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75화 (75/200)

75. 플레이어 이벤트-4

“규민아, 소환은 그만하고 계속 그려! 내가 시간을 끌어 볼 테니까!”

호텔의 607호 방 안.

형제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다급하게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형, 그냥 잘못했다고 빌자. 그럼 살려 줄지도 모르잖아. 응?”

“병×아! 우리가 지금까지 플레이어를 몇 명이나 죽였는데! 나는 됐으니까 빨리 그리라고!”

형은 동생을 윽박지르며 마법진을 빨리 그리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자신이 모아 둔 금화를 전부 동생에게 넘겨주었다.

“그거 가지고 빨리 가라.”

“형!”

그의 행동을 보던 동생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형은 마치 자신이 곧 죽을 것처럼 행동했다.

“김규민!”

그러나 형인 김성민은 동생의 눈을 똑똑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너라도 살라고! 그리고 이건 전부 내 욕심 때문에 일이 커진 거다!”

자신이 플레이어 이벤트라는 괴랄한 메시지를 받고 이쪽으로 끌려왔을 때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현재 자신의 레벨은 14. 어중간한 스펙으로 인해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일반인들에게나 통하는 정신 계열 스킬로 적당히 사기나 치고 다녔다.

‘인생 역전할 기회인 줄 알았는데. 너무 과했어. 금화에 눈이 돌아가다니.’

네크로맨서인 동생과 같이 끌려온 것은 그나마 좋았다. 우연히 같은 호텔에서 만난 것도.

운 좋게 플레이어 하나가 정신 계열 스킬에 걸린 것을 시작으로, 동생이 해골 병사들을 소환해 죽이는 연계를 했었는데.

‘×발! 역시 나대지 말았어야 했다. 하필이면 S급 플레이어가 여기로 오다니.’

대한민국의 세 번째 S급 플레이어 김진원. CCTV를 통해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졌다.

눈앞의 금화에 눈이 멀어 계속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였으니, 그만큼 눈에 띄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알았어.”

끄덕.

결국 김규민은 형의 완강한 태도에 설득을 포기하고 마법진을 완성시켰다.

우지직-

그때, 목재 재질로 된 문이 사납게 부서지며 칼을 든 무사 한 명과 금발의 여자아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가, 빨리!”

김성민은 그동안 캐스팅한 스킬, 정신 지배를 사용했다.

띠링.

[대상의 능력치가 높아 스킬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역시 안 되나. ×발!’

그러나 들려오는 건 턱도 없다는 알림 음이었다.

붉은 늑대는 신속하게 김성민에게 접근해, 그의 목을 붙잡고 바닥에 냅다 꽂았다.

콰당!

“컥!”

그리고 메시아는 도망치려는 김규민에게 다크레이를 사용했지만, 그의 모습은 간발의 차로 사라지게 되었다.

잠시 후, 진원도 뒤따라 607호로 들어왔지만 이미 1명은 도망치고 없었다.

[미안해. 1명은 저기서 사라졌어.]

메시아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 곳은 구석에 난잡한 모양으로 그러져 있는 마법진이었다.

“괜찮아. 그래도 한 놈은 잡았으니.”

그는 붉은 늑대에게 제압되어 있는 김성민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밑에 플레이어들, 너희들이 다 죽인 거지?”

딱히 그 말에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래서 뭐? 우리가 잘못했다는 거냐? 살기 위해서 이벤트에 충실했을 뿐이다. ×발!”

붉은 늑대에게 제압된 김성민은 고개를 돌려 진원을 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아니. 잘못하지는 않았지. 그래서 한 놈은 어디로 도망쳤냐? 가르쳐 주면 살려 줄 수도 있는데.”

“×까! 내가 아무리 썩었어도 가족은 안 판다!”

그러나 김성민은 살려 주겠다는 진원의 말에 1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래. 메시아.”

[맡겨 줘.]

그의 신호에 메시아가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가볍게 도약해 김성민의 목을 꿰뚫었다.

푸욱!

