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이계 던전-2
손 위에서 맹렬하게 진동하는 마구를, 석상을 향해 힘껏 던졌다.
“흐읍!”
이젠 움직이고 있는 표적조차 손쉽게 맞히는 경지.
가만히 멈춰 있는 석상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파학!
부가 스킬은 석상의 배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었고.
“커어억!”
진원은 동시에 배를 부여잡고 땅에 무릎을 꿇었다.
“주군!”
[진원!]
“크이이이!”
뒤편에 빠져 있던 녀석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빠르게 접근해 상태를 살폈다.
“끄으……. 잠시 뒤로 빠지자. 부탁한다.”
“맡겨 주십시오.”
붉은 늑대가 자신을 부축하고 뒤로 물러나던 사이, 몬스터의 몸을 완전히 뒤덮고 있던 돌은 완전히 부서져 내렸으며, 온몸을 두꺼운 회색 갑주로 둘러싼 왕의 수호병이 힘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우아아아아!”
[진원, 내가 시간을 끌게.]
그 장면을 본 메시아가 앞으로 달려 나가 놈의 공격을 유도했다.
부웅- 붕.
그녀가 민첩하게 공격을 회피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후우. 방금은 뭐였지?”
뒤편으로 빠진 진원은, 나무에 몸을 기대고 HP 포션을 연달아 마셨다.
HP : 2,100/4,000
‘마구 스킬을 맞추자마자, 나도 같은 부위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자신이 석상을 향해 노린 부위는 배 부분.
‘설마…… 반사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방금과 같은 극심한 통증도 설명이 된다.
그는 곧바로 몬스터 백과사전을 꺼내 다시 사용했다.
[왕의 수호병]
설명 : 연옥 1층을 지키는 몬스터.
- 공략 포인트 : 수호병의 갑옷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변한다. 회색일 때는 모든 공격을 되돌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방어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 레벨 : 58
- 신뢰도 : 70 퍼센트
“후우, 역시구나.”
이계 던전이기도 했고, 정보를 알 수 없는 몬스터였기에 무난한 몸통에 스킬을 사용했던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마구 부가 스킬을 머리에 맞았으면…….”
불굴이 있어서 산다고 해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 반사 말고는 별거 없는 거 같은데?”
왕의 수호병이 휘두르는 공격은 단순했다.
앞으로 돌진하며 찌르거나, 내려치는 두 가지의 패턴.
놈이 들고 있는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의 위용은 대단했지만 느릿한 공격을 메시아가 맞아 줄 리 없었다.
“붉은 늑대, 저놈의 갑옷이 다른 색으로 바뀌면 공격해라.”
“분부대로.”
진원은 토르의 망치를 꺼내며 놈의 변화를 가만히 기다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들이미냔 말이다!”
한동안 검을 휘두르던 수호병이 성난 듯 고함을 지르자 놈의 갑옷색이 백색으로 물들었다.
“가자! 콩콩아, 넌 여기서 기다려.”
“분부대로.”
“크이이!”
진원은 놈을 향해 내달리며 토르의 망치를 힘껏 던졌다.
투웅!
“크아악!”
망치는 수호의 투구에 적중했고, 놈은 머리에 충격을 느끼자 열이 받았는지 검을 더욱 빠르게 휘둘러 댔다.
“메시아!”
[맡겨 줘.]
수호의 공격을 회피하던 메시아는 자신의 신호에 놈의 어깨에 올라타 투구를 힘껏 조였다.
“으아아아!”
우지지직.
그녀의 완력에 투구는 조금씩 찌그러들었지만, 그럴수록 수호병은 메시아를 떼어 내려고 강렬하게 몸부림쳤다.
[붉은 늑대가 발도 : 추격을 사용합니다. MP를 50 소모합니다.]
그사이 붉은 늑대는 스킬을 사용해 놈의 다리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이 새끼. 하마터면 골로 갈뻔했잖아!”
진원은 무릎을 꿇고 무방비 상태가 된 수호병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메시아, 비켜!”
오른손을 내뻗자 땅에 떨어져 있던 토르의 망치가 자석처럼 딸려 왔고,
“뒈져!”
진원은 그대로 녀석의 투구를 향해 망치를 힘껏 내려쳤다.
