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05화 (105/200)

105. 고재원-3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스테이크 전문점.

“주문하신 스테이크 650g 나왔습니다.”

“오오! 얼마 만에 먹는 고기더냐!”

치이이이-

불판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은 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가는 남자아이는 진원의 스승, 고재원.

“껄껄껄! 내가 복이 있구나! 제자를 잘 뒀어!”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고기를 입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고재원은 진원과 적당히 대련을 끝내고 그에게 바로 존버왕 업적을 사용해 아일랜드의 기억을 복구시켜주었고.

- 제자야,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어서 그런지 배가 아주 고프구나. 밥이나 한 끼 하자꾸나.

그 뒤로 향한 장소가 바로 음식점이었다.

“스승님, 아일랜드에서는 공짜 라면 먹여주시고, 여기서는 10만 원이 넘는 스테이크를 드시네 요?”

진원은 고재원을 질린 듯이 쳐다보았지만.

“어어! 거기! 일품진로 하나 갖다 주게나.”

그는 개의치도 않고 추가로 술까지 주문했다.

“손님, 술은 성인이 되셔야······.”

“어허! 이 녀석이! 내가 나이가 60이 넘었어! 이 모습은 플레이어라서 그런 거야!”

고재원은 옷을 뒤적거려 조심스럽게 말하는 직원에게 신분증을 건네주었고.

“죄, 죄송합니다!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한 남직원은 빠르게 사과를 표하고 자리를 떠났다.

“스승님, 이거 40만 원짜린데. 이걸 시키셨어요?”

“그럼! 제자한테 얻어먹는데 이 정도는 먹어 줘야 하지 않겠나! 껄껄!”

“하아··· 맘껏 드세요.”

진원은 스테이크를 욱여넣는 고재원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일랜드에서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스승이기에, 이 정도야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하면 밥이랑 술 정도야.

“그럼 여기 일품 진로 하나 더 갖다 주게나!”

“이런 미친 스승이! 그건 하나만 마시라고!”

스테이크를 추가 주문해 술과 함께 곁들여 먹던 고재원은,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도포를 뒤적거렸다.

“음, 그러고 보니. 내가 너한테 줄 것이 있었지.”

잠시 후, 그가 품에서 꺼낸 것은 황금빛을 띠는 카드 하나.

[아이템: 전직 카드]

아일랜드 전용 아이템. 유니크 직업으로 전직은 불가능하다.

종류: 기타

효과: 플레이어를 레벨에 상관없이 성향에 맞는 직업으로 전직시켜 줍니다.

카드를 받아 효과를 확인한 진원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오늘은 술 마음껏 드세요.”

“정말이냐? 여기! 일품 진로 5병 더 추가!”

“그러고 보니 스승님은 저한테 이거 건네주려고 아일랜드에서 나오신 거예요?”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분명히 고재원은 아일랜드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 같았는데.

“흠흠, 사실 나올 생각은 없었다만. 가장 큰 문제가 있더구나.”

“그게 뭔가요?”

“거기는 술이 너무 맛없어.”

“······.”

진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고재원은 일품진로를 다시금 마시며 황홀한 맛에 감탄했다.

“그거보다 이것 좀 보거라. 이 목 넘김이 깔끔하고 달콤한 맛까지 느껴지는 이 술! 역시 한국인은 나라를 뜨면 안 된다니까.”

“한 병에 40만 원짜리니까요.”

2시간 뒤.

식사를 끝내고 가게 밖을 나온 둘은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어쨌든 제자의 얼굴도 봤으니, 나는 한동안 어딘가에 박혀 있으련다.”

고재원은 양손에 술을 하나씩 들고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과거에 죄를 지었다고? 도대체 뭐길래?’

취기가 오른 스승은, 기분이 좋았는지 자신이 플레이어가 되고 지은 죄 때문에 일부러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가 아차 싶었는지 곧바로 말을 돌렸다.

‘그거야 뭐. 그렇다 치고.’

계산서: 409만 원

진원은 계산서에 적힌 금액을 보며 황당한 듯이 웃었다.

“진짜 술고래네.”

* * *

서울의 김포국제공항.

화려한 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중국인 세 명이 저마다 캐리어를 끌며 출구로 향했다.

