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73화 (73/200)

73. 플레이어 이벤트-2

그 뒤로 진원이 김수환을 데리고 향한 장소는 인적이 드문 공터였다.

‘앞뒤로 나보다 강한 플레이어다. 최대한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고 빠져야겠군.’

김수환은 진원을 따라가는 척하면서 조심스럽게 스킬을 캐스팅했다.

등 뒤의 남성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조금씩.

이윽고 공터 중앙에서 멈춰선 진원은 인벤토리에서 토르의 망치를 꺼내고, 눈앞의 우스꽝스러운 토끼 가면을 쓴 남성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목적이 뭐냐?”

“………….”

“말하기 싫으면, 억지로 입을 열게 만들어야지.”

저벅저벅.

‘조금만 더! 다행히 천천히 다가오는군.’

김수환은 계속해서 스킬을 캐스팅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도망칠지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확인했다.

그런데 몇 걸음 걷던 진원이 괴상한 행동을 했다.

“죽지 마라. 너한테는 듣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망치를 든 채로, 야구 선수들이나 사용하는 와인드업을 한 것이다.

“흐읍!”

진원이 던진 토르의 망치는 빙글 회전하며 김수환을 향해 날아갔다.

‘큭!’

김수환은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날려 날아오는 망치를 피했다.

다행히 등 뒤에 있던 사무라이는 진원의 공격에 맞춰 뒤로 물러났다.

쿠웅!

토르의 망치가 박힌 땅은 먼지가 일며 움푹 파였다. 그 장면을 본 김수환은 이마에 땀이 맺혔다.

‘무슨 공격력이……. 한 방이라도 맞았다가는 정말 죽겠군.’

그러나 그가 몸을 추스릴 새도 없이, 등 뒤에서 참격이 들어왔다.

팅!

“크윽!”

붉은 늑대가 김수환이 공격을 회피한 것을 보고 곧바로 접근한 것이었다.

팅! 팅!

그는 급하게 그림자를 끌어올려 방어했지만, 맹렬한 붉은 늑대의 공격에 힘겨워했다.

‘공격 하나하나가 상당히 매섭다. 제길!’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 정도로 어렵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절대로!’

김수환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인 쉐도우 스톰을 사용했다.

“합!”

손을 들어 그대로 지면에 힘껏 박자, 발밑의 그림자가 꿀렁거리더니 거대한 송곳 형태로 변해, 김수환의 전방으로 날카롭게 솟구쳤다.

기기기긱.

“크으……. 죄송합니다, 주군.”

붉은 늑대는 검을 들어 매섭게 달려드는 수많은 송곳 형태의 검은 그림자를 베려 했으나, 스킬의 엄청난 힘에 무리임을 깨닫고 뒤로 물러났다.

“괜찮으니까 이대로 뒤로 빠져!”

“분부대로.”

진원은 솟구치는 그림자를 부수기 위해 스킬을 사용하려 했지만,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기괴한 소리를 듣고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행성 338번의 플레이어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뭐냐?”

곧이어 축하하는 자리에 사용되는 팡파레가 크게 울려 퍼졌다.

빰빠밤~ 빠빰빠밤~.

그와 동시에 무언가에 속박된 듯, 진원의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도대체 뭐냐!”

온몸에 힘을 주어 보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쉐도우 스톰을 사용하고 황급히 도망치던 김수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큭! 이게 무슨 일이지?’

잠시 뒤 진원과 김수환의 등 뒤에서 검은 포탈이 생성되었고, 강력한 힘으로 인해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

“크으……. 여긴 어디지?”

진원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현상에 당황했다. 포탈이 자신과 붉은 늑대를 내동댕이친 곳은 호화스러워 보이는 호텔 로비였으니.

“붉은 늑대, 메시아, 있어?”

‘예, 주군.’

[응.]

“후우, 그나마 다행이네.”

진원이 주위를 둘러보기 무섭게 눈앞에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띠링.

[플레이어 이벤트- 금화를 내놔라!]

