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12화 (112/200)

112. 점령전-1

진원을 집어삼킨 포탈은 그와 콩콩이를 땅에 내팽개치듯이 뱉고 사라졌다.

“후, 기분 참 더럽네.”

“크이이!”

속박에서 벗어난 진원은 몸을 털며 주위를 살폈고, 콩콩이도 성이 나는지 작은 발로 땅을 툭툭 밟았다.

지난번 이벤트에서도 그랬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다.

띠링.

[플레이어 이벤트 - 점령전]

1. 3일 동안,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은 플레이어 측이 우승합니다.

2. 점령을 위해서는 플레이어 한 명 이상이 포인트 존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3. 한번 점령된 지역은 다시 빼앗아올 수 있습니다.

5. 양측팀이 같은 포인트 존에 위치하게 되면, 양측 모두 포인트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6. 총 10개의 포인트 존이 있으며, 이벤트 종료 시 가장 많은 포인트를 모은 측이 우승합니다.

7. 랜덤한 시간대에 이로운 버프를 가진 중립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마지막에 해당 몬스터를 처치한 팀 전원에게 효과가 적용됩니다.

남은 시간: 7일

우승 팀 : ???

패배 팀 : 사망

잠시 후.

[이벤트 게시까지 10:00]

그의 눈앞에 메시지와 함께 타이머가 출력되었고 진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내용을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망할 새끼들이. 지는 팀은 또 사망이네.”

마지막 부분을 확인한 진원은 거친 말을 내뱉었다.

악질이 따로 없는 내용이다.

“밸런스를 조절한 게 이거라고?”

다시 정리해 보면, 인원수가 많은 쪽이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벤트였다.

“큭!”

“응? 뭐냐?”

“진원 오빠!”

“아오! X발! 왜 하필 내가 걸린 거냐!”

가파른 산 한가운데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던 와중, 4개의 포탈이 나타나 플레이어들을 뱉고 사라졌다.

그런데.

“와, 어떻게 운이 지지리도 없냐?”

그중에 아는 얼굴이 3명이나 있었다.

소주병을 들고 적당히 취기가 달아오른 듯한 고재원과 배낭을 멘 채로 자신을 보며 화장하는 걸 까먹었다고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손하윤.

그리고··· 자리에서 표정을 구기는 김수환.

“김수환, 내가 너한테 왜 반말하는지 알겠냐?”

“지, 진원 씨.”

김수환은 무미건조한 진원의 말투를 듣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설마, 들킨 건가? 도대체 어떻게?’

둘 사이에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되자, 손하윤과 군복을 입은 남성은 조용히 뒤로 빠졌고.

“내가 제자에게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기억을 복구시켜 주었다. 물론, 네놈은 기억나지 않겠지만.”

고재원은 그를 보며 재밌다는 듯이 실실 웃었다.

‘안 그래도 한번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김수환이 아일랜드에서 자신과 스승을 건드린 걸 알면서도 가만히 묵인한 이유는.

‘딸이 하나에, 와이프는 없었지.’

그가 혼자서 딸을 키우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협회장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 조사해 본 결과, 현재 김수환은 레드 플레이어 의심을 받는 상태이며, 가족은 9살 난 딸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린 애가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아무 이유 없이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변명이나 해 보세요. 일단 들어나 보게.”

특히, 자신의 가족을 건드리려 했다면 더욱.

“예.”

진원의 말에, 김수환은 자리에서 황급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한 치의 거짓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에게 들켰으면 죽게 되더라도 할 말은 없다.

딸의 병을 치료해준 장본인이 눈앞에 있고, 자신은 그 은인의 가족을 납치하려 했던 범죄자니까.

“아일랜드의 일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주된 목적은 딸의 병을 치료할 특별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으며.

“저런······.”

“허어. 그런 일이 있었구만. 하여간 몬스터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니까.”

“아······.”

그의 말을 듣던 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진원 씨, 저는 어떻게 하셔도 좋습니다. 그만큼 나쁜 짓을 많이 해왔으니까요.”

퍽!

설명을 마친 김수환은, 그대로 땅에다가 힘껏 머리를 박았다.

“하지만, 지금 제가 죽게 된다면 수진이는 혼자 남습니다. 제 딸이 자립할 수 있는 나이까지만 유예기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후우······.”

한동안 주먹을 불끈 쥐던 진원은, 짜증 나는지 자리에서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대천사 길드가 엮여 있었을 줄은.’

저 말이 사실이라면 김수환은 딸을 빌미로 이용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딸의 엄청난 병원비에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일단 15년 기다려드리죠. 어떻게 할지는 그때 가서 생각하겠습니다.”

“저,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김진원 씨!”

용서해 준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감사를 표했다.

“일단 이쯤하고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 제자야.”

상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자, 고재원이 진원에게 다가와 등을 툭툭 쳤다.

“그래야죠. 다들 점령전 규칙은 읽어보셨나요?”

“음, 땅따먹기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구나.”

“오빠! 그런데 옆에 있던 군인 아저씨가······.”

“왜?”

갑작스럽게 손을 든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위쪽을 가리켰고.

“허억! 난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그곳에는 군복을 입은 뚱뚱한 남성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됐어. 놔둬라. 억지로 협력해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

이제 이벤트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3분.

대략적으로라도 행동방침을 정해야 한다.

“일단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상대와 마주치게 되면 망설이지 말고 죽여버리세요. 그래야 우리가 삽니다.”

“오, 오빠······.”

“너도. 도저히 못 죽이겠으면 도망쳐. 알겠냐?”

