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99화 (99/200)

99. 이계 던전-1

“우와, 아빠! 다음은 저기 가자!”

김수환의 딸 김수진은 오랜 병원 생활을 끝내고 아빠와 함께 에버랜드를 찾았다.

“수진아, 아빠 손 잡아야지!”

“네!”

그의 말에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 달려가던 딸은 다시 돌아와 그가 건넨 손을 잡았다.

‘신났네.’

기쁜 듯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딸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동안 했던 고생들이 날아가는 기분이다.

‘이것도 김진원 씨의 덕분인가.’

그동안 대천사 길드의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자신을 노려 왔었다.

‘지독한 놈들이었어.’

놈들은 항상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 시간을 노려 급습해 왔기에 항상 감각을 곤두세웠다.

그러기도 잠시.

김진원이 대천사 길드를 거의 단신으로 박살 냈다는 뉴스와 함께 암살자들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아빠아, 나 이거 타고 싶어! 빨리이.”

어느새 회전목마 앞에 선 딸이 자신을 향해 손짓하며 보챘다.

“알았어요, 아빠 지금 간다.”

김수환은 당분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김진원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수진이, 진짜 공주님 다 됐네?”

“꺄하하하!”

회전목마의 앙증맞은 마차에 탄 딸은 즐거운지 팔을 들어 올리며 연신 웃는다.

찰칵!

김수환은 그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챙겨 온 카메라 꺼내 사진을 찍었다.

테마곡과 함께 천천히 운행되는 회전목마.

쩌저적. 쩌적.

[지금부터 이계 던전, 연옥이 추가됩니다. 권장 레벨은 50입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하늘이 갈라지며 새어 나오는 소름 끼치는 음성에 김수환의 표정이 굳어졌고, 곧바로 딸을 안아 들었다.

“수진아, 집에 가자.”

“왜? 아직 이거 안 끝났는데…….”

“다음에 또 오자. 수진이는 착하지? 조금 있다가 무서운 태풍 온대요.”

“알았어…….”

수진이의 얼굴에는 아쉽다는 표정이 가득했지만, 아빠의 표정이 안 좋아 보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빠르게 인기척이 드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진아, 눈 감고 10초.”

“응.”

그 뒤 김수환은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모습을 감추었고, 그날 에버랜드는 놀이기구의 운행을 전면 중지했다.

**

경찰과 군인들의 조사로 인해 밝혀진 이계 던전이 열린 장소는 우면산 터널.

입구 쪽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열린 붉은 포탈 때문에 해당 도로는 폐쇄되었으며, 주위로는 군 병력이 배치되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추, 충성! 신분증 한번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포탈에서 50미터 떨어진 부근.

경계를 서고 있던 군인 한 명이, 가까이 다가오는 인물을 확인하고 잔뜩 긴장한 채 경례를 했다.

“여기요.”

“S급 플레이어 김진원 님! 확인하였습니다!”

진원은 플레이어 카드를 돌려받고, 천천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연옥이란 말이지.’

얼마 전 하늘이 갈라지며 새어 나온 음성.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 떠오른 메시지.

‘신인지 뭔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망할 놈들이.’

지난번 플레이어 이벤트 뒤로 발생한 현상이다 보니 협회에서는 개인적으로 진원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포션 다 챙겼고, 골드도 넉넉하고.’

특수 던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보니, 그 또한 최대한의 준비를 갖춰야 했다.

“던전 브레이크라도 일어나면 골치 아파지니까.”

한편으로 던전을 혼자서 독점할 기회이기도 했다.

“크이이이!”

진원의 발치에 서 있던 콩콩이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 작은 손으로 가슴을 통통 쳤다.

“너는…… 아니다.”

지난번 콩콩이가 보여 준 섬광이라는 스킬에 감탄한 진원이었지만, 녀석은 아직 어리기에 따로 두고 가려 했다.

“크이이이!”

그러나 녀석이 자신의 바지를 잡고 도저히 놔주질 않아,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럼 가 볼까.”

