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전설종
띠링.
[72 악마들에게 보티스의 죽음을 알립니다.]
[명예 포인트 30을 획득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서열 1위도 아니고 어중간한 17위 때문에 움직일 것 같지는 않네.”
[날 믿어 줘.]
“그래.”
어쨌든 이것으로 70에 가까운 명예 포인트가 모였다.
“좋아. 이제 80포인트 정도만 더 모으면…… 응?”
철컹. 철컹.
만족스럽게 포인트를 확인하고 있자니 보티스가 덩굴을 내뻗었던 방향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손에 넣으면 큰일 난다고 했었지.”
레전더리 아이템이라도 되는 걸까. 호기심이 일어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다가가 보았다.
“이건…… 철창이네.”
진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철창이었다.
크기로 보면, 동물들을 가두는 용도의 느낌이다.
검은 천으로 완전히 덮어져 있어 걷어 내 보았다.
“얘는 뭐야? 캥거루?”
“크이이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체구의 캥거루였다.
녀석은 얇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자신을 보더니 힘없는 울음소리를 냈다.
띠링.
그와 동시에 들려온 알림음.
갑작스럽게 발생한 퀘스트 내용을 읽어 가던 진원은…….
“미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특별 퀘스트 - 전설종]
전설종 몬스터인 골드 캥거루는 현재 쇠약해진 상태입니다.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완료 조건 : 골드 캥거루를 완벽하게 치료하세요.
제한 : 지배력 스텟을 보유한 플레이어.
제한 시간 : 60분
보상 : 골드 캥거루가 당신에게 귀속됩니다.
실패 시 : 골드 캥거루가 사망합니다.
“특별 퀘스트? 전설종이라고? 얘가?”
소문으로만 들리던 몬스터, 전설종.
S급 던전이나 특수한 던전에서 아주 희박한 확률로 발견되는 녀석들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S급 플레이어, 특히 랭커들이 눈독을 들이는 몬스터였다.
“테이머 직업이 있어도 그림이 떡이라고 하던데.”
애초에 전설종을 발견하는 것도 상당히 드물었으며.
그런 몬스터를 길들인다는 것은 테이머라도 해도 거의 불가능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전설종을 잡았다는 플레이어는 한 명도 없었으니.
“당연히 도와줘야지.”
보티스가 죽기 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
그것은, 골드 캥거루에게 악마들이 싫어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녀석은 전설종. 구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얘들아, 녀석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사슬을 끊어 줘.”
“분부대로.”
[맡겨 줘.]
붉은 늑대와 메시아가 철장을 열고, 골드 캥거루를 속박하고 있던 쇠사슬을 조심스럽게 잘라 나가는 사이, 진원은 희석된 엘릭서를 꺼냈다.
“크이이이…….”
“음,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심한데…….”
녀석의 상태는 상당히 심각했다.
오랜 시간 동안 쇠사슬이 녀석의 몸 전체를 강하게 조이고 있었는지, 피부가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었다.
“이걸 마셔.”
“크이이이이!”
녀석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고개를 격렬하게 저으며 진원이 건네는 포션을 거부했다.
아무래도 포션에서 풍기는 냄새 때문인 듯했다.
“꾹 참고 이거 다 마시면, 너 완전히 나을 수 있어. 날 믿어라.”
“크이이?”
그는 자세를 낮춰 골드 캥거루와 눈을 맞추고, 천천히 포션을 입가에다 대어 주었다.
꿀꺽. 꿀꺽.
“크이이.”
희석된 엘릭서를 하나둘 마셔 갈 때마다 녀석의 부상이 눈에 띄게 회복되었다.
“이놈을 치료한 건 좋은데…….”
8개의 여유분이 있던 희석된 엘릭서를 무려 7개나 골드 캥거루에게 들이붓고 나서야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띠링.
[특별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골드 캥거루가 당신에게 귀속됩니다.]
