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11화 (111/200)

111. 준비-2

“어?”

“뭐야?”

“이벤트?”

파티원들은 합이라도 맞춘 듯이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고, 빠르게 메시지를 읽어나갔다.

“이런 X발. 플레이어 이벤트?”

“미친··· 또야?”

내용을 확인한 파티원들은 저마다 한숨을 내쉬거나, 초조한 기색으로 대화를 나눴고.

‘그 뒤로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최은식 또한 불안한지 연신 손톱을 깨물었다.

그것은 은지희도 마찬가지.

이벤트의 악명에 대해서는 형의 경험담을 들어 알고 있다.

폐허 같은 도시 안에서 서로 간에 죽임을 강요당했으며 실제로 살아 돌아온 플레이어들 다수가 한동안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렸다는 것도.

그런데······.

“도대체 형이 왜?”

“도대체 오빠가 왜?”

최은식과 은지희는 납득이 안 간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잠시 쳐다보았다.

* * *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메시지는 칠지도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던 진원에게도 떠올랐으며.

“이런 X발.”

그 내용을 확인하던 진원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럴 것이······.

[플레이어 이벤트- 점령전]

김진원을 포함한 한국의 플레이어 5명(무작위) VS 행성 337번 플레이어 5000명.

#밸런스 조절을 위해 인원수를 조정하였습니다.

#지금부터 30시간 뒤, 이벤트 지역으로 강제전송됩니다.

“5명으로 5천 명을 상대하라고? 미쳤냐?”

자신을 콕 집어서 메시지를 띄운 것으로 모자라, 엄청난 수의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라고 예고했으니까.

“도대체 나한테만 이러는 목적이 뭐지? 행성 337번은 뭐고?”

지난번에는 어쩌다가 이벤트에 끌려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 이벤트는 일부러 자신에게 패널티를 준 것도 모자라, 강제적으로 참가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거기다 상대는 행성 337번의 플레이어.

“분명히 여기를 338번이라고 했는데. 인간이 아닌 놈들을 상대하는 건가?”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30시간이라. 후, 분명히 진 쪽에게 무슨 짓을 하겠지.”

입술을 굳게 깨물던 진원은 옷을 챙겨입으며, 바로 이시현에게 연락했다.

-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부탁할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3초 만에 전화를 받은 이시현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S급 던전하고 A급 던전, 되는대로 최대한 많이 예약해주세요.”

-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그의 화난듯한 목소리에, 이시현은 짧게 대답을 남기고 바로 연락을 끊었다.

“후.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벌이는지는 모르겠는데, 네놈만큼은 반드시 죽인다.”

* * *

모든 플레이어에게 나타난 메시지.

그리고 무작위 플레이어 4명이 김진원과 함께 강제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내용에, 다들 절망에 빠졌다.

- 플레이어1: 어쨌든 난 안 걸림 ㅅㄱ.

- 플레이어2: 꼭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걸리더라 ㅋㅋ.

- 플레이어3: 그래도 김진원 ㅈㄴ쎈거 팩트 아니냐? 밸런스 조정하려고 5천 명 설정한 거 같은데?

- 플레이어4: 응 다굴엔 장사 없어. 저쪽에 S급 플레이어 5명만 있어도 김진원이 개 발림.

평소 게시글이 없다시피 한 플레이어 커뮤니티는,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오곤 했다.

그들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던전의 예약이 전보다 치열해지게 되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망할.”

그리고 그것은 현재 서울대학교에 와있는 김진원 또한 마찬가지.

‘S급 던전이야 그렇다 쳐도, 어떻게 A급 던전 하나를 예약 못 하냐.’

그는 종합 체육관 한쪽에 앉아서 속으로 툴툴댔다.

A급 던전이야 원래 경쟁률이 치열하긴 했으나 이벤트 예고 메시지가 떠오른 뒤로는 B급 던전의 예약조차 어려웠으니까.

‘억지로 들어갈 수도 없고.’

다들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뜻이겠지.

자신이 힘을 이용해 억지로 던전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뺏게 되는 것이고, 그만큼 이번 이벤트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의 생존 확률이 낮아지게 된다.

‘해외나, 안 되면 연옥이라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국내야 그렇다 쳐도 이번 이벤트 대상 역시 한국의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곧바로 해외로 향하려고 했지만, 서울대학교의 총장 최준석이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듯이 연락을 취해왔다.

- 안녕하십니까, 김진원 씨. 최준석입니다.

그는 하루라도 좋으니, 플레이어학과의 학생들에게 이벤트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왔다.

‘도움이라고 해 봐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데.’

기껏해야 학생들에게 자잘한 팁들을 알려주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진원이 서울대학교에 나온 것은, 최준석이 상급 경험치 캡슐을 건네주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

‘도대체 그 사람은 아이템들을 어디서 구해오는 거야?’

그가 보유한 레전더리 아이템도 그렇지만 상급 경험치 캡슐 또한 엘릭서만큼 매물이 거의 없다시피 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그 정도론 기습에 대비할 수 없다. 다시.”

“네!”

“예!”

현재 체육관에는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학생들을 단련시켜주고 있다.

“허억! 허억!”

“으아아!”

학생들은 저마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붉은 늑대가 가르쳐주는 자세를 취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도와줘야겠지.’

학생들 또한 이벤트의 참가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번 이벤트. 혼자서는 힘들 수도 있다.’

점령전이라는 단어로 예상해보면, 분명히 서로 간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굳이 내 쪽에 4명을 붙여줄 이유가 없지.’

