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84화 (84/200)

84. 불꽃 남자 김진원-5

[할파스]

설명 : 악마 술사에 의해 소환된 악마. 72악마 중 28위의 서열을 가지고 있다.

현재 플레이어, 손명유의 몸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약간 불안정하다.

-공략 포인트 : 악마형 몬스터들은 신성력이 담겨 있는 스킬이나 정화 스킬에 약한 모습을 보여 준다.

- 레벨 : 58

- 신뢰도 : 80퍼센트

‘분명히 중상을 입거나 죽었을 텐데.’

예전에 자신이 손명유의 손에 쥐여 준 폭탄.

그 당시에는 정말 죽일 생각이었는데 살아 있었다니.

“흠, 인간의 몸이라 그런 건가. 길게 싸워 봐야 앞으로 10분 정도겠군.”

할파스는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몸 상태에 불만감을 표시했다.

“그래도 김진원, 네놈을 상대하는 것에 부족함은 없겠지.”

놈은 그대로 자세를 낮추고, 주먹을 쥐어 진원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

진원 역시 놈의 공격에 대비했다.

쿵. 쿵. 쿵.

“크아아!”

할파스가 괴성을 지르며 진원을 향해 돌진했다.

육중한 덩치에 비해 상당히 날렵한 속도였다.

쿠웅!

그러나 갑작스럽게 그의 눈앞에서 생성된 황금색의 벽은 할파스가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 주었다.

“이건 신성력이 담겨 있군.”

놈은 그대로 벽과 거리를 두고 물러났다.

“뭐지?”

진원이 의문을 느끼자, 등 뒤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진원 씨, 늦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황금색의 갑옷으로 온몸을 무장한 성기사 송현성이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놈은 악마형 몬스터입니다. 제가 전방에서 방어를 맡을 테니 공격을 부탁드립니다.”

“그러죠. 그런데 저놈, 생각보다 힘이 강합니다.”

그러자 송현성이 한쪽 팔을 들어 자신이 들고 있는 토르의 망치에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토르의 망치에 신성력이 부여되었습니다. 10분 동안 악마 몬스터에 대한 공격력이 50퍼센트 증가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송현성은 짧은 대답을 남기고 앞으로 달려갔다.

자신의 몸집만 한 방패를 든 채로.

“귀찮은 녀석이 붙었군. 이 할파스가 이대로 물러날 것 같으냐!”

황금색의 벽이 사라지자, 할파스는 으르렁대며 전방에서 방패를 들고 있는 송현성에게 접근했다.

“헙!”

송현성은 방어 스킬인 성스러운 방어막을 사용하고, 그 위에 추가로 신성력을 둘렀다.

그러자 그의 몸이 백색과 황금색으로 일렁였다.

쉬익- 팅! 팅!

그러나 할파스는 개의치 않고 공격을 강행했다.

진원은 놈이 송현성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토르의 망치를 힘껏 던졌다.

“뒈져라!”

쉬익- 빠악!

“크아악!”

이전과는 다르게, 망치에 신성력이 부여되어 있어 놈은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허업!”

놈이 진원에 공격에 잠시 휘청거리자, 송현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방패에 신성력을 담아 힘껏 타격했다.

퍼억!

“크악!”

놈은 복부를 움켜쥐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안 놓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진원은 다시 되돌아온 토르의 망치를 들고 놈의 머리를 조준해 힘껏 던졌다.

쉬익- 뻐억!

“크으……. 우쭐대지 마라아아아!”

놈은 이어지는 협공에 잔뜩 성이 났는지 괴성을 질렀다.

그러나 신성력이 담긴 공격이 효과가 있었는지, 할파스는 이마에서 시꺼먼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는데.’

뒤에 도착한 송현성의 도움으로 인해 놈을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이대로 놈과 적당히 소모전을 해 가며, 칼날 폭풍의 대기 시간을 기다리면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뭐냐! 난 아직 멀쩡하다! 헛짓거리하지 마라!”