“전설종은 진짜 장난 없긴 하네.”
“크이?”
허탈한 듯 웃는 진원에게 가까이 다가온 골드 캥거루는 무슨 일 있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완전히 회복한 녀석의 황금색 털에 윤기가 흘렀다.
“얘는 어떤 능력이 있으려나.”
그는 전설종의 스펙이 궁금해져 몬스터 백과사전을 녀석에게 사용했다.
[골드 캥거루]
설명 : 전설종 몬스터.
- 공략 포인트 : 애초에 마주칠 확률이 상당히 희박하다.
- 레벨 : 55
- 신뢰도 : 20 퍼센트
“이걸 사용해도 알 수 있는 게 없네.”
레전더리 아이템을 사용해도 도무지 정보를 알 수 없었다.
“크이이!”
진원이 몸을 일으키자, 녀석은 그의 다리에 고맙다는 듯 머리를 비벼 왔다.
피식.
“뭐, 그래도 잘됐네.”
안 그래도 지원이가 애완동물 한 마리 키우자고 했었는데.
* * *
그 뒤, 진원은 악마 군락을 나가기 위해 처음 들어왔던 최하층으로 향했다.
“기, 김진원 님, 보티스 님을 쓰러트리시다니!”
“당신이 이 군락의 지배자이십니다!”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그리고 추방된 악마들은,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곳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엄마아아!”
“에레나!”
다른 한쪽에는, 에레나와 에레민이 서로 부둥켜안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진원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보티스는 죽었고, 여기에는 너희들밖에 없다.”
말을 시작하자, 악마들은 일제히 입을 닫고 진원이 하는 말을 경청했다.
“난 오늘로 여기를 떠난다.”
그 말에, 조용하던 악마들이 통곡하기 시작했다.
“기, 김진원 님, 지배자께서 떠나신다면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지배자시여, 제발 저희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김진원 님, 여기에 남아 주세요!”
어느새 에레나까지 달려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무슨 소리야? 너희들을 버린다고 한 적은 없는데?”
진원은 그런 악마들에게, 인벤토리에서 메달을 하나 꺼내 보여 주었다.
보티스에게서 얻은 아이템, 지배자의 부름을.
“그, 그것은!”
악마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메달.
군락의 지배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표식이었다.
[아이템 : 지배자의 부름]
악마 군락의 지배자에게 주어지는 아이템.
종류 : 기타
등급 : 유니크
효과 : 군락에 있는 악마들을 불러내는 포탈을 만듭니다. 1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시간이 지난 후, 악마들은 군락으로 자동 귀환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30일)
#현재 악마 군락의 지배자는 김진원입니다.
‘이게 꽤나 괜찮단 말이지.’
현재 눈앞에 있는 녀석들은 뿔이 부러지고 날개가 찢겨졌다고 해도 악마들이었다.
‘녀석들을 단련시키면 어떻게든 써먹을 곳은 있겠지.’
그는 보티스에게서 얻은 아이템을 보고, 최하층에 있는 악마들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나는 너희들이 쓸모없다고 해서 보티스처럼 버리지 않을 거다.”
그리고 상점을 열어 무기들과 각종 식량을 추가로 건네주고 바로 귀환 포탈로 향하려다가 멈칫했다.
‘혹시 상점에 훈련 책자 같은 것은 없으려나?’
악마들이 아무 지식 없이 마구잡이로 단련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가이드가 있는 편이 녀석들에게 수월하지 않을까?
‘역시 없네.’
웬만한 물품들은 다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책 같은 취미 용품들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자신은 스텟과 스킬에 의존해 싸워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악마들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군, 그 부분은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포탈로 발걸음을 옮기자, 붉은 늑대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 가능해? 기초적인 것들만 가르쳐 주면 충분해.’
‘맡겨 주십시오.’
자신의 말에 실체화한 붉은 늑대는 악마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짧은 시간 동안 붉은 늑대가 무기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 줄 거니까. 말 잘 들어라.”
