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06화 (106/200)

106. S급 던전-1

“그럼 바로 가죠.”

“그래.”

“예.”

진원이 철창에 가까이 다가가자, 플레이어 카드를 다시 확인한 군인들이 경례하며 입구를 열어주었다.

그는 앞서 망설임 없이 포탈 안으로 들어갔고 콩콩이와 신혜진을 비롯한 파티원들이 뒤를 따랐다.

“여기가 S급 던전인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드넓은 내부 중앙에 나 있는 세 개의 갈림길.

벽돌로 이루어진 바닥은 습기가 가득한지 축축했으며, 벽면에는 덩굴들이 난잡하게 자라나 있었다.

띠링.

“뭐지?”

고개를 돌려가며 던전을 살펴보던 사이, 자신의 눈앞에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특별 퀘스트 1- 불씨]

던전 안의 몬스터들을 처치하여 불씨를 모은 뒤, 탈라리온의 석상에 불을 피우세요.

완료 조건: 주변 몬스터들에게서 불씨 200개를 수집.

제한시간: 24시간

보상: 특별 퀘스트 2

실패 시: ???

메시지는 다른 뒤이어 들어온 파티원들에게도 출력되었다.

툭.

동시에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 한 굵기의 나무 막대기가 자신의 눈앞에 떨어졌다.

“역시, 송현성 씨의 말이 사실이었네.”

S급 던전은 입장하게 되면 퀘스트가 출력되며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전달받았었다.

- 안녕하십니까, 진원 씨. 피닉스 길드의 송현성입니다.

송현성은 자신이 S급 던전에 가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리 문자로 유용한 정보를 정리해 보내주었다.

“뭐야. 퀘스트가 왜 나와?”

“S급 던전은 이런 식인가 보군요.”

신혜진과 파티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이, 진원은 파티원 한 명에게 다가가 막대기를 건네주었다.

“이건 아무나 한 분이 들어주시고 일단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겠습니다.”

“예.”

진원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세 갈림길을 향해 손짓하자, 붉은 늑대와 메시아를 비롯한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와. 그리고 석상이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하고.”

“분부대로.”

[알았어.]

“맡겨주십시오, 주인님.”

“키키긱!”

진원의 지시에 소환수들은 제각기 흩어져 갈림길의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으며.

[진원, 피가 필요해.]

“그래.”

그의 피를 보급받은 메시아가 뒤이어 갈림길로 향했다.

“어. 저희는······.”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시면 됩니다.”

“아, 네······.”

몬스터야 건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주변 탐색 정도는 거들려고 했던 파티원들은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며 눈만 깜빡거렸다.

“쟤가 알아서 할 거니까 우리는 불씨만 잘 모으면 돼요.”

“그, 그러죠.”

당연한 듯이 말하던 신혜진은, 등에 멘 배낭이 무거운지 잠시 바닥에 내려놓는다.

“게이볼그를 쓸 일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 * *

진원의 소환수들은, 약 20분이 지나고 돌아와 석상의 위치와 함께 몬스터들이 있는 장소를 보고했다.

“왼쪽과 오른쪽에는 몬스터들. 중앙에는 석상. 딱히 트랩 같은 건 없고. 맞지?”

“예, 주군.”

“그럼 왼쪽부터 가자.”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토르의 망치를 꺼내며, 갈림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인벤토리가 있었군. 그래서 맨몸이었나.’

그의 뒤를 따라가던 파티원은 진원의 등을 보며 부럽다는 시선을 보냈다.

“다들 여기서 멈춰주세요.”

이윽고 눈에 들어온 몬스터.

인간 형태를 하고 전신에 붉은 로브를 뒤집어쓴 놈들은 저마다 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진원이 손을 들고 파티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신호를 보낸 뒤, 몬스터 백과사전을 꺼내 놈들에게 사용했다.

[탈라리온의 광신도]

- 설명: 탈라리온을 섬기는 몬스터.

- 공략 포인트: 놈들에게는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방어력은 낮은 편이지만, 상당히 강한 원거리 공격을 하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 레벨: 59

- 신뢰도: 80 퍼센트

“그렇단 말이지.”

