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81화 (81/200)

81. 불꽃 남자 김진원-2

‘김진원.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강하다.’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던 남성은 대천사 길드의 고위급 간부, 이연우였다.

‘레벨에 비해 스텟들이 너무 높아.’

그는 효과가 다한 만능 돋보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대상의 정확한 스텟과 남은 분배 포인트까지 알려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가만 20억이 넘어갔다.

현재 자신이 구할 수 있는 물품 중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거기다가 미분배 스텟도 많이 남아 있었고.’

S급 플레이어라 당연히 추가 스텟이 붙어 있는 것은 예상했지만, 레벨 50에 비해 그가 가진 스텟이 너무나도 괴랄했다.

‘계획을 앞당길 필요가 있겠어. 김진원은 최소 70레벨로 취급해야 한다. 거기다…….’

김수환. 그 역시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연우가 그의 아픈 딸을 빌미로 삼아 의뢰한 범죄.

혹시라도 김진원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뻔했다.

‘도대체 희석된 엘릭서는 또 어디서 얻은 거지?’

우연히 병실 옆을 지나치던 간호사가 그 장면을 목격했다.

대천사 길드의 신도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녀는 곧바로 자신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거의 다 와서 일이 꼬이다니, 이거 골치 아프네.’

***

A급 던전의 포탈 앞.

최은식은 성능이 좋아 보이는 카메라 세 대를 목에다가 걸고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

“오빠, 저 사람 또 왜 저래요?”

“A급 던전인데 카메라를 왜 그렇게 들고 와요? 어? 그런데 그쪽은 누구세요? 진원 오빠랑 아는 사이예요?”

“저야 뭐, 진원 오빠랑 D급 던전부터 같이 공략한 멤버죠. 반고정 파티 같은 느낌?”

그런 그를 손하윤과 은지희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둘은 서로를 견제하듯이 날카로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얘들 괜히 데려왔나.’

그냥 돈 받고 인원수 채워 줄 플레이어들만 뽑을걸. 괜히 귀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형, 제 생각에는 유투브를 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아요!

전날, 명예 포인트에 관련해서 최은식에게 살짝 물어보자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하면서 먼저 통화를 끊었었다.

“다들 이거 하나씩 들어 주세요.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최은식은 은지희와 손하윤에게 카메라를 하나씩 건네준 뒤, 설명을 위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형이 유투브를 시작할 거라서요. 물론 주제는 플레이어나 던전에 관련된 콘텐츠입니다.”

“유투브요? 굳이?”

이어지는 그의 간단한 설명을 듣던 은지희는 의문을 표시했다.

‘오빠 정도면 던전만 적당히 돌아도 돈을 쓸어 담을 텐데.’

유투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세계적인 사이트였다.

광고나, 자신이 유명해지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은 돈으로 귀결되었다.

“네. 형의 명예 포인트를 모아야 하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게 최고죠!”

“명예 포인트가 뭐예요?”

“그냥 형의 스킬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은식은 그녀들에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확실히 명예 포인트를 벌 수 있다면 유투브만 한 곳이 없긴 하지.’

던전 공략 콘텐츠를 제작해서 업로드하는 플레이어는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그래 봤자 D급에서 E급이 대부분이었으며, A급이나 B급 같은 경우에는 대형 길드에서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공략 영상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자기들끼리 다 해 처먹겠다는 거지 뭐. 거기다가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고.’

최은식에게 유투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이트에 접속해 살펴보니 플레이어에 관한 콘텐츠는 메마른 사막과도 같았다.

‘나한테 압력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가만히 당하지는 않을 거지만.’

애초에 S급 플레이어한테 압력을 가할 배짱 큰 길드는 거의 없겠지.

‘어제 있었던 강의에서 포인트를 벌었으니까, 유투브로도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겠어.’

“형, 그리고 제가 채널명을 잠도 안 자고 정말 열심히 생각해서 지어 봤습니다!”

어느새 카메라 세팅을 마친 최은식이 자신에게 다가와 스마트폰으로 개설된 유투브의 채널을 보여 주었다.

“이게 뭐냐. 불꽃 남자 김진원?”