“네! 정말 감사합니다, 김진원 님!”
의욕 가득한 대답을 한 악마들은, 시간이 지나자 붉은 늑대가 지도하는 기초 훈련에 죽는소리를 냈다.
“끄으으으…….”
“허억, 허억!”
“겨우 이 정도로는 주군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다시.”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진원은 붉은 늑대의 고강도 훈련에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는 해야지. 적어도 여기서 죽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니야?”
약 3시간의 기초 훈련이 끝나자 악마들이 진원에게 말을 걸어왔다.
“기, 김진원 님, 그런데 혹시…… 저 몬스터는?”
“응? 얘? 위에서 주웠어.”
“예?”
녀석들은 이곳에 골드 캥거루를 데려온 순간부터, 자신의 발 근처에 있는 녀석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역시 악마들이 꺼려하는 뭔가가 있다는 거네.’
악마들에게 괜찮다고 말해 주고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열심히 단련들 해라. 나중에 부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죽지 마라.”
잠시 뒤, 포탈과 함께 진원의 모습이 사라졌고.
“따르겠습니다아!”
“새로운 군락의 지배자님을 위하여!”
“와아아아아!”
추방된 악마들은 저마다 무기를 하나씩 잡아 들고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 * *
삐리리릭.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진원이 양손에 치킨을 한가득 사 들고 왔다.
“오빠, 왔어? 아니, 그런데 무슨 치킨을 그렇게 많이 사 왔어?”
소파에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지원은 얼핏 봐도 6마리는 넘어가는 치킨을 보며 놀랐다.
“얘가 먹고 싶댄다.”
“키이이!”
“……그건 뭐야? 오빠 스킬이야?”
그리고 진원이 데리고 온 작은 캥거루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와, 대박! 그래서 얘가 그 전설의 포켄몬이라는 거지?”
자신의 설명을 듣던 동생은 치킨을 허겁지겁 뜯어 먹는 골드 캥거루를 보고,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며 쓰다듬기 위해 손을 가져갔지만.
“크이이!”
녀석은 사나운 울음소리를 내며 손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 나도 한 번만 만져 보고 싶다.”
지원은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시며 손길을 거뒀다.
“크이이.”
그러나 진원에게는 오히려 만져 달라는 듯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빠, 그래서 얘 이름은 어떻게 할 거야?”
“이름?”
“응. 그래야 부르기 쉽잖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름이 있는 편이 낫겠지.
녀석을 쓰다듬던 손길을 거두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키이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녀석도, 진원이 어떤 이름을 지어 줄지 나름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콩콩이?”
“와, 오빠 진짜 네이밍 센스 노답.”
“키이이…….”
자신의 대답에 동생과 캥거루는 김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콩콩이가 어때서? 부르기 편한 게 낫잖아. 그럼 킁킁이?”
“얘는 전설의 몬스터라며. 그럼 당연히 이름을 멋지게 지어야지. 킹 오브 골드 어때?”
“시끄러워. 그러면 부르기 어렵잖아. 그냥 콩콩이로 불러.”
그 뒤로 골드 캥거루의 이름을 가지고 한동안 뜨거운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 진원의 고집에 녀석의 이름은 콩콩이로 정해졌다.
“키이이!”
콩콩이는 치킨 5마리를 혼자서 다 해치우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진원의 품에 안겼다.
“그런데 얘 겉보기에는 그냥 캥거룬데, 치킨을 먹어? 저렇게 많이?”
“전설종이니까. 그런데…….”
수북히 쌓인 치킨 뼈들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 나갈 식비가 장난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이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진원은 품에서 잠든 콩콩이를 침대에 올려 두고 노트북을 켰다.
띠링.
[명예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이전부터 자잘하게 명예 포인트가 오르고 있었는데, 유투브의 채널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했다.
“이게 뭐냐?”
그리고 채널의 구독자를 확인한 진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