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이계 던전-3
드드드드.
형태를 갖춘 검은 단검들이 아이스 스톰의 몸을 헤집었다.
“마도사!”
“예!”
[꼬마 마도사가 버스트를 사용합니다. MP를 100 소모합니다.]
진원의 소환수가 뒤이어 마력탄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크에에에!”
온몸이 꿰뚫린 아이스 스톰은 푸른 피를 분수처럼 내뿜었지만, 오히려 쓰러지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연옥은 확실히 다르네.”
진원은 토르의 망치를 꺼낸 뒤.
‘순간 가속!’
입을 크게 벌리고 달려오는 아이스 스톰의 머리 위로 올라탔고,
티잉! 티잉!
망치를 들고 놈이 쓰러질 때까지 힘껏 두들겼다.
“그만 좀 뒈져!”
“크에에!”
놈은 고통 속에서도 진원을 떼어 내려고 한동안 몸부림치다가, 결국 체력이 다했는지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와 동시에, 붉은 늑대와 임프를 추격하던 푸른 마법진도 같이 사라졌다.
띠링.
[아이스 스톰을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항마력이 영구적으로 10 상승합니다.]
[항마력이 30이 되어, 연옥 1층에서의 페널티가 사라집니다.]
[아이템 : 항마의 비약을 발견하였습니다!]
[명예 포인트를 15 획득하였습니다.]
“이놈은 명예 포인트를 주네?”
그렇게 버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크이이!”
놈을 처치하자 뒤에 빠져 있던 콩콩이가 자신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 왔다.
“괜찮아.”
진원은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두드려 주고, 관리자에게 다가갔다.
“내놔.”
“예?”
“귀환석. 여기서 완전히 나갈 수 있는 거.”
“예…….”
자신의 말에 관리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배낭을 뒤적거렸다.
‘이대로는 번거롭겠네.’
이 다음 방에는 보스가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스킬이 있어야 편하겠어.’
상점을 열어 명예 포인트를 확인한다.
아이스 스톰까지 처리하니, 어느새 쌓인 141포인트.
‘나머지 9포인트를 어떻게 해서든 모으고 돌아온다.’
심연의 마누스.
강력한 스킬임을 예고하는 만큼 요구하는 포인트도 상당했다.
‘새로운 스킬 구입까지 앞으로 조금이다.’
진원은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귀환석을 사용했다.
“나중에 다시 온다.”
“예! 고생 많으셨습니다!”
관리자는 그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깊게 숙인 자세를 유지했다.
“후우, 망할. 귀환석 이제 3개밖에 없는데……. 여기 인간들에게는 조심해야겠어.”
진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관리자는 툴툴대며 다시 로비로 돌아갔다.
**
“야, 방금 저기서 김진원 나온 거 봤지?”
“그래. 저기 구석에 외제차 보이잖아. 저거 김진원 차다.”
우면산 터널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부근에서 플레이어들 다수가 망원경을 통해 이계 던전에 들어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협회에서 김진원한테만 출입을 허가하다니. 분명히 좋은 아이템들을 몰아주려나 본데?”
“그래. 그래서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
중소 길드, 힐데의 길드장 이승훈이 다른 길드원들과 시선을 맞춘다.
뭔가 들뜬 듯한 표정.
“당연히 가아죠. 빚쟁이 생활 그만둘 때 되지 않았습니까?”
“저희도 잘만 하면 대형 길드까지 금방 아니겠습니까?”
“길드장님, 당연한 걸 물어보시네.”
그의 말에 다른 길드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이승훈은 길드원들의 통일된 의견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길드원이 B급이다. 분명히 권장 레벨은 50이라고 했으니 10명 정도면 충분하겠지.’
자신을 포함한 길드원들의 레벨은 전부 50 이상.
고정 파티로 무난하게 던전을 클리어해 나가던 그들이었지만, 운이 없는지 B급 던전을 클리어해도 마정석 말고는 괜찮은 아이템 하나 얻지 못해 입장료를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연옥은 기회의 땅인 셈이었다.
“그래. 그럼 준비를 마치고 새벽에 여기서 다시 모이자.”
