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플레이어 이벤트-7
“키긱!”
“맡겨 주십시오!”
진원의 말에 꼬마 임프가 곧바로 뱀 문신을 한 플레이어에게 달려들었고, 꼬마 마도사는 공중으로 떠올라 마력탄을 연사했다.
“얜 뭐야? 몬스터야? 되게 못생겼네.”
“키기익!”
서걱! 퍽!
기세 좋게 달려든 임프는 박찬이 가볍게 내려친 손날에 팔이 잘려 나가고, 이어진 발길질에 그대로 뒤로 밀려났다.
드드드드드.
그는 곧이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마력탄들을 날렵하게 피하며 뒤로 거리를 뒀다.
“이야, 소환사야 뭐야? 재밌는데? 김진원, 이놈들은 뭐냐? 네가 가진 스킬이야?”
그는 천장에 서 있는 진원을 올려다보며 재밌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강한 놈도 죽이고, 금화도 왕창 먹고. 상상만 해도 행복하네. 크흐흐. 한국에 3명밖에 없는 S급 플레이어라니.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어.’
그러나 진원은 놈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와인드업을 했다.
‘음? 뭐 하는 거지? 스킬이라도 쓰는 건가?’
박찬의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처럼 생긴 놈들이 2마리.
자신을 공격한 것으로 보면, 아마 김진원의 소환수일 것이다.
“흐읍!”
그러나 그는 손에서 검은색 공을 만들어 던졌다.
쉬익!
진원이 던진 마구는 박찬의 머리를 노렸다.
그러나 박찬은 재빠르게 몸을 옆으로 틀어 공격을 회피했다.
“와 씨, 깜짝 놀랐잖아 ×발아! 억!”
탓. 탓. 탓. 티잉!
말을 끝맺을 틈조차 없이, 검을 든 붉은 늑대가 박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티잉! 팅!
분명히 그는 손날을 이용해 붉은 늑대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었지만, 마치 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팅! 티잉! 쉬익!
이어지는 강렬한 붉은 늑대의 공격.
그리고 간간이 그의 머리만 집요하게 노려 오는 원거리 스킬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 박찬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큰일인데. 생각보다 ×나 세잖아. 아껴 두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네. 무형검을 써야 되겠는데.’
소환사는 스킬의 성능이 소환수에 집중되어 있어서 본인은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놈의 소환수를 본 순간, 무난하게 이기겠다고 생각했는데.
‘소환사가 아닌 건가? 그럼 도대체 뭐야?’
그런데 자신의 눈에 보이는 김진원은 강력한 원거리 스킬을 쉬지 않고 연속해서 날려 댔다.
박찬은 재빠르게 자세를 낮춘 뒤, 발길질로 붉은 늑대를 밀어내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손을 위로 높게 들어 아래로 내려쳤다.
서걱!
“뎅겅이다, 크히히히!”
그저 팔을 들고 손날로 가볍게 내려쳤을 뿐인데, 붉은 늑대의 왼팔이 절단되어 사라졌다.
“……!”
그러자 붉은 늑대는 곧바로 박찬과 거리를 벌렸다.
“최대한 아껴 두다가 한 방에 보내 버리려고 했는데. 그래도 제법 써는 맛은 좋아. 응? 뭐냐?”
스스스스-
팔을 잘라 낸 만족감에 실실 웃던 박찬은 붉은 늑대의 팔이 다시 복구되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야, 되게 신기한 스킬 가졌네? 맘껏 베도 팔이 다시 자라나는 거야?”
박찬은 겉으로 여유로운 표정을 연기했지만, 그의 속은 어느새 긴장감으로 조금씩 타들어 가고 있었다.
‘같은 S급끼리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난다고?’
예전에 피닉스 길드의 성기사 송현성을 기습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렇게 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이 무형검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철저히 방어만 했으니.
‘지속 시간은 3분. 놈의 목을 한번 노려보고, 안 되면 바로 스킬로 도망친다!’
박찬은 MP를 추가적으로 소모해 칼날의 길이를 늘였다. 절반 가까이 사용해 늘린 길이는 약 3미터.
드드드드. 쉬익!
“와 씨, 이거 욕 나오게 더럽네.”
