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97화 (97/200)

97. 시험-1

‘이연우가 S급이 아니었으면…….’

대천사 길드의 수장 격인 S급 플레이어를 별도로 수배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 낭비를 하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절로 아파 왔다.

‘그를 구속하고 감시하는 데 많은 세금이 들어가도, 어쩔 수 없다.’

현재 이연우는 철창과 내부의 벽을 최상급 마정석으로 가공한 특수 감옥에 수감되어 있으며, 경찰과 군인들이 24시간 체제로 돌아가며 그를 감시 중이다.

그가 S급 플레이어다 보니 이렇게 해도 마음 한쪽으로는 불안했다.

그 뒤로 오가는 대화.

문명호 대통령을 비롯한 손태욱, 그리고 진원을 제외한 간부들은 뒤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그 장면을 다른 사람이 보면, 대통령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진원이 문명호에게 예의를 좀 더 갖췄으면 좋겠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앞으로 할 일이 많겠군요. 그래도 진원 씨 덕분에 한시름 덜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별거 아닙니다.”

문명호 대통령은 협회장실을 나가기 전, 진원에게 정중히 악수를 요청했다.

진원은 그가 내민 오른손을 가볍게 맞잡았다.

“그럼 진원 씨, 이제 저희 둘만 남았으니 보상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자리에 둘만 남게 되자, 협회장은 근처에 있는 철제금고를 열고 아이템을 하나 꺼내 왔다.

겉보기에는 HP 포션과 별다를 바 없었지만, 색이 훨씬 진했다.

[아이템 : 중급 체력의 비약]

종류 : 비약

등급 : 유니크

효과 : 체력 스텟이 영구적으로 10 상승합니다.

제한 : 체력 50 이하 사용 가능.

‘이 정도까지는 안 해 줘도 되는데.’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한 진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거래소에서 최은식이 맞춘 장비들과 카메라만 하더라도, 3억은 거뜬하게 넘긴다.

거기에 기본가만 5억 가까이하는 비약을 건네준다니.

“음……. 이 정도밖에 못 해 드리는 게 죄송스럽습니다. 요즘 정부와 함께 저 레벨 플레이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거든요.”

손태욱은 오히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학교의 플레이어학과 개설 수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듣자니,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 대다수가 장비의 부재와 공략의 미숙 등으로 인해 레벨 업을 포기하고 일반인들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그 때문에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공략집 배포나 저가 장비를 무료로 지원하는 중이라고 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이상한 이벤트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니. 최대한 인재들을 확보해 놓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괜찮은 정책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왜 이제 와서?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았겠지.

“그럼 저도 이제 가 보겠습니다.”

“진원 씨, 잠깐 괜찮으십니까?”

손태욱과 대화를 마치고 몸을 일으키니, 그가 개인적으로 마련한 보상이 있으니 따라와 달라고 말했다.

‘비약 한 개로 충분한데. 뭐지?’

하지만 준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어 손태욱을 가만히 따라갔다.

“응? 이건…….”

보상을 확인한 진원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자신을 차고로 데려가길래 설마 싶었는데…….

“네. 진원 씨가 평소 택시를 타고 다니시는 것이 뭔가 마음에 걸렸거든요. 상당히 괜찮은 차량입니다.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허허허!”

손태욱은 차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B가티 베이론 한정판이잖아?’

B가티라면, 해외의 유명한 스포츠카 브랜드.

탄소 섬유를 광택 처리해 뿜어내는 은은한 분위기는, 자동차라기보단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대강 본 기억으로는 30억은 우스웠는데.’

“협회장님, 그런데 제가…… 장롱 면허라서요.”

운전면허야 2년 전에 취득했지만, 그 이후로 진원이 운전대를 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허허!”

그러자 협회장이 걱정하지 말라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알아서 피해 가거든요.”

**

타이거 길드의 길드장실.

신혜진은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로운 일정에 스트레스를 마음껏 해소하는 중이다.

타다닥!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

최근 그녀는 연이은 던전 공략과 신입 길드원들의 교육 때문에 한동안 하지 못했던 전설의 연합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야, 펜타! 펜타 매너 해! 비켜, 이 새끼들아!”

그녀가 주로 플레이하는 붸인이 전장을 구르며 화려하게 마지막을 장식했다.

펜타 킬!

“이거지! 얼마 만에 한 펜타킬이냐!”

띠링.

게임이 끝나고, 한동안 승리에 대한 여운을 즐기고 있자…….

“뭐야? 이놈이 웬일로 먼저 문자를?”

김진원이 문자를 보내 왔다.

-김진원 : 야. 너 지금 길드에 있지? 밖에 좀 봐라.

-신혜진 : 뭔 소리야?

-김진원 : 협회장님한테 선물 받음.

“뭐길래, 그래?”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투명한 창 밑을 내다보았다.

빠앙! 빵!

시원한 클랙슨 소리.

진원은 그녀를 보고 손을 살짝 흔들어 주고, 그대로 지나쳐 갔다.

“미친……. B가티 베이론 한정판이잖아?”

신혜진은 B가티를 보며 한동안 부럽다는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그가 대천사 길드를 박살 낸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

영상에서는 S급 플레이어인 송현성과 다른 플레이어들도 몇 명 보였지만.

“그냥 너 혼자 다 해 처먹어라, 아주 그냥.”

뉴스에서는 진원만 칭찬하기에 바빴다.

“나한테도 연락 좀 해 주지. 협회장님도 너무하시네.”

그 이후 발표된 뉴스를 보면 신도들의 상당수는 일반인이었으며, 그마저도 이연우의 스킬에 집단으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의사들의 소견이 뒤따랐다.

