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플레이어 이벤트-6
[적용할 효과를 선택하세요. 편애의 효과가 적용되어 원하는 시점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플랭크톤이 당신이 지정한 지역에 포격을 가합니다. 최대 5회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편애 : 지역을 최대 다섯 개까지 동시 설정할 수 있습니다.)
2. 플랭크톤이 당신에게 이로운 버프를 걸어 줍니다. 1시간 동안 모든 스텟이 20 상승합니다. 최대 2회 사용 가능합니다. (편애 : 스텟 상승량이 2배로 증가합니다.)
3. 플랭크톤이 일정 시간 동안 당신을 보호해 줍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1시간 동안 공격이 불가능합니다. (편애 : 유지 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납니다.)
4. 플랭크톤이 일정 시간 동안 당신을 위해 동안 싸워 줍니다. 유지 시간은 10분입니다. (편애 : 유지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납니다.)
“왜? 뭐 좋은 거라도 줬어?”
신혜진과 이서훈이 자신의 놀란 듯한 표정을 보고 궁금한 듯이 물어왔다.
“와……. 미쳤다. 이거면 너 1등 확정이야. 확실해.”
“형, 진짜 쩔어요!”
그의 설명을 들은 일행은 마치 자기들의 일인 양 기뻐했다.
진원이 이벤트에서 1등을 한다는 것은, 신혜진과 이서훈 또한 무사히 살아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말이기도 했으니.
“일단 원하는 시점에 사용할 수 있으니까, 최대한 아껴 두려고.”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형.”
고개를 끄덕이던 그들 사이로, 어느새 일어선 플랭크톤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크하하하하! 방금 김진원이라는 놈이 나한테 금화를 육십 개나 갖다 바쳤다! 이대로면 놈이 1등을 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래서 벌레 같은 네놈들한테 기회를 주기로 했다!]
‘뭐라고?’
온 맵으로 넓게 퍼져 나가는 플랭크톤의 말을 듣던 진원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고…….
“이런 ×발! 이게 무슨 편앤데!”
그리고 그 불안감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띠링.
[특별 퀘스트- 현상금]
플레이어 김진원은 현재 압도적인 금화 헌납 개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동맹을 맺어 그를 저지하세요.
완료 조건 : 김진원을 처치하세요.
제한 시간 : 300분
보상 : 금화 백 개.
실패 시 : 페널티 없음.
#플레이어들끼리 동맹을 맺을 수 있습니다. 동맹을 맺은 플레이어들은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모든 스텟이 20퍼센트 상승합니다.
갑자기 발생된 특별 퀘스트.
당연히 자신을 포함한 신혜진과 이서훈에게도 메시지가 나타났다.
플랭크톤은 거친 말을 내뱉는 진원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크하하하! 네놈은 다른 벌레들과는 달라! 그렇기 때문에, 너의 힘을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그러고선 다시 드럼통에 걸터앉고 트리니티를 들어올렸다.
[최고로 맛있는 장면을 기대하지, 흐흐흐!]
‘죽빵 한 대 갈기고 싶네, 진짜로.’
금화 백 개. 확실히 엄청난 양이다.
탐색 스킬을 가진 이서훈을 데리고 맵을 휩쓸고 다녔지만, 24시간 동안 약 예순 개 정도를 모을 수 있었다.
이것조차 운이 좋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실패해도 딱히 페널티도 없고, 동맹을 강요하고 있다. 스텟 상승 20퍼센트,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다.’
“어? 야, 너 위치 다 드러나고 있어. 이거 봐봐.”
“뭐라고?”
혼자서 대비책을 생각하던 와중, 신혜진이 자신에게 다가와 맵을 확대해 보여 주었다.
“망할…….”
맵에는 빨간색 점이 나타나 있었고, 점 위로 김진원이라는 이름이 친절하게 표기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크하하하! 싸워라! 숨지 말고 맞서 싸워라! 한심한 놈들!]
플랭크톤이 신난 듯이 맵 이곳저곳에 포탄을 날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일부러 플레이어들을 유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면 도망 다녀도 소용이 없겠네요…….”