“네!”

“이게 내 채널이라고?”

“그럼요!”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모티브로 만든 유치찬란한 채널이었다.

귀찮아서 녀석한테 적당히 맡겼더니 이런 짓을 해 놨을 줄이야.

“꽤나 괜찮죠? 이 디자인은 유명한 아티스트한테 외주를…….”

“이걸 이름으로 지었다고? 미쳤냐? 당장 바꿔!”

마치 자신을 칭찬해 달라는 눈빛을 보낸 최은식이었지만, 돌아오는 진원의 반응은 냉랭했다.

“네? 아니, 이것만큼 강렬하고 효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서 만든…….”

최은식은 움츠러들면서도 불꽃 남자를 고집했지만, 손하윤과 은지희 또한 그에게 일침을 가했다.

“아니, 불꽃 남자가 뭐예요? 지으려면 요즘 트렌드를 따라야죠! 진원 TV라던가, 진원 투브라던가!”

“와, 네이밍 센스 진짜 거지같네.”

그는 계속되는 주변의 압박에 결국 채널 이름 변경 버튼을 눌렀다.

“어? 형.”

“바꿨냐? 그냥 김진원으로 바꿔.”

“너무 빨리 변경하는 것은 안 된다고 뜨는데요?”

“……일단 한 대 맞자.”

***

“오빠, 앞에 몬스터들이요!”

전방에서 에메랄드 피부색을 가진 포이즌 머메이드를 발견한 손하윤이 작은 목소리로 알렸다.

“잠깐만. 뒤에 빠져 있어 봐.”

진원은 파티원들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조금 전 캐시샵에서 구입한 몬스터 백과사전을 사용했다.

띠링.

[포이즌 머메이드]

설명 : A등급 던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 주로 늪지대나 물이 있는 맵에서 나타나며 간혹 B급 던전에서도 1~2마리 정도가 돌아다니곤 한다.

-공략 포인트 : 삼지창에 강력한 독이 발라져 있기 때문에, 탱커의 역할이 중요하다. 놈들의 거품은 원거리 공격의 피해를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레벨 : 48

-신뢰도 : 70퍼센트

‘흠,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가.’

확실히 편리하다. 이 정도로 자세히 알려 준다면 앞으로 있을 던전 공략에도 꽤나 도움이 될 듯했다.

“어? 형, 그거 레전더리 아이템……·.”

“와, 나 실물로는 처음 봐.”

“오, 오빠, 그거 어디서 얻었어요?”

파티원들은 진원이 꺼낸 두꺼운 책자를 보고, 저마다 입을 크게 벌리며 감탄했다.

탁.

그들의 반응을 가볍게 흘려 넘긴 진원은, 몬스터 백과사전을 덮고 상태 창을 열어 지배력에 스텟을 투자했다.

[스텟]

근력 : 70 민첩 : 60 체력 : 50 마력 : 100 지배력 : 100

미분배 포인트 : 5

‘주요 스텟들이 100을 넘겼으니, 별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그리고 자신들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포이즌 머메이드들에게 마구 : 칼날 폭풍을 사용했다.

“흡!”

쉬익! 드드드드드.

“끼에에엑!”

“끄에에에!”

A급 던전의 포이즌 머메이드들이 진원이 사용한 스킬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줄줄이 쓰러져 나갔다.

띠링.

[포이즌 머메이드를 처치하였습니다!]

[포이즌 머메이드를 처치하였습니다!]

[포이즌 머메이드를 처치하였습니다!]

[붉은 늑대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붉은 늑대가 40레벨을 달성해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몬스터들은 원거리 공격의 피해를 크게 감소시키는 거품을 두르고 있었지만, 마구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송곳은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이 시원스럽게 몬스터들의 몸을 꿰뚫었다.

“와……. 근데 진원 오빠 저번보다 훨씬 세진 거 같지 않아요?”

그 와중에 손하윤은 카메라를 들어 진원이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장면을 담아 내면서도 감탄사를 입 밖으로 뱉었다.

포이즌 머메이드들이 들고 있는 삼지창에는 강력한 독이 묻어 있다.