하지만 그의 의도를 알기라도 하는 듯이 소환수와 진원은 박찬과의 거리를 벌리며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퍼억!
“컥!”
날렵하게 움직이며 꼬마 마도사의 공격을 피하던 박찬은, 뒤에서 날아온 마구를 맞고 앞으로 넘어졌다.
‘뭐냐. 분명히 피했는데 왜 뒤에서 날아오는 거냐, ×발!’
그러나 그에게 잠시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건물 안에서 스킬을 준비한 신혜진이 박찬을 향해 창을 힘껏 던졌다.
“그대로 뒤져! 싸이코 새끼야!”
위로 던져진 창은 검은 기운을 머금고 수많은 창으로 분열해 박찬이 쓰러져 있던 자리를 노렸다.
촤라라락!
‘도저히 안 되겠다. 이렇게 된 이상, 급소를 피하면서라도 도망치는 수밖에.’
이어지는 강력한 원거리 스킬들에 도저히 답이 없다고 생각한 박찬은, 몸을 날려 신혜진의 다크 레인을 피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순간 이동 캐스팅을 시작했다.
“내가 가만히 놔둘 것 같냐?”
어느새 총잡이의 장갑으로 장비를 변경한 진원은, 도탄 기능을 사용해 박찬의 머리를 조준했다.
“흡!”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팔을 완전히 복구한 붉은 늑대 또한 박찬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조금만. 거의 다 됐다! 크히히히!’
뻐억! 서걱!
“끄아아아아!”
박찬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름과 동시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가 있었던 자리에는 오른다리 하나가 남아 땅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
“허억! 헉! 크히히히! 김진원 진짜 미친놈이었잖아. 마음에 드는데!”
목숨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게 된 박찬은 기분 좋은 듯이 웃으며 한쪽발로 뛰며 몸을 숨길 곳을 찾았다.
주륵-
“크으…….”
그의 머리에도 데미지는 상당했는지,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이게 스릴이지. 이 정도는 돼야 S급 플레이어지.”
쉬익. 푸욱!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움직이는 그는, 그림자의 습격에 목이 꿰뚫리며 앞으로 엎어졌다.
“커어억…….”
“그대로 죽어라. 최대한 고통스럽게.”
푸욱! 푹!
박찬의 목을 노렸던 검은 그림자는 이어서 그의 급소를 피해 온몸을 찔렀다.
“끄아아아!”
박찬은 강력한 통증에도 고개를 돌려 자신을 공격한 플레이어의 얼굴을 확인했다.
“크하! 크하하하! 아저씨, 뭐야, 싸울 수 있었잖아?”
그를 기습한 플레이어는 김수환이었다.
포션을 마시고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한 그는 현상금 퀘스트가 발생하고, 오히려 진원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아까와는 다르다. 망할 놈.’
생존 최소 조건인 금화 세 개를 채우고, 가만히 몸을 숨길 장소를 찾는데 눈앞에 박찬이 보인 것이었다.
“끄흑! 이봐, 아저씨. 김진원이랑 싸워 봤어? 내가 레벨이 53인데…….”
“말이 참 많군.”
푸욱!
“컥…….”
박찬은 결국 눈을 뜬 채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자신의 자랑인 무형검을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 한 채로.
“앞으로 그분과 싸울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그 말을 끝으로 김수환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희석된 엘릭서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
[남은 플레이어 : 98명]
[크하하하하! 생각보다 많은 벌레들이 네놈을 노리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이벤트가 종료되기까지 10분이 남았다.
진원과 일행은 추가적으로 모은 금화를 플랭크톤에게 반납하러 다가갔다.
이제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상황 파악이 다 끝났는지, 단 1명을 제외하고는 그의 근처로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동생이라고 했었나. 뭐, 어쨌든 나를 노렸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죽였으니 봐줄 필요는 없지.’
호텔에서 마법진을 통해 도망쳤던 플레이어, 김규민이 진원을 향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불에 달려드는 불나방과 다를 바 없었다.
“형을 살려 내라아아아!”
MP도 다 떨어졌는지, 해골병사 없이 손에 날붙이 하나만을 들고 달려들던 김규민은 붉은 늑대의 참격에 허무하게 쓰러지게 되었다.
