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85화 (85/200)

85. 악마 군락-1

대천사 길드의 지하 시설.

쉬익. 쉬익.

“크으!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피를 더 가져와라!”

수혈 팩을 쥐어짜듯이 목으로 들이붓던 악마, 할파스는 잘려 나간 팔을 보며 성난 듯이 콧김을 뱉었다.

“여, 여기 있습니다!”

그 말에 신도들은 서둘러 수혈 팩들을 상자째로 날랐다.

“역시 인간의 몸은 상당히 불편하군.”

지난번, 진원과 송현성에게 받은 피해가 꽤나 컸던지 곳곳에 상처가 남아 있었다.

강력한 내구성과 재생력이 그의 강점이었지만, 손명유의 육체가 그의 능력을 견뎌 내질 못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할파스 님.”

이연우가 수혈 팩 하나를 들고 할파스에게 가져가자, 그는 그것을 사납게 낚아챘다.

“흠, 당분간 육체를 길들일 필요가 있겠어.”

벌컥벌컥.

‘흠, 본래의 할파스의 힘은 겨우 이 정도가 아닐 텐데.’

이연우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할파스의 힘을 시험해 보려고 일부러 떡밥을 뿌렸는데, 오히려 김진원에게 죽을 위기에 처할 줄은.

‘역시 인간의 육체로는 한계가 있는 건가.’

그의 눈앞에 쌓인 수많은 수혈 팩들. 저것들은 전부 대천사 길드, 신도들의 피였다.

현재 경찰과 협회가 대천사 길드를 세밀히 관찰하고 있으므로, 눈에 띄는 행동은 최대한 줄여야 했다.

‘저만 한 악마를 둘, 아니, 하나만 더 소환할 수 있어도.’

자신이 예전부터 바랬던 대규모 정화를 실행하는 것은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은밀하게 숨어 있을 필요는 없다.’

***

타이거 길드의 길드장실.

타다닥. 타닥.

신혜진은 노트북으로 뭔가 화난 듯 타자를 치고 있었다.

[야쓰오 : 붸인님. 티어 승급전이네요.]

[붸인 : 네? 그래서요?]

[야쓰오 : 짖어 보셈.]

[붸인 : 미쳤냐?]

[야쓰오 : 아님 던짐 ㅅㄱ.]

[붸인 : 야 이 미친 새끼야! 시작부터 뭐 하는 개×랄이야. 뒈지고 싶냐?]

[야쓰오 : 왈왈왈왈왈.]

“아악! 진짜 전설의 연합 개 ×망겜! 이번 판만 이기면 실버로 승급인데! 아아악!”

탕! 탕!

열 받은 그녀는 탁자를 연속으로 힘껏 내려쳤다.

흔히들 말하는 샷건(?)이었다.

“야, 지금 들어가도 되냐?”

“후우, 그래 들어와.”

그녀는 밖에서 진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음을 진정시키며 노트북 전원을 껐다.

“도대체 내가 놀랄 만한 게 뭐길래 그래?”

평소에는 연락이 없다 싶은 진원이다.

혹시나 데이트라도 하자는 말을 꺼낼까 싶어, 어떻게 놀려 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야, 너 지금 길드에 있지? 엄청난 아이템 하나 찾았거든. 너랑 딱 맞을 것 같아서.

……라며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운 좋게 구했지. 창이라서 너한테 먼저 연락한 거야. 아마 이거 하나밖에 없을걸?”

“어? 뭐야 그게? 헉!”

진원이 들고 있는 푸른색을 띤 창.

그 옵션을 확인하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

[아이템 : 게이볼그-프로토타입]

신화의 무기를 재현하려 했으나, 실패한 무기. 그러나 파괴력과 내구성은 일품이다.

종류 : 무기

등급 : 유니크

공격력 +32

효과 : 관통력 +60퍼센트

레벨 제한 : 40 이상

그녀의 반응을 살피던 진원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꽤나 좋은 아이템인가 보네.’

상점이 업데이트되고 추가된 무기는 두 개. 그중 하나가 게이볼그-프로토타입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메시아가 일어나면 줘야겠어.’

