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86화 (86/200)

86. 악마 군락-2

- 형, 지난번에 말씀하신 대로, 경호원 2명을 추가적으로 고용했습니다! B급 플레이어들이라 여동생분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있었던 괴한의 습격.

자신이 없는 동안 여동생은 전과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니, 실력 있는 경호원들을 더 늘리기로 했다.

“그래? 수고했다. 그런데 B급 플레이어라고? 너, 돈은 괜찮냐?”

B급이라. 거기다가 나름대로 업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상당한 돈이 들었을 텐데.

- 아, 그 부분은 괜찮아요. 오히려 경호원분들이 최저 시급만 받고 일해도 된다고 하던걸요. 형 밑에서 일했다는 경력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하셨어요.

“그래. 어쨌든 나 당분간 어디 다녀올 곳이 있으니까 뒷일은 잘 부탁한다.”

- 네? 형. 설마 또 혼자서 던전이라도 가시려는…….

그러자 최은식이 급히 말을 꺼냈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락을 끊었다.

“일단 장비들부터 다 착용하고.”

인벤토리에서 주술사의 고리를 꺼내 착용하고, 들고 나온 마법사의 스니커즈까지 신었다.

[스텟]

근력 : 70 민첩 : 60 체력 : 50 마력 : 120 지배력 : 120

미분배 포인트 : 0

“이 정도면 괜찮겠지.”

진원은 남은 5포인트까지 마력에 투자해 준비를 끝마치고, 입장권을 꺼냈다.

띠링.

[악마 군락 입장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언제 또 할파스가 올지도 모르니 최대한 빨리 가야겠어.’

지난번 전투에서 놈은 꽤나 피해를 입은 것 같았으니, 놈이 회복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파지지직-.

곧바로 입장권을 사용하자 진원의 뒤에서 검은색 포탈이 생성되었고, 그대로 그를 집어삼켰다.

***

“포탈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건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

악마 군락에 입장하자마자 싸늘한 추위가 자신을 맞이했다.

“음, 그냥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외딴 시골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나 몬스터들이 우글거리지는 않을까 싶어 대비하고 있었는데…….

“몬스터가 1마리도 안 보이네.”

한참 동안 앞으로 나아가던 진원은 멀리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이게 악마 군락이라고?”

도저히 악마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럴 것이, 주위에 천막으로 어설프게 만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니.

“꺄아악! 살려 주세요!”

주위를 살펴보고 있자니 천막 뒤쪽으로 여자아이의 위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가니, 지옥 사냥개한테 쫓기고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추방된 악마]

붉은 단발머리를 가진 악마는 옷인지도 모르겠는 천 쪼가리들을 여러 겹 겹쳐 있고 있었다.

피부색만 같다면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

“악마? 그런데 왜…….”

몬스터한테 쫓기고 있는 거지?

“붉은 늑대.”

“분부대로.”

일단 필요한 건 정보다. 저 악마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일단 구해 주기로 했다.

서걱!

“깨갱!”

실체화한 붉은 늑대가 가볍게 검기를 날리자, 사납게 짖던 지옥 사냥개의 목이 날아갔다.

띠링.

[지옥 사냥개를 처치하였습니다.]

“히익! 사, 살려 주세요. 부탁드려요.”

악마 소녀는 붉은 늑대를 보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몸을 덜덜 떨었다.

아무래도 붉은 늑대의 위압감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여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정보가 좀 필요하거든.”

“네, 네! 저 여기 엄청 잘 알아요!”

악마는 진원의 말에 재빠르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음. 진짜로 몬스터가 맞나?’

거기다가 그녀는 상당히 오래 굶주린 듯 전체적으로 말라 있었다.

“우, 우리 집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여기는 무서운 개가 돌아다니거든요.”

“그래.”

몸을 일으킨 악마 소녀는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집에 안내했다.

수많은 천막들을 지나치면서 보이는 악마들.

“뭐야. 얘네들…… 뿔이나 날개 같은 것이 없는데?”