우지직!
“커어억…….”
메시아에게 상당히 찌그러진 투구는 진원의 일격으로 인해 완전히 뭉개졌으며, 동시에 놈의 몸이 힘없이 무너졌다.
띠링.
[왕의 수호병을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항마력이 영구적으로 10 상승합니다.]
[다음 방으로 가는 포탈이 열립니다.]
“후우, 망할 관리자가.”
진원은 생성된 붉은색 포탈을 보며 얼굴을 험악하게 구겼다.
“감히 구라를 쳐?”
녀석이 자신에게 알려 준 정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거기다가 자신이 지면으로 떨어질 때 놈의 표정.
“분명히 웃고 있었지. 넌 나한테 뒈졌다.”
그는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귀환석을 꺼내 사용했다.
**
이계 던전, 연옥의 로비.
“어떻게 된 게 인간이 한 놈도 들어오지를 않냐.”
허공을 응시하며 하품하던 관리자는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를 파고 있었다.
인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보석이나 귀한 아이템들을 가지고 있어, 후려치기 좋은 대상들이었는데.
“지금쯤이면 그 인간도 죽었겠지.”
[플레이어 김진원이 왕의 수호병을 처치하였습니다.]
잠시 후.
관리자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고.
“뭐…….”
“야.”
놀랄 틈도 없이, 귀환석을 사용한 진원이 망치를 들고 관리자에게 다가갔다.
“대가리 딱 대라.”
10분 후.
녀석은 머리를 땅에 박고, 양팔은 뒷짐 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원산폭격.
“이, 이번에는 제대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아!”
관리자는 땀을 뻘뻘 흘려 대며 진원을 얕본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왕의 수호병을 그렇게 단시간에 처리할 줄은.’
다른 행성에 있던 녀석들은 엄청나게 죽어 나갔었는데!
“이것도 일회용이더라? 응?”
그는 놈의 머리 부근으로 다가가 빛을 잃은 귀환석을 살살 흔들었다.
“하, 한 번만 더 믿어 주세요! 이번에는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진원은 놈을 보자마자 곧바로 죽이려고 했지만.
[연옥의 관리자를 죽일 시 항마력이 영구적으로 100 하락합니다.]
항마력이 낮아진다는 메시지에 이렇게라도 분풀이를 하는 중이다.
“한번 말해 봐.”
“가, 감사합니다!”
진원의 말에 놈은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고,
“다시 주군을 속인다면, 가만있지 않겠다.”
“히익!”
동시에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놈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제 목숨을 걸고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
관리자가 눈을 질끈 감고 말하자 붉은 늑대는 검을 거뒀고, 숨을 몇 번 가다듬은 후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 연옥은 정확히 3층까지 있습니다.”
각 층마다 2~3개의 방이 있으며 마지막 방에는 보스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해당 층의 보스를 잡게 되면, 다음 층으로 가는 포탈이 열리죠.”
이어지는 관리자의 설명.
각 층의 보스를 처리할 때마다 다음 층으로 가는 포탈과 귀환 포탈이 동시에 생성되며, 최초로 3층까지 클리어한 플레이어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지급된다고 한다.
“그래서, 놈들의 정보는?”
“예? 그거는 제가 직접 보기 전까지 잘 모릅니다만…….”
진원은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관리자를 향해 질문했고, 놈은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안내해.”
“예? 안내라니, 그게 무슨……? 저는 로비를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팔 하나 잘리고 싶냐?”
“히익! 아, 알겠습니다아!”
진원의 무미건조한 말에, 관리자는 몸을 떨며 배낭을 뒤적거렸다.
“이, 이것을 받아 주세요.”
놈이 건넨 것은 이전과 같은 형태를 한 돌.
단지, 중앙에 붉은 보석이 하나 박혀 있었다.
[아이템 : 연옥 1층 입장권]
종류 : 기타
등급 : 유니크
효과 : 연옥으로 가는 포탈을 엽니다.
“이것 봐라. 좋은 걸 놔두고 구진 걸 줬다 이거지?”
빠악!
진원은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하고, 적당히 힘 조절을 해 놈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끄아아!”
“이거 한 방으로도 부족한데, 봐주는 거다.”
놈은 상당한 고통에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훌쩍였다.