“허허. 진원 씨의 소환수는 정말 대단하군요.”

혼자 생각에 빠져 있던 사이, 어느새 체육관으로 들어온 총장 최준석이 진원의 옆자리로 와 앉았다.

“미리 드리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에게 상급 경험치 캡슐을 건네주었고.

“감사합니다.”

진원은 효과를 확인한 뒤, 망설임 없이 입에 털어 넣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네.’

자신의 레벨은 방금 것으로 62.

A급 던전을 혼자 10번 이상 클리어해도 오를 것 같지 않던 레벨이, 아이템 하나가 시원하게 해결해 주었다.

“그럼 학생들 좀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죠.”

최준석은 짧게 인사를 남긴 뒤, 체육관을 나갔다.

“아! 조금만 쉬게 해주세요······.”

“허억! 진짜 쓰러질 것 같습니다.”

진원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학생들을 향해 걸어갔다.

“오빠! 이제 좀 쉬게 해줘요!”

“형님! 이러다 이벤트에 끌려가기 전에 죽겠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진원을 보며 제발 살려달라는 듯 눈빛을 보냈으며.

‘오빠! 제발 저 아저씨보고 살살 좀 하라고 말해줘요!’

특히 손하윤은 손짓까지 해가며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거 먹으면 다시 쌩쌩해질 거다.”

진원은 눈 하나 깜빡 안 한 채로 포션들을 한쪽에 쟁여놓았다.

“5분 뒤에 다시 하겠다.”

한동안 허탈한 표정을 짓던 학생들은 붉은 늑대의 말에 포션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야! 빨리 저거 마셔!”

“아! 밀지 마라!”

그 이후로도 진행된 붉은 늑대의 자비 없는 훈련.

학생들이 지쳐 쓰러질 기미가 보이면 귀신같이 그것을 알아챈 진원이 포션을 건네주었고.

“5분 뒤에 다시 하겠다.”

그때마다 붉은 늑대가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야, 나 살아있냐?”

“오늘 자다가 죽으면 어떡하냐?”

아침부터 시작된 회피훈련은, 저녁에 되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학생들은 저마다 혼이 빠져나간 표정을 지었다.

“붉은 늑대.”

“예, 주군.”

진원의 말에, 붉은 늑대가 모습을 감추었다.

“사, 살았다.”

“아, 이제 살겠네.”

학생들은 그제야 바닥에 궁둥이를 붙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포션 필요한 사람은 더 마시고. 쉬면서 듣기만 해.”

그 말에,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진원에게 향했다.

“이번 이벤트 대상은 나를 제외하고 4명. 확률이야 엄청 낮겠지만, 더럽게 운이 없으면 이 중에 한두 명은 걸릴 수도 있어. 그래서 너희들에게 회피훈련만 반복해서 시킨 거다.”

그의 말에 불만스러운 기색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도 있었고, 이해한 표정을 짓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여기서 너희들이 이벤트에 강제로 참가하게 된다면, 억지로 플레이어를 죽이라고는 안 해. 도저히 못 하겠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진원의 말을 들은 학생들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내 발목을 잡게 되면, 그때는 가차 없이 버릴 거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보면, 그 말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진원은 1시간 휴식이라는 말과 함께 체육관을 떠났고.

“야, 아까 그거 어떻게 하더라?”

“어. 아마··· 이렇게였나?”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붉은 늑대가 가르쳐준 내용을 복습했다.

“와, 그런데 진원 오빠 되게 시크하다.”

“그치? 난 이벤트에 끌려갔으면 좋겠다.”

“아니, 왜?”

손하윤의 말에 여학생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고.

“그래야 오빠한테 점수 따잖아.”

“···하윤아, 너 안 무서워?”

“응? 난 재밌을 것 같은데?”

여학생은 그녀의 대답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 학과 학생들의 레벨은 대략 10을 조금 넘긴 정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던전에 들어가다 보니, 아무래도 레벨 업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쟤야 뭐. 유일하게 유니크 직업을 가지고 있긴 하니까.’

여학생은 실실 웃는 그녀를 보며, 자신만은 제발 끌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기도했다.

* * *

엘리트 길드의 사무실.

시간은 흘러 이벤트 개시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1시간.

“이제 1시간 남았네요, 형.”

“그래.”

최은식과 이시현은, 진원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이벤트 내용을 알 수가 없으니, 곤란하군요.”

“알 수 있는 건 점령전이라는 것뿐이네요.”

이시현은 펜대를 굴리며 지도를 들여다보기 바빴고.

“그래도 걱정 마세요, 형! 최근에 열심히 던전을 돌았습니다.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최은식은 비장한 표정으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녀석이 끌려간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얌마. 너 5천 명을 상대해야 하는데, 안 무섭냐?”

“형이 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요?”

“크이!”

그의 말에, 자신의 옆에서 과자를 먹고 있던 콩콩이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은 겁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네.’

긴장한 기색이 1도 없는 녀석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띠링.

[플레이어 이벤트. 점령전을 시작합니다.]

[이벤트 맵으로 전송이 시작됩니다.]

“큭!”

“크이?”

출력된 메시지와 함께, 진원의 몸은 속박된 듯 움직일 수 없었으며, 등 뒤에 포탈이 나타나 그와 콩콩이를 빠르게 집어삼켰다.

“후우, 멀쩡하게 돌아오셔야 할 텐데. 응? 최은식 씨. 왜 그러십니까?”

진원이 서 있던 자리를 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던 이시현은.

“아오! 왜 또 나는 안 끌려가는 거냐!”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무는 최은식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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