악마들의 특징인 커다란 뿔이나 날개. 그들에게는 그것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가 안으로 들어가서 전부 말해 드릴게요.”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움막으로 들어가자, 악마 소녀는 구석진 곳에서 무언가를 들고 왔다.

“이, 이거…… 제 비상식량이에요. 아까는 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작은 투명한 통에 담긴 괴상한 고기. 그녀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소중한 음식인 듯했다.

“괜찮아. 그것보다 못 먹는 음식 같은 건 있어?”

“아무거나 다 먹을 수 있어요!”

진원은 그녀의 기운찬 대답에 피식 웃으며 상점을 열었다.

‘진짜로 악마 맞아? 되게 착하네.’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는 몬스터였지만, 오히려 힘이 없어 보였다.

거기다 자신이 아끼는 식량까지 건네다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음. 일단 생수를 좀 사고…….’

“우, 우와아!”

악마 소녀는 진원의 눈앞에서 물과 식량들이 떨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눈이 절로 커졌다.

‘식량은 최대한 오래가는 통조림 종류로 사 놓자.’

“저기, 이거 저 주시는 건가요?”

그녀는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 왔다.

침까지 흘려 가면서.

아무래도 통조림들이 음식이라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그래. 일단 이 정도면 당분간은 괜찮을 거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제 이름은 에레나예요.”

“그래. 난 김진원이야.”

자신의 대답에 그녀는 뛸 듯이 기뻐하며 서둘러 눈앞에서 생수와 통조림들을 구석진 곳으로 옮기고, 천으로 꼼꼼하게 가렸다.

“아, 제가 먹을 것에 정신이 팔려서……. 죄송해요. 바로 이곳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꼬르르륵.

“괜찮으니까. 먹고 말해 줘.”

아까부터 에레나의 배에서 배고프다는 소리가 울렸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굶주렸겠지.

“저, 정말요?”

자신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통조림을 두 개 가져왔다.

“끄응…….”

‘아, 깜빡했네.’

고개를 돌려보니 에레나가 끙끙대며 통조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악마 몬스터가 통조림을 열 수 있을 리가 없지.

“이리 줘 봐.”

에레나가 낑낑대는 것을 보고, 통조림을 따서 건네주었다.

“자, 잘 먹겠습니다!”

쩝쩝. 와구와구.

그녀는 진원이 눈앞에 있는 사실도 잊었는지 엄청난 속도로 통조림을 비워 나갔다.

‘허……. 도대체 얼마나 굶었으면.’

“하아, 잘 먹었습니다!”

어느새 깔끔하게 비운 통조림들. 그녀는 입가를 닦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그래서 여기는 던전 맞아?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너 악마 맞지?”

진원은 물을 마시고 있는 에레나를 향해 말했다.

“꿀꺽. 네. 여기는 악마 군락의 최하층이에요.”

“최하층?”

“네. 여기 있는 악마들은 전부 서열 17위 악마인 보티스 님한테 추방당했거든요.”

이어지는 그녀의 설명을 듣자니, 보티스는 전투력이 낮은 악마들을 일정 주기로 모아 뿔이나 날개를 뽑아 버리고 최하층으로 보내 버린다고 했다.

‘그냥 소모품 취급하는 건가.’

굳이 이곳은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악마들이 자신을 적대시하기는커녕, 오히려 두려워했으니까.

“여기가 최하층이면, 다른 층들도 있다는 말이겠네?”

“네! 여기는 최하층인 1층이고, 보티스 님은 최상층의 5층에 계세요.”

“어떻게 하면 그곳으로 갈 수 있어?”

“각 층마다 관리자가 하나씩 있어요. 일정 시간이 되면 최소한의 식량을 받아서 이곳으로 가지고 와요. 그, 그런데요……·.”

설명을 마친 에레나는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머뭇거렸다.

“왜?”

“괘, 괜찮으시면 다른 분들에게도 식량을 나눠 줄 수 있을까요? 관리자가 주는 식량들은, 정말 최소한의 양이고, 그마저도 서로 싸우면서 가져가거든요.”