“하, 악마 한 놈에 공격 스킬도 없는 것 같은 S급 플레이어 하나. 이놈들 겉으로 몸집만 키웠지, 안은 별거 없었잖아?”

그녀는 손태욱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책상에 놓인 있는 입사 지원서를 들어 올렸다.

“은지희라…….”

얼마 전, 타이거 길드는 인재 양성을 위해 추가 채용을 실시했다.

공개 경쟁으로, 10명을 모집하는 데 400명이나 지원해 한동안 바쁜 일정을 보냈었다.

“던전 클리어 파티원 중에 김진원이 전부 껴 있어서 버스라도 태워 준 줄 알았는데.”

마법사 계열이야 흔하지만, 레벨에 비해 클리어한 던전의 난이도가 높아서 한번 뽑아 보자는 길드원들의 의견이 많아 실기 시험까지 가게 된 케이스다.

“딱히 긴장하는 기색도 없었고, 맡은 역할도 충실하고. 이 정도면 뽑을 만하지.”

타이거 길드의 공개 채용 절차는 1차 서류 전형으로 절반 이상을 걸러내고, 2차로 길드원들과 던전에 들어가 역량을 평가한다.

면접 같은 경우는, 정상인이기만 하면 웬만하면 통과.

“다 좋아. 다 좋은데…….”

그녀는 은지희가 채워 놓은 항목들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자신이 자랑할 수 있는 특별한 힘에 관해 서술하시오(2,000자 이내).

- 김진원 오빠랑 친함.

“이걸 이런 식으로 적은 애는 진짜 처음이네. 어떤 의미로 대단하다 진짜.”

김진원이랑 같이 있으면 다들 저렇게 되는 건가?

한동안 가만히 입사 지원서를 바라보던 신혜진은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했다.

“태우 오빠? 아직 퇴근 안 했지?”

**

다음 날, 진원은 현재 차를 끌고 서울대학교에 가는 중이다.

김진원 씨, 플레이어학과 교수인 손영철입니다. 내일 오후 1시부터 시험이 있을 예정이므로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보통 대학교라면, 출석이나 시험이나 전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나 김진원만큼은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낼 정도로 극심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시험이라. 총장님이 전에 말씀하시긴 했지.”

학교 측의 배려로 인해 출석이나 자잘한 과제 같은 것은 필요 없었지만, 시험만큼은 치러야 한다고 했다.

“졸업하면 레전더리 아이템 주신다고 했으니까. 이 정도야 뭐.”

어디 그뿐인가. 이름만 들어도 부러워하는 대학교 간판까지 얻게 되는데.

“비싼 차가 좋긴 좋아. 차들이 알아서 비켜 가 주네.”

그의 차량이 도로에만 들어섰다 하면, 다른 차량이 귀신같이 길을 터주어 아주 쾌적한 운전을 즐길 수 있었다.

“어? 진원 오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오자 멀리서 손하윤이 자신을 발견했는지 환한 얼굴로 자신에게 뛰어왔다.

“오빠도 시험 치러 왔구나? 그런데 요새 왜 내 문자는 씹어요?”

“졸려서.”

“아, 왜요! 답장 좀 해 줘요!”

“안 졸리면.”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

손하윤이 기쁜 표정으로 진원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면, 그는 밍밍하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관심 없다는 듯 단답을 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이었다.

“와……. 쟤 우리 학과에서 인기 엄청 많은 앤데.”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플레이어학과의 학생, 이률화는 기가 찬 듯 말을 뱉었다.

손하윤은 예쁘기도 했지만, 학과 내에서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 털털한 모습을 보여 주어 동기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예쁘면서 성격 좋은 여자는 드물다던데.”

그는 이번에 있을 실기시험에서, 그녀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학과의 강의실.

학생들은 곧 있을 필기시험을 대비해 바쁘게 책장을 넘기거나 조용히 중얼거리며 공부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적응이 안 되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던 진원은 학생들의 통일된 복장에 의아해했다.

‘그런데 왜 다들 운동복 차림이지? 실기 시험 같은 거라도 있나?’

하긴. 플레이어 학과니 오히려 실기 시험이 없는 것이 이상하겠지.

“김진원 형님 오셨다…….”

“진원 오빠 진짜 시험 치러 왔어. 대박…….”

“혼자서 대천사 길드 뚝배기 깬 거 지리더라.”

진원의 모습을 본 학과 학생들은, 각자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험이나 빨리 쳤으면 좋겠네.’

학생들의 시선을 적당히 넘기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자.

어느새 자신에게 조용히 다가온 손하윤이 초콜릿 하나를 건네주고 자리로 돌아갔다.

- 이거 먹으면 100점! 오빠한테만 주는 거!

‘짜식이.’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읽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잠시 후.

학과 교수 세 명이 밀봉된 서류 봉투를 들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자, 시험 시간까지 5분 남았습니다. 주변 정리해 주세요.”

보통 대학교에서 시험을 실시하면, 교수 1명에 대학원생 조교 2명 정도가 감독한다.

- 김진원 씨도 오니까 무조건 교수님들이 감독하세요!

그러나 플레이어학과에 김진원이 학생으로 재학하고 있는 이상, 세세한 일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시험 시간은 70분입니다. 그럼 이제 시작해 주세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재빠르게 펜을 잡고 답안지를 작성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의실은 사각거리는 소리와 작은 한숨들로 가득 찼다.

‘음, 적당히 이름이나 적고 잘까.’

이미 자신은 시험에 관해선 이야기가 끝난 상태다.

필기시험 같은 경우는, 이름만 적어 내도 최소 C 학점은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문제가 어떤 식으로 출제되는지 궁금하긴 하네. 한번 구경이라도 해 볼까.’

시험지를 넘기며 문제들을 확인하던 진원은 피식 웃으며 문제를 풀기 위해 펜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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