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79화 (79/200)

79. 귀환

대천사 길드의 지하 연구실.

수많은 보안 장치와 더불어 입구를 지키는 경호원들은, 이연우를 보자마자 칼같이 인사하고 문을 열어 주었다.

그에게만큼은 복잡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와 계셨군요.”

이연우는 연구실에서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손명유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건 언제 완성되는 거지?”

손명유는 10미터 떨어진 작업대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건틀릿 형상의 무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 당신의 전용 무기 말씀이시군요. 앞으로 두 달 이상은 더 걸리지 않을까요? 저래 보여도 레전더리에 근접한 성능을 자랑하는 장비거든요.”

그는 이연우의 대답이 불만스러운지 거친 숨을 내뱉었다.

“후우.”

꾸준한 약물 투여와 아이템들의 효과로 인해, 그의 덩치는 오크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또한 커진 덩치에 비례하듯 부푼 근육들은 겉으로만 봐도 상당한 완력을 자랑하는 듯했다.

“앞으로 지루하시겠지만, 당신의 무기가 완성되는 순간 마음껏 날뛰셔도 됩니다. 제가 약속드리죠.”

“……그 말, 꼭 지켜라. 그 이상은 나도 못 참으니까.”

손명유의 위협적인 말에도 이연우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릇의 완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진정한 악마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정말 기대되는군. 다른 대형 길드나 협회의 견제가 들어오는 건 귀찮지만, 앞으로 조금이다.’

***

같은 시각.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온 진원은 가슴팍을 매만졌다.

‘뭐야. 분명히 내 몸 안으로 시계가 들어갔는데. 뭐지?’

그러나 딱히 아무 느낌도 없었다. 메시지도 나오지 않고, 상태 창을 열어 보아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벤트 맵에서는 이틀을 보냈었는데, 여기는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니.’

기능이 돌아온 스마트폰들 들어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날짜는 바뀌지 않았다.

보통 던전들은 안과 밖의 시간의 흐름이 같았는데, 이번에 끌려오게 된 이벤트 맵만큼은 달랐다.

‘맞다. 토끼 가면을 쓴 그놈!’

곧이어 자신에게서 도망치던 괴한이 생각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군, 이 주위로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 바로 돌아가야겠어.”

진원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자 동생 지원의 방 앞에서 올곧게 선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오셨습니까, 진원 씨!”

“별일은 없었나요?”

“예. 지원 씨는 편하게 잘 주무시고 계십니다.”

‘나를 노린 거였나. 보안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든지 해야지.’

“네. 오늘은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수고하셨어요.”

평소보다 3시간 일찍 경호원들을 돌려보내고, 냉장고에서 콜라를 찾아 방 안으로 향했다.

“하. 보기만 해도 뭔가 올라오는 것 같은데.”

그는 침대에 앉아 플랭크톤이 자신에게 던져 준 아이템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이템 : 플랭크톤의 곰팡이 핀 귤]

굉장히 고약한 냄새가 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종류 : 비약

등급 : 유니크

효과 : 레벨 +3

#10분 뒤, 아이템은 소멸합니다.

그가 편애의 효과로 자신에게 던져 준 것은 그냥 먹으면 확실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듯한, 허연 곰팡이가 잔뜩 핀 귤이었다.

“먹기만 하면 3레벨이 올라간다. 나중에 먹을수록 효과는 커지겠지만, 10분 뒤에 없어지니까 최대한 빨리 먹어야지.”

심호흡을 하고, 그대로 귤을 껍질 채로 한입에 밀어 넣고 옆에 놓아두었던 캔콜라 하나를 따서 입에 가져갔다.

벌컥. 벌컥.

“크어어! 무슨 귤에서 구린내가 나냐? 그냥 먹었으면 토했겠네.”

[여기.]

입가를 닦으며 힘겹게 귤을 삼키자,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메시아가 냉장고에서 캔콜라를 하나 더 가져와 자신에게 건네주었다.

“고맙다.”

[응.]

그러고선 자신의 옆에 걸터앉았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점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점에 구매 가능한 스킬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명예 포인트 획득이 가능합니다!]

“후우, 그래도 이 정도면 됐어. 끔찍한 맛이긴 했지만. 3레벨이나 올려 줬으니까.”

떠오르는 메시지를 읽고, 바로 상태 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이름 : 김진원

레벨 : 50

직업 : 계약 소환사

등급 : 유니크

업적 : 끈질긴 놈

칭호 : 피의 계약자

HP : 4,500

MP : 3,000

[스텟]

근력 : 70 민첩 : 60 체력 : 50 마력 : 100 지배력 : 80

미분배 포인트 : 25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상점 기능이 개방됩니다.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뱀파이어 군주 메시아와 피의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스킬]

마구 : 칼날 폭풍 Lv.10

마구 Lv.10 (Max)

불굴 Lv.1

순간 가속 Lv.10 (Max)

미분배 포인트 : 3

[직업 스킬]

소환의 방 Lv.2

계약 소환 : 꼬마 임프 Lv.10 (Max)

인핸스 본드 Lv.10 (Max)

계약 소환 : 꼬마 마도사 Lv.10 (Max)

[상점]

Lv.6

“역시 스킬은 추가되지 않는 건가.”

50레벨을 달성한 플레이어들은 이때부터 벽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10레벨 꼴로 한 개씩 주던 직업 스킬이 더 이상 추가되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자신도 예외는 아닌 듯했다.

“분명히 상점에 스킬이 추가되었다고 했지.”

하지만 상점 레벨이 6으로 오르면서, 스킬이 추가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점 창을 열고 스킬 항목에 들어가니, 텅 비어 있었던 공간에 스킬 두 개가 위치하고 있었다.