“야! 너 그거 어디서 났어? 레전더리 아이템!”

“신혜진 씨! 조용히 말해요! 그러다 어그로 끌려요!”

몬스터 백과사전을 지긋이 쳐다보던 신혜진은, 아이템의 등급을 보고 순간 입 밖으로 말을 꺼냈고 다른 파티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입을 막았다.

“으읍!”

“다들 뒤에 빠져 있으세요. 얘들아! 이놈들한테 물리 공격은 안 듣는다!”

[붉은 늑대가 스킬: 귀신 태우기를 사용합니다. MP를 500 소모합니다.]

스읍-

붉은 늑대의 스킬을 시작으로.

진원의 소환수들 또한 놈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으며.

“끄아아아!”

“커어억!”

띠링.

[탈라리온의 광신도를 처치하였습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수많은 광신도들은 별다른 저항도 못 해본 채, 작은 불씨만 남기고 사라졌다.

‘아니, 저게 가능해? 아무리 그래도 S급 던전인데?’

‘허, 유투브로 본 적은 있지만 눈앞에서 보니 차원이 다르네.’

학살과도 같은 광경.

마치 고레벨 플레이어가 C급 던전의 고블린들을 때려 잡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몰라서 무기를 꺼내뒀는데.’

그 장면을 뒤에서 바라보던 파티원들은 저마다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의 던전의 마력 수치는 10만5천.

10만부터 S급 던전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S급 던전 중에서도 난이도가 수치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플레이어 하나가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S급 던전에서는 일반 몬스터들도 HP가 상당히 높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나?’

파티원 하나가 의문을 느끼던 사이, 진원이 손가락으로 바닥의 불씨들을 가리켰다.

“막대기 들고 여기 불씨들 좀 모아주세요.”

“네, 바로 갑니다!”

나무막대를 든 파티원이 빠르게 달려나가 불씨를 모으기 시작했다.

파티원이 불씨를 향해 막대를 들이대자, 몬스터들의 시체에 남아 있던 불씨들은 막대의 윗부분으로 모여들었고.

“여기서 100개를 얻었네요.”

순식간에 목표치의 절반을 달성했다.

“오른쪽 방에 가서 나머지 모으고, 중앙으로 가면 되겠네요.”

“쟤는 진심 미친놈이네. 플레이어 이벤트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저렇게 강해졌어?”

신혜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장서는 진원을 보며 질린 듯이 툴툴댔다.

“아까랑 똑같다.”

“맡겨주십시오.”

[알았어.]

오른쪽 갈림길도 마찬가지로 탈라리온의 광신도가 모여 있었으며 진원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몬스터들을 처리해나갔다.

띠링.

[탈라리온의 광신도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60레벨부터는 진짜 안 오르긴 하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몬스터들을 처리한 진원은, 불만스러운지 혼잣말을 뱉었다.

혼자서 S급 던전의 몬스터 200마리를 잡고 나서야 레벨이 오르다니.

“현재 세계 1위가 70레벨이었나?”

“얼마 전에 레벨 올려서 71레벨일걸? 근데 너 방금 걸로 몇 레벨인데?”

“61.”

“그 정도면 뭐, 몇 달 안으로 금방 따라잡겠네. 애초에 너 말이야. S급 던전에서 솔플이 가능한 플레이어는 세계적으로······.”

신혜진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파티장님! 여기 불이 붙었습니다!”

파티원 하나가 그녀의 말을 끊었고.

띠링.

[특별 퀘스트 1- 불씨를 완료하였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파티원이 들고 있던 나무 막대기에 불이 붙었다.

화르르르-

불이 세차게 타오르며 횃불과 유사한 형태를 갖추자, 퀘스트가 추가로 나타났다.

[특별 퀘스트 2- 탈라리온]

석상 근처에 있는 화로에 불을 붙여 탈라리온을 깨우세요.

완료 조건: 깨어난 탈라리온을 처지.

제한시간: 24시간

보상: 귀환 포탈 생성

실패 시: ???

“중앙에 있는 석상이 보스인 것 같네요. 바로 이동하죠.”

“네.”

‘분명히 진원 씨가 특출난 거지.’