“크이이!”

잠시 후, 진원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콩콩이와 함께 포탈 안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군인은 포탈을 향해 경례했다.

**

띠링.

[연옥, 로비에 입장하였습니다.]

[항마력이 적용됩니다.]

[카리나의 심장 퀘스트를 클리어한 효과로 항마력이 10 상승합니다.]

[항마력이 기준치보다 낮아, 모든 능력치가 30퍼센트 감소합니다.]

특수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진원의 눈앞에 메시지가 연속으로 떠올랐다.

“뭐지?”

항마력이라는 생소한 말에 상태 창을 열어 살펴 보니 MP 밑에 항마력이 새롭게 추가되어 있었다.

“연옥에 들어와서 생긴 건가?”

그런데 카리나의 심장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크이이!”

그사이 콩콩이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자신을 불렀다.

녀석의 작은 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연옥의 관리자]

붉은 피부의 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고블린이랑 똑같이 생겼네.’

코가 좀 더 길쭉한 것만 빼면, 영락없는 고블린의 모습.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몬스터 백과사전을 꺼내고 놈에게 사용했다.

[연옥의 관리자]

설명 : 특수 던전, 연옥의 로비를 관리하는 몬스터.

- 공략 포인트 : 녀석에게 정보를 얻으려 하면, 가치 있는 아이템을 요구한다.

후려치기 기질이 심하기에, 강하게 나가는 것이 좋다.

- 레벨 : 50

- 신뢰도 : 80 퍼센트

“고블린같이 생긴 게 레벨은 높네.”

진원은 주위를 살펴보며 그대로 놈에게 다가갔다.

로비의 오른쪽 끝부분에는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하나 있었으며, 나머지는 붉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응? 너 인간이군. 나에게 정보를 살 테냐?”

놈은 가까이 다가온 자신을 보자 거만한 눈으로 몸을 쓱 훑었다.

“그래. 여기는 처음이라 그런데, 설명 좀 해 줄 수 있냐?”

“전체적으로 간략하게 설명하는 데 가공된 보석을 하나, 내가 직접 제작한 지도를 유니크 아이템 하나에 넘겨주지.”

놈은 자신의 덩치보다 큰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지도로 보이는 종이 뭉치들이 돌돌 말려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지도 하나에 유니크 아이템을 달라고?”

“그렇다.”

관리자가 당연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토르의 망치를 꺼냈다.

“붉은 늑대.”

“분부대로.”

콰당!

“크억! 인간!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진원의 말에 실체화한 붉은 늑대는 녀석의 머리를 잡고 땅에 박았다.

그는 놈이 몸부림치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발을 사용해 손목을 지면에 고정했다.

“지금부터 거짓말하면 손모가지 날아간다.”

“크이이!”

그는 망치를 들어 녀석의 손등을 툭툭 치고, 콩콩이도 이에 질세라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냈다.

“다, 다시 이야기합시다! 다시!”

눈치 빠른 관리자는, 눈동자를 굴려 가며 재빠르게 상황 파악을 해 나갔다.

‘뭐, 뭐지? 인간이 이렇게 강하다고?’

항마력이 적용되는 이 던전은 항마력의 수치가 낮을수록 대상의 힘이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인간인데.’

그렇다면 저 인간의 항마력은 0이 확실하다.

자신의 항마력은 50이 넘어, 이 장소에 한에서는 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뒤, 뒤에 있는 녀석도 소름 끼치게 무서운 놈이다.’

상황 파악이 끝난 관리자는 진원을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 손님, 제가 초면에 무례하게 굴었으니. 필요하신 건 무상으로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진작에 그러지 그랬냐?”

관리자를 풀어주자, 녀석은 손을 싹싹 비비며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는 처음이시죠?”

“그래.”

“그럼 먼저 이걸 받아 주세요.”

관리자는 등에 멘 배낭에 들어 있던 지도를 꺼내 진원에게 건네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항마력은 일부 특수 던전에서만 적용되는 힘으로, 이곳의 몬스터를 처치해 수치를 영구적으로 올릴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차원의 조각을 비롯한 강력한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잠깐만. 차원의 조각이라고?”