“후우! 역시 한국의 공기는 좋구나! 그렇지?”

“예, 형님!”

그중에서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남성은 왕 첸. 중국의 S급 플레이어다.

“그럼 곧바로 이연우에게 갈까요, 형님?”

“쯧쯧. 아우야, 그렇게 성격이 급해서 쓰나.”

키가 190이 넘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발을 기른 그는, 검지를 들어 좌우로 움직였고.

“일단은 한국에 왔으면, 관광부터지.”

곧바로 예약된 호텔로 향했다.

* * *

서울의 한 아파트.

“그렇지! 거기서 이니쉬 걸어야지!”

1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전설의 연합 월드 챔피언십 경기에 몰두한 이서훈은, 생방송 시간에 맞춰 유투브의 실시간 채팅방에 입장한 상태.

맛있는 과학 교과서: 크~ 역시 빼이커 야쓰오가 짱이지.

타이거 길드 최고 미녀: 와, 닉 봐라. 개극혐이네.

“아니, 얘는 뭔데 갑자기 시비를 걸어?”

- 아니, 님 뭔데 시비 검?

그런데 뭔가 익숙한 닉네임에 이서훈은 옆에 띄워놓은 OP.GG 사이트에 들어가 해당 닉네임을 검색해본다.

“와··· 내 승급전 때 같이 한판한 놈이었네. 진짜 말도 안 나오는 벌렌데?”

붸인으로 1,100판을 넘게 했는데 실버3이라고?

그는 곧바로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재빠르게 채팅을 이어나갔다.

- 타이거 길드 최고 미녀 붸인 1100판 실버3 ㅋㅋㅋ.

- 와, 진짜 개쩐다. 님 손가락 몇 개세요?

- 여성 유저세요? 저랑 듀오하실?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던 닉네임은 곧바로 채팅창을 나갔고.

“크으, 이게 바로 정의구현이지.”

이서훈이 혼자서 만족스럽게 낄낄대며 웃었다.

딩동.

잠시 후.

누군가 현관문의 벨을 눌러왔다.

“누구세요?”

“나다.”

“형?”

이서훈은 현관문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빠르게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눈앞에 캔 콜라를 두 개 들고 서 있던 진원이, 하나를 자신에게 건네준다.

“자, 이거 마시고, 이것도 받아라.”

“네, 고맙습니다. 근데 이게 뭔가요?”

진원이 건네준 황금빛 카드를 받아 이리저리 돌려보던 이서훈은, 곧 그것이 아이템인 것을 알았고.

“혀, 형! 이거 저한테 주시는 거예요?”

엄청난 효과에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그래, 네 가능성을 보고 주는 거다.”

진원이 스승에게 전직 카드를 받았을 때, 머리에서 떠오른 사람이 바로 이서훈이었다.

녀석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레벨 1부터 탐색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스킬은 앞으로도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설명에도 나와 있지만, 유니크 직업으로 전직은 안 된다. 그래도 괜찮아?”

“네! 전 유니크 직업엔 별로 관심 없거든요.”

이서훈은 괜찮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니크 직업 줄 테니까 앞에 나가서 싸우라고 하면··· 난 못해. 몬스터만 봐도 다리가 떨리는데.’

가끔씩 유투브를 통해 대형길드의 던전공략 영상을 시청하던 그는 자신은 전투보다 뒤에서 서포트를 하는 것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럼 바로 사용할게요, 형.”

“그래.”

잠시 후.

이서훈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전직 카드를 사용했고 직업과 함께 새롭게 생긴 스킬을 확인했다.

“휴우, 다행이네요, 저랑 맞는 직업으로 전직해서.”

이서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옵저버로 전직했다고 진원에게 알렸다.

“새롭게 생긴 스킬이··· 파동을 보내서 범위 안의 생명체를 탐지하는 스캔이네요. 탐색 스킬보다 범위가 상당히 넓어요.”

그는 열띤 표정으로 새롭게 생긴 직업 스킬에 대해 진원에게 설명해 주었고.

‘역시, 내가 예상했던 대로다.’

가만히 설명을 듣던 진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서훈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너, 고등학생이 되면 던전에 들어가서 레벨부터 올리자.”