옆에서 맵을 같이 살펴보던 이서훈은 기운 없는 목소리를 냈다.
“뭐, 난 솔직히 그래도 얘랑 붙어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 네 생각보다 상당히 강하거든.”
“오, 뭐야? 배신 안 하는 거냐?”
“뒈질래?”
신혜진의 드문 칭찬에 진원은 괜히 그녀에게 농담을 건넸다.
“도망칠 곳도 없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유리한 곳에서 싸워야 하지 않겠어?”
신혜진은 고개를 까닥이며 작은 건물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진원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와 일행은 최대한 유리한 지역에서 싸우기 위해 근처에 있던 건물들을 재빠르게 살폈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서훈의 탐색 스킬은 꽤나 도움이 되었다.
“형, 저기 저 건물이 다수를 상대하기에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이서훈이 가리킨 곳은 쓰러져 가는 작은 주택 단지 중 한 곳.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서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을 일방적으로 처치하기 좋은 건물이었다.
“괜찮네. 입구가 하나밖에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좁아.”
계단을 찬찬히 살펴보던 신혜진이 잡을 위치를 생각했다.
“오래는 못 있을 거다. 스텟 버프 받고 오면 금방 무너질 수도 있어.”
“최대한 버텨 봐야지 어쩌겠어.”
“그래.”
상점에서 포션들을 구매해 그녀에게 챙겨 주고, 플레이어들의 기습에 대비했다.
20분 뒤, 붉은 늑대가 플레이어들의 접근을 알렸다.
‘주군, 수많은 기척이 다가옵니다.’
“준비해. 오고 있어. 먼저 공격해 오지 않으면, 알지?”
24시간 가까이 맵을 최대한 헤집었지만, 모든 플레이어들을 마주친 것은 아니었으니.
그렇기 때문에 최은식이나 손하윤 같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했다.
“알았어. 내 생각에는 확률상 없을 것 같기는 한데, 혹시 모르니까.”
끄덕.
신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창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이서훈은 최대한 계단 위로 올라가 구석진 곳으로 가서 탐색 스킬을 사용했다.
[남은 플레이어 : 138명]
‘138명인가.’
인벤토리에서 토르의 망치를 꺼내자, 이서훈이 급한 말투로 상황을 알렸다.
“형, 정면에 6명, 건물 위쪽으로 올라가는 플레이어가 4명이요!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건물 입구와 위쪽에서 동시에 공격이 들어왔다.
“입구는 내가 맡을게!”
신혜진은 날렵하게 입구를 향해 달려가 스킬을 사용하려는 플레이어의 몸통을 꿰뚫었다.
쿵! 쿵! 파사삭!
“으아아아아!”
그사이, 기세 좋게 주먹질로 천정을 부수고 들어온 덩치 큰 플레이어는 몸 주위로 다양한 색깔의 오러를 두르고 있었다.
휘익! 퍼석!
놈은 난입하자마자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둘렀고, 그의 상당한 근력 스텟에 시멘트로 만들어진 벽은 손쉽게 깎여 나갔다.
“버퍼들한테 몰빵 받은 스텟에, 동맹 효과로 내 근력은 90이 넘었다! 곱게 뒈져라!”
그리고 오른팔에 힘을 실어 그대로 진원의 안면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투웅!
“크아악!”
그러나 자신이 내민 토르의 망치를 타격한 플레이어는, 엄청난 고통에 손을 부여잡고 뒤로 빠졌다.
“뭐 하냐?”
근력 90의 힘은 확실히 대단했지만, 맞추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순간 손이 욱신거렸지만, 참을 만했다. 자신도 근력이 70이었으니.
“흡!”
진원은 가볍게 몸을 낮춰 놈의 이어지는 공격을 피한 뒤, 망치로 복부를 힘껏 후려쳤다.
빠악!
“컥!”
그리고 배를 부여잡고 엎어진 놈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망치를 내려쳤다.
