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13화 (113/200)

113. 점령전-2

띠링.

[점령이 완료되었습니다.]

그가 건축물에 손을 얹고 잠시 기다리자, 붉은색을 띠던 건축물의 색이 푸른색으로 변한 것이다.

[337번 행성: 10포인트]

[338번 행성: 99포인트]

메시지와 함께 양측의 점령 포인트 수치가 나타났고, 숫자를 확인한 진원은 곧바로 다른 포인트 존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김수환 씨, 잠시 이곳을 맡아주세요. 저는 근처에 있는 포인트 존을 점령하고 오겠습니다.”

“네, 하지만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놈들의 레벨이 생각보다 낮아서요.”

방금 350명의 쿤족을 처리했다고는 하나, 놈들의 수는 여전히 압도적인 상황.

‘우리 쪽이 이기려면, 놈들을 최대한 많이 처치해야 한다.’

진원은 김수환에게 간단한 지시를 남긴 뒤, 장소를 떠났고.

“기이이!”

“기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쿤족들이 저마다 괴성을 지르며 포인트 존으로 뛰어왔다.

‘최대한 버텨봐야겠군.’

김수환은 멀리서 다가오는 놈들을 보며 스킬을 준비했다.

* * *

같은 시각.

산 능선에 위치한 포인트 존을 점령한 고재원과 손하윤은, 몰려드는 쿤족을 상대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기이이!”

“기이!”

“뒤쪽은 네가 잘 맡거라! 도저히 안 되겠으면 소리치거라!”

“네! 튼튼아!”

고재원은 언덕을 타고 올라가며, 가장 가까운 포인트 존으로 향했고, 그가 점령하기 무섭게 노란 피부를 가진 쿤족들이 조금씩 들이닥쳤다.

“헙!”

“기이!”

고재원이 내지른 주먹에, 쿤족의 머리가 터져 나가며 누런 액체가 그의 몸을 뒤덮었고.

치이이이-

푸른 오라가 넘실거리는 그의 몸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음, 산성이구만.”

하지만 고재원은 미리 패왕의 투기를 두르고 있어, 놈들의 피는 그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골드 캥거루가 패스트 힐을 사용합니다.]

“크이!”

그 광경을 본 콩콩이는 고재원이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판단해 힐을 사용해주었다.

“난 괜찮다, 이 녀석아. 뒤에 빠져있거라.”

“크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던 콩콩이가 뒤로 빠진 사이.

“꺄악! 튼튼아!”

그녀의 탱크는 상황이 달랐는지, 쿤족들을 사정없이 뭉개던 튼튼이는 놈들의 피를 뒤집어쓰자 빠르게 부식되어갔다.

“허어, 이거 참.”

고재원은 뒤편의 쿤족들을 상대하던 손하윤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며 재빠르게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 할아버지?”

“나를 꽉 잡거라. 너도.”

“크이.”

고재원은 한쪽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콩콩이가 그의 어깨로 올라타자마자 건축물의 꼭대기를 향해 힘껏 뛰어올랐다.

“꺄아악!”

“귀 아프다, 이 녀석아. 여기 얌전히 있거라.”

그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간신히 사람 하나 앉아 있을 수 있는 면적에 그녀를 내려두었고.

“하, 할아버지는요?”

“요 녀석아. 저런 잡것들은 준비운동밖에 안 된다.”

걱정스러운 손하윤의 말투에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가볍게 내저은 뒤, 사뿐히 내려가 지면으로 착지했다.

‘놈들을 상대해보니 단순히 힘이 센 것과 피에 산성 효과가 있다는 것이 끝이구나.’

짧은 시간 동안 놈들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해 결정한 행동이었다.

“기이이!”

“기이!”

놈들은 수많은 동료가 터져 나가는데도 개의치 않고 고재원에게 달려들었다.

“겁이 없는 것은 칭찬해주마.”

그는 놈들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 * *

“기이이!”

띠링.

[쿤족을 처치하였습니다.]

[점령이 완료되었습니다.]