“예!”
**
진원은 포탈 밖으로 나오자마자 최은식에게 연락했다.
- 형, 전화 주셨네요!
녀석은 변함없이 3초 안에 연락을 받았다.
“그래. 내가 급하게 명예 포인트가 필요하거든. 이제 9포인트만 벌면 된다. 그래서 영상 하나 업로드 좀 부탁하려고.”
- 네. 최대한 빠르게 작업해 보죠. 그런데 형, 연옥은 어떠셨나요?
최은식이 뭔가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히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하겠지.
“은식아, 너 레벨 몇이냐?”
- 48입니다, 형! 열심히 레벨 올렸어요!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진원은 최은식의 당당한 목소리에 장비 잘 챙기고 있으라고 말한 뒤 녀석에게 메일로 동영상 파일을 하나 전송했다.
“실기 시험 때 누가 뒤에서 동영상 촬영을 해 둔 게 다행이었네.”
얼마 전 이전의 실기 시험 때 영상을 촬영해 두었다는 학생 하나가 자신의 메일로 동영상을 보내 왔다.
당연히 그 행위는 교칙 위반이었지만, 진원이 미리 교수에게 연락해 양해를 구했다.
**
그 뒤로 시간이 지나 새벽 3시.
띠링.
[명예 포인트 1을 획득하였습니다!]
자신의 요청대로 최은식은 빠르게 영상을 편집해 유투브에 업로드했으며, 이전에 비해 상당히 쌓인 구독자들 덕분에 훨씬 빠른 속도로 명예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제 다 모았다. 슬슬 출발해도 되겠지.”
최은식에게 문자를 하나 보내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려 할 때였다.
띠리리. 띠리리.
협회장 손태욱에게 연락이 왔다.
- 김진원 씨, 다른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연옥으로 무단 입장했습니다!
손태욱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급한 목소리로 방금 전에 발생한 일에 대해 설명했다.
“네?”
그가 말하길, 군인들의 경계가 잠시 느슨해진 틈을 노려 중소 길드, 힐데의 길드원들이 단체로 연옥을 향해 돌진했다고 한다.
그것도 불과 10분 전에 발생한 일.
최소 10명 이상 들어갔다고 하는데, 진원 씨의 말씀대로라면…….
“네. 그다음 방에 보스가 있습니다.”
거기다 처음 들어가는 플레이어들이니 항마력 수치가 0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그 사람들 레벨이랑 등급은 어떻게 되나요?”
- 대부분 B급 플레이어들입니다. 레벨은…… 평균으로 잡으면 50 정도 나옵니다.
“B급이라…….”
B급 플레이어라도 해도, 서로 간의 연계가 완벽하다면 보다 높은 난이도의 던전도 클리어할 수 있다.
1명과 10명의 차이는 분명히 크다.
‘그런데, 연옥은 다르다.’
항마력 수치가 낮으면 모든 능력치가 하락하는 이계 던전.
당연히 힐데의 길드원들이 그 사실을 알고 들어갔을 리 없었다.
- 힐데 길드는 중소기업에, 적자가 많더군요. 아마 상당한 가치의 아이템이 나온다는 소문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분명히 통제를 했는데,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그런가요.”
진원은 통화를 끝내고, 우면산 터널을 향해 출발했다.
“몇 명이나 살아 있으려나.”
**
이계 던전, 연옥의 1층 보스방.
이승훈과 파티원들이 전투를 시작한 지 20분이 지났다.
“야, 뒤로 물러나! 빨리!”
“크으, 제가 버티는 사이 회복하세요! 아아악!”
전방에서 공격을 버티던 길드원 하나가 무수하게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온몸이 꿰뚫리며 쓰러졌다.
‘모든 능력치 30퍼센트 감소라고? 무슨 이딴 던전이 다 있냐고!’
이승훈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경악했다.
중앙의 왕좌에 앉아 있는 작은 덩치의 기사 하나.
- 연옥 보스도 별거 없는 것 같은데요? 키가 저보다 작네요.”