성난 듯이 괴성을 질러 대던 할파스의 발밑으로, 갑자기 붉은 마법진이 생겨나 빛을 발했다.

“이대로 보내 줄 것 같냐? 얘들아!”

“맡겨 주십시오.”

“예!”

“키기긱!”

진원은 놈이 도망치려는 낌새가 보이자, 소환수들을 전방으로 보내고 자신도 토르의 망치에 힘을 실었다.

“크으!”

놈은 접근해 오는 진원의 소환수에 대항하려 했지만, 마법진에 속박된 듯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드르르륵! 화르륵! 퍼억!

“크아아악! 김진원, 힘을 되찾고 와서 네놈부터 죽여 버리겠다!”

결국 할파스는 그대로 진원과 소환수들의 공격을 허용하게 되었다.

놈의 육체가 약해져 있었는지, 붉은 늑대의 참격에 팔 하나가 잘려 나가면서 모습이 사라졌다.

“후우, 일단 급한 불은 끈 듯하군요.”

앞쪽에서 방어 태세를 유지하던 송현성이 진원에게 다가왔다.

“네. 일단은요. 하지만 놈이 도망쳤으니 나중에라도 올 겁니다.”

“음, 던전 브레이크라고 볼 수는 어렵겠군요. 진원 씨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을 보니.”

저런 형태의 악마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단순무식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악마.

자신이 신성력을 힘껏 둘렀음에도, 전신으로 상당한 충격이 전해져 왔었다.

“저거, 아마도 손명유입니다. 송현성 씨 길드의 플레이어요. 지금은 완전히 다른 놈이 된 것 같지만.”

“……예?”

진원의 말에 송현성은 순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얘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는 건지.

“이거 한번 보시죠.”

진원은 몬스터 백과사전에 담겨 있는 정보를 송현성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헉!”

레전더리 아이템. 그것도 몬스터의 정보를 담아내는, 상당한 가치를 가진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아이템의 가치에 놀랄 틈은 없었다.

사전에 담긴 정보. 그것은 방금 도망친 악마가 손명유의 육체를 가진 악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치겠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안 그래도 그한테는 빚이 있다. 그래서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히 행동했는데.

“아, 이거 가끔 잘못된 정보를 알려 주거든요. 신뢰도가 80퍼센트니 뭐, 거짓일 수도 있죠.”

진원은 안절부절못하는 송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눈을 보면, 손명유가 악마라는 사실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진원 씨.”

“뭐, 이번 일은 방금 걸로 퉁치죠.”

“예?”

송현성이 곧바로 머리를 숙여 사과하자, 진원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퉁치다라는 뜻이 뭐지?’

정작 단어의 뜻을 못 알아들은 송현성은 불안해하며 눼이버에 단어를 검색했지만.

***

그로부터 3일이 지났다.

악마형 몬스터가 협회를 습격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리게 했다.

특히,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었다.

이에 경찰은 플레이어의 범죄에 가능성을 두며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악마는 S급 플레이어인 김진원과 송현성에 의해 큰 피해를 입고 도망쳤다고 보도하며 시민들을 최대한 진정시켰다.

“와, 최은식 이놈은 도망치라고 밀어 놨더니 영상을 찍고 있었냐? 진짜 얘도 어지간하네.”

현재 진원은 자신의 유투브 채널을 감상하고 있는 중이다.

은식 씨, 그냥 뒤로 빠져요! 그러다가 크게 다칩니다!

이 장면은 절대로 놓칠 수 없어요! 저거 봐요! 악마가 정신도 못 차리고 두들겨 맞고 있다고요!

어느새 업로드된 새로운 영상.

자신과 송현성이 합세해 악마 할파스를 격퇴하는 동영상은 자신의 채널, 불꽃 남자 김진원이 유일했다.

띠링.

[명예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포인트가 그냥 쭉쭉 오르네.”

편집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이번 동영상은, 아무래도 생생한 현장감 덕분인지 상당한 조회 수와 댓글을 기록하고 있었다.

