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96화 (96/200)

96. 대천사 길드-5

“내 길드에 들어오고 싶다고?”

“네. 길드원으로 꼭 받아 주세요, 형!”

이서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음, 어차피 내년까지 5명을 채워야 하긴 한데…….’

녀석은 전투 능력이 없다 보니, 따로 던전을 돌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서훈의 탐색 스킬의 레벨은 1이겠지.

‘지금도 쓸 만한 수준인데, 나중에 레벨을 올리게 된다면…….’

확실히 던전을 공략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녀석이 아직 중학생이라는 점이다.

“너, 솔직히 말해 봐. 오늘 안 무서웠어?”

“네? 뭐가요?”

자신의 말에 이서훈은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플레이어 이벤트에서도 크게 떨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진원은 고개를 돌려 최은식에게 말했다.

“야, 얘 우리 길드원으로 받는 거 어떠냐?”

“아, 이서훈이요? 탐색 스킬이 상당히 괜찮긴 하던데요?”

최은식은 이서훈의 예상외의 활약에 싱겁게 웃었다.

“그런데 얘가 지금 몇 살이죠?”

“중3이요! 내년이면 고등학생도 되고,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최은식이 이서훈에게 시선을 돌리자 잠시 턱을 괴고 고민하던 최은식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어 이벤트에서도 나름 활약했다고 들었으니, 받죠.”

“정말요?”

“단! 너는 아직 중학생이니까 내년에 다시 엘리트 길드로 찾아와.”

최은식의 이어지는 말에 녀석의 기쁜 기색도 잠시.

“알았어요……. 내년엔 무르기 없기에요, 진짜로!”

이서훈은 그 뒤,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불만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플레이어 협회를 습격했던 악마가 대천사 길드에 서식 중이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천사 길드, 지하시설에 악마를 숨기고 있어.]

[수년간 베일에 휩싸였던 대천사 길드, 그 많은 신도는 어떻게 모았나]

[집단 이상 현상을 보이는 신도들, 전문적인 검진이 필요해 보여.]

각종 언론사는 기사들을 퍼 나르기 바빴으며, 대천사 길드는 장시간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조심히 옮겨라! 중요한 자료들이다!”

“예!”

“알겠습니다!”

한편, 제주도의 한라산 국립공원 근처.

무장한 군인들이 허름한 식당에서 보라색 액체가 담긴 통을 나르고 있다.

군인 두 명이 힘을 합쳐 들어야 할 만큼 거대한 유리통.

‘이런 곳에 연구소가 있었다니.’

대천사 길드를 수색한 결과, 제주도에 추가적인 연구소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조사 명령을 전달받은 제13특수임무여단 흑표부대의 대위, 최용우는 소대원들을 데리고 연구소를 수색했다.

‘역시 진작에 정리했군.’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했는지 건진 것은 거대한 유리통 두 개뿐.

‘다행히 하나를 건졌다.’

그러나 최용우는, 소대원 중 한 명이 작은 유리병 하나를 들고 슬그머니 뒤쪽으로 빠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제발 조금만 더 버텨라!’

재빠르게 근처에 있던 화장실로 들어간 남성은 잠시 후,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쯤이면 되겠어.’

인적이 드문 장소로 향한 남성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스킬, 모방을 해제했다.

꾸드득. 콰드득.

“아아악!”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건장했던 신체는 어느새 비쩍 마른 몸으로 변했다.

“후우, 이 스킬은 다 좋은데 너무 아프단 말이지.”

그는 특정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스킬로, 보라색 용액 하나를 빼돌린 것이었다.

“이곳이라도 정화되기를 바라며……. 대천사 길드는 영원하다.”

주르르르.

남성은 보라색 액체를 땅에 전부 부어 버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띠링.

[명예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와, 이번 영상은 꽤 볼만하잖아?”

진원은 소파에 누워, 최은식이 새롭게 업로드한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재생 시간이 10분 이상 넘어가면 안 좋다는데. 구라였어?”

유투버들이 업로드하는 영상의 평균 길이는 10분.

자신의 채널에 새롭게 올라온 영상은 상당히 쳐내고 압축했음에도 30분이었지만, 실시간 인기 순위 1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하긴. 이 정도면 그냥 영화 한 편 보는 느낌인데.”

이제 내 차례다, 새끼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베겠다.

영상의 몰입감은 상당했다.

자신이 얼마 전에 경험한 것들인데도 말이다.

“역시, 편집이 중요하긴 하네.”

최은식에게 듣기로, 이번 영상은 실력 있는 편집자들 10명 이상이 날밤을 새워 가며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띠링.

[명예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포인트가 실시간으로 쭉쭉 올라갔다.

- 맛있는 과학 교과서 : 미쳤다. 이건 돈 내고서라도 봐야 함. 님들 ㅇㅈ하시죠?

- 이이잉 : 와……. 저 진짜 팬티 3장은 갈아입었다고요. 홀리 쉣 왓더 퍽입니다, 형님.

- 타이거 길드 최고 미녀: 쟤 폼 잡는거 봐라, 개웃기네 ㅋㅋㅋㅋ

영상은 3일 전에 업로드되었지만, 여전히 실시간으로 쌓여 가는 댓글들.

“이 정도면 광고료도 꽤나 나오겠네.”

진원은 스킵 불가능한 중간 광고를 자비 없이 마구 넣었지만, 시청자들은 몇 번이고 광고를 보며 영상을 시청했다.

“오빠, 이거 좀 봐.”

소파에 누운 채로 흡족한 듯 실실 웃고 있자, 동생 지원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뭔데 그래?”