그러고 보니.

자신이 에레나의 움막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 테니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그녀가 숨겨 놓은 식량 또한 들킬 것이 뻔했다.

‘그래도 이 정도 해 줬으면 됐지.’

하지만 굳이 다른 악마들한테는 해 줄 필요가 없어, 거절하려고 했다.

띠링.

[특별 퀘스트 1- 혁명]

현재 악마 군락 최하층들의 악마는 식량난에 굶주려 있습니다.

완료 조건 : 악마들에게 일정 수준의 식량을 공급하십시오.

제한 시간 : 60분

보상 : 명예 포인트+5, 최하층 악마들이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실패 시 : 특별 퀘스트 2 진행 불가

갑자기 도착한 퀘스트 알림.

‘이건?’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한 진원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마음을 바꿨다.

‘명예 포인트 5만 해도 가치가 있는데, 특별 퀘스트2도 추가된다니. 안 할 이유가 없지.’

“좋아. 그럼 한곳으로 악마들을 전부 모아 줘.”

“정말 도와주시는 건가요? 고마워요, 김진원 님!”

자신의 대답에 에레나는 뛰듯이 밖으로 나갔고, 악마들을 중앙으로 모았다.

“여러분들! 지금 식량을 얻을 수 있어요! 다들 모여주세요! 인간이신 김진원 님이 은혜를 베풀어 주신대요!”

그녀의 말에 천막에 숨어 있던 악마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다.

“그게 정말인가?”

“도대체 저분은 누구시지? 겉보기에는 그냥 인간처럼 보이는데…….”

“마력이 엄청나. 72 악마 중 한 분일지도 몰라. 해동을 조심해라.”

웅성웅성.

어느덧 수많은 악마가 중앙으로 모였고, 진원이 서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놈들은 전부 툭 치면 쓰러질 것같이 비쩍 말라 있었다.

‘하나같이 전부 굶주려 있네.’

자신이 에레나에게 건네준 통조림은 개당 1골드. 현금으로 친다면 상당히 비싼 금액이다.

‘골드야 A급 던전에만 들어가도 상당히 수급이 되니까.’

진원은 바로 상점을 열고, 통조림 400개를 구매했다.

‘대략 눈에 보이는 건 100명 정도니까. 이 정도면 당분간 괜찮겠지.’

촤라라락-.

“어? 어어? 먹을 건가?”

“네! 저거 엄청 맛있어요! 제가 따는 법 알려 드릴게요!”

악마들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통조림들을 보고 군침을 삼켰지만, 그 누구도 먼저 나서지는 않았다.

그가 먹어도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먹어도 된다. 단, 서로 싸우지는 마라.”

“가, 감사합니다, 김진원 님!”

“머, 먹을 거다! 식량이 이렇게 넘쳐난다!”

“밀지 마라! 천천히 가져가!”

우걱우걱. 찹찹. 쩝쩝.

수많은 악마들은 말도 없이 통조림을 비워 나갔다.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알림 음이 들려왔다.

띠링.

[특별 퀘스트 1- 혁명을 완료하였습니다.]

[명예 포인트 5가 지급되었습니다.]

[특별 퀘스트 2가 추가됩니다.]

[특별 퀘스트 2- 혁명]

당신은 최하층에 위치한 악마들의 추앙 대상이 되었습니다. 최상층에 위치한 보티스를 처치하여 혁명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완료 조건 : 악마 군락 최상층에 서식하는 보티스를 처치.

제한 시간 : 3일

보상 : 악마 군락에 있는 모든 악마가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실패 시 : 최하층의 악마들이 적으로 돌아섭니다.

“김진원 님, 보잘것없는 저희들을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당신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보티스를 처치해 주십시오!”

퀘스트 내용을 읽기가 무섭게, 추방된 악마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감사를 표했다.

‘잠깐만. 이놈들이 내 말에 복종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새롭게 투자할 곳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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