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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상점스킬-88화 (88/200)

88. 악마 군락-4

[아이템 : 피에 굶주린 사파이어 네클레스]

항상 피에 목말라 있는 듯하다.

종류 : 장신구

등급 : 유니크

효과 : 공격 시 대상의 HP 흡수(+3퍼센트)

레벨 제한 : 30 이상

[진원, 이거 나 주는 거야?]

메시아는 진원이 건넨 목걸이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래. 난 이미 목걸이가 있거든. 그리고 효과가 너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아이템을 들고 메시아에게 건네니, 그녀가 자신을 향해 목덜미를 내보였다. 아무래도 직접 걸어 달라는 것 같다.

[나 그거 어떻게 하는지 몰라. 진원이 직접 해 줘.]

그녀 나름의 어리광이었다.

“다음부터는 그냥 부탁해도 된다.”

피식 웃으며 메시아에게 목걸이를 걸어 주기가 무섭게 붉은 늑대가 경고해 왔다.

“주군, 앞쪽에서 기척이 느껴집니다.”

“그래.”

대략 5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보이는 중급 악마들. 수는 대략 10마리 정도.

놈들은 자신을 발견하고서도 별것 아니라는 듯이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었다.

“인간이 이곳에 어떻게 온 거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간만에 별미를 즐길 수 있겠어, 크흐흐!”

악마들은 입가에 흘러내리는 침을 닦으며 등 뒤의 날개를 서서히 펼쳤다.

‘중급 악마부터는 스킬을 사용한다고 했지.’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몬스터 백과사전을 꺼내 놈들에게 사용했다.

[중급 악마]

설명 : 악마 군락 중층에서 거주하는 몬스터. 놈들은 기본적으로 스킬에 의존하는 마법형 몬스터다.

- 공략 포인트 : 놈들에게 거리를 주지 말고 근접전으로 싸우는 것이 편하다.

- 레벨 : 47

- 신뢰도 : 80퍼센트

‘접근전이라.’

그런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자신보다 레벨도 낮고 이름도 초록색인데.

오히려 놈들이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시간 없다. 한꺼번에 덤벼라. 한 번에 죽여 줄 테니까.”

진원은 천천히 걸어오는 악마들에게 손짓하며, 말을 걸었다.

“이곳의 열기에 미쳤나 보군.”

“저놈 다리는 내 거다. 알겠냐?”

그러자 놈들은 날개를 펴고, 위로 날아올랐다.

“얘들 스킬 구경 좀 하게 일단 공격하지 말아 줘.”

“분부대로.”

[알았어.]

곧바로 공격을 준비하려던 붉은 늑대와 메시아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

중급 악마의 스킬들의 위력을 보고, 상층부에서 만나게 될 상급 악마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이 일은 보티스 님에게 절대로 말하지 마라!”

“키키! 우리가 뼈까지 씹어 먹으면 되니까 걱정 마라!”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던 놈들은, 입에서 새빨간 구체를 뱉기 시작했다.

퉤! 퉤! 퉤!

‘저게 놈들의 스킬인가?’

축구공만 한 크기의 구체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원을 향해 날아왔지만, 정작 본인은 태평했다.

“적당히 조절 잘해라! 녹아 버리면 우리가 먹을 게 사라지잖아!”

치이이이-

놈들이 뱉은 구체들은 지면에 닿자 부글거리며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뭐야. 겨우 이게 다야? 이러면 상급도 무난하겠는데?”

한동안 날아오는 구체들을 가뿐하게 회피한 진원은, 중급 악마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약해 김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희들은 얘 하나로도 충분하다, 마도사!”

“맡겨 주십시오, 주인님!”

자신의 말에 소환의 방에서 나온 꼬마 마도사는 놈들을 향해 마력탄을 연사했다.

드르르르륵-

주술사의 고리로 인해 현재 지배력 스텟은 120.

이전보다 마력탄들의 크기가 더욱 커진 듯했다.

“뭐냐, 저건!”