두 개의 장비를 구매해서 4천 골드 가까이 모았던 재화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충분히 구매할 가치는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꿀꺽.

“그, 그거, 나한테 주러 온 거야?”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주러 온 거긴 한데, 장난이나 쳐 볼까.’

예전, 그녀는 도움이 필요하던 때에 100억이 넘는 아일랜드 티켓을 선뜻 건네줬다.

직업도 등급도 없는 플레이어였던 자신에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매물은 이거 하나밖에 없는데. 거래소에 올리면 부르는 게 값일걸?”

“자, 잠깐만 기다려 봐! 거기 그대로 있어!”

장난스럽게 말을 뱉었지만,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진원을 다그치며 길드장실에서 나갔다.

“야, 잠깐만. 방금 건 그냥 장난…….”

그러나 신혜진은 그가 말을 끝맺을 새도 없이 빠르게 나갔다.

“흠, 일단 기다려 볼까.”

창은 적당히 벽면에다가 세워 두고, 소파에 앉아 기다리길 30분 정도 지났을까.

“길드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과합니다. 물론 진원 씨에게 투자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지만…….”

“태우 오빠, 그러니까 직접 보고 결정해. 충분히 가치가 있는 무기라니까?”

밖에서 들뜬 듯한 그녀의 목소리와 그것을 말리는 김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그럼 일단 보고 결정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제 결정은 변하지 않을…… 음?”

문을 열고 들어온 김태우는 벽에 세워져 있는 창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이건…….”

“맞지? 이 정도면 괜찮잖아.”

“확실히. 이만한 효과를 가진 무기는 그렇게 흔치 않습니다. 거기다가 창이기도 하니까요.”

무기의 효과를 확인한 김태우는 납득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플레이어들은 다루기 쉬운 칼이나 단검을 선호했다.

그만큼 매물도 많았으며, 구하기도 쉬웠기 때문.

“그럼 괜찮지, 오빠?”

신혜진은 김태우를 쳐다보며 허락을 구했다.

그는 길드의 행정실장이며, 경영에 대한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그녀가 아무리 타이거 길드의 수장이라고 해도, 길드의 예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후, 상당히 괜찮은 무기니까 이번에는 허락하겠습니다.”

“나이스!”

김태우는 신난 듯 주먹을 꽉 움켜쥐는 그녀를 뒤로하고, 진원에게 다가가 검은색 티켓을 하나 건네주었다.

“상당히 구하기 힘든 무기를 주셨으니, 이것을 드리겠습니다.”

“네? 딱히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이전에 도움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그러기엔 게이볼그의 가치가 너무나도 높습니다.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아이템 : 악마 군락 입장권]

죽고 싶지 않다면 사용할 생각도 하지 말라.

종류 : 기타

등급 : 유니크

효과 : 악마들이 거주하는 군락으로 이동합니다. 혼자서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던전 입장권인가요?”

“타이거 길드가 만들어진 초기에 구하게 된 아이템입니다. 매물은 지금까지 단 두 개가 풀렸습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악마 군락 입장권은 지금까지 중국과 한국, 단 두 곳에서만 드랍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세계 플레이어 랭킹 4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S급 플레이어 왕첸. 그가 이곳에서 특별한 보상을 얻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보상.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말이다.

“진원 씨 정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클리어 가능하실 겁니다만 대비는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저도 이전에 느낀 것들이 있어서요.”

악마형 몬스터들은 레벨에 비해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성력에 취약했으니.

‘이번엔 대비를 확실하게 해야겠어.’

간단히 인사를 남기고 길드장실을 나서려던 진원에게, 신혜진이 말을 걸어왔다.

“아, 맞다. 너 길드 창설 예정이라며?”

“그래.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청은 미리 해 놨지.”

“길드 명이 뭐야?”

“엘리트.”

“푸흡, 뭐야. 중2병 걸린 사람이 지은 것 같은데. 설마 네가 지었어?”

그녀는 진원의 대답에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히죽거렸다.

“시끄러워. 타이거 길드도 만만찮거든? 볼일 없으면 이제 간다.”