플레이어들에게서 금화를 강탈해 플랭크톤에게 바치세요!

승리 조건 : 제한 시간 동안 플랭크톤에게 가장 많이 금화를 헌납한 플레이어가 이벤트의 승자가 됩니다.

제한 시간 : 48시간

승리 보상 : ???

#소지한 금화의 수가 3개 미만인 플레이어는 이벤트가 끝남과 동시에 사망합니다.

#금화는 교환이 가능합니다. 강제로 빼앗을 경우 플레이어를 죽여야만 강탈이 가능합니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 그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졌다.

“이벤트는 ×랄. 서로 죽이라는 거네.”

던전 브레이크 이후로 잠잠하다 싶었더니. 도대체 무슨 목적인 걸까.

“서로 죽여 대는 것을 즐기는 건가?”

얼마 전, 사람들은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기분 나쁜 음성에게 “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모든 사건의 발단은 기괴한 음성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역시 불통이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화면에는 권외 지역이라는 표시만 떴다.

‘나야 괜찮겠지만, 최은식이나 손하윤은 플레이어를 잘못 만나면 그대로 끝이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자신처럼 강제적으로 끌려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장비를 챙길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소지 금화 : 1개]

금화는 전용 인벤토리에 보관이 가능했으며, 밖으로 꺼내서 가지고 다니는 것도 가능했다.

잠시 밖으로 꺼내서 본 금화의 크기는 상당했다.

한 개가 자신의 손바닥을 가득 채울 크기였으며, 무게감이 있었으니.

만약 실제 금이라면, 부르는 것이 값일 수준이었다.

‘플랭크톤에게 가장 많은 금화를 주는 플레이어가 우승. 하지만 소지 개수가 세 개 밑으로 떨어지면 죽는다.’

목숨이 걸려 있는 이벤트다 보니, 플레이어들은 쉽게 금화를 내어 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정보가 필요하다.’

호텔 밖으로 나가자, 줄줄이 늘어져 있는 고층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중에는 폐허가 된 건물들도 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간판들을 보면, 한국은 확실하다. 그런데 어느 지역인지는 모르겠어.’

한동안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 눈앞에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띠링.

[금화 이백 개가 이벤트 맵에 골고루 배치되었습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지도가 추가됩니다!]

‘이벤트에 끌려온 것은 200명인가.’

알림과 동시에 자신의 시야 왼쪽 밑에 투명한 지도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작은 붉은색 글자로 플레이어의 수가 표기되고 있었다.

[남은 플레이어 : 200명]

지도를 누르니 크게 확대가 가능했다.

‘금화가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알려 주고 있다. 플랭크톤은 중앙에 있고.’

이걸로 플레이어들끼리 싸움을 유도하는 거겠지. 신인지 뭔지, 취향이 고약한 놈이다.

‘끌려온 이상, 어떻게든 클리어하고 살아 나가야겠지.’

‘주군.’

‘그래, 알고 있다.’

밖으로 나온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자신들 노리는 플레이어가 둘 있었다.

‘알아서 찾아오면 나야 좋지만.’

진원은 자신을 노리는 플레이어 둘에게 등을 내주었다. 일부러 태연한 척을 하면서.

그러자 뒤에서 타이밍을 재던 플레이어들이 한 번에 뛰쳐나와 각자 무기를 들고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지금!”

“이번 거는 내가 가질 테니, 다음은 네가 가져라!”

‘죽일 생각으로 한가득이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조잡한 단검이나 칼이 진원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허억!”

“윽!”

그의 등 뒤에서 메시아와 붉은 늑대가 나타나 간단히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쳐 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장비했던 무기가 뒤로 날아가자,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나름 스킬을 사용해 강화된 일격이었지만, 너무나도 간단히 공격이 막혀 버렸기 때문.

“사,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제발!”

보통 같았으면 봐주지 않고 죽였을 진원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강제로 서바이벌 이벤트에 끌려왔으니 어쩔 수 없겠지. 그리고…… 이놈들은 굉장히 약해.’

