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09화 (109/200)

109. 왕 첸-2

스슷-

그의 눈앞에 생성된 농구공만 한 크기의 구체가, 빗발치는 총알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더 갈겨! 쉬지 말고 계속 갈기라고 새끼야!”

“으아아아!”

그 장면을 본 김상원은 병사들을 향해 소리치며 자신 또한 발포를 멈추지 않았다.

스스스-

“그 이상은 총알 낭비일 텐데.”

왕 첸은 애쓰는 병사들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실실 웃었다.

“이런 X발··· 저런 괴물을 상대로 5분을 버티라고?”

단발이 아니다.

반자동으로 넣고 쉴 새 없이 갈겨대고 있는데, 허공에 떠다니는 이상한 공이 총알을 전부 흡수하고 있다니.

“뒤로 물러나! 당장!”

“예, 예! 알겠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김상원은, 곧바로 병사들에게 후퇴하라고 지시했다.

“아저씨들, 지금부터 움직이면 큰일 난다.”

그 모습을 본 왕 첸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스킬을 사용해, 조약돌보다도 작은 크기의 공을 만들었다.

“내 말 안 듣네. 그럼 혼나야지?”

자신의 경고에도 군인들이 계속해서 움직이자, 그는 오른팔을 들어 권총 모양을 흉내 냈고.

“타앙!”

쏘는 시늉을 했다.

쉬이익!

그러자 허공에서 생성된 수많은 공이 뒤로 물러나던 군인들을 향해 일제히 쏘아졌고.

파바박!

“끄아아아!”

“X발! 내 다리!”

연옥 포탈 주위를 지키던 군인들 대다수가, 몸 이곳저곳에 피를 쏟으며 땅에 엎어졌다.

“급소는 최대한 피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저씨들. 그러게 말 좀 잘 듣지 그랬어.”

왕 첸은 고통스런 비명을 쏟아내는 군인들을 향해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그대로 연옥의 포탈로 들어갔다.

* * *

진원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그 뒤로 10분이 지난 후였다.

“살려 주세요······.”

“아아악!”

“끄아아아!”

우면산 터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군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뒤에 도착한 추가 병력은, 들것으로 병사들을 나르고 있었고.

“우면산 터널입니다! 구급차 최대한 많이 와주세요! 빨리 부탁드립니다!”

구급차를 호출하며 병사들의 응급처치를 하는 데 정신없었다.

‘이게 왕 첸이 한 짓이란 말이지······.’

진원은 현장의 참상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연옥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군인들을 건드리지 않고도 포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거기! 여기서 포션 가져가서 먹이세요! 콩콩아! 여기 있는 사람들, 치료 좀 해주고 따라 들어와.”

“크이이.”

“예!”

그는 망설이지 않고 상점에서 HP포션을 100개가량 구매해 한쪽에 쌓아두고, 곧바로 연옥의 포탈을 향해 뛰어갔다.

“손님! 피하세요!”

연옥의 로비에 입장하자마자, 관리자가 진원을 향해 소리쳤다.

쉬익!

동시에, 그의 미간을 향해 작은 공이 하나 날아왔고 곧바로 머리를 옆으로 돌려 공격을 회피했다.

“뭐냐?”

그는 죽일 기세로 관리자를 노려보았지만.

“제, 제가 아닙니다. 손님! 제가 손님한테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관리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짝짝짝.

“이야. 생각보다 너무 민첩한데? 코리아 루키.”

“왕 첸······.”

관리자가 가리킨 방향에는 왕 첸이 벽에 등을 기댄 채로, 대단하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네가 저기 밖에 있는 군인들 건드렸냐?”

“나는 얌전히 물러나면 아무 짓도 안 하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총을 갈겨버리던데?”

낮게 가라앉은 진원의 목소리에, 왕 첸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런데, 너랑 아무 상관 없는 인간들이잖아? 왜 화를 내는 거지?”

“상관이야 없지.”