진지한 얼굴로 섬뜩한 말을 내뱉은 진원을 보며, 손하윤은 초조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고.

“그러는 것이 좋겠구나. 상대는 5천이고, 우리는 4명이니 말이다.”

“반드시 진원 씨의 도움이 되겠습니다.”

고재원과 김수환은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지도가 추가됩니다.]

[338번 행성: 5명]

[337번 행성: 5,000명]

잠시 후.

점령전이 시작되자, 각자의 왼쪽 밑부분에 미니맵과 함께 플레이어의 수가 나타났고 하얀색을 띠는 포인트 존 10개가 눈에 들어왔다.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가늠이 안 되네.’

지도를 확대해 보면 자신들은 포인트 존의 딱 중간지점에 있었고, 양쪽으로 첨성대를 연상시키는 10개의 석조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미친. 이놈들 점령 속도가 왜 이래?”

미니맵을 확대해 전체적으로 살펴보던 진원이 미간을 좁혔다.

오른편에 자리 잡은 5개의 포인트 존이, 벌써 붉게 물들기 시작한 것.

“스승님, 일단 얘 데리고 포인트 존 하나만 점령해 주세요. 저는 일단 적들을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콩콩아, 너는 저쪽이랑 합류해.”

“오냐.”

“크이!”

“진원 씨,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혹시라도 위험해지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죠.”

말을 마친 진원은 내리막길을 거침없이 내려갔고, 김수환이 그 뒤를 따랐다.

“누, 누나가 꼭 지켜줄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손하윤은, 무엇인가 결심한 표정으로 고재원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예끼 이 녀석아! 내 나이가 올해로 육십이 넘었어! 제자 녀석이 나한테 존대하는 것을 보면 모르겠더냐!”

“네?”

“이리 따라오거라.”

그녀는 거칠게 손을 뿌리치는 고재원을 의아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았지만.

“가, 같이 가요!”

빠른 몸놀림으로 산에 올라가는 그를 뒤따라가기 바빴다.

* * *

진원과 김수환이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리길 10여 분.

높이가 10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붉게 물든 건축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놈들이 337번 행성의 플레이어들인가.”

“음··· 겉보기에는 사람과 다른 바 없군요. 머리숱이 없는 것만 빼면.”

그들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나아가던 사이.

건축물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쿤족]

“기이이!”

“기이!”

노란색 피부를 가진 놈들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천으로 하체만을 가리고 있었으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건축물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름 색이 없다. 적게 잡아도 300은 넘어 보이긴 하는데, 일단 놈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확인해야 하니까.’

진원은 조용히 인벤토리에서 백과사전을 꺼내, 놈들에게 사용했다.

[쿤족]

- 설명: 337번 행성의 플레이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몬스터와 같은 외모로 변화했다.

- 공략 포인트: 놈들의 피는 강력한 산성 효과가 있다. 최대한 몸에 닿지 않는 것이 좋다.

- 레벨: 30

‘놈들의 레벨이 낮아. 이 정도면 한꺼번에 몰아서 처리할 수 있겠네.’

[스탯]

근력: 80 민첩: 80 체력: 60 마력: 120 지배력: 140

미분배 포인트: 0

놈들의 정보를 확인한 진원은 남은 포인트를 지배력에 투자한 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녀석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자리에서 바로 와인드업을 했다.

“진원 씨, 혹시라도 위험해지면 바로 저에게 오십시오.”

“그러죠.”

김수환은 그의 뒤에서 자세를 낮추고, 언제든지 장소를 벗어날 수 있도록 그림자 이동을 준비했다.

“기이?”

“기이이!”

놈들은 와인드업하는 진원을 눈치챘는지, 저마다 괴성을 지르며 맨몸으로 달려들었고.

“이미 늦었다!”

진원은 그런 놈들을 향해 마구: 블랙홀을 사용했다.

스스슷-

“기이!”

“기이이!”

마구의 강력한 흡입력에 빨려 들어간 놈들은, 저마다 팔을 내뻗으며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지만.

“흡!”

진원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놈들을 향해 마구: 칼날 폭풍을 사용했다.

드드드드-

“기이이이!”

“기이이!”

한점에 뭉친 놈들에게 사출되는 수많은 단검은 쿤족의 전신을 자비 없이 꿰뚫었고 놈들은 몸에서 누런 액체를 쏟으며 죽어 나갔다.

띠링.

[쿤족을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합니다.]

‘혹시나 싶었는데, 망할. 역시 안 되나.’

몬스터를 처치할 때와 같은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하다는 문자가 뒤이어 출력되었다.

5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

혹시라도 쿤족이 경험치를 준다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놈들을 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벤트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후, 놈들이 전부 이 정도 수준이면 좋겠는데.”

‘저, 저렇게 강해졌다고? 그 뒤로 몇 달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한편.

학살과도 같은 장면을 바라본 김수환은, 진원의 뒷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진원이 조금이라도 힘든 기색을 나타내면 지체 없이 전투에 합류할 생각을 가졌지만,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면, 설마 그때는 봐준 건가?’

예전, 대천사 길드의 지시로 그의 여동생을 납치하려 했을 때는 분명히 저런 스킬은 없었는데.

‘후우, 이미 지나간 일이다. 앞으로 잘하는 수밖에 없다.’

그건 그렇고, 7일 동안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한다니.

‘수진이를 맡기길 잘했군.’

혹시 몰라서 평소 알고 지내던 식당의 할머니에게 길게 한 달까지만 딸을 보살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김수환이 딸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이, 진원이 점령하던 포인트 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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