두개골이 그대로 박살난 플레이어는 피를 쏟으며 움직임을 멈췄다.
[27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메시아, 있어? 아직 안 졸려?”
망치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메시아를 불렀다.
[지금은 괜찮아. 그런데 피가 필요해.]
“그래. 당분간 이서훈을 잘 지켜 줘.”
[알았어.]
진원의 말에 모습을 드러낸 메시아는 그의 목을 물고 피를 빨기 시작했다.
“얘들아, 나가서 뒤쪽에 있던 놈들 좀 처리해라.”
“예!”
“키긱!”
그사이, 소환의 방을 사용해 꼬마 마도사와 임프에게 명령을 내렸다.
“야, 리필 좀 해 줘! 두 개로!”
입구에서 플레이어들을 상대하고 있던 신혜진이 진원을 향해 한쪽 팔을 뻗었다.
그녀의 말에 상점에서 창을 구입해, 바로 던져 주었다.
텁!
시원스럽게 던져지는 두 개의 창을 자연스럽게 받아 낸 신혜진은, 창 하나를 바닥에 내려 두고 투창 자세를 취해 스킬, 다크 쓰로우를 사용했다.
“합!”
그러자 그녀가 든 창끝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고, 그 창을 전방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힘껏 던졌다.
쉬익!
푸우욱!
진원이 건네준 창은, 상점에서 50골드 정도 하는 양산형 무기였다.
“아아악!”
“끄아아아!”
“커어억…….”
당연히 플레이어들의 몸이 동시에 세 명이나 꿰뚫리는 위력은 없었다.
“야, 그냥 튀어! 괴물들이잖아, ×발!”
남은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기겁하며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은 하나의 창을 들고 자세를 취했지만, 들려오는 진원의 말에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을 뺐다.
“내가 처리할게. 정비하고 있어.”
메시아에게 피를 나눠진 진원은, 그대로 구멍이 뚫린 천장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넓어진 시야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플레이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 죽일 각오로 들어왔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대로 와인드업을 하고, 놈들을 향해 마구 : 칼날 폭풍을 사용했다.
“흐읍!”
쉬익- 드드드드드.
“아악!”
“컥!”
전방으로 사출되는 날카로운 송곳들에 온몸이 꿰뚫린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자리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주인님, 뒤로 도망치던 놈들은 저희가 처리했습니다!”
“키긱!”
“잘했어. 너희들은 이대로 위에서 플레이어들이 오는지 살펴라.”
전투 시간은 불과 10분 정도.
그러나 그사이 진원을 습격한 10명 정도의 플레이어들은 1명도 빠짐없이 죽게 되었다.
***
그 후로 3시간이 지났다. 플레이어들은 그동안 간간이 기습을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포기하고 멀어졌다.
그중에는 은신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도 있었다.
“야, 그런데 은신한 플레이어는 어떻게 감지하는 거야? 고가의 아이템이나 특정 스킬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MP 포션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던 신혜진이 궁금한 듯이 물어왔다.
자신은 고가의 장비를 통해, 은신한 몬스터나 플레이어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물론, 갑작스럽게 이벤트 맵으로 끌려오게 되어 장비를 챙길 시간이 없었지만.
진원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까딱였고, 그의 행동에 붉은 늑대가 잠시 실체화했다.
“뭐야, 그럼 결국 저 사람 덕분이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진원을 놀릴 말을 생각했다.
“그렇지.”
“저는 주군의 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없게.”
그러나 이어진 붉은 늑대의 진지한 말투에 그냥 입을 닫기로 했다.
“키긱! 키긱!”
“주인님, 멀리서 남성 한 명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짧은 대화를 나누던 사이, 천장에서 플레이어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던 꼬마 임프와 마도사가 신호를 보내 왔다.
진원은 그 말에 천장에 올라가 플레이어의 모습을 확인했다.
“바로 처리해.”
험악하게 생긴 얼굴과 양팔에 있는 짙은 뱀 문신.
누가 봐도 진원을 노리고 온 플레이어, 박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