그래서 탱커들이 어그로를 잘 끌어 주면서 싸워야 하는 까다로운 몬스터에 속했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저 사람은 상식이 통하지 않아.”

은지희가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어느새 나타난 진원의 소환수들은 독 따윈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이 중앙으로 뛰어들어 몬스터들의 진형을 무너뜨렸다.

“살짝만 닿아도 바로 중독되어서 의식을 잃게 되는 독인데……·.”

15명 이상의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합을 맞추며 공략해 나가는 A급 던전은 평균 생환율이 70퍼센트 정도였다.

15명 중의 3명 이상은 죽는다는 수치다. 그런데…….

‘그냥 가볍게 운동하는 느낌밖에 안 들어.’

솔직히 S급 플레이어의 던전 공략에 함께한다면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에게 매달려 가며 부탁했는데.

“그냥 다 쓸어버리는데 뭘 보고 배워야 하는 건지.”

“그거야 뭐, 형이니까요.”

은지희가 혼자서 감상에 빠져 있는 와중, 최은식은 별 감흥 없이 영상을 촬영하며 어떻게 하면 진원을 가장 멋있게 담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혹시 몰라서 장비를 단단히 챙겼지만, 이대로면 딱히 사용할 일은 없을 듯했다.

“형, 이제 슬슬 보스가 나올 것 같은데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요?”

최은식은 몬스터들을 적당히 처리하고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포션을 마시고 있는 진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괜찮겠지. 포이즌 머메이드들이 생각보다 너무 약해서. 거기다가 이것도 있고.”

그는 최은식에게 걱정 말라는 듯 몬스터 도감을 흔들어 보였다.

***

[보스 : 독성 이끼거인]

보스와 전투를 시작한 지 약 10분.

진원을 제외한 파티원들은 보스가 뿌려 대는 독 안개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뒤로 물러났다.

“파이어볼! 보스한테 최대한 갈겨!”

“예!”

“키긱!”

띠링.

[꼬마 마도사가 버스트를 사용합니다. MP를 100 소모합니다.]

[꼬마 임프가 지옥불 투척을 사용합니다. MP를 100 소모합니다.]

위쪽에 자리를 잡은 소환수들은 진원의 지시에 화염 스킬들을 빠른 속도로 연사했다.

화악! 확! 파아악!

“우어어어어!”

10m에 육박하는 덩치를 가진 보스의 피부를 무성하게 덮고 있는 이끼들은, 소환수들이 쉬지 않고 날려 대는 스킬들에 의해 조금씩 타들어 갔다.

퍼억! 서걱!

그리고 진원과 붉은 늑대는 보스의 그을린 피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으어어어!”

“어딜 헛짓거리를 하려고!”

그는 성이 난 듯 주먹을 위로 치켜세우는 이끼거인의 머리를 향해 힘껏 토르의 망치를 던졌다.

쉬익- 빠악!

“그어어어…….”

머리를 얻어맞은 이끼거인은 힘 빠진 소리를 내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로기다! 얘들아!”

“맡겨 주십시오.”

“예!”

“키긱!”

띠링.

[붉은 늑대가 스킬 : 귀신 태우기를 사용합니다. MP를 500 소모합니다.]

붉은 늑대의 귀신 태우기를 시작으로, 소환수들이 각자 스킬들을 사용해 그로기 상태의 보스를 노렸다.

“크어어어어!”

놈은 이어지는 강력한 공격들에 위협을 느꼈는지 몸에서 시꺼먼 독 안개를 짙게 뿜어냈지만, 이미 승부는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형! 이 정도면 최고의 영상을 뽑을 수 있겠네요!”

멀리서 카메라로 진원을 촬영하던 최은식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최은식 씨, 그 이상 가까이 가시면 독에 중독돼요!”

은지희는 그의 겁 없는 행동에 어이가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진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은식아, 방패 가져왔지? 지금 바로 방어 스킬을 준비해! 빨리!”

“저, 저거 왜 저래요?”

“모두 제 뒤로 오세요! 빨리!”

보스의 상태를 본 최은식은 서둘러 방패를 장비하고 스킬을 사용했고, 은지희 또한 배리어 스킬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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