“꺼억!”

목이 관통된 김성민은 피를 뿜으며 그대로 몸을 떨다가, 이내 몸이 축 늘어졌다.

[18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그의 몸에서 나온 금화 한 개를 챙기고 방을 나오자,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서 있는 신혜진과 이서훈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처리했어?”

“그래. 그런데 한 놈이 도망쳤어.”

“뭐, 됐어. 얘 말로는 여기 금화 많다던데? 빨리 챙기고 빠지자.”

“네. 제가 최대한 넓게 살펴봤어요, 형.”

짧게 대화를 나누고 금화를 챙기러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음성이 어찌나 큰지 건물 안에 있는데도 귀가 아파 왔다.

[크하하하! 어떤 겁쟁이 한 놈이 복수를 해 달라고 나한테 금화를 몽땅 갖다 바쳤다! 단 한 개도 남김없이!]

그리고 쩌렁쩌렁한 소리가 끝나자마자, 알림음과 함께 3명의 눈앞에 동일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10초 뒤, 플랭크톤이 거대한 포탄을 발사합니다. 지정된 표적은 그랜드 호텔입니다.]

시끄럽다고 불만을 토해 내던 신혜진과 귀를 막고 있던 이서훈의 행동이 순간 멈췄다.

“뭐 해?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돼! 붉은 늑대, 이서훈을 도와줘!”

“분부대로.”

10초. 특별한 스킬이라도 없는 이상, 평범하게 호텔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진원은 신혜진을 두 팔로 안아 들고, 순간 가속 스킬을 사용해 재빠르게 내달렸다.

“야, 너 지금 뭐 해?”

“가만히 있어! 일단 살아야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호텔 밖으로 나오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둥근 포탄이 호텔에 직격했다.

쿠우웅! 우지지직!

거대한 건물을 손쉽게 짓이기던 포탄은, 그대로 자리에서 폭발했다.

“크윽!”

“아악!”

“혀어엉!”

폭발의 여파로 붉은 늑대를 포함한 네 명은 뒤로 크게 날아갔다.

“키긱!”

“죄송합니다!”

충격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 진원을 도와주려고 소환의 방에서 나온 꼬마 임프와 마도사도 같이 휩쓸려 버렸다.

[진원!]

띠링.

[메시아가 밤의 장막을 사용합니다. HP를 500 소모합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포탄의 충격에서 피할 수 있었던 메시아는, 진원을 향해 파편들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바로 몸을 날렸다.

스스슷-

그녀의 발밑에서 어둠이 솟아나더니, 진원을 포함한 나머지 인원들을 감쌌다.

“메시아, 잘했어.”

끄덕.

메시아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한동안 스킬을 유지했다.

“저, 저게 뭐야……. 미쳤네.”

잠시 후, 장막이 해제되며 나타난 광경은 엄청났다. 플랭크톤의 포탄을 맞은 건물은 거대한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이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신혜진이 입을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놀란 것은 진원도 마찬가지였다.

‘파괴력이 장난 아니네. 그런데, 금화를 주면 플랭크톤이 공격을 해준다고?’

단순히 금화를 받는 용도의 NPC 같은 놈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포격을 하다니.

“잠깐 다른 곳으로 가서 정비하자.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그래. 그러자.”

진원은 신혜진과 이서훈의 몸 곳곳에 상처가 가득한 것을 보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

그 뒤로 그들이 찾은 곳은 그랜드 호텔에서 1킬로 정도 떨어진 작은 병원이었다.

화려한 건물보다 오히려 낡아빠진 작은 건물이 안전하다는 신혜진의 의견이었다.

“병원인데 어떻게 작은 연고 하나가 없어?”

쓸 만한 약품들이 있는지 이리저리 살펴보던 신혜진은 상처의 쓰라림에 표정을 찌푸렸다.

“자, 이거 써라.”

그녀를 지켜보던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각종 포션들을 건넸다.

“……도움만 받는 건 성에 안 차는데.”

