이 높았다.

“무조건 해야겠네.”

진원은 시선을 돌려, 푸른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시간 비율이라는 것은··· 저쪽에서의 10일이 지구에서의 하루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퀘스트의 제한시간 20일을 꼬박 채우더라도, 지구는 이틀밖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혹시라도 저쪽에서 상점 제한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 필요한 건 최대한 다 쟁여놔야겠어.”

진원은 상점을 열어 포션류를 포함한 아이템들을 다량 구매한 뒤,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푸른 포탈로 향했다.

띠링.

[알데바란으로 이동합니다.]

* * *

잠깐 눈을 감았다 뜬 사이, 진원은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곳으로 나와 있었다.

‘이게 다야? 그래도 차원을 이동하는 건데.’

몸에 강한 충격이라도 가해지지 않을까 싶어 잔뜩 힘을 주고 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인 듯했다.

와아아아! 으아아!

그가 주위를 둘러보기도 전에,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죽여라! 어떻게 해서든 저놈을 죽여야 한다!”

“아돌프 님! 그렇게 앞서가시면 위험합니다!”

“놈들의 병력이 줄어든 지금이 기회란 말이다!”

약 50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철제 갑옷으로 전신을 무장한 기사들과, 허름한 가죽을 덧대어 몸을 두른 사람들이 성벽 앞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진원은 서로 싸워대고 있는 두 진영을 보며 어느 쪽을 도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조각을 품고 있는 놈을 어떻게 알아내지?’

결국에 자신의 목적은 차원의 조각.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만 알아낸다면, 이야기는 쉽겠지만.

“끄아아아!”

“아돌프 님! 후퇴해야 합니다! 그 이상은 병사들이 개죽음당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큭! 성벽 위에서 활을 쏘아대는 놈들을 겨우 처리했는데!”

한편.

서로 뒤엉켜가며 싸우던 진영 중 가죽을 걸친 쪽이 열세에 몰리게 되었고, 아돌프라고 불리는 남성은 부하의 제지에 이를 깨물며 후퇴해야 했다.

“내 여동생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려 봐라! 네놈 사지를 조각내 버릴 테다!”

“아돌프 님!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지셔야 합니다!”

“잡아! 억지로라도 끌고 가야 한다!”

“최대한 버텨라!”

그는 성벽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고, 다른 부하들이 이성을 잃은 듯한 그의 몸을 휘감은 뒤 강제로 끌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정보를 모아야겠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진원은, 우선 아돌프라고 불리는 남성에게 접근하기로 했다.

차원의 조각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인간을 죽이게 되면, 퀘스트는 실패로 끝나기 때문.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가자.’

그는 병사들이 도망치는 방향으로 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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