“스승님은 알아서 잘하고 계시네.”

한편.

주위가 나무로 빽빽이 둘러싸인 포인트 존을 점령한 진원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쿤족의 숫자를 보며 이대로만 가면 3일 안으로도 망할 이벤트를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337번 행성: 4,203명]

5천 명이었던 쿤족이, 이벤트가 시작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약 800명 가까이 죽었기 때문.

“점령은 플레이어 본인만 가능한 게 아쉽네.”

진원이 쿤족을 처리하는 동안, 붉은 늑대를 다른 포인트 존으로 보냈지만 건축물의 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

“후, 하필 이럴 때 메시아가 잠들다니.”

그는 미니맵을 확대해 포인트 존을 살펴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메시아가 한동안 잠에 빠지지 않아서 설마 했는데.’

우려하던 일이 발생해 버렸다.

그녀가 없으면 자신의 전력이 감소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붉은 늑대, 이곳을 지키고 있어. 특이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말하고.”

“예, 주군.”

진원은 점령지역에 붉은 늑대를 배치하고, 근처에 있는 다른 포인트 존으로 향했다.

* * *

쿤족과의 전투는 계속 이어져 밤이 되었고 진원과 일행들은 전투를 중단하고 처음에 내던져졌던 장소로 모였다.

아무래도 연락 수단이 없다시피 했기에, 진원은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는 꼬마 마도사에게 점령한 포인트 존의 상황을 살피라고 지시했다.

[337번 행성: 281포인트]

[338번 행성: 492포인트]

타닥. 타닥.

한 곳에 임시적으로 거처를 마련한 일행은, 빙 둘러앉아 모닥불을 쬐고 있다.

“꽤나 따라잡았다 싶었는데, 그새 또 점령해버리네. 후.”

“어쩔 수 없잖느냐, 제자야. 우리는 그래도 사람이니까 말이다.”

점수 격차가 어느 정도 좁혀졌지만, 쿤족들은 피로감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일행들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포인트 존을 점령해 나갔다.

“아무래도 길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원 씨.”

“오빠···· 미안. 튼튼이가 망가져 버렸어.”

모닥불을 가만히 응시하던 김수환과 손하윤은, 미안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쿤족을 상대하기에는 보유한 MP가 부족해 뒤로 물러났고.

그녀의 튼튼이 또한 쿤족의 피 때문에 전투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

“괜찮습니다. 저도 마음이 급했던 감이 있었으니까요. 일단 끼니부터 때우죠.”

진원이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자, 통조림이나 물과 같은 식량들이 쏟아져 나왔고.

“크이이!”

그의 근처에서 서성이던 콩콩이가 통조림을 보자 진원을 졸라댔다.

“자.”

“크이!”

콩콩이가 통조림에 머리를 박고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대는 도중.

김수환과 손하윤은 그 장면을 보며 입을 크게 벌렸다.

“진원 씨. 그건 도대체······.”

“우와, 오빠 대박······.”

김수환은 집합 장소로 이동하면서 주위에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열매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 보았지만, 열매는커녕 물조차 찾을 수 없었다.

‘길어야 3일. 그 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쿤족들이야 그렇다 쳐도, 자신들은 인간이다.

배고픔이나 목마름, 그리고 수면 문제는 이번 점령전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었는데.

‘도대체 저건 무슨 스킬이지?’

허공에서 쏟아져 나오는 식량들을 비롯해 이제는 간이 텐트까지 어떤 스킬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제자야, 술이나 한 병 주려무나.”

“아니, 이럴 때도 술이에요?”

“어허! 이 녀석이! 나에겐 술이 보약이나 다름없다 이 말이다.”

“럼주라도 괜찮으시면 드세요.”

오직 고재원만이 덤덤한 표정으로 진원에게 술을 요구했다.

다들 말없이 식사를 이어가는 도중.

[338번 행성: 899포인트]

진원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는 337번 행성의 점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음, 놈들의 머릿수가 많으니까 말이다.”