순한 맛 무 : 야, 저 아저씨 뭔데. 열정 봐. ㅋㅋㅋ . 미친 거 같아.

침대 위의 호널드 : 악마 두들겨 맞는 거 보소. 덩치는 되게 큰데 그냥 샌드백 수준으로 쳐 맞네. ㅋㅋ.

이이잉 : 아, 저기 칼춤 추는 형님 되게 멋있는 부분입니다. 한국을 침략하려 했지만 어림도 없는 부분이죠.

“지금까지 모인 게 23포인트인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네.”

진원은 명예 포인트가 얼마나 모였는지 확인한 후 미리 구입해 둔 행운의 랜덤 아이템 박스를 열었다.

“일단 이건 내가 가지고, 그냥 랜덤 아이템 박스는 은식이라도 줄까.”

지난번 전투로 인해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진원은, 이때 처음으로 장비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그동안 안일하긴 했어.”

보통 던전을 다니는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착용할 수 있는 장비들은 최대한 몸에 두르고 다녔다.

정작 본인은 액세서리 한 개와 무기만 달랑 들고 다녔었지만.

“업데이트권? 이건 뭐지?”

잠시 후, 아이템 박스에서 빛을 발하며 나온 것은 작은 티켓 한 장.

[아이템 : 상점 업데이트권]

상점을 업데이트합니다.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됩니다.

종류 : 기타

등급 : 유니크

효과 : 상점의 장비 창 업데이트

“마침 어떤 아이템들을 맞출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됐네.”

진원은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업데이트권을 사용했다.

띠링.

[상점의 업데이트를 시작합니다. 대기 시간 : 5분]

딩동.

가만히 대기 시간을 기다리고 있자, 누군가 현관 벨을 눌렀다.

“송현성? 왜 여기에 온 거야?”

모니터를 통해 확인해 보니, 피닉스 길드의 길드장 송현성이 정장 차림을 하고 자신을 찾아왔다.

“김진원 씨, 지난번 실례에 대해 개인적으로 보상을 하고 싶습니다.”

“실례요? 아…….”

얼마 전 악마형 몬스터가 협회를 공격했던 사건을 말하는 듯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어 주니, 그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인 뒤 작은 상자를 건네주었다.

“진원 씨가 소환사 계열 플레이어니, 꽤나 도움이 될 겁니다. 원래는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을 드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말입니다.”

송현성은 사건이 있었던 날, 그가 악마형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밖으로 누설할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피닉스 길드의 손명유가 악마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야말로 끝이었으니.

“주신다고 하니 일단 받겠습니다.”

“가족분의 일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그럼.”

송현성은 그 뒤, 바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상자가 작아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액세서리 같긴 한데, 그래도 꽤나 쓸 만하다고 하니 확인해 보자.”

딸깍.

반지가 들어 있을 법한 작은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아이템의 효과를 읽어 내려가던 진원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템 : 주술사의 고리]

주술사 중에서도 강력한 자만이 착용할 수 있었던 반지.

종류 : 장신구

등급 : 유니크

효과 : 지배력 +20

“지배력 스텟을 20이나 올려 주네. 거기다가 장비 중에서 제일 비싼 장신구.”

플레이어의 장비는 무기를 제외하고, 최대 다섯 개까지의 효과만 받을 수 있었다.

그 이상 착용한다고 한들, 무게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장신구들이 참 편해. 눈에 띄지도 않고, 크게 불편하지도 않고.”

띠링.

[상점의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뱀의 허물을 닮은 반지를 감상하고 있자니, 업데이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건 그렇고, 할파스가 28위의 악마라는 말이지.”

놈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송현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상당히 고전했을 법한 느낌이 들었다.

“놈보다 강한 녀석도 나타날 수 있으니, 최대한 스펙을 올려야겠어.”

상점에 어떤 장비들이 추가되었나 확인한 진원은 씨익, 웃으며 곧바로 타이거 길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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