하지만 그중에서 대부분의 군인이 자신과 나이 대가 비슷했다.

심지어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군인들도 눈에 들어왔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안 그래도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의 몸을 저렇게 만들어?’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인이 한국인을 건드렸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어. 망할 짱깨 새끼야.”

“워우, 강하게 나오는데? 박력 있네.”

왕첸은 진원이 내뱉는 험한 말에도,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고 입꼬리를 올렸다.

“얘들아.”

“맡겨주십시오.”

[알았어.]

진원의 말에 왕 첸의 코앞에서 실체화한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기습을 시도했고 뒤에 나타난 소환수들도 그에게 달려들었다.

“헛! 깜짝아!”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의 자세가 무너지는가 싶었지만 그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생성된 검은 공이 붉은 늑대와 메시아의 공격을 튕겨냈다.

티잉! 팅!

그러나 붉은 늑대와 메시아는 딱히 개의치 않고 쉴 새 없이 공격을 이어나갔고.

드르르륵.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거리를 둔 꼬마 마도사가 마력탄을 연사했다.

‘생각보다 너무 버거운데?’

공격을 회피하는 왕 첸의 장난기 있는 표정을 사라진 지 오래.

‘이대로면 스킬이 5분도 못 버티겠네. 적당히 시간만 끌다가 도망치려 했는데.’

그의 주목적은 이연우를 중국으로 빼돌리는 것.

그리고 당연히 한국의 슈퍼 루키라고 불리는 김진원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

‘이게 세계랭킹 최하위 플레이어라고? 놈의 소환수 하나하나가 최소 A급 플레이어랑 맞먹는 수준인데?’

특히나 검을 휘두르는 사무라이나 은발의 여자아이 같은 경우는 자신의 모든 스킬을 사용해야 이길 수 있을 수준.

“흡!”

그가 예상외로 강한 진원의 힘에 당황하고 있을 때, 진원은 왕 첸을 향해 와인드업하고 마구: 블랙홀을 사용했다.

스스스스-

그의 몸 뒤편에 자리 잡은 마구는,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 강한 흡입력으로 왕 첸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큭! 이건 또 뭐야!”

순식간에 마구에 끌려 들어간 왕 첸은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상당히 강한 힘에 곧바로 스킬을 준비했다.

“내가 그걸 보고만 있을 것 같냐! 얘들아!”

“분부대로.”

[알았어.]

[붉은 늑대가 발도: 추격을 사용합니다. MP를 50 소모합니다.]

[메시아가 다크레이를 사용합니다. HP를 300소모합니다.]

진원이 잠시의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왕 첸을 향해 토르의 망치를 힘껏 날렸고 뒤이어 그의 소환수들 또한 왕 첸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큭!”

움직임이 봉인된 왕 첸은, 그대로 진원과 소환수들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고.

쩌적. 쩌저적.

그의 몸 주위에 떠다니는 검은 공이 금이 가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다크볼이 벌써 부서지다니. 이거 골 아프네.”

일정 수준까지 피해량을 막아주는 다크볼은 피해 한도를 넘어서면 금이 가기 시작해 그대로 부서져 버린다.

“S급 던전에서 보스의 공격을 30분 넘게 방어해 주고도 안 깨졌었는데.”

이놈이랑 제대로 붙으면 진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왕 첸은 고민 없이 스킬: 차원 도약을 사용했다.

츠즈즈-

그러자 왕 첸의 등 뒤로 검은 포탈이 생성되었고.

“너 생각보다 너무 강하네! 그래도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바로 도망갈게. 다음에 또 보자! 짜이찌엔!”

그의 말에 끝나기 무섭게, 포탈은 그의 몸을 집어삼켰다.

“후, 망할 새끼.”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에, 진원이 반응할 틈은 없었다.

“크이이이!”

MP포션을 마시던 사이, 병사들의 치료를 거든 콩콩이가 연옥의 로비로 들어왔다.

“수고했다.”

“크이이!”