“오빠,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어요?”

진원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되었고.

“내일부터 점령은 신경 쓰지 말고, 저기 남은 3,600마리. 저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거죠.”

“호오, 역시 내 제자구나. 나와 생각이 일치하다니. 그렇게 되면 편하게 땅을 모조리 먹어버릴 수 있지.”

무식하다 싶은 그의 발언에, 고재원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김수환과 손하윤은 쓴웃음을 지었다.

‘말이야 쉽지.’

‘아무리 오빠라도 숫자가 너무 많은데.’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 말고는 효과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이었으니.

“스승님.”

“알고 있다. 이놈들이 술맛 떨어지게.”

가만히 식사를 계속해나가던 중.

고재원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전방을 향해 기탄을 날렸고.

동시에 실체화한 붉은 늑대도 뒤이어 검기를 날렸다.

푸확!

“키이이!”

“키이!”

그들의 공격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쿤족 2명이 피를 게워내며 쓰러졌다.

[쿤족 어쌔신을 처치하였습니다.]

“이 새끼들이, 은신까지 한다 이거지?”

“은신을 하다니?”

“으, 은신이요? 어떻게 하죠?”

김수환과 손하윤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놀라자, 고재원이 껄껄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소리만 잘 들으면 된다. 놈들은 아무래도 모습만 감출 수 있는 것 같으니.”

“난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붉은 늑대가 놈들의 시체를 정리하는 사이, 일행들은 다음날 행동방침을 의논했다.

“제가 가진 포션류는 충분하니까, 필요한 만큼 말씀하시고. 특히 중립 몬스터는 무조건 사수해야 합니다.”

진원의 말에 다른 일행들이 창을 띄워 다시 한번 규칙을 읽기 시작했다.

“같은 팀에게 이로운 버어프? 라고 했나? 아무래도 놈들의 머릿수가 많으니 신경 써야겠구나.”

“진원 씨, 그렇다면 다음날부터는····.”

“네, 단체로 움직이죠.”

진원은 김수환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점령은 마지막에 한다고 결정했으면, 굳이 개별로 행동할 필요는 없지.’

거기다가, 쿤족 어쌔신 같은 특수 능력을 가진 놈들이 얼마든지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고.

“4시간씩 돌아가면서 서죠.”

식사를 끝낸 일행들은 2명씩 조를 짜, 불침번의 순서를 정했다.

“오빠, 저 오빠랑 같이 불침번 서면 안 될까요?”

“왜, 난 불침번 안 설 건데.”

“네?”

그녀는 은근슬쩍 진원의 옆에 가서 말을 걸었고 그는 대답 대신 소환의 방에서 꼬마 임프와 마도사를 꺼냈다.

“알지? 이 주위에 몬스터가 접근하면 처리해. 그리고 수가 많다 싶으면, 날 깨우고.”

“키긱!”

“맡겨주십시오, 주인님!”

“아, 그리고 중립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말이 들리면 망설이지 말고 깨워.”

지시를 받은 소환수들은 각자 위치로 가서 자리를 잡았고.

“거기다 붉은 늑대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불만 있으면 너도 소환사하든가.”

“······.”

진원은 기운 빠진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적당히 손을 흔들어 주고, 텐트로 향했다.

“하아····.”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이 있지.”

“아, 쫌! 놀리지 마요!”

“껄껄껄! 젊은것들은 좋구나!”

고재원은 그녀에게 다가가 재밌다는 듯이 놀려댔다.

* * *

고재원과 손하윤이 불침번을 선 지 3시간이 지났다.

그는 그동안 입이 근질거렸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와, 진짜요? 대박! 그럼 오빠가 단기간에 강해진 이유가 할아버지 덕분인 거네요?”

“그럼! 나 아니었으면 제자가 저렇게 강해지기도 전에 죽어 버렸을 게다! 껄껄!”

생각보다 재미있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그녀 덕분인지, 고재원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갔고.

띠링.

“에라이. 지금 딱 재밌는 부분인데.”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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