“예. 물론, 희귀해서 잘 나오지는 않지요.”

이전에 심연의 돋보기를 사용해서 본 붉은 늑대와 메시아의 정보 창에는 분명히 차원의 조각이 4개씩 필요하다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어지는 관리자의 설명이 끝나고.

“그러니까 이곳, 로비로 돌아오는 건 귀환석을 사용하면 된다는 거냐?”

“네. 물론 제가 이것도 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녀석은 배낭의 작은 주머니를 뒤적거려 푸른빛을 띠는 돌을 자신에게 건넸다.

“좋아. 그럼 이제 1층으로 내려가 볼 건데, 거짓말이면 알지?”

“그, 그럴 리가요! 맹세코 진실만을 말해 드렸습니다!”

“그러냐? 어쨌든 수고했다.”

진원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빼는 녀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크흐, 인간, 네놈이 강해 봤자지.’

관리자는 멀어져 가는 진원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조소를 지었다. 녀석은 일부러 진원에게 잘못된 정보를 설명했다.

‘지도와 귀환석을 빼앗긴 건 짜증 나지만, 어차피 1층에서 죽어 버리겠지. 키키키!’

띠링.

[연옥-1층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1층의 권장 항마력은 50입니다. 현재 플레이어 김진원의 항마력은 10입니다.

계단의 앞에 서니, 진원에 앞에 메시지와 함께 경고문이 떠올랐다.

‘녀석이 설명했던 그대로라면 1층은 무난하겠지. 애초에 여기 있는 몬스터를 죽이지 않으면 항마력을 높일 수가 없으니.’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며 Y를 누르자 변화가 일어났다.

쿠구구궁!

“X발! 뭐야?”

계단이 살아 있는 것처럼 꾸물거리더니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나갔다.

“관리자 이 새끼야, 돌아와서 뚝배기 깰 거다!”

“주군!”

“크이이이!”

[진원!]

당연히 진원이 서 있던 계단은 순식간에 허공이 되었고 그는 그대로 추락했다.

**

“크이이이! 크이이!”

툭. 툭.

정신을 잠시 잃었던 진원이 눈을 떴다.

콩콩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조심스럽게 건드리고 있었다.

[괜찮아?]

“주군, 괜찮으십니까?”

진원이 지면을 향해 추락하자, 메시아는 재빠르게 밤의 장막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워낙 빠르게 일어난 일이다 보니 그녀의 스킬이 완성되기 전에 지면에 떨어졌고, 머리 쪽에 충격을 받아 잠시 의식을 잃은 듯했다.

“후우, 그래, 고맙다.”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HP 포션을 꺼내 마시며 몸을 일으켰다.

띠링.

[항마력이 낮아 모든 능력치가 20퍼센트 하락합니다.]

그사이, 항마력이 낮다는 경고와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20퍼센트라…….”

특수 효과를 받아 10의 항마력을 가진 상태로 시작했음에도 이 정도의 페널티.

“0이었다면 제약이 훨씬 컸겠지.”

주위를 찬찬히 살피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검게 물든 지면과 말라비틀어진 나무들.

흉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중앙에는, 인간 형상을 갖춘 석상 하나가 서 있었다.

[왕의 수호병]

“얘가 몬스터겠지?”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본 수호병의 신장은 적어도 4미터 이상.

놈은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두 손으로 잡고, 위로 치켜든 상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왕의 수호병]

설명 : 연옥 1층을 지키는 몬스터.

- 공략 포인트 : 굳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다.

- 레벨 : 58

- 신뢰도 : 30 퍼센트

“흠, 일단 부숴야 하겠네.”

어쨌든 석상이 몬스터인 것을 알았으니 놈을 바로 처리하기로 했다.

“무슨 능력이 있는지 모르니까 마구를 써 볼까.”

진원은 뒤로 물러나 소환수들을 배치하고, 마구 부가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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