“너한테 받은 도움이 훨씬 많으니까 그냥 받아. 너도.”

“가, 감사합니다.”

신혜진과 이서훈이 포션을 마시며 몸을 추스르는 동안, 지도로 시선을 옮겼다.

‘이벤트가 시작된 지 이제 5시간이 지났나.’

[남은 플레이어 : 155명]

한 번 급격하게 줄었던 플레이어의 수는 그 뒤로 큰 변동이 없었다.

‘그래. 이게 정상이겠지. 제한 시간은 48시간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래?”

포션을 깔끔하게 다 마신 신혜진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당분간 휴식하고, 금화를 모으러 나가자. 아까 봤지? 플랭크톤이 우리한테 공격한 거.”

“그래. 생각보다 이벤트가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네.”

그녀는 한숨을 쉬며 해진 가죽 의자에 앉았다.

1등을 노리지 않고 단순히 살아남는 것은,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금화를 2개만 더 모으면 최소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으니까.

‘쉽게 생각하면 나중에 위기가 올 거야. 확실해.’

분명히 금화를 많이 모은 플레이어가 이번 이벤트에서 유리해질 것이고, 후반에 우위를 점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결국엔 쟤가 말한 게 정답이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방법. 금화를 최대한 모으는 것이 살아남는 최선이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

그와 같은 시각, 2명의 플레이어가 길가에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후욱, 후욱.”

김수환은 거친 숨을 뱉으며 그림자 이동을 사용하기 위한 MP를 계산하고 있었다.

‘앞으로 1만 더 차면 된다.’

“에이 씨, 왜 이렇게 잘 도망 다녀? 아저씨, 안 힘들어?”

그 뒤로 양팔에 뱀 문신을 한 남성, 박찬이 평온한 얼굴로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끈질기게 따라왔다.

‘맘에 안 든단 말이지. 서로 몸만 사려 대고.’

자신과 마주친 플레이어들은 싸우려 하지 않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이번 것까지 놓치게 되면, 세 번째다.

‘이번에도 놓칠 순 없지. 아깝지만 사용해야겠어.’

박찬은 자리에서 멈추고, 스킬을 준비했다.

‘이제 포기한 건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뛰던 김수환이 뒤를 돌아보니, 자신을 죽일 기세로 쫓아오던 남성이 포기한 듯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후우, 미치겠군. 포션만 있었어도.’

무방비 상태의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조용히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남성 하나가 자신의 타깃을 죽였다.

그는 손날로 검처럼 내려치는 행동을 했는데, 마치 진짜 검으로 벤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금화 하나만 더 있으면 되는데. 젠장할! 마음이 너무 급했다.’

“안녕!”

“아니?”

눈을 몇 번 깜빡이니,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었을 남성이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쉬익!

스킬을 사용한 박찬은 손날로 김수환의 목을 노렸다.

“크으!”

김수환은 재빠르게 몸을 뒤로 뺐지만, 워낙 갑작스러웠던지라 목에 상처가 생겼다.

주륵-

그는 피가 흐르는 목을 부여잡고, 박찬을 노려봤다.

“우와, 이걸 피하네. 그런데 아저씨, 근데 왜 안 싸우는 거야? 좀 세 보이는데?”

김수환은 대답 대신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눈에 보이는 장소 중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스스슷-

그가 순식간에 그림자 밑으로 사라지자, 박찬이 순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아저씨는 일단 포기해야겠네. 다른 플레이어나 찾아야지.”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며 자리를 떠났다.

***

“금화 곱게 줄래, 아니면 이대로 죽을래?”

“드리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세요!”

건물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온 진원 일행은 병원을 기점으로 금화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격렬하게 저항하는 플레이어나, 뒤를 노리던 들도 있었다.

진원과 신혜진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플레이어들은 봐주지 않고 가차 없이 죽였다.

“리필 좀 해 줘.”

“이건 수리하면 쓸 수 있어. 줘 봐.”

그들을 따라다니던 이서훈은 속으로 안심했다.

같은 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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