콩콩이는 앞으로도 맡겨만 달라는 듯이 작은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그런데 원래의 목적이라니. 도대체 뭐야?”

진원이 고개를 돌려 관리자를 쳐다보자.

“저,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웬 인간이 갑자기 들어와서 가만히 벽에 서 있었던 것 말고는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관리자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진짜 한마디도 안 했냐?”

“사, 사실은 한마디 하긴 했습니다만.”

짐짓 화난듯한 진원의 목소리에, 관리자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뭔데.”

“제가 고블린 중에서도 되게 못 생겼다고······.”

“······.”

* * *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 교도소.

“하! 이런 X발! 이거 진짜 X됐네······.”

교도관은 감시 카메라에 비추어지는 모니터를 보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이연우가 수감되어 있어야 할 독방은, 텅 빈 상태.

“이건 분명히 노리고 온 거다.”

왕 첸이 우면산 터널 근처에서 난동을 부리자 교도소 내에 있는 병력은 지원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구치소를 떠났으며, 그때를 노렸다는 듯이 중국인 플레이어 두 명이 잠입해 이연우를 빼갔다.

“망할! 왕 첸이 이연우를 만나러 왔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팍! 팍!

교도관은 자신의 무력함에 분한 듯이 주먹으로 벽을 두들겼다.

그러기도 잠시, 숨을 고른 교도관은 매뉴얼 대로 연락을 취했다.

* * *

그 후로 3일이 지났다.

[충격! 중국의 S급 플레이어 왕 첸이 우면산 터널의 군인들을 습격해.]

[서울 교도소에 수감된 S급 플레이어 이연우, 탈옥. 중국으로 도망갔을 확률이 높아.]

[정부의 해명 요구에도 중국은 묵묵부답. 이대로 국제문제로 번질 것인가.]

충격적인 사건들의 연속.

국민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크게 분노했으며, SNS나 유투브를 통해 중국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널리 퍼트렸다.

“후우, 정말 앞으로가 걱정이군.”

“음······.”

청와대의 여민관 소회의실.

대통령 문명호를 비롯한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관들이 저마다 무거운 표정으로 보고서를 읽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왕 첸이 연옥으로 가서 김진원과 군병력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연우를 빼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 뒤로 계속된 침묵을 깨트린 것은 비서실장, 신정우.

“이연우를 다시 데려오는 것은 힘들겠나?”

“어려울 것 같습니다.”

“후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구수를 자랑하는 만큼, 플레이어의 수 또한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국에는 S급 플레이어가 몇이나 있나.”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최소 10명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망할!”

문명호는 분한 듯이 탁자를 내려쳤고 그 모습을 본 비서관들은 저마다 마른침을 삼키기 바빴다.

‘최소 10명에, 이연우까지 넘어갔으면 11명이군.’

그리고 현재 한국에는 S급 플레이어가 단 두 명밖에 없다.

중국도 그 사실을 알기에, 거듭된 해명 요구를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것이리라.

‘이대로 중국이 계속 힘을 키운다면. 한국은, 아니 전 세계가 중국에 휘둘리게 될지도 모른다.’

던전과 플레이어라는 이상 현상이 생기고 나서,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중국이 경제 제재를 가한다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어떻게든 김진원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이전에 제안한 것들. 그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들 하나?”

문명호의 말에 눈알을 굴려대던 비서관들이 하나둘씩 대답했다.

“저는 찬성입니다. 이대로 김진원까지 돌아서게 된다면, 한국은 그대로 끝장입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부족한 자금은 일단 국민연금으로 메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를 포함한 10명 중, 반대의견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플레이어 김진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말이기도 했다.

“10분 안으로 김진원이 이곳으로 온다. 다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예!”

“알겠습니다!”

손목시계를 눈으로 쓱 훑던 문명호가 비서관들을 향해 말하자, 그들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끼익-

잠시 후, 직원의 안내를 받은 진원의 회의실로 들어왔고.

“어서 오십시오, 김진원 님!”

문명호와 수석 비서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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