“상점 레벨이 6이 돼서야 두 개를 주다니, 되게 짜잖아. 어?”

1레벨부터 50레벨을 달성할 때까지 추가되지 않았던 스킬 항목.

그리고 스킬의 효과를 읽어 내려가던 그는 곧 만족스러운 듯이 턱을 매만졌다.

[상점 전용 스킬 : 계승]

액티브 스킬.

상대방에게서 스킬 하나를 복사해 가져옵니다. 가져온 스킬은 동일한 효과를 가집니다.

사용하면 사라지는 일회성 스킬입니다.

제한-1 상대방의 스킬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제한-2 상대방에게서 일정 수준의 호감도가 필요합니다.

(MP : 500)

[계약 소환 : 심연의 마누스]

액티브 스킬.

심연의 나락에 봉인된 마누스를 소환합니다.

지배력 스텟이 높을수록 강력해집니다. 소환사의 레벨을 따라갑니다.

(MP : 1,000) (HP : 1,000) (소환 시간 : 2분) (재사용 대기 시간 : 1시간)

제한-1 지배력 스텟 150 이상

제한-2 마력 스텟 100 이상

“상당히 좋은 스킬들이다.”

상당한 성능을 자랑하는지, 스킬들은 제한 조건이 2개씩 걸려 있었다.

“그런데…… 명예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100포인트? 직업 스킬은 150포인트가 필요하네.”

그리고 골드나 현금이 필요한 다른 아이템들과는 다르게, 명예 포인트를 요구하고 있었다.

뭔가 싶어 이리저리 확인해 보았지만, 따로 정보를 알려 주지는 않았다.

“불편하네. 이건 나중에 알아보고 캐시샵을 보자.”

상점 레벨이 올랐으니, 분명히 새로운 아이템들이 추가되었다고 생각했다.

“백과사전? 30억?”

[아이템 : 몬스터 백과사전]

맹신하다가는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잘못된 정보를 담기도 한다.

종류 : 기타

등급 : 레전더리

효과 : 몬스터의 정보를 사전에 담아, 읽을 수 있습니다.

캐쉬샵에 새롭게 추가된 아이템의 등급은 무려 레전더리!

“이게 레전더리까지 되는 건가? 물론 나쁘지는 않지만.”

확실히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몬스터들도 많았으며, 감정 관련 스킬이나 아이템 또한 희소성이 높았으니.

“처음부터 만들어 가는 사전이라. 적당히 돈이 모이면 사야지.”

레전더리 아이템이 30억. 산다고 해도 절대 손해는 아닐 것이다.

“당분간 꽤나 시끄럽겠지.”

***

하늘에서 울려 퍼진 기괴한 음성. 그리고 플레이어 이벤트.

살아 돌아온 플레이어들의 연속된 제보로 인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까지 금방이었다.

매운맛 무 : 아, ×이발. 님들! 이거 큰일났어요 진짜.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고 지구가 망하게 생겼다고요!

이이잉 : 아, 이거 분위기 곱창났네. 나 잠자는데 갑자기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면 어떻게 해요?

우리아빠 폭풍왕 : 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이벤트가 발생했다며. 이거 다음에 플레이어가 아니고 그냥 일반인도 끌려가는 거 아님?

전설의 폭풍 매니아 : 응. 나라 망했어~ 아니, 지구 망했어~.

띠리리리. 띠리리리.

오후 1시. 침대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던 진원은 벨소리에 잠이 깼다.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김진원 씨. 협회장 손태욱입니다. 오늘 시간 되십니까? 이벤트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시간이 급해서, 이렇게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아무래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자신에 대해서도 언급한 듯했다.

‘알려 주는 것이 좋겠지.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일반인들이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진원은 곧 가겠다는 짧은 대답을 남기고, 나갈 채비를 했다.

***

협회에 도착하자, 손태욱과 피닉스 길드의 송현성, 그리고 대통령 문명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진원 씨!”

그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진원을 향해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였다.

“아, 어떻게 사진 한 장만 못 찍나.”

“아오, 저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어도.”

기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사진을 확보하고 싶었지만, 수많은 경호원들이 강력한 통제를 하고 있어 사진기를 꺼내는 시늉조차 할 수 없었다.

“그것이 정말 사실입니까?”

“네. 제가 겪었던 일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그 뒤, 그들은 협회장실 안에서 진원이 이벤트에서 경험했던 일을 듣고 저마다 침음을 내뱉었다.

“으음…….”

“후우…….”

다른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최대한 몸을 사리고 도망쳐 다녔던 터라, 단편적인 정보밖에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진원이 현상금이 걸릴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했다는 사람들의 제보를 듣고, 협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그가 겪은 일을 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대통령님, 아무래도…….”

“네. 추경 예산을 요청해야 되겠습니다. 국민이 먼저입니다.”

협회장의 말에 문명호는 결심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추경 예산을 통해 플레이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모든 국민을 지킬 순 없겠지만, 우선 플레이어들만이라도 최대한 지켜야 한다.’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다 보니, 문명호는 오후의 스케줄을 전부 캔슬하고 협회로 왔다.

“날이 갈수록 정말 큰일만 생기는군요. 앞으로 어떤 재해가 일어날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 길드도 최대한 지원해 보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송현성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현재 망해 가는 피닉스 길드라곤 하지만, 송현성은 S급 플레이어다.

그가 직접 나서서 지도해 주겠다고 하면 길드에 들어오려는 플레이어들은 줄을 설 것이 뻔했다.

‘플레이어 간의 격차가 심한 것은 사실이다. 최소한의 생존 기술이라도 알려 줘야겠군. 거기다가 국가에서 지원금도 아끼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미지를 세탁할 좋은 기회다.’

서로가 말없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진원이 소파에서 먼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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