‘어쨌든 이거까지 반납하면 금화는 대략 102개다. 이 정도면 웬만하면 1등이겠지. 선택지는 사용할 일도 없었네.’
강력한 효과를 가진 네 개의 효과들. 편애의 효과로 인해 더욱 강력한 위력들을 가졌지만, 딱히 사용할 순간이 오지는 않았다.
“야, 너 금화 몇 개나 넘겨준 거야?”
“세 개 남기고 102개.”
“헉! 그 정도면 무조건 1등하겠네. 거기에 내지분도 있는 거 알지?”
“우와, 제 생각에도 형이 무조건 1등 할 것 같아요. 미리 축하드려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진원의 대답에 신혜진과 이서훈은 놀라며 미리 축하해 주었다.
[크하하하! 그 말대로 김진원! 네놈이 가장 많은 금화를 가져다주었구나!]
제한 시간이 끝나자, 플랭크톤의 말과 함께 이벤트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플레이어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살아서 돌아갈 플레이어는 67명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살아남은 모든 플레이어분들에게 보너스 스텟 10을 지급합니다!]
띠링.
[미분배 스텟이 10 추가되었습니다.]
‘역시. 금화 세 개를 모으지 못한 플레이어들도 꽤나 있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혜진과 이서훈은 처음에 끌려왔던 것과 똑같이 포탈에 삼켜지게 되었다.
“야, 너 1등 보상으로 뭐 받았는지 알려 줘야 해, 꼭!”
“형, 형이 없었으면 전 살아나가지 못했을 거예요!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은 끝까지 내뱉은 둘이었다.
곧이어 자신도 포탈을 기다렸지만,
“뭐냐? 난 왜 여기 그대로 있는 거야?”
포탈은 나타나지 않고 눈앞에 Congratulation! 이라는 메시지만 떠올랐을 뿐이었다.
[크하하하, 김진원! 성격이 급하구나! 여기 이 보상들 중에 하나를 골라라! 네놈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
플랭크톤은 그런 진원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 말이 끝나자, 선택지 세 개가 자신의 눈앞에 떠올랐다.
[다음 보상 중 하나를 고르세요.]
1. 보너스 스텟 +40
2. 레벨 +10
3. 기괴한 시계
확실히 목숨이 걸린 이벤트다 보니, 1등에 대한 보상은 상당했다. 거기다가 이벤트를 클리어한 사람들은 모두 추가 스텟 10을 가져갔으니.
“일단 2번은 아니네.”
레벨 10 상승. 당연히 엄청난 보상이다.
그러나 레벨을 올리고 받는 스텟 50보다는, 그냥 주는 보너스 스텟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그만큼 강력한 던전을 클리어해야 되니. 그런데 이건 도대체 뭐야?”
선택지 3번. 기괴한 시계. 도대체 뭘 하는 데 쓰는 건지.
글자로만 나와 있으니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응? 뭐냐?”
[59, 58, 57…….]
잠시 후 눈앞에 타이머가 생겨났다.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니, 빨리 보상을 결정하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1분 만에 고르라니. 보통 같으면 1번이긴 한데…….’
선택지 중에 단 하나, 기괴한 시계만 금색 바탕에 흰색 글자로 쓰여 있었다.
‘다른 두 개의 선택지는 붉은 바탕에 검은 글자들이라.’
띠링.
[편애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플랭크톤이 당신에게 조언을 해 줍니다!]
“나라면 망설이지 않고 그 시계를 골랐을 거다! 한심한 놈아!”
그러나 길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타이머가 10초대에 다다르자, 진원은 플랭크톤의 말을 따라 보상 3번인 기괴한 시계를 선택했다.
‘레전더리 아이템일 수도 있으니 골라 보자.’
진원이 이벤트 보상을 선택하자마자, 자명종 형태를 한 시계가 눈앞에 나타나 자신의 몸으로 순식간에 스며들었다.
스스스스.
“뭐야!”
그러나 놀랄 틈도 없이, 등 뒤로 포탈이 나타나 자신을 삼키기 시작했다.
띠링.
[편애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크하하하! 이걸 가져가라! 나를 만족시켜 준 보상이다!]
진원은 플랭크톤이 던진 괴상한 물체와 함께 포탈에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