“막아라! 빨리 막아!”

선두에 있던 악마들은 갑작스러운 소환수의 공격에 다급하게 방어 스킬을 사용했다.

“크아아악!”

그러나 기관총처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마력탄들은 놈들의 얇은 배리어를 산산조각 냈고, 온몸에 구멍을 뚫었다.

“저 인간, 너무 강하다! 빨리 보티스 님께 알려라!”

“도망쳐! 앞에 놈들을 방패로 사용해라!”

꼬마 마도사의 엄청난 파괴력에 놈들은 앞쪽에 있는 악마들을 방패로 삼으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만히 놔둘 거 같냐? 붉은 늑대.”

“분부대로.”

[붉은 늑대가 발도 : 추격을 사용합니다. MP를 50 소모합니다.]

스읍-

자신의 말에 검집에 칼을 집어넣은 붉은 늑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놈들에게 검기를 날렸다.

촤악! 촥!

“크아아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던 중급 악마들은,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했다.

띠링.

[중급 악마를 처치하였습니다.]

[중급 악마를 처치하였습니다.]

“도, 도망쳐라. 빨리!”

그러자 다른 장소에서도 수많은 중급 악마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진원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박쥐 떼들을 연상시키는 광경이었다.

“저놈들 한 번에 다 잡으면 레벨이 얼마나 오를까?”

당연히 살려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메시아.”

[맡겨 줘.]

자리에서 입맛을 다시던 진원은 와인드업을 하고, 놈들을 향해 마구 : 칼날 폭풍을 사용했다.

[메시아가 다크레이를 사용합니다. HP를 300 소모합니다.]

드드드드드. 지이잉-

도망치는 악마들을 향해 발사되는 수많은 송곳과 메시아의 검지에서 방출되는 검은 레이저.

“끄아아악!”

“카아악!”

놈들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역시 숫자가 많다 보니 경험치도 쭉쭉 오르잖아?”

레벨이 오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2레벨 업이라니.

“요즘 A급 던전 예약하는 것도 빡센데, 1마리도 놓치지 말고 다 쓸어 담아야겠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진원은 놈들의 시체로 다가가 아이템들을 수거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되나. 이건 그냥 모기 죽이는 느낌이네.”

[모기? 그게 뭐야?]

“저놈들처럼 나쁜 놈들이지. 내 피를 빨거든.”

[피……. 진원의 피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자신의 말에 메시아는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기가 진원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꼭 막아 줄게.]

“그래. 그때는 부탁할게.”

진원은 가볍게 웃으며 메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 *

중층의 관리자인 케르베로스를 찾은 것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중급 악마들이 도망치던 방향으로 나아가니,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한 놈 말고는 다 처리한 모양이네.”

상점에서 구입한 차가운 생수를 머리에 들이붓던 진원은, 멀리서 화염을 몸에 두르고 있는 몬스터를 발견했다.

‘이놈은 그래도 노란색이네.’

온몸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놈은, 코를 킁킁대며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듯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르…….”

[케르베로스]

설명 : 악마 군락 중층의 관리자. 특정 장소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

- 공략 포인트 : 놈이 내뿜는 열기는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에, 최대한 멀리서 일격에 쓰러트리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특히 왼쪽에 있는 머리는 강력한 마비를 일으키는 독을 품고 있다.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 레벨 : 54

- 신뢰도 : 70퍼센트

몬스터 백과사전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곧바로 놈에게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마구 부가 스킬을 한 번 쓰고, 칼날 폭풍을 한 번 사용하면 되겠지. 그래도 안 죽으면 뭐.’

나머지는 얘네들이 알아서 하겠지.

“컹! 컹!”

어느새 진원을 발견한 케르베로스는 입을 크게 벌리고 길쭉한 화염을 내뿜었다.

화르르르!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놈에게서 뿜어져 나온 화염은 상당한 화력을 자랑하는지 순식간에 자신의 코앞으로 도달했다.

“이러다 옷 다 타겠네, 메시아.”