거기다 딱히 자신이 죽이지 않아도 이벤트에서 살아남기엔 어려워 보였다.

“금화 한 개씩 내놓고 살래? 아니면 이대로 죽을래?”

“드, 드리겠습니다!”

“저, 저도 바로 드리겠습니다!”

살려 준다는 말에 플레이어들은 진원에게 곧바로 금화를 주고 자리를 벗어났다.

[소지 금화 : 세 개]

얼마 지나지 않아 생존 최소 조건인 금화 세 개 보유를 충족시켰다.

‘일단 맵에 표시된 금화를 전부 휩쓸고 생각해야겠다.’

자신이 맵을 휘젓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바로 옆 건물에 금화 네 개.’

진원이 바로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광경을 보고 눈이 살짝 커졌다.

“금화를 내놔! ×발!”

“줬잖아요! 아저씨가 금화 한 개만 주면 살려 준다고 했잖아요!”

“너를 죽이면 한 개가 더 나올 수도 있거든. 한 방에 죽여 줄 테니까 그냥 포기해라!”

“싫어요! 살려 주세요!”

성인 남성이 흉기를 들고 작은 남자아이를 쫓고 있었다.

‘어쩌다 저런 애까지.’

진원은 남성에게 빠르게 접근해 토르의 망치로 머리를 힘껏 후려쳤다.

파삭!

‘제길. 힘 조절을 잘못했나?’

아무래도 유니크 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된 무기의 성능 때문인 듯했다.

적당히 기절시키고 다른 곳으로 끌고 가기 위해 가격한 남성의 머리는 그대로 터져 버렸다.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남자아이는 남성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 뻔했다.

어릴 때의 트라우마는 평생 간다던데, 하필이면 그걸 눈앞에서 보게 하다니.

“형, 고맙습니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별신경도 쓰지 않고, 곧바로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어? 아, 그래.”

그리고 태연한 표정으로 남성의 시체에서 금화 두 개를 빼냈다.

‘어려도 플레이어는 플레이언가.’

앞으로 플레이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등을 돌리자 남자아이가 자신의 옷깃을 잡아 왔다.

“형, 저랑 팀 맺지 않을래요?”

“뭐?”

“제 이름은 이서훈이에요. 이래 보여도 중3이고요.”

이서훈은 눈앞의 남성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진원을 멈춰 세웠다.

‘저 형, 상당히 강해.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거야. 그런데 나는 아니야.’

자신이 가진 스킬은 전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 때문에 혼자서는 아무 능력이 없는 성인 남성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미안한데, 너를 신경써 줄 여유는 없어.”

그러나 들려온 대답은 매정했다.

“저, 저라면 형을 이번 이벤트의 우승자로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저는 처음부터 탐색 스킬을 받고 시작했어요!”

“탐색?”

“네! 레벨은 1이지만요…….”

이서훈은 눈앞의 남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탐색 스킬에 대해 설명했고, 그것이 이번 이벤트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또한 어필했다.

“흠, 확실히 편하긴 한데…….”

“저는 클리어 최소 조건인 금화 세 개 말고는 아무 필요도 없어요!”

여전히 망설이는 진원을 보며 이서훈은 그를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

폐허가 된 어느 건물 안.

플레이어 하나가 무릎을 꿇고 앞에 있는 플레이어 에게 살려 달라고 빌고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금화는 드렸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안 아프게 죽여 줄게. 자!”

서걱!

그가 팔을 들어 손날로 칼처럼 내려치자, 플레이어는 예리한 칼에 베인 것처럼 피를 뿜으며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크하하하! 이걸 원했다고! 사람을 마음껏 죽여도 상관없는 상황을! 으하! 으하하!”

그리고 그 남성은 한동안 자리에서 미친 듯이 웃었다.

그의 몸이 들썩거릴 때마다, 팔에 새겨진 짙은 뱀 문신도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듯했다.

“나, 박찬! 이번 이벤트에서 100명을 썰어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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