“아, 맞다. 저번에 A급 던전에 용병으로 와 달라고 한 거. 그거 안 와도 괜찮을 거야.”

“그래? 그럼 나야 좋지만.”

진원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나가자, 김태우가 입을 열었다.

“길드장님, 그래도 A급 던전인데 좀 아깝지 않나요.”

“뭐? 쟤 데리고 가는 거? 말도 마.”

신혜진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쟤 데리고 가면 경험치란 경험치는 다 뺏길걸?”

***

그 뒤, 진원은 악마 군락으로 향하기 전 대비를 하기 위해 플레이어 거래소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플레이어님. 아이템 등록하러 오셨어요?”

여직원이 진원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성수를 구하고 싶은데, 매물이 있나요?”

“성수 말인가요? 그게…….”

이어지는 여직원의 설명.

얼마 전, 플레이어 협회를 습격한 악마형 몬스터 때문에 비주류 아이템인 성수가 엄청난 속도로 팔렸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남은 건 상급 성수와 최상급 성수밖에 없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네. 일단 보여 주세요.”

[아이템 : 최상급 성수]

평범한 물처럼 보이지만 언데드형 몬스터나 악마들에게는 독약과도 같다.

종류 : 비약

등급 : 유니크

효과 : 300초 동안 언데드나 악마들에게 피해 증폭 +70퍼센트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한 진원은 얼마나 구매할지 고민에 빠졌다.

상급 성수는 개당 1,000만 원.

최상급은 4,000만 원.

‘상급이랑은 효과가 20퍼센트 차이가 나는데, 가격은 4배나 비싸네.’

하지만 자신이 나중에 들어갈 곳은 악마 군락. 투자를 아끼지 않기로 했다.

‘그곳이 어떤지 정보가 없기도 하고. 일단 최대한 사 두자.’

“있는 대로 전부 주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플레이어님!”

그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여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아이템들을 꺼내 왔다.

“아, 그리고 혹시 신성력이 붙어 있는 장비도 볼 수 있을까요?”

“네. 그럼 이쪽으로 따라와 주세요.”

여직원은 진원을 아이템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로 안내했다.

“이쪽에 성기사나 신성기사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모아 놓았습니다.”

“음…….”

아이템들을 하나씩 읽어 보았지만, 하나같이 제한이 있었다.

‘역시 신성력 스텟이 없으면 안 되나.’

혹시나 예외가 있을 줄 알고 둘러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래도 성수를 최대한 구입했으니, 괜찮겠지.’

“플레이어님, VIP 전시실도 따로 있는데, 한번 둘러보시겠어요? 그곳에는 고가품만 따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여직원은 진원이 살짝 실망하는 표정을 짓자 얼른 알아차리고 말을 걸었다.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진원이 여직원을 따라 들어간 방은 장비들 하나마다 두꺼운 유리 장식장 안에 보관되고 있었다.

“여기 있는 아이템들은 전부 유니크 등급입니다. 천천히 둘러보세요.”

그는 아이템들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문득 괜찮아 보이는 옵션을 발견하고, 여직원에게 물었다.

“이거는 얼마나 하나요?”

“아, 마법사의 스니커즈 말인가요? 3억 4천만 원입니다.”

[아이템 : 마법사의 스니커즈]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마력을 품고 있다.

종류 : 장비

등급 : 유니크

효과 : 마력+15

겉으로 보기에는 유명 브랜드의 신발같이 생겼다. 효과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무난하고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진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은 돈은 대략 15억인가.’

계좌의 잔고를 한 번 확인하고, 여직원에게 구입하겠다고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플레이어님!”

그러자 여직원은 기쁜 듯이 대답하고 작성할 서류를 들고 왔다.

보통 VIP실에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은 몇 시간이고 아이템들을 세심하게 둘러보는데, 고작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구매를 결정하다니.

‘내가 이래서 진원 씨를 차별한다니까.’

그가 가져오는 아이템들이 빠르게 판매되는 것에는 여직원의 작은 도움이 있었다.

물론, 본인은 알 리가 없겠지만.

띠리리. 띠리리.

“뭐야. 은식이네.”

거래소 밖을 나오자, 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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