[알았어.]

[메시아가 밤의 장막을 사용합니다. HP를 500 소모합니다.]

그녀는 스킬을 사용해 진원을 완전히 덮어, 놈이 내뿜는 화염으로부터 보호했다.

“컹! 컹!”

케르베로스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공격을 퍼부었다.

“커엉…….”

그러나 그것도 잠시,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입에서 불을 뿜어 대던 놈은 결국 지쳤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컹?”

꿀꺽. 꿀꺽.

잠시 후 장막이 걷히고, 안에 있던 진원이 멀쩡한 상태로 물을 마시고 있자 놈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후우, 더워 죽는 줄 알았잖아, 개자식아.”

진원은 상당한 열기에 짜증을 느꼈다.

한시라도 빨리 놈을 처리하고 싶어 곧바로 와인드업을 했다.

“커, 컹!”

그러자 놈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진원이 스킬을 사용하려는 순간, 옆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하고 엎드려!”

“또 뭐야?”

그 목소리에 자신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던 케르베로스는 재빠르게 낮은 자세로 엎드렸고, 뒤에 달린 세 개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우, 우리 애를 죽이지 말아 주세요!”

“헥, 헥, 헥!”

붉은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악마는, 케르베로스의 앞까지 뛰어가 두 팔을 넓게 벌리고 자신을 향해 섰다.

“넌 누구야?”

진원은 악마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스킬을 사용하려다가, 이유라도 들어보려고 다시 자세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저, 저는…… 아유, 얘, 잠시 가만히 좀 있어.”

“헥! 헥!”

케르베로스가 반갑다는 듯이 그녀의 볼에 얼굴을 가져다가 마구 비볐다.

“죄, 죄송해요. 얘는 제가 관리하는 애라서요. 아, 저는 에레민이에요.”

그녀는 억지로 달라붙은 케르베로스를 떼어내고,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에레민? 에레나랑 이름이 비슷하네.”

머리 색깔도 그렇고, 뭔가 닮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 에레나를 아세요?”

그러자 에레민은 어떻게 알고 있냐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물어왔다.

“아, 최하층에서 만났거든. 지옥 사냥개한테 쫓기고 있어서 구해 줬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그 아이의 엄마예요.”

머리를 연신 숙이던 그녀는, 그 뒤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말해 주었다.

“제 딸인 에레나는 오래전, 최하층으로 추방되었습니다. 제 남편 또한 얼마 전 보티스 님에게 딸을 다시 데려오게 해 주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가…… 죽었습니다.”

그녀는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의 딸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것 같다고 판단해, 케르베로스를 서서히 길들이고 있었다고 한다.

“저는 어떻게든 에레나를 데리고 도망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요. 이대로 못 본 척해 주시면 안 될까요?”

에레민은 급기야 진원에게 다가가 무릎까지 꿇으며 부탁했다.

‘이게 이렇게 되다니.’

솔직히 상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다고 해도, 케르베로스는 죽일 생각이었다.

놈을 죽이고 얻을 수 있는 경험치나 아이템들은 그만큼 가치가 있었기에.

“헥, 헥, 헥!”

하지만 어느새 순한 강아지로 변한 케르베로스를 보고 있자니, 죽일 마음이 사라졌다.

“안 죽일게. 그 대신 상층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이대로 최상층까지 가서 보티스를 죽일 생각이거든.”

“정말 감사합니다! 예, 예?”

에레민은 순간 진원의 말을 잘못 들었는지 말을 더듬었다.

눈앞의 인간은 상당히 강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티스가 누군가. 악마 군락을 통치하는 서열 17위의 악마다.

“보티스 님은 손짓 하나로도 악마들을 도륙 내는 힘을 가진 분이십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인간의 힘으로는…… 무리입니다.”

“그거야 해 봐야 아는 거지.”

상층부의 악마들은 경험치를 더 많이 줄 것이고, 아직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성수들도 있다.

딱히 놈에게 질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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