몸을 살짝 일으키자, 동생은 자신의 눈앞에 스마트폰을 보였다.

화면에는 부모님이 보내신 사진이 몇 장 업로드되어 있었다.

“부모님이네? 언제 보내신 거야?”

“조금 전에.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아.”

사진 속의 부모님은 식당에 차려진 화려한 음식들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현재 해외의 관광지를 여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당분간은 계속 있으시겠대.”

“그래.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까 그러시라고 해.”

“알았어.”

해외가 더 안전하기도 하니까.

띠리리- 띠리리-

다시 유투브에 집중하려 할 때 전화가 왔다.

“협회장님이네.”

그러고 보니 나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려 달라고 했었지.

- 안녕하십니까, 진원 씨! 그동안 밀린 업무가 많아서 이제야 연락을 드립니다! 혹시 오늘 중으로 협회에 방문할 수 있습니까?

“네. 그럼 1시간 뒤에 갈게요.”

- 감사합니다! 진원 씨에게 따로 보상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실망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허허허!

시원스럽게 웃던 협회장과 통화를 끝낸 진원은 구석에 배를 내보인 채로 잠든 콩콩이를 보고 피식 웃었다.

잠시 후, 나갈 채비를 하던 진원은 자동차 광고가 나오는 TV 화면을 보며 뭔가 생각났는지 혼잣말을 뱉었다.

“아, 그러고 보니 차를 안 샀네.”

**

택시를 타고 도착한 협회.

“뭐지?”

“오늘 무슨 일 있나? 대통령에 고위직 간부들까지 다 왔는데?”

협회를 방문한 사람들은, 기이한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짝짝짝짝.

문명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경찰 그리고 군인들이 진원을 확인하자마자 손뼉을 쳐 주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김진원 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 네.”

그는 열띤 분위기에, 적당히 손을 흔들어 주며 안으로 들어갔다.

“김진원이다!”

“대천사 길드를 거의 혼자서 박살 낸 사람이잖아?”

“형님! 저 형님 팬입니다!”

진원을 본 다른 사람들도 환호성을 지르는 와중.

진원의 뒤를 문명호 대통령과, 높은 직위에 있는 경찰과 군인들이 뒤따랐다.

“허허허! 정말 감사합니다, 김진원 씨!”

문명호는 협회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개운한 듯이 웃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던전 브레이크와 플레이어 이벤트를 대비하기도 급급했던 그에게, 진원의 존재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대천사 길드는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군.’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직면한 문제는 많았지만, 상당한 골칫거리였던 대천사 길드를 단 하루 만에 무너뜨리다니.

‘정말 같은 인간이 맞는가 싶구먼, 허허.’

당연히 그 또한 불꽃 남자 김진원 채널을 구독하고 즐겨 보는 사람이었다.

‘음, 해외로 가시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뛰어난 능력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의 채널에 새롭게 올라온 영상.

덩치 큰 악마를 가지고 노는 듯한 모습과 강력한 성능을 가진 그의 소환수들.

단신으로 악마와 맞붙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그의 모습은, 플레이어들의 상식을 부수기에 충분했다.

‘다른 나라에서 낚아채 가려고 발악을 하겠군.’

안 그래도 국내에서 귀한 S급 플레이어인데, 이것으로 세계 각국의 나라가 그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해 올 것이 분명했다.

“진원 씨, 혹시 다른 나라에서 제안을 받거나 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아니요.”

“그렇군요.”

‘어떻게든 그를 이곳에 잡아 둘 방법을 만들어야겠군.’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협회장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본격적으로 대천사 길드의 조사 결과에 대해 보고했다.

“대천사 길드에 대해 세심히 조사했습니다만, 미심쩍은 부분이 몇 가지 나왔습니다.”

손태욱의 손짓에 경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아 있는 진원과 문명호, 그리고 고위직 간부들에게 서류 파일을 전달했다.

A4 용지에 사진과 함께 정리된 조사 내용.

촤락. 촤락.

한동안 협회장실 안에서 파일을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허어, 그러니까 그 많은 자금의 출처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한참 동안 서류를 넘기던 문명호는 골치 아픈 듯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이마를 꾹꾹 눌렀다.

“그렇습니다. 조사한 경찰들 분의 예상으로는 해외에서 유입된 돈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요.”

다른 곳에 쓰인 자금은 전부 신도들의 돈이거나, 이연우의 돈이었다.

그러나 제주도에 지어진 비밀 연구 시설.

그곳만큼은 어떻게 조사를 해 보아도 여전히 베일에 싸인 상태.

“그래서 대천사 길드의 S급 플레이어는 이연우였던가요?”

진원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얼마 전에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S등급이 맞았습니다.”

이어지는 손태욱의 설명.

이연우에게 마력을 구속하는 아이템을 겹겹이 씌우고 플레이어와 군인, 경찰들까지 동원해 등급을 측정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암시라든가 최면을 거는 스킬을 가진 것 같더군요.”

손태욱은 그가 등급 측정을 한 당일, 스킬을 사용해 직원들의 의식을 조종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그 날, 이연우의 등급 측정을 담당했던 직원들의 기억이 애매했으니.

“신도들의 집단 이상 현상을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의 플레이어 카드에 표기된 등급은 B급이었지만 측정기가 나타내는 결과값은 S등급이었다.

‘확실히 마의 벽은 사기적이었어. 할파스를 소환한 것도 이연우였나?’

진원은 손태욱의 말에 납득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도 파괴가 불가능한 무적 스킬. 활용하기에 따라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겠지.

“후우, 그나마 다행이긴 하군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은 많았지만, 이연우가 S급 플레이어라는 사실에 문명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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