“네! 네? 던전이요?”

이서훈은 던전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지만.

“그래. 엘리트 길드에 들어올 건데 레벨이 너무 낮으면 그렇잖아. 적당히만 올릴 거니까 걱정 말고.”

“그건 확실히 그렇네요.”

그 뒤로 진원은 바로 자리를 떠났고.

“아, 빨리 고등학생 되고 싶다.”

이서훈은 빨리 내년이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방에 있는 달력을 찾았다.

* * *

다음 날.

진원은 플레이어 협회에서 S급 포탈에 대한 특례를 허가받았다는 협회장의 연락을 받았다.

- 진원 씨. 입장 허가는 내려졌지만, 아무래도 S급 던전이다 보니 A급 플레이어들이 추가로 따라붙게 될 겁니다. 나라에서 그만큼 진원 씨를 신경 쓴다는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협회장은 혹시 모를 위급상황을 대비해, A급 플레이어 5명이 함께 입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명 이상의 파티원을 채워야 하는 기존 조건에 비하면, 상당히 널널해진 편이었기에.

“가자, 콩콩아.”

“크이이!”

알겠다고 말한 뒤, 기운차게 대답하는 콩콩이를 데리고 집합장소로 향했다.

‘여기가 S급 포탈이 열렸다고 했지.’

남산 공원 근처.

몇 달 전에 생성된 포탈은, 다른 포탈들과는 다르게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었다.

[경고: 500 미터 이내로 접근을 금지합니다.]

간이 철조망을 포탈 주위에 두르고 그 주위를 지키던 군인들은 개미 한 마리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A급까지는 감시원 하난데, S급은 다르다 이건가.’

근처에 무장한 수많은 군인을 포함해, 탱크가 다섯 대나 대기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일어날 던전 브레이크에 대해 대비하는 듯했다.

“뭐야? 신혜진 너도 왔냐?”

철조망 근처에 모여 있던 플레이어 중, 낯익은 얼굴이 보며 말을 걸었다.

그녀를 포함한 대부분이 최대한의 무장을 갖추고 있었으며 등에는 커다란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다.

“그래, 대통령이 직접 나한테 연락 오더라. 당연히 나한테 S급은 무리하고 거절하려고 했다가, 그냥 따라만 가도 일당으로 10억을 준다길래 바로 오케이 했지.”

그녀는 자신이 예전에 건네준 창, 게이볼그-프로토 타입을 어깨에 걸치며 씨익 웃었다.

긴장 따윈 없는 그 모습에, 진원이 피식 웃자.

“안녕하십니까, 김진원 씨!”

“불꽃 남자 김진원 잘 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다른 플레이어들이 악수를 청해왔다.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진원은 파티원들에게 던전에 들어가 어떻게 포지션을 잡을지 설명했다.

“제가 전방을 맡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말씀드릴 테니 그 순간에 움직여 주시면 됩니다.”

위급상황 외에는, 가만히 뒤에 빠져 있고 몬스터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그의 지시에, 파티원 한 명이 불안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진원이 특출나게 강한 S급 플레이어라도 해도, 고작 6명으로 던전에 입장할 줄은 몰랐기 때문.

‘아니. 거기다 무슨… 그냥 맨몸이잖아?’

자신들이 들어갈 던전은 S급 던전.

마력 수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클리어하는데 최소 3일은 잡아야 한다.

그것도 20명 기준일 때의 이야기.

‘괜히 돈에 혹해서 큰일 나는 거 아냐?’

A급 플레이어 중에서도 평범한 평가를 받고 있던 자신에게 던전 단순 동행에 일당 10억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이 들어오길래, 혹시나 싶었는데.

“진원 씨, 아무리 그래도 S급 던전은 너무 위험합니다. 마력 수치가 같은 S급 중에서도 낮은 편이긴 하지만······.”

파티원이 앞으로 나서며 못 미덥다는 기색으로 말하자.

“크이이이!”

진원의 발치에 있던 콩콩이가 상관 말라는 듯이 성을 냈다.

“괜찮겠죠. 그만큼 자신 있다는 말 아니겠어요?”

“음··· 알겠습니다.”

옆에 있던 신혜진까지 거들자, 남성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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