그 모습을 보고 코웃음 치던 길드원들이 보스에게 달려들자 사방에서 중세 기사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할만했다고 ×발! 페널티만 아니었어도!”
순식간에 불어난 기사들은 어느새 필드의 절반 이상을 채웠으며.
철그럭, 철그럭.
창을 들고 통일된 움직임으로 길드원들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분명히 우리가 죽인 놈들만 100마리는 넘을 텐데…….’
그런데 도대체 왜 이놈들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불어나는 거지?
“야, 그래! 귀환석. 귀환석을 써라. 아까 관리자한테 빼앗은 거 있잖아!”
뒤로 물러나던 이승훈은 뭔가 생각났는지 길드원을 향해 소리쳤다.
“예, 예!”
그 말에 길드원 하나가 주머니를 뒤적거려 귀환석을 꺼냈고.
“어? 이거 그냥 돌입니다!”
“그게 말이 되냐? 아이템 옵션 확인했잖아!”
“사, 사용이 안 된다고요! 끄아아아!”
자신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치던 파티원 역시 얼마 안 가 사망하게 되었다.
“길드장님, 저희 어떡합니까? 예?”
“하! ×발…….”
절망적인 상황이 되니 헛웃음이 나왔다.
“미안하다.”
**
“아이고, 오셨습니까, 손님!”
진원이 최은식과 함께 연옥 로비로 들어오자, 관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다가왔다.
“방금 전에 플레이어들 10명 정도 들어오지 않았냐?”
“네. 정확히는 12명이었죠. 인간들이 자기들 수가 많다고 저한테 협박하듯이 아이템들을 뜯어내지 뭡니까.”
관리자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형, 얘 고블린인가요?”
최은식은 그런 녀석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인간! 겨우 그딴 하급 몬스터랑 나를 비교하다니! 이 몸은 이 연옥을 관리하는…….”
“됐고, 보스 방으로 안내해.”
“물론이죠, 손님.”
관리자가 최은식을 향해 언성을 높이기 무섭게 진원이 녀석의 말을 끊었고, 녀석은 손을 싹싹 비비며 1층으로 가는 포탈을 열었다.
“은식아, 들어가기 전에 이거 마셔라. 그리고 위험하다 싶으면 카메라 버리고 방패 들어. 알겠냐?”
진원은 카메라를 꺼내 세팅하던 최은식에게 항마의 비약을 건네줬다.
[아이템: 항마의 비약]
항마력이 상승하지만 그렇다고 우쭐대면 안 된다.
종류: 비약
등급: 유니크
효과: 항마력이 영구적으로 10 상승합니다.
“물론이죠, 형! 맡겨만 주세요!”
그가 비약을 마시는 사이 자신도 중급 체력의 비약을 마시고, 스킬을 구매하기 위해 상점을 열었다.
띠링.
[계약 소환: 심연의 마누스를 구매하시겠습니까?]
(Y/N)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명예 포인트 150.
유투브로 구독자를 300만 명 가까이 끌어모으고 악마들과 연옥의 몬스터를 때려잡아 드디어 조건을 충족했다.
‘남은 스킬 포인트는 전부 여기에 쓰자.’
[계약 소환: 심연의 마누스. Lv.3]
액티브 스킬.
심연의 나락에 봉인된 마누스를 소환합니다.
지배력 스텟이 높을수록 강력해집니다. 소환사의 레벨을 따라갑니다.
(MP: 1,000) (HP: 1,000) (소환 시간: 2분 20초)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제한-1 지배력 스텟 150 이상
제한-2 마력 스텟 100 이상
#현재 지배력 스텟이 낮아, 마누스가 완전히 복종하지 않습니다.
“1레벨당 소환시간이 10초씩 늘어나네. 그런데…….”
스킬을 설명을 다시 한번 읽어 내려가던 진원은, 밑에 추가된 설명을 읽고 아차 했다.
현재 자신의 스텟은 120.
미분배 포인트 10을 모두 사용한다고 해도, 20포인트가 모자라다.
“적어도 아군을 공격하지는 않겠지.”
진원이 지배력 스텟을 130으로 만들고 최은식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는 준비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