진원은 곧바로 아이템을 사용해 붉은 포탈을 열었고, 놈에게 들어가라고 턱을 까닥였다.
‘하아……. 망할,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관리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포탈로 들어갔고, 진원도 놈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
곧바로 다음 방으로 넘어가자 휘날리는 눈보라가 진원을 덮쳤다.
“이 방에서는 아이스 스톰이 나옵니다. 저기 선 보이시죠?”
이전과 별다를 바 없는 필드.
관리자는 몸을 떨면서 앞쪽에 있는 푸른 선을 가리켰다.
“저 선을 넘어가는 순간, 아이스 스톰이 바로 공격해 올 겁니다.”
“그래서 공략법은 뭐냐?”
마치 이번에 틀리면 죽여 버리겠다는 눈빛에, 관리자는 침을 꿀꺽 삼키고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놈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마법진 하나가 따라다니는데,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이거지?”
“예! 그런데…… 마법진을 피하면서 공격하시는 건 상당히 까다로울 겁니다.”
푸른색 마법진은 처음엔 하나가 따라다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마법진에 조금이라도 스치게 되면, 그대로 피해를 입으며 빙결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최대 몇 개까지 늘어나는데?”
“그것이…… 두 개까지 늘어납니다.”
“그래? 그럼 하나는 네가 맡으면 되겠네.”
“……예?”
관리자는 잘못 들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고, 진원은 놈의 목덜미를 잡고 앞으로 힘껏 던졌다.
푸른 선을 넘어가자마자 허공에서 푸른색을 띤 몬스터가 하나 나타났고.
[아이스 스톰]
“크르르르!”
놈은 사납게 괴성을 지르며 관리자에게 달려들었다.
흡사 덩치 큰 늑대를 연상시키는 모습.
머리 부분에는 송곳 형태의 날카로운 얼음들이 자라나 있다.
“끄아아아! 너무하십니다! 사실만을 말씀드렸는데!”
“이번 거 잘하면 용서해 준다.”
“그전에 제가 죽겠습니다!”
관리자가 이를 악물고 이리저리 도망치고 있던 사이.
스읍-
진원의 명령에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검을 위로 치켜세우고 스킬을 준비했다.
[붉은 늑대가 스킬 : 귀신 태우기를 사용합니다. MP를 500 소모합니다.]
“흡!”
지면을 타고 움직이던 검은 검기들이 아이스 스톰의 몸을 훑고 지나갔고,
“크에에!”
놈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붉은 늑대.”
“맡겨 주십시오.”
그와 동시에 나타난 푸른 마법진은 붉은 늑대를 추격하기 시작했으며.
“임프!”
“키긱!”
붉은 늑대가 몸을 날리며 회피하는 사이 진원은 임프를 불러냈다.
“저놈한테 지옥불 힘껏 던져라.”
“키긱!”
[꼬마 임프가 지옥불 투척을 사용합니다. MP를 100 소모합니다.]
임프가 던진 지옥불은 뒤에 빠져 회복하고 있던 아이스 스톰의 머리에 정확히 적중했고.
“크에에에!”
놈은 괴성을 지르며 마법진을 하나 더 만들어 냈다.
“임프, 잘 피해라!”
“키기긱!”
임프는 붉은 늑대와 겹치지 않게, 다른 방향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마법진이 빠른 속도로 지면을 타고 이동하며 대상을 추격했다.
그사이, 진원은 와인드업하고 스킬을 준비했다.
‘저, 저렇게 쉽게 파훼한다고?’
한편, 푸른 선 밖으로 나간 관리자는 진원의 전투를 보며 입을 크게 벌렸다.
저기 눈앞의 몬스터는 혼자서 공략하기에 불가능에 가까운 놈이다.
‘마법진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아이스 스톰이 스킬 한 방에 허우적 대다니.’
그리고 현재 인간의 손에 나타난 검은 공.
‘엄청난 위력이 느껴진다. 도대체 저놈은 정체가 뭐지?’
항마력이 낮아 페널티를 받은 게 이 정도 위력이라면…….
‘저, 절대 저 인간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
관리자가 뒤에서 숨죽이고 있던 사이,
“흡!”
진원은 아이스 스톰에게 마구 : 칼날 폭풍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