A급 던전만 해도 몬스터 하나를 처치할 때 신중하게 진열을 만들어 잡으며, 보스전을 앞두고서는 몇 시간이고 파티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나도 참. 괜한 오지랖을 부리다니.’

횃불을 들고 이동하던 파티원이 진원의 전투를 보고 괜한 걱정을 했다는 듯 한 손으로 볼을 긁었다.

고블린 잡듯 몬스터를 때려잡는 진원의 모습을 보니 던전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했던 발언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그거 저한테 주세요.”

“네.”

어느새 도달한 석상 탈라리온의 석상 앞.

가고일이 연상되는 외형을 갖춘 녀석은, 박쥐 같은 날개를 넓게 펼친 채로 중앙에 서 있었다.

‘여기에다가 붙이면 되겠지.’

진원은 놈의 발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화로에 불을 붙였고 화로의 불길이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세차게 치솟기 시작했다.

“다들 알아서 잘 피해 있어요!”

“난 저기 구석에 가 있어야겠다.”

“넵!”

석상이 점점 녹기 시작하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파티원들은 녀석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크에에에에!”

잠시 후,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보스가 괴성을 지르며 위로 날아올랐다.

“야! 김진원! 진짜 안 도와줘도 괜찮아?”

그 모습을 본 신혜진이 진원을 향해 소리쳤지만, 그는 괜찮다는 듯이 손짓하고 몬스터 백과사전을 사용했다.

[탈라리온]

- 설명: 악마 형상을 띤 몬스터. HP가 상당히 많다.

- 공략 포인트: 놈의 비행능력은 까다로울 수 있다.

- 레벨: 60

- 신뢰도: 40 퍼센트

“별 정보가 없네.”

“크에에!”

공중에 날고 있던 탈라리온이 갑작스럽게 입을 벌리며 진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쇄액!

엄청난 덩치에 비해 상당히 날렵한 몸놀림.

파삭!

진원은 가뿐하게 뒤로 물러났고 동시에 놈의 입 안에 자라난 날카로운 이빨들이 돌로 된 지면을 쉽게 파냈다.

“키에에!”

녀석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진원에게 따라붙어 기다란 팔을 마구 휘둘러댔다.

“미친··· 뭐 저렇게 빠르냐.”

“우리한테 오면 X됐다.”

탈라리온이 진원에게 공격하는 것을 본 파티원들은, 놈에게서 천천히 거리를 벌렸다.

별다른 특수 능력 없이 팔을 휘두르고, 이빨을 치켜세우며 달려드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라곤 하나.

“키에엑!”

그만큼 보스의 몸놀림이 날렵했다.

진원이야 아무렇지 않게 피하지만, 자신들에게는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 빨랐다.

“아, 미쳤네. 역시 S급 공략은 당분간 없던 걸로.”

그것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신혜진 또한 마찬가지.

최근 들어, 민첩 스텟 40을 넘긴 그녀는 웬만한 공격은 가뿐하게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슬슬 길드원들 모아서 S급 던전이나 공략해 보려고 했었는데 마력 수치가 낮은 편이 저 정도라고? 말 다 했네.”

하지만 어림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흡!”

보스 몬스터와 진원의 무식한 공방은 10분 동안 이어졌고.

“키에엑!”

진원에게 쉴 새 없이 공격하던 탈라리온은, 날개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괴성을 질렀다.

서걱! 퐈학! 드르르륵.

“키에에!”

어느새 놈의 뒤에 자리 잡은 진원의 소환수들은, 놈이 날지 못하게 날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이쪽이다, 망할 놈아.”

놈이 소환수들을 향해 몸을 돌리면, 진원이 뒤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크에에에!”

“와, 이놈 진짜 쓰러질 생각을 안 하네.”

탈라리온은 상당한 HP를 자랑하고 있는지 여전히 쓰러지지 않았다.

“굳이 이 정도면 마누스를 꺼낼 필요도 없다만.”

사실 처음부터 마누스를 소환해, 놈을 처리하라고 명령하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면 내 경험이 안 쌓이잖아.”

전투의 감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앞서나가 싸웠던 것이다.

“그래도 이거 맞고는 못 배길걸. 못생긴 새끼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